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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토마] 마녀AU로 전에 쓰던거 발견

2016. 12. 2. 19:05 | Posted by 호랑이!!!

intro

마녀의 이동 도구는 기본적으로 가사일에 도움이 되는도구이다. 악마와 거래하는 것이 예로부터 여자로 한정되었고, 옛날에는 사람이 몸을 실을만한 가사도구가 청소용구인 빗자루(때로 흰염소, 솥단지)였기 때문에 아직도 이동수단은 청소용구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빗자루를 잘 쓰지 않으니까 모임에 참가하여 확인해도 진공청소기 투성이다. 가끔 로봇 청소기도 보이기는 하지만 타기 힘들기 때문에 위험한 것을 좋아하는 젊은 마녀들 사이에서 익스트림 스포츠 대용인 것 같다.

이렇듯, 마녀들도 현대 사회에 발맞추어 변화하는데, 이는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몇백년 전까지는 십대 초반에 독립하고는 했지만 현대에는 성인이 되면서 독립하는 것이 그 단적인 예다.

 

Prol

 

토마스 스티븐슨의 특기 분야는 내지는 얼음마법이다.

 

본디 마녀의 독립은 마녀의 특기 분야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인데 이래서야 큰일이다.

 

요즘은 누구라도 쉽게 얼음을 구할 수 있고 인공눈까지도 만들고 있으니까.

 

인건비와 기계의 비용을 비교해도 자신이 더 싸다고는 할 수 없을뿐더러 기계 대신 써달라고 말하기에도 영 마뜩찮다.

 

자신이 내리는 눈으로 사람들이 기뻐해주는 것이야 좋지만 영 충족감이 생기지 않으니까.

 

물론 따질 입장은 아니지만.

 

, 토마스!”

 

익숙한 목소리다 했더니 같은 동아리 선배인 이글 홀든이었다.

 

이글은 척척 다가와 토마스의 어깨에 스스럼없이 팔을 걸쳤다.

 

너 방 남냐?”

 

?”

 

, 그동안 큰형이랑 살고 있었는데 말이지. 형이 자꾸 구박하잖아! 확 나와버리려고.”

 

네에?!”

 

그런 이유로 집을 나온단 말이야?

 

토마스는 입을 딱 벌렸다.

 

그래서, 방 없어? 컴퓨터랑 TV만 있으면 만족할 수 있는데. 일주일만... 아니, 사흘도 좋으니까 재워줘!”

 

제 방이라도 좋다면야...”

 

토마스는 수락했다.

 

그리고 토마스의 방에 들어와서 이글은 필터 없는 감상을 첫 마디로 삼았다.

 

폐가?”

 

무슨 말이예요! 이래봬도 제가 2년째 살고 있는 방이라구요.”

 

춥고, 좁고, 어둡다.

 

듣자하니 부엌의 스토브도 영 시원찮은 모양인데, 지금까지 자신이 살던 방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객관적으로 이 집은 못 살 집이다.

 

야아아옹

 

이글은 고양이 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눈동자에 검은자위가 없는 듯한 검은 고양이가 그들을 보고 있었다.

 

안녕, 피터. 집 잘 보고 있었어?”

 

토마스가 손을 내밀자 고양이는 코를 살짝 가져다 대어 코인사를 하고는 이글 쪽으로 다가갔다.

 

피터, 그 쪽은 이글 선배야. 몇 번 얘기했지? 선배, 그 쪽은 피터예요.”

 

안녕 야옹아~”

 

피터를 두어번 쓰다듬어 주고 이글은 핸드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 내가 저번에 얘기했던... 아니, 걔 말고. 토마스 스티븐슨. , . 걔네 집에 와 봤는데 집이 끝내주는 폐가거든?”

 

여기까지만 해도 토마스는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했고, 당장 항의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형아, 얘랑 살아.”

 

이글 선배!?”

 

그런 걸 맘대로 정하면 어떡해요!

 

토마스가 외쳤지만 이글은 태평하게 그 형이라는 사람과 통화를 마치고서야 느긋하게 전화기를 귀에서 뗐다.

 

형이 너 만나보자는데?”

 

, 생각해봐.

 

형이 사는 저쪽 동네는 네가 다니는 단과대학과도 가깝고, 집 근처에 장보기 좋은 마트도 하나 있어. 방은 넓고 깨끗하고 동네 치안도 좋고, 관리도 잘 해준다고? 그야 여기보단 비싸지만, 둘이서 나눠 내는 거잖아. 지금 내는 거랑 크게 차이나지 않을 거야...

 

...에 기초한 이글의 설득에, 토마스는 자기도 모르게 만나는 보겠다고 해 버렸다.

 

토마스의 대답을 듣자 이글은 만족했다는 듯 욕실로 들어갔고, 요란스레 씻기 시작했다.

 

어쩔 생각이야?’

 

피터가 토마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꼬리를 살랑거렸다.

 

꼬리는 책상 아래로 늘어졌고, 불쾌하다는 듯 탁탁 서랍을 쳤다.

 

뭐가?”

 

룸메이트를 구한다니, 말도 안 돼

 

그것도 나 외에.

 

피터는 책상을 꼬리로 찰싹 때렸다.

 

진짜 할 생각이야?’

 

일단 나쁜 얘기는 아니잖아.”

 

피터는 불만스럽다는 듯 낮게 우우- 소리를 냈다.

 

토마스는 무어라 하려다 이글이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나오자 드라이어를 찾아 내밀었다.

 

다음날은 마침 토요일이었고 이글은 일어나기 싫다고 중얼거리면서 이불에 돌돌 말려 있었다.

 

토요일인걸요, 더 주무세요.”

 

여느 때와 같은 시각에 일어난 토마스는 피터 밥을 챙긴다, 고양이 화장실을 치운지 오래였고 분주하게 움직인 다음에는 공부를 하기 위해 수업 교재를 펼쳤다.

 

안돼, 벌써 열한 시 반인걸.”

 

그렇네요.”

 

벌써 점심때구나.

 

꼭 일어나야 하는 것처럼 말하더니 이글은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형이 열두시에 나 데리러 오겠다고 했어.”

 

그걸 왜 지금 말해요!”

 

토마스는 창문을 활짝 열고는 원래도 아무것도 없던 방안을 청소하겠다며 청소기를 들었다.

 

“...그런데 선배, 선배네 형이라는 분은 어떤 분이예요?”

 

너랑 살기에는 나쁘지 않을 거야.”

 

잔소리를 빼면 조용한 편인데 형이 너한테 잔소리를 할 리도 없고. 배려심? 있는 편이지. 책임감도 강하고...

 

무엇보다! 맨날 야근하니까 술 마시고 놀다가 느지막느지막 들어와도 돼! 말이 룸메이트지 주말에나 만나는 주말부부나 다름없다고~”

 

나름 객관적인 정보니까 믿어도 돼!라며 이글은 팽개쳐둔 옷을 입었다.

 

오른쪽 양말까지 다 신은 순간,

 

현관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 누구세요-”

 

문을 열자, 거기에는 더없이 이글과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 서 있었다.

 

이글이 여기 있다 들었다만.”

 

형아~ 나 보고 싶었어?”

 

하나도 안 닮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닮았지만 안 닮았다!

 

이글이 토마스의 어깨를 누르며 고개를 내밀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 않았고, 이글은 그게 또 익숙하다는 듯 소개를 시작해서 토마스를 당황시켰다.

 

토마스, 이 쪽은 우리 잔소리쟁이에 구박쟁이 다이무스 형이야. 절대 안 웃어.”

 

내가 잔소리를 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이글.”

 

이글은 못 들은체 하고 토마스의 뺨을 꾸욱 찔렀다.

 

얘는 토마스 스티븐슨. 어때, 귀엽지? 나만큼은 아니지만!”

 

목례로 인사를 마치고 그는 고양이용 간식 캔을 내밀었다.

 

고양이를 키운다기에 사 봤다. 좋아할지는 모르겠군.”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이무스 형.”

 

뭐냐.”

 

나 피자 먹고싶어.”

 

가서 먹을거냐 주문할거냐.”

 

역시 형은 상냥해.

 

양손으로 손가락 총 빵야빵야에 윙크라니, 막내는 정말 애교가 많구나.

 

토마스는 감탄했다.

 

 

[불쌍빙/쓰다 만 거]

2015. 12. 17. 14:12 | Posted by 호랑이!!!

그러니까 일이라는 것은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예를 들면 루이스가 토마스의 초콜릿 무스에 질투를 느껴 그걸 숨겼다던가, 그래서 토마스가 화를 내기를 소파 뒤에 숨어서 기다렸다던가.

그런데 하필 루이스가 케익을 숨긴 곳이 피터의 가방이었는데 포장에 문제가 생겨 가방 안에서 터졌다던가.

이전까지 토마스와 피터는 데면데면한 사이었다.

토마스는 어린애인 피터를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여겼고, 피터는 피터대로 토마스와 말을 붙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둘다 붙임성있는 성격은 아니라 소 닭보듯 하는 사이였다만 그것이 바뀌었다!

케익 때문에 엉망이 된 피터의 가방을 보고 토마스는 인상을 찌푸렸고, 피터도 인상을 찌푸렸다.

토마스는 당연히 피터가 울거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지만 당연히 피터는 울지 않았고, 외려 책가방을 닦아낸 후 토마스의 등을 두드렸다.

툭툭 투둑 툭.

"나랑 케익 먹으러 갈래?"

"좋아."

물론 소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루이스의 표정은 구겨졌다.


"토미~♡"

"뭐요, 떨어져."

"나랑 (삐-)할래?"

토마스는 잠시 더러운 개라도 보듯 찡그리며 쳐다보았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오늘 저녁엔 안 돼요. 피터 공부 봐주기로 했어요."

"뭐어? 지금 이 나보다 그 꼬맹이가 우선이라는 거야?"

"먼저 약속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럼 지금 하자."

"인간이 왜 아침부터 발정나서 이래."

지금 아침도 아닌데!

웃기지 말고 꺼져요.

그리고 루이스는 밖에서 아무나 잡아 할거라고 뛰쳐나갔다.

토마스는 한 번도 그를 잡으러 간 적 없었지만 그런 날 저녁이면 낙인이라도 찍듯 거칠게 굴었고, 루이스는 그런 게 좋았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어도 토마스는 루이스를 안기는커녕 손도 잡지 않았고 심지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 루이스는 토마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피터를 잡아챘다.

"야, 꼬맹이. 너 뭐야?"

"..."

무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은 '이건 또 뭐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게 묘하게 토마스와 닮은 것 같아서 일순 할 말을 잃었다.

나이를 열 살... 아니, 다섯 살만 더 먹었어도 확 잡아먹어버리는 건데.

아쉬워서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고 나이가 너무 어려서 양심에 거리낀다던가 아청법이 무섭다는 건 아니고, 거기가 작을 것 같아서.

