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인 카인 스타이거의 사무실은 3층.
허나 스타이거 교수가 수업을 위해 고른 교실은 1층이다.
점심시간이면 늘 오전 수업동안 배고파했던 학생들은 교수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를 말하는 순간 연회장으로 달려간다.
그러면 스타이거 교수는 학생들이 달려나간 직후의 고요한 복도를 걸어 계단 앞까지 가고, 그러면 아래층에서 마악 걸어 올라온 마법의 약 교수 웨슬리 슬로언과 마주칠 수 있다.
“오늘도 수고했네, 슬로언.”
“자네도, 스타이거.”
한쪽 팔에는 오늘 사용했던 책을 끼고 나란히 걷지만, 연회장으로 바로 가지 않고 넓은 1층을 한 바퀴 돌다시피 한다.
“오늘도 복도에는 사람이 없구먼, 다들 배가 고팠나 보지.”
“...그러니까 젊은 애들한테 아침마다 죽 따윌 먹이니까 저렇게 굶주려 있는 거야."
내가 젊을 땐-하고 운을 떼는 것을, 슬로언 교수가 막았다.
“덕분에 우리는 좋지 않나.”
“그도 그렇군.”
‘식전 산책’은 홀과 연결되는 계단부터 시작해서 안뜰이 보이는 복도를 걸어 한 바퀴 도는 것을 말한다.
원래라면 유령들이 돌아다니곤 하지만 스타이거 교수와 얘기한 덕분에 이 시간만은 1층에 오지 않는다.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나.”
“질리지도 않는군.”
언젠가 그들이 학생이었던 때처럼 웃음섞인 목소리로 키득거리면서 결과를 아는 시답잖은 수작을 걸었다.
“저쪽에서 다 보이네.”
“어차피 아무도 없지 않나.”
“그래도, 그럼 춥기도 하니 이쪽으로 돌아서서-”
날씨는 평소처럼 흐리다.
그런 평소의 나른하고, 조금은 야릇한 분위기를 내려는 찰나.
안뜰 쪽에서 외침 소리가 들렸다.
“피터!!!”
마악 빈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스타이거는 손을 멈춰버렸다.
“...래번클로의... 토마스 스티븐슨이군.”
“...성실한 학생이지.”
“자네한테서 성실하다는 얘기를 듣다니, 역시 기대되는 학생이야.”
평소와 달리 다급해 보이는 모습에 그들은 빈 교실에서의 밀회 대신 안뜰을 지켜보기로 하고 난간에 다가서서 기댔다.
안뜰, 아직 겨울이라 분명히 나무와 덩굴이 있음에도 초록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회색에 가까운 정원 속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푸른 머리색은 확실히 눈에 띄었다.
“...뭐라는지 들리지는 않는군.”
“학생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주는 게 어떤가, 슬로언.”
버릇처럼 기둥의 그늘 뒤에 숨어 지켜보던 그들은 마침내 푸른 머리 중에서 작은 쪽이 큰 쪽에게 안기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보니 저 학생이지? 자네 수업 중에 무작정 들어왔다던.”
스타이거 교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피터 모나헌은... 듣자하니 1학년 중에서도 유독 두각을 드러낸다고 하더군.”
“내 수업시간에도 가장 뛰어나긴 하네만.”
슬로언 교수는 몸을 구부려 기둥 바깥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의뭉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스타이거 교수를 올려다보았다.
“옛날의 자네를 닮았네.”
“나는 재능이라곤 없었지만.”
스타이거 교수는 작게 대꾸하고 여느 때라면 슬슬 연회장에 도착할 시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오늘은 이만 가지.”
“그럴까, 점심 메뉴가 기대되는군.”
스타이거 교수는 벽을 짚고 몸을 일으키는 슬로언 교수에게 짧게 입술을 대었다.
“...그래도 작은 모나헌에게 스티븐슨 학생이 있어서 다행이네.”
내가 그러했고, 그러한 것처럼.
그들은 복도를 마저 돌아 홀로 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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