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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벨릭] 혼자가 아냐

2015. 12. 17. 13:20 | Posted by 호랑이!!!

가만히 있기만 하려니 좀이 쑤시는군.”

 

벨져가 그를 홀든가에 데려온지 사흘째에 한 말이었다.

 

검이라도 배워 보겠나?”

 

빌어먹을.

 

릭은 고개를 저었다.

 

이 집안 어르신과 안주인은 첫날에 인사를 나누더니 일이 있다고 자리를 비우셨지, 형제 중 큰 쪽은 공사다망하다며 코빼기도 안 보이고, 작은 쪽은 술이다 식사다 보는 쪽이 질리도록 먹고 마시더니 칼질하는거(본인이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보여준다고 연무장에 끌고 나가 세 시간 동안 사람을 패지 않나, (그나마) 희망을 품었던 둘째는 릭 그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기본 운동만 한 시간, 대련이 두 시간째다.

 

하다못해 정원을 산책하고 말을 타게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놈의 검잡이들은 하는 거라고는 칼질밖에 없으니!

 

운동은 좋은 거다.”

 

아무리 좋다지만 너희는 너무 해대.

 

이 아저씨는 체력이 약해서.”

 

헛소리가 지나치다.”

 

지나치다니.

 

의사가 권장하는 최저 운동 시간은 일주일에 땀나는 운동을 30분씩 2회차... 아니, 3회차던가.

 

아무튼 그 정도라고.

 

바쁘고 연약한 회사원은 그나마도 공성전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이제 돌아가도 될까?”

 

헛소리.”

 

이번에도 헛소리냐.

 

기껏 초대했더니.”

 

심심하단 말이오. 하다못해 근처의 명물을 보여준다던가, 있지 않소.”

 

“...명물이라.”

 

벨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쪽이라고 손짓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라도 보여줄 모양인가.

 

그러나 그 발길이 향한 곳은 홀든의 쾌검사들이 연습이나 대련을 하는 널찍한 뜰이었다.

 

이 일대 최고의 명물이다. 신체강화 능력자들의 쾌검 대련.”

 

“...”

 

릭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네.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

 

“...슬슬 검 말고 다른 것을 보여줄 때도 된 것 같소만.”

 

릭은 고개를 저었다.

 

모처럼 초대해주었는데 미안하지만, 나는...”

 

안 된다.”

 

애당초 부모님께 인사 드리라고 데려왔다며, 인사한 지가 옛날이다.

 

릭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벨져.”

 

안 된다.”

 

아무리 요즘 내가 휴가라 한가하다지만, 난 원래 휴가에는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여기도 네게는 충분히 외국일 텐데.”

 

그런 말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않소.”

 

벨져는 못들은 척 했다.

 

아저씨가 따지지 말고.”

 

“...너무하는군.”

 

아저씨라고 먼저 널 지칭한 것은 너다.”

 

더 이상 훈련을 하지 않는지 벨져는 수건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물을 마셨다.

 

아무래도 난-”

 

.”

 

인상을 찌푸리며, 벨져는 손가락으로 릭의 가슴을 쿡 찔렀다.

 

언제까지 이라고 할 건가.”

 

뭐라고?

 

릭은 벨져가 내미는 수건과 빈 잔을 받아들었다.

 

... , 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릭이 말하자 벨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라.”

 

우리, 여행가지 않겠소? 외국으로.”

 

그러자 벨져의 표정이 배부른 고양이처럼 변했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같이 가 주지.”

 

5분 기다려라.

 

벨져는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릭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