제대로 발기는 하나?

"질투나?"

잠시 딴생각을 하는 루이스에게 피터가 툭 던졌다.

"뭐, 뭐어?"

"형아는 토마스 형아랑 놀고 싶은데 토마스 형이 요즘 나랑만 노니까 질투나는 거지?"

정답.

"그래, 질투나! 너 토마스한테서 떨어져!"

대화 내용만 보면 어린이 둘이라고 해도 믿겠네.

"싫어."

"...태워버린다, 너."

"돌려버릴거야."

노려보다, 먼저 움직인 쪽은 피터였다.

늘 들고 다니는 가방에서 연필이며 컴퍼스, 각도기를 꺼내 날려보냈고 추적 미사일이라도 되는지 몸을 틀었건만 루이스에게 사정없이 박혔다.

"토마스 형아한테 집착하지 마, 아저씨."

"이 시건방진 꼬맹이놈..."

루이스는 여기가 연합이라는 것도 잊고 궁극기를 사용하려 했다.

몸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고, 유례없는 일이지만 루이스의 능력자용 옷에서 그을리는 냄새가 났다.

"모두..."

빠악.

루이스의 머리에 토마스의 불이 부딪혔다.

머리카락이 탄다거나 심하게 아프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지만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데는 충분한 정도.

"애한테 궁극기를 쓰려 하다니 선배 지금 제정신이예요?! 게다가 여긴 연합 건물 안이라구요!!!"

"토미, 저 꼬맹이가...!"

"핑계대지 말아요, 보나마나 선배가 먼저 시비 걸었겠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먼저 시비걸어놓고 애한테 능력까지 쓰려 했어요? 선배 정말-"

뒷 말을 끊은 건 피터였다.

주의력을 돌리려는 건지 토마스의 옷깃을 잡고 톡톡 당겼다.

"난 괜찮아, 형아."

"정말 괜찮아? 어디 다치진 않았어?"

저 다정해보이는 모습에, 우리들의 루이스는 지나치게 울컥한 나머지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토마스는 바보야! 그 꼬맹이도 능력을 썼는데! ...물론 내 불만큼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내 걱정은 안 하냐고!'

어린아이가 부모한테 땡깡 부릴 때나 할 법한 말들을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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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AU] 오늘도 학교는 평화롭습니다 -06

2015. 10. 27. 20:02 | Posted by 호랑이!!!

 

약이 완성된 것은 할로윈, 호그와트의 모든 학생들이 과식을 하는 날이다.

 

토마스 스티븐슨, 래번클로의 반장은 자그마한 약병 하나를 손에 감추고 길게 심호흡을 한 뒤 연회장으로 들어섰다.

 

좋아, 아직 이글 형 안 왔지?

 

피터도 이글 형도 토마스의 좌우로 와 앉곤 했으니까, 토마스는 연회장 문을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손 안의 병을 열었다.

 

다행히, 맨 가장자리의 테이블에는 이글에 피터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아무도 앉지 않았으니까, 호박 주스가 든 보울에 똑 똑 약물을 붓고는 포리지용 설탕을 슬쩍 떠 넣었다.

 

좋아, 맛은 문제 없겠지.

 

휴우 한숨을 쉬고 이글이 언제 들어오려나 하고 있는데 어김없이,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허공에서 히아신스 향이 나는 비누방울이 가득해졌다.

 

분명 저번 호그스미드 외출은 금지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언제 또 갔다온거야.

 

그래도 뭐, 이 정도면 무난하고 무해한 편인가- 하는데 갑자기 비누방울들이 부풀어오르더니 요란한 폭죽이 그 안에서 터져나왔다.

 

필리버스터 박사의 불꽃놀이 세트인가.

 

요란하게 불꽃이 퍼지고 폭음과 파지직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토마스는 주위를 둘러보며 이글을 찾았다.

 

이글 형!”

 

으하하, 토마스 안녕!”

 

좋아, 그래도 오늘이 지나면 당분간 장난질은 꿈에도 없을 줄 알아!

 

이글은 깔깔거리더니 교수님이 오시기 전에 도망칠거라며 컵에다 호박 주스를 가득 따랐다.

 

토마스는 컵을 빤-히 쳐다보았다.

 

좋아, 저기서 한 모금이면. 딱 한 모금이면.

 

이글의 입이 벌어지더니, 호박색 주스가 흘러들어갔다.

 

좋아!

 

토마스의 눈이 반짝 빛났다.

 

이제 이글은 적어도 한달간은 차분해지겠지!

 

아직도 연회장 여기저기에서는 펑 펑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펑, 이글 쪽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잘못 들었겠지?하면서 토마스가 그 쪽으로 돌아보았으나 거기 이글은 없었다.

 

대신 연회장 안에서 요란스러운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이글?”

 

그리고 돌아보았더니 거기에 호박 주스가 든 커다란 보울은 없었다.

 

대신 연회장 천장에 커다란 새 같은 것이 펄럭거리면서 주스 보울을 가지고 날고 있었는데, 그 아래에서 주스 방울이 몸에 튄 학생들은 팔이나 얼굴에 깃털이나 부리가 돋아나 비명을 질렀다.

 

오 설마.

 

야 이거 굉장한데! 할로윈 음식은 과연 뭐가 달라도 달라!”

 

머리 위에서는 이글이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빈 보울을 땅바닥에 던졌다.

 

머리 위에서 깔깔거리는 소리가 났다.

 

토마스는 울 것 같았다.

 

아냐, 그거 아니란 말이야.

 



[토마스X이글X토마스] 거짓말쟁이

2015. 10. 25. 04:33 | Posted by 호랑이!!!

※얀데레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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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형!”

 

흠칫, 하고 팔이 떨렸다.

 

연합 성인들 중에서는 명실공히 막내, 주제에 성실하고 겸손하고 제법 능력까지 뛰어나 두루두루 인망 좋은.... 토마스 스티븐슨이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 놀래라.”

 

하하, 별 건 아니고. 저기 물건 좀 내려달라고 하려구요.”

 

한창 재미있었는데-”

 

이글은 재미나게 얘기하던 중인 레베카 쪽을 보았고, 레베카는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보였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그래도 간만에 얘기하는건데-”

 

됐어 됐어, 다음에 맥주나 마시러 가자.”

 

레베카는 다른 사람과 얘기할 생각인지 자리를 떴다.

 

레베카랑은 정말로 오래간만에 얘기하는건데 말이야.

 

아니지, 요즘 들어서는 다같이 모이는 저녁 시간이라던가 임무때 외에는 얘기를 거의 안 했다.

 

게다가 묘-하게, 일이 있으면 꼭 간접적으로, 간접의 간접적으로 토마스가 연관되어 있었다.

 

마치, 도미노 놀이처럼 자신이라는 마지막 패가 쓰러지는 반대쪽에는 토마스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과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글은 묘한 기분이 들어 토마스를 흘끗 보았다.

 

사람 좋게 웃어보이는 녀석.

 

스물 한 살짜리 애송이.

 

그래 뭘 내려달라고~?”

 

토마스가 피터를 맡아 돌본다.

 

트리비아와 나이오비는 현재 연합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갔고 루이스가 거기 따라갔다.

 

원래라면 트리비아가 아닌 이글의 차례였으나 저번에 이글이 트리비아 대신 다녀온 일이 있어 바꿔 주었다.

 

그 때 트리비아와 같이 가야 했던 당번은 토마스였는데 하필 피터와 놀아주다가 한쪽 팔을 삐었었고.

 

덕분에 대신 하겠다고 자원했었지.

 

지금 이 시각 엘리는 피터와 함께 놀이터에 있을테고.

 

덕분에 이 연합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도일이나 휴톤이나 레이튼... 그래, 레베카도 있지.

 

하지만 그들은 저만치 부엌에서 목청 좋게도 떠들고 있다.

 

토마스가 내려 달라고 하는 물품은 꽤 높은 곳에 있어서 의자를 가지고 와야 했다.

 

이런거면 차라리 휴톤 형님한테 해달라고 하지 그랬어? 나보다 키가 한 뼘은 더 큰데.”

 

아무리 그래도 내 키가 거진 180인데 그러고도 의자가 필요하다니 너무 높은 곳에 물건을 둔 건 아닌지.

 

이글이 속으로 꿍얼거리며 등받이 없는 나무의자를 가져왔다.

 

거기 올라가서 상자를 잡아당겼더니 꽤 묵직했다.

 

그런데 토마스, 이건 어디에...”

 

어디에 쓰려는 거야?하고 물으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보았다.

 

토마스의 발이 의자를 툭 걷어차는 것을.

 

이래봬도 운동신경이 제법 좋으니까 잽싸게 자세를 잡으려고 했는데 얼음 결정이 그것을 방해해서 요란하게도 머리부터 떨어졌다.

 

그러게, 이성이 아니라 내 감을 믿어야 했는데

 

우습게도, 이글은 그러게 나는 토마스가 무서웠어라는 생각을 하며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머리를 너무 세게 박은 것인지 눈 앞이 어질거려서 마치 토마스가 웃는 것 같았다.

 

==

 

이글이 다시 눈 뜬 곳은 하얀색 천장이 있는 병원이었다.

 

방싯방싯 웃는 상냥하고 친절한 미소를 띈 토마스가 있는.

 

“...까미유는?”

 

유감스럽게도, 친구분의 몸에 이상이 있다고 해서 불려갔다고 들었어요.”

 

사나흘은 잡혀있을 거라고 하던데요.

 

이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들고 일어나 앉았다.

 

토마스는 애써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전부 계산한거지?”

 

글쎄요, 뭘 말인가요?”

 

토마스가 생긋 웃었다.

 

새삼 이글은 안경으로 일견 동글동글해 보이는 토마스의 눈매가 날카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토마스는 보호자용 의자에서 일어나 이글 쪽으로 다가와서는 이글이 부담감에 조금씩 몸을 뒤로 물리다가 결국 누울 때까지 몸을 가까이 했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이글 형이랑 같이 임무에 나간다던가, 잔심부름을 한다던가.

 

우연을 가장해서 만나 같이 연합으로 돌아온다던가.

 

정말로 그 정도로 충분했었는데.

 

전부 형 탓이예요.”

 

다른 사람하고 말했잖아요.

 

다른 사람하고도 연합으로 돌아왔잖아요.

 

형은 삼남이죠?”

 

첫째도 둘째도 아닌 셋째, 막내.

 

첫째는 가문을 잇는다 정략 결혼한다 쓰임이 많고.

 

둘째는 첫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한 예비품.

 

하지만 셋째까지 쓰일 일은 거의 없지요.

 

심지어 형은 회사가 아닌 연합 소속이니까.

 

형의 가족들은 형이 전장에 나오지 못하면 오히려 안심할거예요.”

