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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샹바레] 안녕

2015. 10. 26. 02:55 | Posted by 호랑이!!!

히카르도는 좁고 지저분한 골목을 지나 거처로 향하다가 익숙한 사람과 마주쳤다.

 

새하얀 가운에 하얀 양 같은 곱슬머리.

 

, 혀를 차고 지나치는데 그 쪽에서 히카르도의 손목을 잡아챘다.

 

리키.”

 

이제는 차라리 천국처럼 느껴지는 어릴적부터 귓가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목소리가 달콤하게 울렸다.

 

나 봤잖아, 그런데 그렇게 지나가기야?”

 

“...여기엔 웬일이지?”

 

남들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인데도 잘도 믿음직한 의사같은 미소를 짓는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는 했어야지.”

 

좁은 골목.

 

힘 없는 의사라지만 마음먹고 한 번 밀자 히카르도의 등이 벽에 부딪혔다.

 

너랑 내가 이제 인사나 주고받을 사이는 아닐텐데.”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했어야 했어.”

 

왜냐하면 너는 내 리키고, 나는 네 데샹이니까.

 

빙그레 웃는 입매가 선량해 보였다.

 

히카르도는 손목을 탁 털어 까미유의 손아귀에서 빼내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까미유는 그 좁은 골목에서 다시 또 한 걸음 다가와 고개를 바싹 들이민다.

 

안녕, 리키.”

 

갈색 눈동자 위로 녹색빛이 일렁여서 일견 초록색 눈동자를 마주하는 착각이 들었다.

 

이 눈에 홀리면 안 돼.

 

히카르도는 입술을 꽉 물었다.

 

일렁일렁 물들어가는 눈동자를 노려보다가, 그를 밀쳐내는 대신 옆으로 몸을 빼었다.

 

으르릉 목 울리는 소리를 내며.

 

까미유는 순순히 비켜주었고 이내 발걸음은 탁탁탁 빠른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잘 가, 리키.”

 

내 손에 잡힌, 네 목에 감긴 이 빨간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않아.

 

제아무리 네가 몸부림친다 하더라도, 이렇게 내가 다가와서 줄을 당기면 끊어질 듯 하다가도 다시 이어지지.

 

-, 이런 더러운 골목에 있으려니 하얀 옷이 더러워지겠어.

 

빨리 나가야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까미유는 히카르도가 뛰어간 방향과는 반대로 걸어갔다.

 

느긋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