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는 커다란 갈색 봉투를 안고 있었다.
봉투 안에는 오늘 장봐온 물품들이 가득했다.
“어디보자... 휴톤씨랑 도일씨랑 레베카씨는 맥주... 이건 냉장고에 넣어야지.”
「냉장고 맨 윗칸 오른쪽에 맥주 넣어놨어요 -토마스」
친절하게 메모까지 해서 붙여놓고는 목록의 그 다음을 읽었다.
“레이튼씨는 나사 몇 개...”
“나이오비씨는 새로 나온 수학 잡지 한 권...”
나사는 공구통 옆에, 수학 잡지는 책상 위에.
이글형이 얘기했던 머리끈을 가져다주고 트리비아가 주문한 스타킹을 방 침대에다 올려놓은 뒤 방에서 나오며 토마스는 루이스를 찾았다.
“선배- 얘기하셨던 공책이랑 펜 사 왔어요.”
“수고했어, 그거 책상 위에 좀 놔줘.”
루이스의 방 책상에 새 공책과 펜을 내려놓던 토마스는 아직 갈색 봉투에 뭔가가 많이 들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안에 든 것을 꺼내보았다.
피터가 좋아하는 푸딩이었다.
“아, 맞다. 아직 피터한테 안 다녀왔네... 화내겠다.”
“토마스.”
“선배, 오늘 피터, 얌전히 있었어요? 오늘 장보는데 데려가지 않았다고 삐졌겠지만... 계속 안 보이는걸로 봐서 어디 숨어...”
있을 리 없었다.
루이스는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토마스의 앞에 서 있었다.
“토마스...”
“...아.”
토마스는 억지로 웃으려는 듯 입꼬리를 올렸지만 얼굴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할 수 없죠, 엘리나 줘야지.”
과자 많이 사왔다고 엘리가 좋아하겠네요~
루이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가 친근하게, 토마스의 등을 두드렸다.
“오늘 저녁에, 내 방에 와서 잘래?”
“어, 그래도 돼요?”
“그래.”
토마스는 여전히 우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으로 엘리한테 과자를 전해주러 방 밖으로 나갔고 트리비아는 토마스와 엇갈려 방에 들어왔다.
“자기, 또 토마스를 재워주는거야?”
“...할 수 없잖아. 내 잘못이었으니까.”
풀죽은 애인의 머리를 쓸어넘겨주며 트리비아는 생각했다.
그 토마스 스티븐슨이라면 아직 어린 피터 모나헌을 한창 싸우는 중인 루이스 앞으로 슬쩍 밀어넣는 일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때 보았던, 웃는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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