 

사흘이면 충분해요, 그렇게 토마스가 웃었다.

 

잘도 주변 사람들을 속여 왔군, 이 거짓말쟁이.

 

이글은 코앞까지 다가온 토마스의 눈을 노려보았다.

 

 




11월의 이맘때쯤이면 학생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행사가 있다.

 

그것은 바로 퀴디치컵!

 

벌써 아침 연습을 마친 기숙사팀은 땀이나 이슬, 진흙에 젖어 연회장으로 오기도 하고, 연회장으로 오지 않은 선수들에게 가져다준다고 휴지에 토스트를 싸가는 학생들도 종종 보인다.

 

작은 수첩에 전략을 적어 웅얼거리며 외우는 학생들도 있고 선수나 전략에 대해 토론하는 학생들도 여기저기에.

 

이번달의 경기는 그리핀도르와 후플푸프인데 학생들의 얘기를 조금 듣자면 이렇다.

 

후플푸프는 추격꾼 층이 탄탄하지.”

 

거긴 여자들이 꽤 많아. 파수꾼인 린도 여자애고.”

 

거기 수색꾼은 작년에 7학년이었잖아? 이번 수색꾼은 2학년 여자애래!”

 

그리핀도르에 대해 얘기하는 학생들을 보자면.

 

뭐니뭐니해도 영웅루이스가 파수꾼이니까.”

 

거긴 응원도 되게 화려하지. 저번에 클레어가 하는 거 봤어? 올해도 하려나-”

 

추격꾼은 그냥 그렇지만 파수꾼이 단단하고, 무엇보다...”

 

몰이꾼. 걔들이 대단해.”

 

아침의 연회장.

 

피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이글을 찾아내었다.

 

토마스 형은?”

 

연습, 나도 하러 가는 길이고.”

 

이글은 토마스가 없다는 말에 부루퉁해지는 피터의 머리를 헝클어뜨려 놓고는 어깨에 빗자루를 맨 체 휙 돌아섰다.

 

늦지 말고 가라?”

 

“..., 잘난척은.”

 

피터는 그릇에 포리지를 덜다가.

 

티슈를 딱딱하게 뭉쳐 이글의 머리에 대고 던졌다.

 

“...좋아, 이 꼬마야. 지금 당장 미안하다고 하면...”

 

철퍽, 이번에는 끈적끈적한 호박 주스에 적셔 뭉쳐진 휴지가 얼굴에 날아왔다.

 

“...너 죽었어.”

 

 

 

 

 

 

 

 

오늘은 단언컨대, 토마스 스티븐슨 최악의 날이었다.

 

아침의 퀴디치 연습에서는 스니치 대신 던지는 골프공을 두 개나 놓쳤으며 연습하다가 도중에 나와서 연회장에서 피터와 이글이 대판 싸운 통에 엎질러지고 뒤집힌 테이블과 집기류를 원래대로 해 놓아야 했으며, 그로 인해 징계를 받은 피터가 자기는 징계를 받기 싫다고 한바탕 난리를 피우는 것을 달랬다.

 

이제 한 숨 돌리는가 하여 포리지에 설탕을 듬뿍 떠넣었더니 설탕이 아니라 소금이었던 데다, 그 끔찍한 아침의 피날레로 요일을 착각해 교재를 잘못 들고 왔다.

 

래번클로, 3점 감점.”

 

그 말에 토마스가 얼마나 절망했는지.

 

3점은 토마스가 학교에서 지낸 5년 동안 잃은 유일한 점수였다.

 

토마스가 선망하는 루이스나, 존경하는 다이무스가 잇따라 찾아오기는 했으나 루이스의 경우 점수를 잃는 데 있어 별로 거리낌이 없었고, 다이무스는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주의라 결국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생각을 새삼 하며, 토마스는 치료사용 약물 교재를 들었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만드는 약, 327페이지.

 

달이 없는 밤에 투구꽃과 쥐오줌풀 뿌리를 썰어서 뭉근하게 끓이는데 길면 길수록 좋다나.

 

토마스는 후우 숨을 내쉬고 자신의 냄비를 들었다.

 


[피톰] To. 팬쥐님

2015. 7. 5. 19:54 | Posted by 호랑이!!!

그 날이 왔다.


올 것이 왔다!


연합의 사람들은 은근히 시선을 피하며 뒷걸음질 치고, 한군데 모여 수군거리며 뭔가 의논을 하더니 마침내는 인내심이 다한 피터 때문에 멈추어야 했다.


"아기는 어떻게 생겨?"



 


우선은 이글이 입을 열었다.


그는 한손으로는 동그라미를 만들고 다른 쪽 손의 손가락은 하나만 바짝 세워서는 외설적인 손짓을 하려 했다.


"아이는..."


"드라이아이스!"


토마스와 루이스가 동시에 외치며 손을 뻗었다.


이글은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가 이내 얼음을 후둑후둑 떨어뜨리며 다시 피터를 쳐다보았다.


"아기는 섹스하면... 아 잠깐 영구동토는 안돼! 토마스, 너도 크리스탈 허리케인은...!"


루이스가 이글을 질질 끌고 나가는 동안 레베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기는 말이지! 황새가 물어다준다?"


"...그런건 안 믿어."


이거 안 먹히네- 레베카는 단호한 피터의 말에 하하 웃었다.


"남자에게는 정자가 분비되고 여자는..."


"언니이이! 언니이이!"


나이오비가 뭔가 제대로 된 설명을 하려는데 엘리가 뭔가 엉망인 모습으로 연합에 들어섰고 나이오비는 설명을 중단했다.


그 사이 이글을 버리고 루이스가 들어왔고 트리비아는 잠시 외출한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들었다.


그러고는...


"직접 보여줄까?"


", 잠깐 트리비아!"


"어머, 농담이야."


여긴 글렀어.


토마스가 중얼거렸다.


"선배, 선배가 설명해봐요"


"섹스가 뭐야?"


어느샌가 변경된 질문에 남자몸이 어떻고 여자몸이 어떻고 하는 설명을 하려던 루이스는 일순 굳었다.


"..."


?


"하하하하하하하하- 트리비아, 오늘 저녁에 외식할까?"


"잠깐, 도망가지 말아요!"


이미 늦었다. 나갔어.


토마스는 주위에서 설명해줄 만한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섹스는 말이지, 어른들이 사랑을 확인할때 동반되곤 하는 육체적 수단인데... 할 때는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아주 중요하고..."


이어지는 설명에 피터는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 라고 했던가..?"


"흐윽, ... , 터야..."


"목소리 줄이지 마, . 괜찮아."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인 카인 스타이거의 사무실은 3.

 

허나 스타이거 교수가 수업을 위해 고른 교실은 1층이다.

 

점심시간이면 늘 오전 수업동안 배고파했던 학생들은 교수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를 말하는 순간 연회장으로 달려간다.

 

그러면 스타이거 교수는 학생들이 달려나간 직후의 고요한 복도를 걸어 계단 앞까지 가고, 그러면 아래층에서 마악 걸어 올라온 마법의 약 교수 웨슬리 슬로언과 마주칠 수 있다.

 

오늘도 수고했네, 슬로언.”

 

자네도, 스타이거.”

 

한쪽 팔에는 오늘 사용했던 책을 끼고 나란히 걷지만, 연회장으로 바로 가지 않고 넓은 1층을 한 바퀴 돌다시피 한다.

 

오늘도 복도에는 사람이 없구먼, 다들 배가 고팠나 보지.”

 

“...그러니까 젊은 애들한테 아침마다 죽 따윌 먹이니까 저렇게 굶주려 있는 거야."

 

내가 젊을 땐-하고 운을 떼는 것을, 슬로언 교수가 막았다.

 

덕분에 우리는 좋지 않나.”

 

그도 그렇군.”

 

식전 산책은 홀과 연결되는 계단부터 시작해서 안뜰이 보이는 복도를 걸어 한 바퀴 도는 것을 말한다.

 

원래라면 유령들이 돌아다니곤 하지만 스타이거 교수와 얘기한 덕분에 이 시간만은 1층에 오지 않는다.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나.”

 

질리지도 않는군.”

 

언젠가 그들이 학생이었던 때처럼 웃음섞인 목소리로 키득거리면서 결과를 아는 시답잖은 수작을 걸었다.

 

저쪽에서 다 보이네.”

 

어차피 아무도 없지 않나.”

 

그래도, 그럼 춥기도 하니 이쪽으로 돌아서서-”

 

날씨는 평소처럼 흐리다.

 

그런 평소의 나른하고, 조금은 야릇한 분위기를 내려는 찰나.

 

안뜰 쪽에서 외침 소리가 들렸다.

 

피터!!!”

 

마악 빈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스타이거는 손을 멈춰버렸다.

 

“...래번클로의... 토마스 스티븐슨이군.”

 

“...성실한 학생이지.”

 

자네한테서 성실하다는 얘기를 듣다니, 역시 기대되는 학생이야.”

 

평소와 달리 다급해 보이는 모습에 그들은 빈 교실에서의 밀회 대신 안뜰을 지켜보기로 하고 난간에 다가서서 기댔다.

 

안뜰, 아직 겨울이라 분명히 나무와 덩굴이 있음에도 초록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회색에 가까운 정원 속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푸른 머리색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뭐라는지 들리지는 않는군.”

 

학생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주는 게 어떤가, 슬로언.”

 

버릇처럼 기둥의 그늘 뒤에 숨어 지켜보던 그들은 마침내 푸른 머리 중에서 작은 쪽이 큰 쪽에게 안기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저 학생이지? 자네 수업 중에 무작정 들어왔다던.”

 

스타이거 교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 모나헌은... 듣자하니 1학년 중에서도 유독 두각을 드러낸다고 하더군.”

 

내 수업시간에도 가장 뛰어나긴 하네만.”

 

슬로언 교수는 몸을 구부려 기둥 바깥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의뭉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스타이거 교수를 올려다보았다.

 

옛날의 자네를 닮았네.”

 

나는 재능이라곤 없었지만.”

 

스타이거 교수는 작게 대꾸하고 여느 때라면 슬슬 연회장에 도착할 시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오늘은 이만 가지.”

 

그럴까, 점심 메뉴가 기대되는군.”

 

스타이거 교수는 벽을 짚고 몸을 일으키는 슬로언 교수에게 짧게 입술을 대었다.

 

“...그래도 작은 모나헌에게 스티븐슨 학생이 있어서 다행이네.”

 

내가 그러했고, 그러한 것처럼.

 

그들은 복도를 마저 돌아 홀로 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릭마/Bㅣ광] 최군과 사퍼 크로스오버

2014. 12. 20. 13:09 | Posted by 호랑이!!!

“마음을 읽는다고 하셨나요? 마인드랑 같은 능력이네요.”

