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빅터는 카를로스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다른 사람과 논다고 한다면 겨우 길 위, 땅 위의 앞뒤좌우가 전부인 광장이었지만 카를로스와 함께 다닌다면 겨우 땅 위가 아니라 벽 위, 지붕 위까지 그들의 놀이터였으니까.
지붕 위이든 돌담 위이든 누구라도 원한다면 올라갈 수 있겠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꽤나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어느 날의 야학 마지막 시간, 빅터는 맨 앞자리에서 칠판을 빤히 올려다보다가 뒤에서 날아온 쪽지를 주워 펴 보았다.
[날 좀 봐요, 카를로스가 왔어요♡]
뒤를 돌아보니 맨 뒷자리, 희뿌연 전등 빛도 제대로 안 비쳐 보이는 어둠침침한 구석 즈음에 왠지 익숙해 보이는 실루엣이 보인다.
“하스 학생, 듣고 있나?”
“네,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주의에 고개를 홱 돌리며 빅터는 다시 책으로 코를 묻었다.
그러면서도 뒤에서는 연달아 작게 접은 쪽지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선생님이 보지 못하는 사이에 책상에 툭 툭 떨어진다.
[나 왔어! 보고 싶었지!]
[빅터랑 같이 수업 들으니까 좋다~]
공부는 하고 있냐.
바로 옆에 있었다면 쏘아붙였을 말인데.
빅터는 보란 듯이 부루퉁하게 입술을 내밀었지만 마음 한 구석이 간질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옆자리의 누군가가 오늘 무슨 좋은 일 있냐고 속삭여 물을 만큼, 빅터의 입꼬리가 흐물흐물 무너지는 것을 억지로 잡았더니 끝이 부들부들 떨린다.
“나 오니까 좋지?”
“...자신감 과잉이야 그거.”
“에이~ 좋잖아~”
그치! 하고 물어보자 빅터는 길에서 휙 뛰어올라 건물 위로 올라갔다.
뒤에서 카를로스가 쫓아오는 것을 느끼고는 다음 건물 위로 날아갔다.
“빅- 터어어-”
이 술래잡기는 한동안 계속되다가 카를로스가 아래에서 뭔가를 발견함으로 멈추었다.
“앗, 아이스크림!”
계절은 벌써 겨울이고 밤이라 가뜩이나 어둡고 쌀쌀한데, 카를로스는 아이스크림을 먹자며 빅터를 불렀다.
“그러다 감기 걸려.”
“걸리면 그거 핑계로 학교 안 나가지 뭐-”
배부른 소리 하기는.
빅터가 투덜거리는 중에 카를로스는 아이스크림을 사서는 입에다 들이밀었다.
“빅터가 감기 걸리면 이 형이 간호해주러 갈 테니까 안심하라구?”
“그거 별로 안심 안 되거든.”
핀잔을 주면서 덥석 베어물면 단 맛이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이따끔 공장에서 밖을 내다보면 좋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옆구리에 책을 끼고 사탕으로 군것질하는 모습을 본 적 있었다.
그것이 부럽다는 생각은 한 적 없지만.
그래도 카를로스와 함께 지내는 이 때만은 빅터도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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