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이 자고 가라고 했음에도, 빅터는 저녁을 먹고 한두시간 고양이를 돌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 이름은 지어주고 가.”
고양이의 화장실 설치나 스크래처가 딸린 캣타워를 만드느라 시간을 한참이나 써버렸다.
피곤한 표정으로 일어나는 빅터에게, 이글이 툭 던졌다.
말하고 보니 그럴싸한 이유다.
빅터를 그냥 보내기에 아쉬워 아무거나 집히는대로 던졌건만.
“이름...”
“나비? 야옹이? 복실이?”
농담삼아 몇 가지 얘기했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래, 농담이야.
“체르니... 바흐... 베토벤...”
“...너 음악가한테 무슨 감정이라도?”
“당장 떠오르는 이름이 그것밖에 없어서.”
또 뭐가 있지, 오페라?
그러다 시계를 힐끔힐끔 본다.
벌써 열시였다.
그러고보니 저 어린이의 눈에 졸음이 매달린 것이 보이는 것 같다.
착한 어린이는 침대로 갈 시간이긴 하지.
“자고 가라니까.”
“그건 싫어.”
고양이 이름이라도 빨리 결정할 셈인지 이름을 툭툭툭툭 내뱉는다.
“에밀리? 엘리자베스? 샤를로트?”
“...그 전에, 쟤는 암컷이야 수컷이야?”
그러자 너무나도 당당하게 대답한다.
“나야 모르지.”
그리고 자신도 고양이 성별에 신경써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신경쓰지 않을 예정인 이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수컷이든 암컷이든 상관없는 이름으로 지어줘.”
“에클레어.”
“그건 음식 이름이잖아.”
빅터는 다시 한 번 시계를 보더니 걸어가 문을 열었다.
“내일 정할래.”
그리고 한 발을 문 밖으로 뺐다.
“이글 형도 생각해봐.”
다른 한 발도 빠지고, 몸이 거의 사라지려는 찰나 머리가 쏙 안쪽으로 들어온다.
“형이 지어줘도 상관없어.”
그리고 머리는 다시 문 밖으로 나가고, 문도 탕 닫혔다.
이글은 소파로 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새끼고양이의 목덜미를 들어올리더니 자리에 털석 앉아 다리를 꼬았다.
“빅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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