 

“그쪽에도 저 같은 능력자가 있나 보네요. 반가워요, 마틴 챌피예요.”

 

“B라고 해요.”

 

마틴과 B가 멋쩍게 인사를 나누었다.

 

저 한편에서는 저런 화기애애하고 수줍은 분위기가 아닌 상당히 불꽃튀는 분위기로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대가 군단 프리랜서의 대표요?”

 

“아따, 거 먼데까이 내가 알려졌나 보이. 그랴, 내가 프리랜서 대표, 비광이요 타키온.”

 

차분한 목소리.

 

예의바르게 올라간 입꼬리와 웃는 표정.

 

그러나 그 눈만은 웃지 않고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정 중 동!

 

그리고 저 멀리, 인사하는 보모와 아이 페어가 있었다.

 

“반가워요 어이.”

 

부엉!

 

“...”

 

“초코파이 사줘.”

 

 

 

 

 

 

“요거요거 이것이 양놈들 화투다냐?”

 

“깔끔하니 보기 쉽죠?”

 

릭은 비광이 돈 거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말에 카드게임을 하자며 서양카드 한 벌을 꺼내들었다.

 

B는 전혀 몰랐지만, 비광은 릭이 저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마도, 거의 확실하게.

 

“이런걸로 골패놀이를 하면 재미있나? 그림도 네 종류밖에 없고 영...”

 

비광은 에이스 카드 한 장을 집어들고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화투보다 넓고, 얇고, 하얀 배경에 무늬가 숫자에 맞게 박혀 있고... 흐음.

 

“...소매에 숨기기 좋겠구마.”

 

...네?

 

B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길 바랐다.

 

“...비광...?”

 

그러자 비광은 그를 돌아보더니 화알-짝 웃어보인다.

 

“비광, 안돼요, 안 돼요.”

 

비광 전에 사기치다 걸려서 손목 잘릴 뻔 했다면서요, 저기 마인드랑 같은 능력 쓰는 사람 있단 말이예요.

 

이번에 걸리면 진짜 손목 잘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저 사람들은 전쟁에서 나왔다고 하니 손목으로 안 끝날지도 모르고.

 

“아그야.”

 

비광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B에게 바싹 고개를 들이밀었다.

 

B는 가면 밑으로 보이는 목이 새빨개져선 몸을 뒤로 빼었고 비광은 거기 따라붙어 얼굴을 가까이 했고 B는 다시 뒤로 빼었고 비광은 또 가까이 붙었다.

 

이 이상한 술래잡기는 B의 등이 벽에 부딪히며 끝이 났고 비광은 벽에 등이 닿아 옴짝달싹 못하는 B의 양 옆에 팔을 대고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대었다.

 

“아그야, 게임이 뭐냐?”

 

“게임이요? 재밌는...거?”

 

“그랴, 재밌는 거. 내는 도박판에서 남을 속여가며 이기는거이 그리도 즐겁드라.”

 

“하지만... 하지만 비광...”

 

“아그야, 남자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이 시키는대로 따를 때가 있다.”

 

비광은 멋들어지게 겉옷을 어깨에 걸치며 돌아섰고 B는 주르르 벽을 타고 미끄러지며 중얼거렸다.

 

“비광은 여자잖아요...”

 

 

 

 

 

 

동양인은 좌식! 이라는 릭은 따끈한 바닥에 돗자리를 깔아 자리를 만들었다.

 

비광은 양쪽으로 허리까지 갈라진 치마임에도 떡하니 양반다리로 앉았고 B는 ‘팬티 보여요!’라고 기겁하며 겉옷을 벗어 덮어주었다.

 

“이 오빠가 이렇게 얌전해 보여도 라스베이거스랑 메트로폴리스에서 큰 판 벌리던 사람이었는데, 이거이거 촌 아가씨 기 죽으면 어떡하오~?”

 

“아따, 걱정도 팔자랑께. 양화투라고 봐주기 없기여? 뭐혀, 후딱 패 돌려.”

 

공정함을 기해 자신이 패를 나눠주겠다며 마틴이 카드를 착착 섞었다.

 

차르르 차르르 카드 섞이는 것을 보며 한쪽 팔을 괴고 있던 비광이 씩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사내자식 손이 참 곱기도 곱구마잉~ 이따가 함 잡아봐도 될랑가?”

 

“물론이죠, 그러세요.”

 

그러자 과자를 집어 입에 넣던 릭이 B에게 웃어보였다.

 

“거기 예쁜이, 과자 좀 먹여 줄까?”

 

“아, 저... 저기... 괜찮아요.”

 

B는 귀 끝을 붉히며 무릎을 안고 비광의 옆에 쪼그려 앉았고 비광과 릭 사이에는 파지직 불꽃이 튀었다.

 

‘마틴 손을 잡아보겠다고?’

 

‘우리 B한테 작업이라도 거는 기가 뭐가?’

 

그리고 웃음을 참는 마틴이 카드를 돌렸다.

 

 

 

 

 

“나그네씨도 프리랜서예요?”

 

“초코파이 사줘.”

 

“허리춤의 검을 보니 역시 검을 다루시는 분인가봐요.”

 

“어이 없어.”

 

토마스는 뒤로 돌아보았다.

 

어이라는 저 커다란 부엉이는 사람마냥... 아니 사람보다 훌륭하게 피터와 놀아주고 있었다.

 

뭐든지 일단 시큰둥해하고 관심이 없던 피터도 이 커다란 부엉이와는 순식간에 친해져 왠지...

 

아 갑자기 피터와 보냈던 지난날이 눈 앞을 스쳐지나간다.

 

주마등은 아니겠지.

 

“간식 만들어 줄까요?”

 

“초코파이 줘.”

 

초콜릿이 들어간 파이?

 

토마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재료가 충분히 있는지 모르겠네요, 해볼게요.”

 

“먹을거 줘.”

 

토마스는 피터와, 피터와 놀아주는 어이 쪽으로 손나팔을 만들었다.

 

“피터, 어이, 간식시간 할까?”

 

“할래.”

 

부엉!

 

날이 춥더라, 형이 따뜻한 우유랑 맛있는 거 만들어 줄 테니까 쉬었다가 놀...

 

토마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자마자 손으로 피터의 눈을 가렸고, 어이는 날개를 펼쳐 나그네의 눈을 가렸다.

 

“마에스트로! 마침 잘 왔소! 당장 저 여자 얼려버리시오!”

 

“나그네야 저놈아 저거저거 아주 몹쓸 놈이여!”

 

릭의 뒤에서 어깨를 잡고 말리는 마틴, 그리고 비광의 앞에서 막아서는 B.

 

아까까지 앉아서 ‘저 이거 좀 잘하거든요, 당신한테 이게 너무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와 ‘괜찮아요, 잘 못하니까 열심히 할게요. 우리 얼른 시작해 볼까요?’라고 하던 사람들은(어디까지나 토마스 시점) 자리에서 일어나 멱살이라도 잡을 듯 씩씩거렸다.

 

“...피터는 저런거 보면 안돼, 가서 식탁에 앉을까?”

 

“알았어 형아.”

 

토마스는 재료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식탁 위에 선 어이는 마치 손가락인 마냥 큰 깃털 하나를 들고 말했다. 부엉부엉.

 

부엉, 부엉부엉부엉. 부엉.

 

“알았어 어이.”

 

나그네는 피터 옆에 얌전히 앉았다.

 

“거기 네 분도 이리 오세요, 차 끓여 드릴게요.”

 

배고프면 신경 날카로워지니까요.

 

그렇게 널찍한 테이블에 어른 다섯에 아이 하나, 부엉이까지 하나 앉았더니 꽉 찬다.

 

아무래도 이거 작은 오븐에 굽는 작은 파이는 못 만들겠는데.

 

손이 근질근질해진 토마스는 커다란 보울에 밀가루와 계란을 넣고는 커다란 프라이팬에 레코드판만한 팬케이크를 만들어냈다.

 

반질반질한 하얀 접시에 커다란 팬케이크를 층층이 쌓고 생크림과 여러 가지 시럽, 딸기를 맨 위에 하나씩 장식해 자리 앞에 하나씩 놓았다.

 

나그네가 포크를 들자 토마스는 나그네 앞에 머그컵을 탕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기다려. 요.”

 

묘한 박력이 있어 손을 대려던 비광도 릭도 포크로 향하던 손을 멈췄다.

 

토마스는 각자의 컵에 우유와 차를 따라주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컵에 따뜻한 우유와 각설탕 두 개를 떨어뜨려 찻숟가락으로 저었다.

 

“이제 먹어도 돼요.”

 

와구와구와구.

 

그리고 접시가 요란하게 비워지는 소리가 났다.

 

“벌써 다 먹었어요?”

 

“맛있어!”

 

“정말요?”

 

“아따, 저 아그가 이렇게까지 빨리 먹지는 않는디. 거 괜찮으면 하나만 더 만들어 줘, 응?”

 

“저한테 맡기세요!”

 

아니, 하나만 더 만들면 되는....이라고 하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토마스는 아까보다 더 커다란 팬케이크를 구워내기 시작했다.

 

“...아따아... 그쪽 아가야들은 다 이렇다냐? 엄~청 나구만~”

 

“저희도...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톰슨씨! 가서 밀가루랑 우유랑 버터 좀 더 사다주세요!

 

다 먹은 그릇은 설거지통에! 물 붓는 거 잊지 말구요.

 

“저기... 토마스, 제가 설거지할게요.”

 

“고마워요!”

 

엄청 신나 보이네, 형.

 

피터는 부루퉁하게 양손으로 턱을 괴다가 이따끔씩 제 것을 얼만큼 떼어 옆의 어이에게 먹여주었다.

 

물론 딸기는 안 줘.

 

“피터, 형이 동물한테는 과자 주지 말라고 했지?”

 

“어이는 동물 아니야.”

 

“어이는 부엉이잖아.”

 

그러자 나그네가 식탁을 탁 쳤다.

 

“어이는 부엉이 아니야.”

 

 

 

 

 

 

토마스라 했던가? 아그야 니도 끼래이.

 

라는 말에 의해, 토마스도 그들 사이에 앉아 카드를 잡게 되었다.

 

“이거 그냥 게임만 할라니 맥아리가 빠져 못하겠구만.”

 

“그럼 역시 상품이 있어야하지 않겠소?”

 

“저기, 그거 사행성...”

 

“릭, 그걸 상품이라고 걸면 저 화낼거예요.”

 

그러자 릭은 잠시 주춤했으나 비광이 ‘사내자식이...’로 시작하는 도발을 듣자마자 자신이 생각하던 상품을 외쳤다.

 

“마틴이랑 B 사이에 앉아서 ‘양손의 꽃’ 하기!”

 

“좋다!”

 

“저도 상품이예요?!”

 

“릭 그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마틴은 바닥을 손바닥으로 탕탕 내려치더니 카드를 섞기 시작했다.

