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이명이 삭풍이라지만 빅터 그에게도 겨울바람은 늘 싫을 정도로 추웠다.
아니, 어쩌면 겨울이라는 계절 자체가 싫을지도 모른다.
어떤 계절도 그에게는 좋아할 이유가 없었지만 겨울은 특히 춥고 아프고 차가우니까.
바람을 다루는 만큼 공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더더욱 살을 에는 듯한-.
빅터는 푸르르 머리를 털고는 옷깃을 여몄다.
야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한밤중이라 너무 추운데다가 어두웠다.
기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저 옆의 길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빅터가 빛 없는 어두운 길로 가고 있었을 뿐이지만.
그렇지만 그 길 건너에는 야학을 마친 사람들이 둘씩 혹은 셋씩 걸어가고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혼자서 걷는 빅터는 그 길을 피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던 고개를 들고 후 숨을 쉬자 추운 공기에 하얗게 입김이 부서졌다.
새삼 혼자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둥 북소리가 났다.
“카를로스가 왔다! 나 보고 싶었지?”
둥둥.
카를로스의 움직임은 항상 타악기에 맞춰 추는 춤처럼 유쾌했고, 그 주위의 바람은 항상 음악처럼 부드럽게 맥박쳤다.
“어떻게 찾은 거야?”
“난 빅터가 어디에 있던지 찾아낼 수 있지롱!”
쾌활한 웃음소리가 뒤이어 퍼졌다.
카를로스는 빅터의 손을 잡고 끌어당겼다.
빅터는 그 때문에 고개를 돌리게 되었고 가로등이 켜진 길 너머 조금 멀리에 뭔가를 파는 가판대를 발견했다.
과연 거기로 갈 참이었는지 카를로스가 위로 휙 지갑을 던졌다.
“나 오늘 용돈 받았거든. 이 형이 살게!”
“형은 무슨.”
빅터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카를로스는 히히 웃을 뿐이었다.
카를로스는 겨우 거기까지 가는데도 바람의 힘으로 통통 튀어갔다.
오렌지색 환한 가로등 아래를 뒤따라 뛰어가면서, 빅터는 다시 둥 하고 북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둥둥.
둥둥둥.
활짝 펴진 가죽 위를 둔탁하게 퉁퉁 내리치는 소리.
아무렇게나 썰어내 튀긴 감자를 받고 카를로스는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더니 빅터의 손을 잡고 하늘 위로 휙 뛰어올랐다.
하늘 위는, 빅터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환한 가로등 아래보다 밝다.
그렇게 느껴졌다.
하나씩 빼먹던 튀김은 빅터의 집 앞에 가볍게 착지할 즈음에는 손에 기름기조차 남지 않았다.
“내일도 또 올게.”
카를로스는 빅터를 놔두고는 가볍게 뛰어올라 멀어졌다.
바람에 감싸인 그 모습을 보다가 빅터는 문득 손을 자신의 몸에 대 보았다.
부드럽게, 북이 울렸다.
'사이퍼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쌍빙/쓰다 만 거] (0) | 2015.12.17 |
---|---|
[릭벨릭] 혼자가 아냐 (0) | 2015.12.17 |
[카를빅터] To. 마쉬님 (부제 : 안심하면서 보내는 시간) (0) | 2015.12.10 |
[이글빅터] 고양이 외전(하루 늦었지만 빅터 생일 축하해) (4) | 2015.12.04 |
[릭벨] 11월의 꿈 (0) | 2015.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