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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마틴] 그냥 차를 마실 뿐인 글

2017. 3. 18. 02:19 | Posted by 호랑이!!!

이하랑의 수련이 끝나고 마틴은 티타임이라며 하랑을 데리고 티타임 장소로 갔다.

 

자리에 모인 것은 브루스, 마틴, 하랑.

 

거기까지라면 그야말로 평화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데.

 

한사람이 더 있다.

 

티엔 정.

 

마틴은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가 브루스가 돌아보자 활짝 웃었다.

 

가는 길에 티엔 정이 있기에 불러봤네.”

 

그렇...군요.”

 

웃고 있지만 전혀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마틴이 내놓은 것은 디저트였다.

 

티타임이라더니 아이스크림을 꺼내왔군.”

 

하랑 입맛에 맞을만한 것 위주로 가져와 보았죠. 차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했으니까요.”

 

티엔 정은 몰랐겠지만.

 

마틴은 굳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하랑은 준비된 자리에 앉아 먼저 동글동글한 과자를 집어 들었다.

 

접시에는 색색깔 다양한 과자가 있었고 어딘가 단 향이 났다.

 

그거 맛있어요. 제대로 만드는 가게가 적어서 요 며칠 찾아다녔는데-”

 

과연, 그래서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곤 한 거군.”

 

하랑의 백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기분 탓인가, 뱀의 한숨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처음에는 마틴과 티엔이 다정한 대화를 할 적마다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는 했던 하랑의 붉은 강아지들은, 이제는 둘이 대화를 어떻게 하건 아랑곳 않고 자기 꼬리를 쫓아 빙글빙글 돌곤 한다.

 

그리고 개들만큼이나 저 둘에게 익숙해진 하랑은 저 다정한 둘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걸러내며 과자를 한 입 물었다.

 

딱딱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맨 위의 얇은 껍질 뿐.

 

조금 더 힘을 주면 쫀득한 과자가 늘어지는 것 같은 식감으로 떨어진다.

 

남은 부분을 한 입에 털어넣고 이번에는 다른 색 과자를 들어서 둘로 나누었는데 크림이 묻은 쪽과 묻지 않은 쪽으로 나뉘었다.

 

조심조심, 이로 크림을 긁어내는데 차가 한 잔 턱 내밀어진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더니 한잔이 더 내밀어진다.

 

차를 양 손에 들고 마시라는 건가? 마카롱이랑 같이 들고? 나 손 두 개밖에 없는데?

 

과자 한쪽에 이를 박은 채 고개를 들었더니 티엔과 마틴이 차 한 잔씩을 내밀고 있었다.

 

이하랑은 진한 맛 차를 좋아한다.”

 

과자 맛이 진하니까 굳이 차까지 맛이 진할 필요는 없다구요.”

 

그럼 우유라도 부으면 되지.”

 

어떻게 차에 우유를 부을 수가 있어요, 이 야만인!”

 

그럼 차에 우유를 붓지 어디에 우유를 부어?

 

양반이 요상한 소리를 하네, 라는 표정인 하랑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마틴은 새 찻잔을 꺼냈다.

 

하랑, 잘 봐요. 이렇게 마시면 더 맛있어진답니다.”

 

찻잔에 우유를 따르고 거기에 차를 붓자 연한 꽃빛으로 차 안이 물든다.

 

거기에 마틴은 각설탕을 두어 개 떨어뜨려 주었다.

 

달고 맛있어 보이는구만!

 

하랑은 덥썩! 마틴이 내민 잔을 받았다가 눈을 마주쳐 버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어두운 구렁텅이로 떨어질 것 같은 눈.

 

그러니까, 텅 빈 눈으로 이쪽을 보는 티엔의 눈 말이다.

 

“..., 맛을 비교해보고 싶으니까 이것도.”

 

그렇게 받아가자 눈에 파앗- 생기가 돈다.

 

하랑은 참 착하네요. 굳이 티엔을 배려해서 마셔주지 않아도 될 텐데.”

 

지금 시비라도 거는 건가? 헛수고다.”

 

아까까지 시커먼 구렁텅이 같던 눈을 한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어느샌가 의기양양해져서는 마틴 쪽으로 미소까지 지어 보인다! 여유롭게!

 

그러고 어느샌가 다시 싸울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도무지 둘을 붙여 놓을 수가 없어, 정말이지.

 

어쨌거나 어른스러운 내가 중재를 해야지 어쩌겠어.

 

하랑은 브루스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은 어느 쪽이 좋수? 차에 우유를 탄 것, 우유에 차를 탄 것.”

 

브루스는 벌컥벌컥 마시고 있던 커다란 잔을 텅, 내려놓았다.

 

어지간한 어른 머리통만해서는 잘못 맞았다가는 골로 갈 것 같이 생겼다.

 

손등으로 입가를 문질러 닦은 브루스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에는 설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