 

“승부는 삼세판.”

 

“이 오빠한테 영혼까지 털릴까봐 단판은 무섭소?”

 

“이 누나야가 타키온 아그 울까봐 해주는거 아니겠수~? 세 번이나 기회를 줬으니 응애응애 울지는 말더라구?”

 

마틴이 패를 섞어 돌렸다.

 

첫 번째는 릭의 승리, 두 번째는 비광의 승리.

 

그런데 세 번째가 토마스의 승리라 그들은 다시 한 판을 하기로 했다.

 

대망의 마지막 판의 첫 패를 오픈하려는데, 마틴이 릭을 쿡 찔렀다.

 

“아야야, 왜 그러오 블론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지 않으실 텐데요.”

 

그러자 릭은 칫 하더니 슬그머니 뒤로 돌렸던 손을 앞으로 가져왔다.

 

B는 불안한 눈으로 보다가 비광을 툭툭 두드렸다.

 

“왜 그런다야?”

 

“...비광, 지면 안 돼요. 아무리 제가 악당이었다고 해도 팔려가기는 싫어요.”

 

“팔려간다고?”

 

“저 상품이잖아요.”

 

인신매매는 싫다, 고 했더니 비광이 입술을 꽉 깨무는 것이 보였다.

 

“비광?! 저 진짜 팔아버릴 거예요?!”

 

“자, 자 패 오픈한데이~”

 

“비과아앙!!!”

 

릭의 첫 카드는 하트 A, 그리고 두 번째도 하트, 세 번째도 하트, 네 번째, 다섯 번째도 하트였다.

 

“아쉽게도 플러쉬네.”

 

꽤나 좋은 카드라 자신만만한 릭 앞에 비광이 의기양양 카드를 뒤집었다.

 

“풀하우스여 아그야.”

 

5 세 장과 8 두 장의 카드가 뒤집혔고 비광은 제 오른편 자리를 탁 쳤다.

 

“거 마틴아 이리 좀 와 보아라.”

 

춘향이 수청 들라는 사또처럼 말하는데 토마스가 손짓했다.

 

“스트레이트 플러쉬예요.”

 

이게 바로 초심자의 행운인가봐요♡

 

 

 

 

 

그 후로 B는 끅끅거리면서 ‘안돼요 이러지마세요 저 비광이랑 있고 싶어요’를 울면서 말했고 정절을 위협받는 과부마냥 가슴 앞에서 손을 교차시켰다.

 

가면 밑으로 눈물이 뚝 뚝 떨어졌고 입으로는 ‘안돼요’를 연발하는 바람에 토마스는 ‘이것은 절대 인신매매가 아니며 자신은 B를 사고팔 생각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 안심시켜야 했다.

 

마틴은 ‘그러게 제가 안된다고 했죠!’라고 릭에게 다그쳤고, 보란 듯이 토마스의 무릎에 앉다가 ‘무거워’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오늘 재미있었어요, 다음에 봐요.”

 

“그랴, 다음에 또 보장께.”

 

“다음에 또 봐요. 자, 피터도 인사.”

 

“...”

 

부엉!

 

피터는 토마스의 손을 꼭 잡고 연합으로 걸었다.

 

“그런데 형, 양손의 꽃이 뭐야?”

 

“음... 손에 손잡고 나란히 있는게 아닐까?”

 

“그럼 형아는 나랑 엘리랑 사이에 있으니까 매일 양손의 꽃이네.”

 

마틴은 재단 쪽으로 걷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릭에게 물었다.

 

“우리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그러게나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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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의 첫 실기 수업은 타라 조노비치 교수님의 마법 수업이었다.

 

길고도 지루하게 각종 잔소리(라고 받아들여진 설명과 이론)를 마친 다음에 아이들 앞에는 깃털 하나씩이 놓였다.

 

그러고보니 누가 옛날에 이 마법으로 트롤을 쓰러뜨렸다고 하긴 하던데.

 

요즘 세상에 트롤이 어딨어.

 

피터는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들고 깃털을 겨냥해 공중으로 휙 들어올렸다.

 

자신의 첫 마법 발현이 폴터가이스트인 만큼 이런 것은 쉬웠으니까.

 

그렇게 래번클로에 5점을 받은 피터는 의기양양해졌다.

 

이글 홀든 그건 5학년인 지금까지 점수 깎아먹었다는 얘기밖에 못 들었지만 자신은 고작 첫날에 5점씩이나 받았다구!

 

이걸 토마스 형한테 얘기해주면 기뻐할테지, 빨리 얘기해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한 피터는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몰래 빠져나와 복도를 걸었다.

 

형은 이 시간에 어둠의 마법 방어술 수업을 받는다고 했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은... 그러니까... 1층이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의 사무실은 3층인데 수업이 1층이라니, 진짜 귀찮게 한다.

 

수업도 3층이면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자신도 같은 층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을 텐데.

 

피터는 대리석 계단을 단숨에 내려갔다.

 

특별히 폭이 넓은 계단이거나 사라지는 계단 따위는 휙휙 뛰어넘으며 단숨에 1층으로 내려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의 문을 활짝 열었더니 수십개의 눈동자가 피터 쪽을 바라보았다.

 

방어술 수업을 맡은 카인 스타이거는 한쪽 손으로는 책을 받쳐 들고 다른 쪽 손으로 지팡이(켈피의 갈기, 마호가니)를 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 동생 모나헌이다

 

쟤 걔지? ... 래번클로의...’

 

피터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토마스를 찾아 그 쪽으로 갔다.

 

토마스 형, 이것 봐.”

 

피터는 토마스 앞으로 가더니 토마스의 깃펜을 놓고 지팡이(용의 심장, 호랑가시나무)를 휙 휘둘렀다.

 

깃펜은 가볍게 위로 떠올랐고, 피터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글 쪽을 보았다가 토마스에게 가슴을 펴 보였다.

 

“5점 받았어.”

 

토마스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그저 피터를 내려다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피터...”

 

그 때, 아이들을 헤치고 스타이거 교수가 다가왔다.

 

교수는 피터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래번클로에 30점 감점.”

 

스타이거 교수는 지팡이를 한 번 휘둘러 허공에 있던 깃펜을 떨어뜨렸다.

 

“1학년이니 징계는 주지 않겠다, 피터 모나헌. 네 교실로 가라.”

 

대단하다- 스타이거 교수님 수업을 방해하고

 

이글 홀든에 피터 모나헌에... 래번클로 되게 웃긴다

 

스티븐슨 진짜 고생하겠다

 

아이들이 자기네들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다시 수업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토마스 스티븐슨, 일어서서 그 다음을 읽어라.”

 

. -그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볼드모트가 부리는 마법 군단에...”

 

피터는 떨어진 깃펜을 보았다.

 

그냥 형이 대단하네, 첫 수업인데 이만큼이나 하고!’라고 해 주었으면 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비웃고 형은 이쪽을 돌아봐주지도 않는다.

 

토마스 형아.”

 

“...대한 방어책으로는 가장 믿을 사람을 골라 암호를 주고받는 것을 권고했고...”

 

토마스 형.”

 

“...기본적으로는 외형을 본떠 마법을 거는 것이니 암시를 걸거나...”

 

토마스!”

 

토마스의 읽기가 멈췄다.

 

피터.”

 

토마스가 돌아봐 주자 피터가 눈을 반짝였다.

 

, 어서 웃으면서 대단하다고 말해.

 

형 보여주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지만 토마스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고개를 저었다.

 

지금 여기는 형이 수업하는 곳이야. 어서 피터 교실로 가.”

 

피터는 잠시간 토마스를 올려다보다가, 몸을 돌려 교실에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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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톰] 커피 마시고 갈래

2014. 12. 4. 01:16 | Posted by 호랑이!!!

눈 내리는 밤.

 

홀든의 장남 다이무스 홀든은 막냇동생이 부탁한 물건을 사기 위해 편의점으로 걸었다.

 

도대체가, 집에서 노는 대학생 주제에, 그냥 자기가 가서 사면 될 것이지 왜 야근하고 피곤에 절은 큰형에게 이런 걸 시키고 그러는지.

 

아니, 그 이전에, 왜 편의점에서 파는 몸에 나쁜 음식을 사서 먹으려는가 이 말이다.

 

집에 있으면 요리사들이 애피타이저의 샐러드부터 디저트 아이스크림까지 만들어 줄 텐데.

 

하기사 그 녀석은 어릴 적부터 속을 이해할 수 없긴 했지.

 

어서오세요~”

 

편의점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니 이글보다 몇 살 어려 보이는 사람이 카운터 너머에 서 있었다.

 

다이무스는 속으로 하던 투덜거림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이글 그 녀석은 좀 반성해야 한다.

 

이글보다 어린 사람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그 녀석은 형을 부려먹기나 하고...

 

그는 편의점 안을 휘 둘러보았다.

 

주먹밥은 어디 있지?”

 

저 끝 오른쪽에 있어요.”

 

아르바이트생은 손으로 저쪽이라고 가리켰고, 다이무스는 고맙다고 한 뒤 그쪽으로 가 보았다.

 

보자, 그 녀석이 뭘 사달라고 했더라...

 

참치? 베이컨? ?

 

...주면 다 먹겠지.

 

종류별로 하나씩 집고는 카운터로 가져갔다.

 

-’

 

이글한테서 온 문자다.

 

다이무스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한 손으로는 지갑을 꺼내며 눈은 핸드폰의 액정에 두었다.

 

형 나 배고파~ 언제 오는데~

 

-’

 

계산해드릴게요~”

 

형아아~ 이렇게나 귀여운 막내가 배고프다구!

 

- -

 

[할인이나 적립 카드 가지고 있으신가요?]

 

발랄한 여자의 녹음 음성이 흘러나왔다.

 

-’

 

아 진짜! 다이무스 형! 동생이 배고프다는데 빨리 와서 줘야겠다, 그런 마음 안 생겨?

 

없다.”

 

[현금 영수증 발급받으세요~]

 

-’

 

! 읽는거 다 보이거든! 근데 왜 답장이 없어!

 

귀찮다.”

 

... , 죄송해요. 이 음성에 그렇게 진지하게 답하는 사람은 잘 없어서요.”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 사람은 미안하다는 듯 서둘러 사과했다.


봉지에 먹을 것을 담고 계산을 해주더니 그는 카운터 너머로 와 캔커피 두 개를 꺼냈다.

 

여기, 제 건데 하나 드릴게요. 오늘은 눈도 오고, 좀 춥잖아요.”

 

다이무스는 커피를 받기 위해 핸드폰을 내렸고, 그제야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름.”

 

토마스 스티븐슨이예요.”

 

토마스는 제 가슴팍에 달린 반짝이는 플라스틱 명찰을 가리켜 보였다.

