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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빙/쓰다 만 거]

2015. 12. 17. 14:12 | Posted by 호랑이!!!

그러니까 일이라는 것은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예를 들면 루이스가 토마스의 초콜릿 무스에 질투를 느껴 그걸 숨겼다던가, 그래서 토마스가 화를 내기를 소파 뒤에 숨어서 기다렸다던가.

그런데 하필 루이스가 케익을 숨긴 곳이 피터의 가방이었는데 포장에 문제가 생겨 가방 안에서 터졌다던가.

이전까지 토마스와 피터는 데면데면한 사이었다.

토마스는 어린애인 피터를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여겼고, 피터는 피터대로 토마스와 말을 붙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둘다 붙임성있는 성격은 아니라 소 닭보듯 하는 사이였다만 그것이 바뀌었다!

케익 때문에 엉망이 된 피터의 가방을 보고 토마스는 인상을 찌푸렸고, 피터도 인상을 찌푸렸다.

토마스는 당연히 피터가 울거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지만 당연히 피터는 울지 않았고, 외려 책가방을 닦아낸 후 토마스의 등을 두드렸다.

툭툭 투둑 툭.

"나랑 케익 먹으러 갈래?"

"좋아."

물론 소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루이스의 표정은 구겨졌다.


"토미~♡"

"뭐요, 떨어져."

"나랑 (삐-)할래?"

토마스는 잠시 더러운 개라도 보듯 찡그리며 쳐다보았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오늘 저녁엔 안 돼요. 피터 공부 봐주기로 했어요."

"뭐어? 지금 이 나보다 그 꼬맹이가 우선이라는 거야?"

"먼저 약속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럼 지금 하자."

"인간이 왜 아침부터 발정나서 이래."

지금 아침도 아닌데!

웃기지 말고 꺼져요.

그리고 루이스는 밖에서 아무나 잡아 할거라고 뛰쳐나갔다.

토마스는 한 번도 그를 잡으러 간 적 없었지만 그런 날 저녁이면 낙인이라도 찍듯 거칠게 굴었고, 루이스는 그런 게 좋았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어도 토마스는 루이스를 안기는커녕 손도 잡지 않았고 심지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 루이스는 토마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피터를 잡아챘다.

"야, 꼬맹이. 너 뭐야?"

"..."

무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은 '이건 또 뭐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게 묘하게 토마스와 닮은 것 같아서 일순 할 말을 잃었다.

나이를 열 살... 아니, 다섯 살만 더 먹었어도 확 잡아먹어버리는 건데.

아쉬워서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고 나이가 너무 어려서 양심에 거리낀다던가 아청법이 무섭다는 건 아니고, 거기가 작을 것 같아서.

제대로 발기는 하나?

"질투나?"

잠시 딴생각을 하는 루이스에게 피터가 툭 던졌다.

"뭐, 뭐어?"

"형아는 토마스 형아랑 놀고 싶은데 토마스 형이 요즘 나랑만 노니까 질투나는 거지?"

정답.

"그래, 질투나! 너 토마스한테서 떨어져!"

대화 내용만 보면 어린이 둘이라고 해도 믿겠네.

"싫어."

"...태워버린다, 너."

"돌려버릴거야."

노려보다, 먼저 움직인 쪽은 피터였다.

늘 들고 다니는 가방에서 연필이며 컴퍼스, 각도기를 꺼내 날려보냈고 추적 미사일이라도 되는지 몸을 틀었건만 루이스에게 사정없이 박혔다.

"토마스 형아한테 집착하지 마, 아저씨."

"이 시건방진 꼬맹이놈..."

루이스는 여기가 연합이라는 것도 잊고 궁극기를 사용하려 했다.

몸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고, 유례없는 일이지만 루이스의 능력자용 옷에서 그을리는 냄새가 났다.

"모두..."

빠악.

루이스의 머리에 토마스의 불이 부딪혔다.

머리카락이 탄다거나 심하게 아프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지만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데는 충분한 정도.

"애한테 궁극기를 쓰려 하다니 선배 지금 제정신이예요?! 게다가 여긴 연합 건물 안이라구요!!!"

"토미, 저 꼬맹이가...!"

"핑계대지 말아요, 보나마나 선배가 먼저 시비 걸었겠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먼저 시비걸어놓고 애한테 능력까지 쓰려 했어요? 선배 정말-"

뒷 말을 끊은 건 피터였다.

주의력을 돌리려는 건지 토마스의 옷깃을 잡고 톡톡 당겼다.

"난 괜찮아, 형아."

"정말 괜찮아? 어디 다치진 않았어?"

저 다정해보이는 모습에, 우리들의 루이스는 지나치게 울컥한 나머지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토마스는 바보야! 그 꼬맹이도 능력을 썼는데! ...물론 내 불만큼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내 걱정은 안 하냐고!'

어린아이가 부모한테 땡깡 부릴 때나 할 법한 말들을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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