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데레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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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형!”
흠칫, 하고 팔이 떨렸다.
연합 성인들 중에서는 명실공히 막내, 주제에 성실하고 겸손하고 제법 능력까지 뛰어나 두루두루 인망 좋은.... 토마스 스티븐슨이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아, 놀래라.”
“하하, 별 건 아니고. 저기 물건 좀 내려달라고 하려구요.”
“한창 재미있었는데-”
이글은 재미나게 얘기하던 중인 레베카 쪽을 보았고, 레베카는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보였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그래도 간만에 얘기하는건데-”
“됐어 됐어, 다음에 맥주나 마시러 가자.”
레베카는 다른 사람과 얘기할 생각인지 자리를 떴다.
레베카랑은 정말로 오래간만에 얘기하는건데 말이야.
아니지, 요즘 들어서는 다같이 모이는 저녁 시간이라던가 임무때 외에는 얘기를 거의 안 했다.
게다가 묘-하게, 일이 있으면 꼭 간접적으로, 간접의 간접적으로 토마스가 연관되어 있었다.
마치, 도미노 놀이처럼 자신이라는 마지막 패가 쓰러지는 반대쪽에는 토마스가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과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글은 묘한 기분이 들어 토마스를 흘끗 보았다.
사람 좋게 웃어보이는 녀석.
스물 한 살짜리 애송이.
“그래 뭘 내려달라고~?”
토마스가 피터를 맡아 돌본다.
트리비아와 나이오비는 현재 연합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갔고 루이스가 거기 따라갔다.
원래라면 트리비아가 아닌 이글의 차례였으나 저번에 이글이 트리비아 대신 다녀온 일이 있어 바꿔 주었다.
그 때 트리비아와 같이 가야 했던 당번은 토마스였는데 하필 피터와 놀아주다가 한쪽 팔을 삐었었고.
덕분에 대신 하겠다고 자원했었지.
지금 이 시각 엘리는 피터와 함께 놀이터에 있을테고.
덕분에 이 연합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도일이나 휴톤이나 레이튼... 그래, 레베카도 있지.
하지만 그들은 저만치 부엌에서 목청 좋게도 떠들고 있다.
토마스가 내려 달라고 하는 물품은 꽤 높은 곳에 있어서 의자를 가지고 와야 했다.
“이런거면 차라리 휴톤 형님한테 해달라고 하지 그랬어? 나보다 키가 한 뼘은 더 큰데.”
아무리 그래도 내 키가 거진 180인데 그러고도 의자가 필요하다니 너무 높은 곳에 물건을 둔 건 아닌지.
이글이 속으로 꿍얼거리며 등받이 없는 나무의자를 가져왔다.
거기 올라가서 상자를 잡아당겼더니 꽤 묵직했다.
“그런데 토마스, 이건 어디에...”
어디에 쓰려는 거야?하고 물으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보았다.
토마스의 발이 의자를 툭 걷어차는 것을.
이래봬도 운동신경이 제법 좋으니까 잽싸게 자세를 잡으려고 했는데 얼음 결정이 그것을 방해해서 요란하게도 머리부터 떨어졌다.
‘그러게, 이성이 아니라 내 감을 믿어야 했는데’
우습게도, 이글은 ‘그러게 나는 토마스가 무서웠어’라는 생각을 하며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머리를 너무 세게 박은 것인지 눈 앞이 어질거려서 마치 토마스가 웃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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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이 다시 눈 뜬 곳은 하얀색 천장이 있는 병원이었다.
방싯방싯 웃는 상냥하고 친절한 미소를 띈 토마스가 있는.
“...까미유는?”
“유감스럽게도, 친구분의 몸에 이상이 있다고 해서 불려갔다고 들었어요.”
사나흘은 잡혀있을 거라고 하던데요.
이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들고 일어나 앉았다.
토마스는 애써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전부 계산한거지?”
“글쎄요, 뭘 말인가요?”
토마스가 생긋 웃었다.
새삼 이글은 안경으로 일견 동글동글해 보이는 토마스의 눈매가 날카롭다는 것을 깨달았다.
토마스는 보호자용 의자에서 일어나 이글 쪽으로 다가와서는 이글이 부담감에 조금씩 몸을 뒤로 물리다가 결국 누울 때까지 몸을 가까이 했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이글 형이랑 같이 임무에 나간다던가, 잔심부름을 한다던가.
우연을 가장해서 만나 같이 연합으로 돌아온다던가.
정말로 그 정도로 충분했었는데.
“전부 형 탓이예요.”
다른 사람하고 말했잖아요.
다른 사람하고도 연합으로 돌아왔잖아요.
“형은 삼남이죠?”
첫째도 둘째도 아닌 셋째, 막내.
첫째는 가문을 잇는다 정략 결혼한다 쓰임이 많고.
둘째는 첫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한 예비품.
하지만 셋째까지 쓰일 일은 거의 없지요.
심지어 형은 회사가 아닌 연합 소속이니까.
“형의 가족들은 형이 전장에 나오지 못하면 오히려 안심할거예요.”
사흘이면 충분해요, 그렇게 토마스가 웃었다.
잘도 주변 사람들을 속여 왔군, 이 거짓말쟁이.
이글은 코앞까지 다가온 토마스의 눈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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