 

다이무스 홀든이다.”

 

다이무스는 커피를 받아들었다.

 

따뜻했다.

 

“...야간에 일하나? 손님도 없어 보이는데 지루하지 않나?”

 

뭐어... 조금요? 그래도 책도 읽고 공부도 틈틈이 하니까 시간은 잘 보내고 있어요.”

 

하지만 토마스가 보여준 책은 여기까지 읽었다고 표시한 책갈피가 거의 끝에 가 있었다.

 

길어봐야 앞으로 30분만에 다 읽겠지.

 

다이무스는 카운터에 기댔다.

 

같이 커피 마시지 않겠나?”

 

-’

 

~ 언제 와~~~ 다이무스 형아아아아~~~~~~~

 

다이무스는 잠시 핸드폰을 내려다보다가, 꺼 버렸다.

 

 

피터의 보물상자

2014. 11. 2. 20:35 | Posted by 호랑이!!!

피터는 서랍을 열었다.

 

서랍의 가장 아래쪽에는 노랗게 바랜 구두상자가 하나 있었다.

 

아이들이 으레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보물상자'에는 조개껍데기나 오랜 편지 따위가 자질구레하게 들어있기 마련이었으나 피터의 상자에는 낡은 옷 한벌 뿐이었다.

 

몸이 자라서 옷을 입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옷을 넣어둔 것은 아니다.

 

이제는 낡아 색이 조금 바래긴 했지만 솔기 하나 뜯어지지 않고 고이 모셔진 옷은 가슴팍의 검은 얼룩 외에는 아무 흠도 없었다.

 

검은 얼룩.

 

얼핏 잉크처럼 보이는 그것은 사실은 피로.

 

그 주인은... 이제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이제 생김새나 목소리도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했지만 안겼을 때 포근했던 품이나 다정하던 말투, 자신을 끊임없이 보살펴주던...

 

파란 머리였다.

 

, 이건 확실해.

 

눈도 파란색... 이었나? 그랬겠지.

 

그리고 하얀색 넥워머...가 있었다.

 

얼음벽이 둘 사이에 서 있었고... 그 얼음벽 너머로 형이 있었고.

 

그리고 정말 투명하던 벽에 극장의 커튼이 막이 내리듯 피가 흘러내렸다.

 

피터는 옷을 집어들었다.

 

이제는 옷이 마치 인형의 옷처럼 작게 보였다.

 

옷에다 코를 묻고 한 번 숨을 들이쉰 뒤 다시 차곡차곡 개어 상자에 넣었다.

 

-보고싶다

 

“...그러니까, 이제 저한테도 평화로운 아침 시간을 달라구요!”

 

뭘 그 정도로 그래~ 오늘은 별일 없었잖아?”

 

-- 없었다구요? 우편물을 전부 다시 분리해서 하나하나 전교생에게 가져다 준 데다 부엉이들이 다친게 별일이 아니예요? 후플푸프 애들도 여럿 다쳤다구요!”

 

부엉이 발톱에 좀 긁힌 거 가지고 호들갑 떨긴.”

 

후플푸프 애들은 이제 래번클로의 이글 홀든하면 치를 떤다구요! 아무리 착한 애들이지만 이대로 가면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처럼 사이가 나빠질 것...

 

이글은 이어지는 잔소리에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리는데 지나가던 루이스와 마주쳤다.

 

안녕, 오늘도 수고하네 반장.”

 

수고라뇨, 뭐 수고랄 것 까지는... 루이스 선배도 작년에 반장이셨잖아요.”

 

허어.

 

이글은 순식간에 변신해 수줍어하는 토마스를 보았다.

 

하기사, 이글은 알고 있었다.

 

작년에 루이스가 그리핀도르의 반장을 지낸 이후 토마스가 얼마나 반장을 하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올해 은색의 P배지가 반장 임명장과 함께 도착하였을 때 얼마나 기뻐하였는지도.

 

그래도 이거 너무하네, 아까까지 자신한테 딱 붙어 잔소리를 퍼붓던 토마스는 어디로 가고 이렇게 수줍어하는 새댁같은 녀석이 왔냐.

 

토마스, 얼굴 빨개졌다.”

 

, 아니, 이건... 그냥 더워서...”

 

이제 11월인데?”

 

손부채질을 하는 토마스를 삐딱하게 놀려대자 루이스는 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수고해, 토마스 반장. 이글 너도 토마스 그만 고생시키고.”

 

루이스가 떠나자 이글 홀든은 입술을 삐죽 거렸다.

 

수고해 토마스 반장~?”

 

이글은 멀어져가는 루이스 쪽으로 혀를 내밀었다.

 

들었죠? 저 좀 그만 고생시키라고 하잖아요.”

 

, 꼭 갓 결혼한 새신랑한테 하는 말 같네.”

 

전 이글 형 아니어도 할 일이 많다구요.”

 

토마스는 이글의 말을 못들은체 하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토마스 형.”

 

그때 저쪽에서 걸어오는 1학년 꼬마가 보였다.

 

초록색 머리에 하얗게 타들어간 눈.

 

미쉘 모나헌의 동생으로 홀해 입학한 1학년생이었다.

 

반장에, 퀴디치 선수에, 보모라니 거 바쁘겠네.”

 

형이 사고만 안 치면 토마스 형 일도 반으로 줄어들 거야. 망나니 형.”

 

그러더니 토마스의 다리 뒤에 숨어서 보란 듯 토마스를 끌어안는다.

 

그건 네 얘기겠지, 하루종일 토마스한테 찰싹 붙어선.”

 

내가 그런다고 기숙사 점수가 깎이거나 징계를 받지는 않아. 오늘 소동으로는 몇 점 깎았어? 5? 10?”

 

20점이었다.

 

토마스는 그만 하라는 듯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 거기까지. 피터, 수업 들어갈 준비 다 했어?”

 

.”

 

교과서?”

 

넣었어.”

 

양피지 두루말이.”

 

있어.”

 

잉크병, 깃펜은?”

 

피터는 대답 대신 가방을 열어 보여주었다.

 

잘했어, 그럼 수업 잘 다녀와.”

 

, 형아도 잘 다녀와.”

 

얼씨구, 아주 훈훈하시다.

 

겉보기만으로는 우리 형제보다도 더 형제같으니 이게 바로 물이 피보다 진하다는 경우로구나.

 

이글은 피터와 눈이 마주치자 눈꺼풀을 까뒤집었다.

 

그리고 지나가는 피터한테 있는 힘껏 발을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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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 첫 연습

2014. 11. 1. 18:20 | Posted by 호랑이!!!

당신 있잖아요-”

 

길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켜던 사람은 상냥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오케스트라 해 보지 않을래요?”

 

오케스트라...?”

 

파란 머리에 다정한 표정의 청년은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어보였다.

 

왜인지, 이 일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 지금 오케스트라7의 바이올린 한 자리가 비었거든요.”

 

스스로를 토마스 스티븐슨이라고 소개한 그는 이번 일요일에 전체 연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곡은 비발디였고 자신도 몇 번이나 연습한 적 있는 것이었다.

 

일요일에, 주소가 적힌 쪽지를 보고 찾아간 곳은 어느 지하 연습실이었다.

 

지하라서 그런가 좀 춥네.

 

안으로 들어갔더니 제각기 악기를 든 사람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서오세요.”

 

토마스다.

 

토마스가 자신의 자리는 저쪽이라고, 손수 이끌어 주었다.

 

그런데 그는 연미복을 입고 있어서 의아했다.

 

연습... 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연미복을 입고 있어요?”

 

저한테는 엄청 중요한 연습이라서요.”

 

수줍게 웃은 토마스는 지휘봉으로 악보 거치대를 톡톡 두드렸다.

 

자 그럼, 7번째 오케스트라의 첫 연습을 시작하겠습니다-”

 

첫 연습이라 중요하다고 한 걸까? 하는데 가슴을 뚫고 얼음조각이 튀어나왔다.

 

한곡의 지휘를 마친 토마스는 기분 좋다는 듯 신음 섞인 한숨을 나른하게 뱉었다.

 

아아... 언젠가는 콘서트를 열고 싶다...”

 

연습실의 문이 닫혔다.



최근의 마법계는 꽤나 치열했다.

 

모두가 열광하는 퀴디치 시합 결과가 예언자일보 2면에 실릴 정도로.

 

퀴디치를 제치고 예언자일보 1면에 실린 내용은 머글 태생 초능력자에 관한 의견으로 싸우는 해리 포터와 지니 포터, 그리고 헤르미온느 위즐리에 관한 얘기였다.

 

프랑스인들 정치 얘기마냥 갑론을박이 온 나라에, 온 마법계에 치열했지만 딱 한군데, 이 모든곳과는 상관없는 곳이 있었다.

 

 

 

 

“...예언자일보도 참 할 일이 없군.”

 

다이무스 홀든은 1면을 다 읽고 감상을 말했다.

 

그에게 있어 이번 1면은 그저 유명인들이 가정 불화로 싸운다더라 하는 가십 기사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다음 장으로 넘기는데, 옆에서 우아하게 포리지를 떠 먹던 벨져 홀든이 제 형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은 웬일로 조용하지, ?”

 

“...이렇게 순순히 아침을 보내게 할 리 없는데, 불안하군.”

 

하지만 겉보기만 봐서는 태평하기 그지없다.

 

혹시 모르지, 이글이 드디어...”

 

벨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요란스런 새 소리가 들리고 부엉이들이 한데 얼키고 설켜 거대한 새 덩어리를 만들어 깃털을 흩뿌리며 연회장으로 들이닥쳤다.

 

“...드디어 뭐?”

 

실언이었다, 형아.”

 

깔끔하게 말하며 벨져는 토스트 한 쪽을 들었다.

 

다이무스 홀든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곤.

 

이글 홀든!”

 

이글!”

 

동시에, 슬리데린의 다이무스 홀든과 래번클로의 토마스 스티븐슨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항상 미안하다, 스티븐슨.”

 

“...다른 기숙사 일에 신경 쓰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옆에서 보던 벨져는 커피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적 증거는 없겠지만 이 소동의 주범은 자신의 동생, 홀든의 막내 이글 홀든이렷다.

 

이 망나니놈.

 

그리고 벨져는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망나니라는 천한 말을 생각했다는 것을 반성했다.

 

원래라면 형과 함께 이글을 혼내야겠지만 올해 래번클로 반장으로 임명된 토마스가 자신의 역할을 대신 해주니 뭐.

 

벨져는 이글과 같은 기숙사의 반장이라는 이유로 매일같이 뒤치다꺼리와 기타 잡무로 고생하는 토마스에게 애도를 표했다.

 

아 잠깐, 내년이면 형은 졸업하고 없을텐데, 다음 잔소리 담당은 나인가.

 

벨져는 미간을 꾹 눌렀다.

