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어스름 한밤중에-, 깊은 산-길 걸어가다...”
그랑플람 재단의 숙소는 크게 동양식과 서양식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그 동양식이라는 것도 꽤 그럴싸하여 하랑은 마루에 앉아 발을 까딱이며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달도 더덩실 떴겠다 고향 생각도 났으니 한 곡 구성지게 뽑기엔 아주 그만인 밤 아니더냐.
“머리에 뿔 달린 도깨비가 방망이 들고서 에헤야 둥둥-.”
“잘도 부르는구나.”
아 깜짝이야.
“사부가 무슨 돗가비요? 소리도 없이 불쑥 튀어나오게?”
“그런 셈 치던가.”
“헤엥, 사부는 방망이도 없잖소.”
없긴 왜 없어.
그럼, 있우?
“육방망이가 있잖느냐.”
“이런 미친, 자기가 무슨 이몽룡인 줄 알아.”
모처럼 감상에 푹 젖어 있으려는데 파토가 났다.
하랑은 머리를 긁적이며 옆에 와 앉는 티엔에게 폭 기댔다.
“계속 불러 보거라, 그래서 도깨비를 만난 이는 어찌 되었나.”
“어쩌긴 뭘 어째,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쳤지.”
부러 몸을 치대며 하랑은 팔을 쭉쭉 뻗어 기지개를 켜는 척 티엔의 머리를 밀어내곤 그 다리를 베고 누웠다.
“흥이 다 깨졌수다.”
“...잘 부르더만.”
“옛부터 신한테 바치는 공물 중에 제일은 춤하고 술하고 노래라지.”
그래도 칭찬이라고 불콰하지 않아 하랑이 어깨를 으쓱 한다.
티엔은 무릎을 베고 누운 하랑의 머리를 쓰다듬는 체 하여 앞머리를 넘긴 뒤 허리를 숙여 이마에다 입술을 대었다.
“분위기 없는 소리를 하여 네 속이 또 삐딱해진 것인가.”
“‘또’는 빼시지, ‘또’는.”
옳다는 대답이라, 티엔은 속을 풀라며 몇 번이고, 하랑이 귀찮다며 일어나 앉을 때까지 입술을 대었다.
하랑아 삐졌느냐, 속 풀거라, 응? 하는 것이 그리 귀여워 보일 수 없어 하랑은 마침내 웃으며 앉았다.
“좀 풀렸느냐.”
“좀 풀리었소.”
“그럼 아까 그거나 다시 불러 보거라.”
“결국 제 원하는 것을 채우려는 속셈이었구만?”
키들거리는 웃음을 흘리는 그 눈매가 곱기도 곱게 휘어진다.
달도 훤하고 바람도 선선하고, 툇마루에 둘이서만 앉아 그리 좋을 수 없더라니.
하랑은 결국 그 사부를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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