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과 웨슬리는 번화가의 카페에 앉아있었다.
해는 졌지만 온갖 전구로 거리가 환하게 밝았고 음악소리는 어디에서든 흘러나왔다.
마치- 그때 같군.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 한창 미국이 승리의 달콤함에 젖어있는 그때.
매일밤이 환하게 밝혀졌고 어디에서든 박람회가 열렸으며 젊은 남녀가 길거리에서 무도회를 갖던 때.
물론 웨슬리가 거기 끼어본 적은 없었다.
박람회에서 사람들이 놀이기구를 탈 때 신형 잠수정에 올랐고, 댄서들의 쇼를 보기보다는 회의에 참석해야 했으며 길에서 솜사탕이나 팝콘을 먹으며 춤을 추기보다는 와인과 스파클링에 카나페를 맛보며 진짜 무도회장에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길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나 박람회를 유리창 너머로 눈에 박히도록 보았기 때문인지, 밝은 거리를 내다보고 있자니 고향 생각이 났다.
“뭘 그리 보나?”
“...밝은 거리를 보니 미국 생각이 좀 났네.”
“아아, 쇼 따위가 연일 열린다지. 재밌었나보군.”
“그 반대야,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네.”
“자네가? 왜?”
웨슬리는 대답 대신 카인의 커피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네는 왜 게르만이 아메리칸을 마시고 있나?”
“게르만(Germane)이 아니라 져먼(German)일세, 자네는 미국인이면서 그렇게 영어를 못해서 어쩌면 좋나.”
카인은 컵 안의 커피를 마저 마시고 웨슬리의 잔을 보았다.
커피에 설탕 두 조각을 넣더니 마냥 창밖을 보면서 스푼으로 휘적휘적 젓고만 있다.
입도 대지 않은 저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었겠지.
카인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스푼을 내려놓자 웨슬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숟가락을 빼냈다.
한 번 옛날 생각을 했더니 주체할 수 없었다.
오렌지색과 하얀색의 꼬마전구는 휘감을 수 있는 것이라면 가로등이건 나무건 무엇이든 감고 빛났고 볼거리와 놀 거리가 들어있는 노란색 천막도 여기저기에 쳐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남자, 여자, 어린이, 나이 든 사람, 연인과 부부.
그 넓은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고, 손에는 제각기 술병과 과자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자신은 자동차 안에서 밖의 불빛에 비추어 서류를 보고 있었다.
자동차로 거리를 지나며 스치듯이 본 것이었지만 기억에 와 박히기에는 충분했다.
웨슬리는 다 식은 커피를 들이키고는 컵을 내려놓았다.
지갑에서 팁을 꺼내 찻잔 받침 아래에 두고, 둘은 일어났다.
추운 거리를 지나며, 웨슬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곳의 거리는 춥다.
사람도 없고, 그나마 저 멀리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도 달랐으며 공기 중에 퍼진 달콤한 향내조차 없다.
웨슬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 때, 카인은 웨슬리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다른 손으로는 손을 맞잡고, 한 바퀴를 돌았다.
“카인?”
“내가 아는 춤이 하나밖에 없으니 양해하게.”
카인은 웨슬리의 손을 잡고 움직였다.
거리, 가로등, 반짝이는 전구.
그 순간 웨슬리의 눈에 옛날에 보았던 전구가 보였다.
설탕이 녹는 달콤한 향기와 녹아내리는 버터의 향, 터지는 옥수수에서 나는 고소한 냄새가 코 끝에 모여 솜사탕과 팝콘의 냄새가 되었다.
하나, 둘, 트럼펫과 드럼 소리가 귓가에 떠오르더니 사람들이 모여 춤추던 노래가 되었다.
그는 눈을 감고, 몇 분을 더 춤추었다.
카인은 그동안 몇 번 웨슬리의 발을 밟았고 웨슬리는 타박을 주며 낮게 킬킬거렸다.
“거리에서 춤추는 게 이렇게나 즐거울 줄 몰랐어.”
웨슬리는 눈을 뜨고 카인의 목에 팔을 감았다.
들뜨고 즐거워, 술이라고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지만 취한 것 같다.
“사랑하네, 스타이거.”
카인은 그런 그를 내려다보다 다른 팔도 웨슬리의 등 뒤로 돌려 그를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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