 

하늘을 베껴온 듯한 아름다운 천장과 말끔하고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

 

각 분야에서 이름난 마녀와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교수진.

 

저녁이면 길고 넓은 테이블 위로 수십가지 호화로운 만찬이 펼쳐지는 연회장.

 

그리고 여기저기로 우왕좌왕 뛰어다니는 동료들과 재밌다는 듯 같이 소리지르거나 비명을 지르며 숨는 선배들, 후배들.

 

바닥으로 눈처럼 떨어지는 수많은 부엉이 깃털, 귀를 울리는 꽥꽥거리는 소리.

 

그리고 신이 나서 무어라 소리지르다 토마스 스티븐슨과 제 형에게 잡혀서 혼나는 동생.

 

이것이 창립 이래 우수한 마법사와 마녀를 무수히 많이 배출하였으며 세상을 위협했던 볼드모트를 막아낸 마지막 격전지.

 

마법 학교 호그와트의 평화로운 아침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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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틀비<-토마] To.지민선배

2014. 10. 29. 22:33 | Posted by 호랑이!!!

토마스는 커다란 갈색 봉투를 안고 있었다.

 

봉투 안에는 오늘 장봐온 물품들이 가득했다.

 

어디보자... 휴톤씨랑 도일씨랑 레베카씨는 맥주... 이건 냉장고에 넣어야지.”

 

냉장고 맨 윗칸 오른쪽에 맥주 넣어놨어요 -토마스

 

친절하게 메모까지 해서 붙여놓고는 목록의 그 다음을 읽었다.

 

레이튼씨는 나사 몇 개...”

 

나이오비씨는 새로 나온 수학 잡지 한 권...”

 

나사는 공구통 옆에, 수학 잡지는 책상 위에.

 

이글형이 얘기했던 머리끈을 가져다주고 트리비아가 주문한 스타킹을 방 침대에다 올려놓은 뒤 방에서 나오며 토마스는 루이스를 찾았다.

 

선배- 얘기하셨던 공책이랑 펜 사 왔어요.”

 

수고했어, 그거 책상 위에 좀 놔줘.”

 

루이스의 방 책상에 새 공책과 펜을 내려놓던 토마스는 아직 갈색 봉투에 뭔가가 많이 들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안에 든 것을 꺼내보았다.

 

피터가 좋아하는 푸딩이었다.

 

, 맞다. 아직 피터한테 안 다녀왔네... 화내겠다.”

 

토마스.”

 

선배, 오늘 피터, 얌전히 있었어요? 오늘 장보는데 데려가지 않았다고 삐졌겠지만... 계속 안 보이는걸로 봐서 어디 숨어...”

 

있을 리 없었다.

 

루이스는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토마스의 앞에 서 있었다.

 

토마스...”

 

“....”

 

토마스는 억지로 웃으려는 듯 입꼬리를 올렸지만 얼굴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할 수 없죠, 엘리나 줘야지.”

 

과자 많이 사왔다고 엘리가 좋아하겠네요~

 

루이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친근하게, 토마스의 등을 두드렸다.

 

오늘 저녁에, 내 방에 와서 잘래?”

 

, 그래도 돼요?”

 

그래.”

 

토마스는 여전히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으로 엘리한테 과자를 전해주러 방 밖으로 나갔고 트리비아는 토마스와 엇갈려 방에 들어왔다.

 

자기, 또 토마스를 재워주는거야?”

 

“...할 수 없잖아. 내 잘못이었으니까.”

 

풀죽은 애인의 머리를 쓸어넘겨주며 트리비아는 생각했다.

 

그 토마스 스티븐슨이라면 아직 어린 피터 모나헌을 한창 싸우는 중인 루이스 앞으로 슬쩍 밀어넣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때 보았던, 웃는 얼굴도.

 

 

[토마스X이글X토마스] 고백

2014. 9. 15. 01:51 | Posted by 호랑이!!!

이글 홀든은 어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긴 머리카락 때문인지 머리가 무거워 일어나기도 힘들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더라... 하고 돌이켜 보면.

 

모처럼 좋은 일이 있어서 진탕 술을 마시고, 다들 제 갈 길 가고 토마스랑 단둘이 남아 다시 술을 퍼마시고.

 

그래, 토마스랑... 그리고... 여관에 가서... 가서... 쏟아지는 물소리가 들렸고.. 샤워실 문이 열렸고...

 

하얀색 수건 하나만을 두른 토마스가 나왔었다.

 

뜨거운 물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그 하얗던 몸에 온통 홍조를 띄우고.

 

주저하던 것이 보였는지 안경을 손가락으로 끌어 벗으며 ‘무서우신가요? 도련님’...이라고 했었지.

 

...어제에 대한 설명은 이것으로 충분한 것 같다.

 

옆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토마스가 하얀 시트를 몸에 친친 감고 자고 있었다.

 

...아, 정말이지 미치겠네.

 

내가 이런 꼬마랑 하다니.

 

이글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일어나 앉았다.

 

토마스는 말이 스물 하나지 영웅타령 하는 것이나 평소의 행실을 보고 있자면 사춘기도 오지 않은 새나라의 어린이 같으니 원.

 

이글로서는 토마스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에 대한 문제 이전에 어린애랑 섹스한 기분이라 영 꺼림칙했던 것이다.

 

봐라 봐라, 저 눈감고 입 우물우물 하는 거.

 

웃고 있네, 무슨 좋은 꿈을 꾸면.

 

인상을 찌푸리는데 토마스가 반짝 눈을 떴다.

 

“...잘 잤냐?”

 

“네, 좋은 아침이예요 이글 형.”

 

쯔쯔, 이글은 혀를 찼다.

 

얜 지금 아직도 술이 덜 깨서 자기가 무슨 짓 했는지도 모르는 거야, 기억도 못할 걸.

 

아무리 취했다지만 한 살이라도 많은 내가 어른스럽게 밀어냈어야 했는데.

 

그러는데 토마스는 몸을 일으켜 이글의 뺨, 입술 가까이에 자신의 입술을 댄 것이다!

 

“덕분에 좋은 밤 보냈어요, 먼저 씻고 나와도 괜찮죠?”

 

부끄러움도 없이 슥 일어나니 몸에서 이불이 스륵 흘러내린다.

 

술이든 열기이든 그것에서 벗어나니 이제 토마스의 몸은 다시 새하얘져서 이글이 멋모르고 하나 남겼던 빨간 자국은 그림의 인장 마냥 붉게 남았다.

 

“야, 뭐라도 걸쳐. 거기 샤워 가운 같은 거라도.”

 

“이런 곳에는 그런 거 없어요, 이글 형.”

 

제정신이구나.

 

도련님이 아니라 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어제의 일은 하룻밤의 꿈처럼, 마치 찬물을 맞아 잠에서 깬 것처럼 정신이 들었다.

 

아- 내가 미쳤지 미쳤지- 머리를 감싸고 앉아 오랫동안 자책하고 있으려니 수건 하나만 아랫도리에 두른 토마스가 밖으로 나왔다.

 

“형도 씻어요, 찝찝하지 않아요?”

 

“아, 아아, 씻어야지.”

 

따뜻한 물을 맞고 있자니 욕조에서 졸 것 같아 수도꼭지를 찬물 쪽으로 확 틀었다.

 

으하아악 차가워~!

 

소리없이 비명을 지르며 부르르 몸을 떨고 가운이 없길래 수건 세 장으로 몸을 닦으며 나오는데 물기 때문인지 몸이 휘청한다.

 

잠도 술도 덜 깨서 넘어지겠구나! 했는데 토마스의 팔이 허리에 감겼다.

 

“괜찮아요?”

 

“어, 어어, 괜찮아.”

 

허리가 아플법도 한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일으켜주곤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옷을 입는다.

 

...하아?

 

순간적으로 꽤나 두근거렸는데 말이지.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이런데 두근거려야 해?

 

새침해져서 수건을 집어 토마스 쪽으로 휙 던졌다.

 

“난 이런거 해본 적 없으니까 네가 정리해.”

 

“네- 네.”

 

수건 치워줘, 눕고 싶으니까 이불 정리해줘, 겉옷 입혀줘, 목걸이 걸어줘.

 

이래라 저래라 하는데도 싫은 내색 없이 네 네 한다.

 

화도 안 내냐.

 

이글은 드라이어를 다소 거칠게 내밀었다.

 

“머리 길어서 말리기 힘드니까 네가 말려줘!”

 

이번만큼은 토마스가 드라이어를 받는 손이 한 박자 늦었다.

 

혹시 화난건가 해서 슬쩍 눈치를 살폈더니 이내 웃는 얼굴로 변해 얌전히 드라이어를 받아 주었다.

 

“알았어요, 말려 줄게요. 형 머리 말리면 형이 제 머리 말려 주시기예요?”

 

“엉~”

 

화나지 않았구나, 이글은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서 흔쾌히 대답했다.

 

머리에 와 닿는 손이 생각보다 섬세하고 편해서 자연스럽게 만족스러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제 토마스의 머리를 말려주려는데 언제 자기가 남의 머리를 말려 봤겠냐고.

 

겉만 살살 말려놓고는 드라이어 바람으로 데워진 머리를 만져보는데 따끈따끈하고 폭신폭신해서 뭔가 다른 동물이라도 만지는 기분이었다.

 

신기해서 헤집으면서 놀다가 문득 거울을 보니 토마스가 이쪽을 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어보인다.

 

...고놈, 머리 내리니 꽤 어른스럽고 잘 생겼네.

 

이글은 마주 웃지도 못하고 고개를 팩 돌려 다시 머리를 말리는 일에 집중했다.

 

닭이 땅 헤집듯 헤집어놓은 데다 신기하다고 이래저래 만져놨더니 왁스로 머리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잔뜩 서 있었다.

 

“으아, 이게 뭐예요, 새집?”

 

시덥잖은 농담을 나누며 웃지만 이글은 거울 너머로라도 토마스의 눈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차비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쩌면 토마스가 고백해도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토마스가 연합 앞에서 고백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토마스가 연합 문 앞에서 키스할지도 모르고.

 

아침 삼으려고 토마스더러는 기다리라고 한 후 빵과 마실 것을 샀다.

 

생각보다 계산이며 흥정이 빨리 끝나 토마스 쪽으로 가는데, 토마스가 꽃 파는 소녀에게서 꽃 한 다발을 사는 것을 보았다.

 

하, 귀여운 녀석, 꽃이라니.

 

어린애 같으니라고, 꽃은 너무 티나지 않아?

 

장미나 백합이나 튤립도 아니고 저렇게 작은 꽃 따위 누가 받아준다고.

 

하하 속으로 웃었다.

 

토마스는 주머니에 꽃을 집어넣었고 이글한테서 주스와 빵을 받아들었다.

