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은 도서관에서 이글 홀든과 마주쳤다.
그의 팔에 들린 것은 꽤 두꺼운 책들.
의외로군, 책을 많이 읽는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는데.
마틴의 능력이 사람들의 마음속을 읽는 것이니만큼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일인지는 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에게서 으레 배어나오곤 하는 깊이나 매력 따위는 여지껏 이글에게서 본 적 없었다.
“여어, 챌피. 너도 책 빌리러 왔어?”
“안녕하세요 홀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네자 이곳이 도서관이라는 점을 감안해 작아진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여기, 도서관이 생각보다 잘 되어있지 뭐야.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빌려 버렸어.”
그러면서 짓궂은 웃음을 짓는다.
자신과는 동갑이라고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가볍고 장난스러워 얼핏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그때 연합의 나이오비가 양팔에 책을 안고 다가왔다.
“이글, 여기 좀 봐.”
나이오비가 가져온 책은 전부 동화책이었는데 이글은 그 책들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여기, 이쪽에 있는 건 애들 읽기 힘들 테고... ...이쪽에 있는 게 내가 추천하는 쪽.”
이거 재미있네.
나이오비는 책에 시선을 두느라 몰랐겠지만 마틴은 보았다.
책을 분류하느라 집중하는 동안 이글의 얼굴에서 뭔가가 한 겹 떨어지는 것 같더니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이 책을 대할 때 짓는 표정이 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언가의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그 머릿속에 나타난 것은 이글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
아마도 행복했을 한 때.
이글이 생각하는 속에는 고풍스러운 방 안과 커다랗고 밝은 난롯가가 있었고, 푹신하고 멋진 안락의자와 유모와 형들이 있었다.
거기 비치는 감정까지 읽으려 했는데 이글은 이미 마지막 책까지 분류해버렸다.
그리고 그 기억들과 분위기와 표정은 이글이 가진 까맣고 차가운 상자 속에 빨려들어가더니 이내 그 상자마저 사라졌다.
마틴은 고개를 들었다.
평소의 이글이다.
겉도, 속도, 표정도, 분위기도, 생각하는 방식까지도.
마틴은 이글이 분류한 책 한 권을 들었다.
“이 책들을 전부 읽어봤나요?”
“아아, 집에 서재가 있어서. 책만큼은 아쉽지 않게 읽으며 자랐어.”
마틴은 이글과 잘 가라는 인사를 나눈 뒤 집었던 동화책을 펼쳤다.
이글의 머릿속에서 보았던 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다.
마틴은 책의 덮개를 입술에 가져다 대고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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