 

“와, 안에 햄이 들어있네요. 맛있다~”

 

“그렇지? 이거 저기에서 제일 맛있는 거야.”

 

하하 웃는데 실수로 주스를 떨어뜨렸다.

 

컵은 바닥에 떨어져 구겨졌고 내용물은 바닥으로 퍼져 버렸다.

 

“...”

 

신경질적으로 빵을 덥썩 베어물었더니 옆에서 컵이 내밀어졌다.

 

“...뭐야.”

 

“형 마셔요, 전 빵만 먹어도 되거든요.”

 

라면서 제 손에 억지로 주스컵을 쥐어준다.

 

“아, 그래도 가끔 한모금씩은 주셔야 해요!”

 

...뭐, 작은 꽃도 예쁘지.

 

아까 보니 하얀색이던데 하얀 들꽃 예쁘잖아.

 

연합이 보였다.

 

“토마스.”

 

“네, 이글 형?”

 

“아까 그 꽃 산 거 있잖아-”

 

그 때 문이 요란스레 열리고 엘리가 화다닥 튀어나와 토마스에게 안겼다.

 

“토마쯔 오빠!”

 

“안녕 엘리!”

 

토마스의 손이 조끼 앞주머니로 향하더니, 작은 들꽃 다발을 꺼냈다.

 

“자, 선물.”

 

엘리는 꽃다발을 받고 꺅 꺅 소리지르면서 폴짝폴짝 뛰어들어갔다.

 

“...아, 뭐라고 하셨어요 이글 형?”

 

이글은 몇 번,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그러기를 수 차례,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활짝, 활짝- 웃으며 엘리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졸리니까 가서 잘게!”

 

억지로 웃는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휘어진 눈가가 감길 듯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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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늦은 시각, 학교에서 돌아온 피터는 방 안에 떡하니 자리잡은 허연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부르셨어요, 형?"

 

“저 털뭉치는 뭐야.”

 

“닭이예요.”

 

혹시 학교와 집만 다니느라 산 닭은 처음 보는 걸까?

 

토마스의 고개가 갸웃거리자 피터의 미간은 더더욱 구겨졌다.

 

“누가 몰라서 물어? 저게 왜 방 안에 들어와 있는데?”

 

“엘리엇이 아까 개랑 싸우다가 다쳤어요.”

 

“다친 닭 같은 건 잡아먹어 버리면 되잖아. 암탉도 아니고 수탉인데.”

 

저게 뭐라고 이름까지 붙여?

 

고분고분했던 여태까지의 토마스를 보아 ‘잡아 버리자’고 했더니 놀랍게도 거부한다.

 

“안돼요, 엘리엇은 특별한 닭이라구요!”

 

“닭 같은 게 뭐가 특별해.”

 

“엘리엇은 다른 닭보다 울음소리도 멋있고 힘도 세고 머리도 좋다구요. 게다가 처음에 이 마을에 와서 개한테 물릴 뻔 했을 때 엘리엇이 구해줬어요.”

 

완고한 모습에 피터는 다른 말을 하기로 했다.

 

“이름은 왜 하필 ‘엘리엇’인데?”

 

“멋있잖아요. 이름이.”

 

“...내 이름도 멋있어.”

 

그러나 영 동의하지 않는 표정이라 어떻게 하면 멋있을 것 같냐고 은근하게 물었더니 주저주저하다 대답하는 것이 가관이다.

 

“피터우스 파니니 칭키스칸 3세 같은 거요.”

 

“무슨 근본없는 이름이야 그건. 애가 겉멋만 들어서.”

 

“...겉멋만 든 애라서 그래요.”

 

그러곤 칫! 고개를 돌린다.

 

삐진 것 같아 슬쩍 다가갔더니 모른 체한다.

 

“토마스.”

 

“...”

 

모른 체하고 닭의 상처 자리에 약만 바르기에 쓰윽 더 가까이 갔더니 모르는 척 하면서도 이쪽을 신경 쓰는 것이 너무 티가 나 웃음이 나올 정도다.

 

“...기다려 엘리엇, 모이랑 물 가져올게.”

 

피터가 바짝 붙는 것을 견디지 못한 토마스는 닭 모이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피터는 슬그머니 바닥에 끌릴 듯 긴 자락의 옷을 밟아버렸다.

 

콰당.

 

요란스레 넘어지는 소리가 나고 이렇게 세게 넘어질 줄 몰랐던 피터가 놀라 일으켜 보니 이마가 빨갛게 되어 있었다.

 

괜찮냐는 말도 못 하고 있으려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이쪽을 보다 팩 가버린다.

 

“...다 너 때문이잖아. 엘리엇인지 엘리인지 모를 닭 놈아.”

 

엄한 닭에게 화풀이 하고 있으려니 토마스가 들어온다.

 

“...야.”

 

“....”

 

“야, 토마스.”

 

“....”

 

“꼬마야.”

 

그러나 묵묵부답으로 닭 앞에 꼿꼿한 자세로 앉아 그릇에 모이와 물을 부어준다.

 

눈은 뚫어져라 노려보면서.

 

“너 그러다 다리 저려.”

 

“....”

 

“삐졌냐?”

 

“아니예요!”

 

삐졌구만 뭘.

 

삐져서 입 딱 닫고 꽁하게 있다가 삐졌냐는 말에 아니라고 냉큼 부정하는 것이 제법 아이다웠다.

 

지금까지가 상냥하고 어른스러워 귀여웠다면 지금은 신선하게도 어려 보인다고 해야 할까.

 

“삐졌지?”

 

“아니예요.”

 

“삐졌네.”

 

“아니라구요.”

 

“삐졌구만.”

 

“아니라니까요!”

 

어쭈, 이제 소리도 질렀다.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여워 킥킥 웃던 피터는 토마스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자 놀리던 것을 멈췄다.

 

토마스는 눈물을 흘리다 급기야 소리까지 내어 울더니, 딱 한 마디를 했다.

 

“형 미워요.”

 

둘 다 저녁이 되어 잠들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피터의 돌아누운 등에 붙어 자곤 하던 토마스는 천을 감아 만든 엘리엇의 임시 둥지에 손을 올리고 잠들었다.

 

 

 

 

 

 

“토마스, 엘리엇은 어때?”

 

“아침에 물도 잘 마시고 모이도 잘 쪼았어요, 상처가 깊긴 하지만 곧 나을 것 같아요.”

 

재잘재잘 잘도 얘기하는 것을 보던 피터는 토마스가 평소와 달리 후다닥 일어나 닭을 보러 가는 것을 뚱하니 쳐다보았다가 옆으로 말을 걸었다.

 

“엘리엇?”

 

“그 왜, 토마스가 좋아하는 닭 있잖아.”

 

“꽤 마음에 들었는지 이름까지 붙여주더라고, 잡아먹으면 우는 건 아닐까 몰라.”

 

나 빼고는 다 알잖아.

 

피터는 남은 것을 입에 밀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젯밤 토마스가 울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수업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었다.

 

주의도 받고 하였지만 토마스가 울던 모습과, 재잘거리던 웃는 얼굴이 번갈아가며 보이는 것 같아 수업의 내용보다도 어떻게 하면 웃는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것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결국 수업을 마치고, 피터는 장터로 발을 옮겼다.

 

아이들은 과자를 좋아하니까.

 

이 먼 길을 걸어 시장까지 와 놓고는 다른 것은 보지 않고 튀김과자만 한 자루 사서 발길을 되돌렸다.

 

나귀를 탈 생각도 하지 않고 걸어갔다 왔더니 늦은 시각이라 이미 해는 졌고 별이 총총하게 떠 있었다.

 

집에 미리 연락을 해두어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을 찾느라 큰일이 날 뻔 했네.

 

한참이나 걸어 발은 물집이 잡히고 피곤했지만 이걸 받으면 다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힘들지는 않았다.

 

집에 들어서 어른들에게 인사하고 간단한 과일과 빵으로 요기한 뒤 제 방으로 가니 토마스는 이불 위에 이미 잠들어 있었다.

 

하기사 아직 한참 어린아이니, 잠이 많겠지.

 

머리맡의 닭 둥지에 팔을 얹은 건 싫었지만 다른 손에는 제 베개 귀퉁이가 잡혀 있어 자신을 기다렸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침에 과자 자루를 보면 얼마나 기뻐할까.

 

과자가 든 자루를 머리 위쪽에 놔두고 자신도 이불 속에 들어갔다.

 

기대에 한참이나 뒤척거리다 간신히 잠들었건만.

 

다음날 일어났더니 자루는 찢어져 있었다.

 

애초에 질기지 않은 것이라 장닭인 엘리엇이 발톱으로 할퀴고 부리로 쪼니 헤쳐져서 과자가 반이나 아작이 나 있었던 것이다.

 

“...이... 멍청한 닭이...”

 

잡으려 했더니 다쳤다는 녀석이 퍼득퍼득 뛰고 소리를 지르고 도망을 다닌다.

 

그걸 잡는답시고 저도 방 안을 뛰어다녔더니 그 소란에 토마스가 놀라 일어났다.

 

아직 기뻐하는 얼굴을 보지도 못했는데 이 닭이 자기 계획을 망쳐 버렸다.

 

저걸 꼭 잡아 국이라도 끓여 버리겠노라 생각하는데 토마스가 그 앞을 막았다.

 

“이 과자, 저 주려고 사 오신 거예요?”

 

속상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토마스는 부스러기를 치우고 성한 것들을 골라 빈 바구니에 옮겨 담고 양손으로 들어 제게 보인다.

 

“이것 봐요, 아직 이만큼이나 남았어요.”

 

이렇게 과자가 많은 건 처음 봐요, 정말 고마워요.

 

피터는 잠시 내려다보다 한숨을 쉬고 다리를 굽혀 눈높이를 맞추었다.

 

“다음에 갈 때 하미과(멜론의 일종)를 사 올게.”

 

“정말요?”

 

“장식 구슬도 사 오고.”

 

참 착한 아이다.

 

이런 걸로도 기쁘다면야.

 

더 기쁘게 해주기 위해 피터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걸로 뭔가 만들어 줘, 항상 하고 다닐 테니까.”

 

그러고도 아직 부족한 듯하여, 뭔가 갖고 싶은 게 없냐고 물었다.

 

“가지고 싶은 건 없지만요 형.”

 

무거운지 토마스는 바구니를 옆으로 내려놓고 폭 안겼다.

 

“...밉다고 말해서 미안해요. 사실 형 하나도 안 미워요.”

 

아직 아기처럼 말랑거리는 몸에서 단 향내가 난다.

 

넘어질 때 부딪힌 이마는 괜찮으냐고 한참 늦은 걱정을 하면 토마스는 몸을 물렸다.

 

“아팠어요. 그러니까 호- 해줘요.”

 

후-

 

입김을 불어주면 그제야.

 

토마스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환한 웃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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