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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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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랑.”

 

정티엔의 목소리다.

 

그러나 하랑은 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잔다는 것을 알았다.

 

왜 불러?”

 

공성전에 참가해야 한다.”

 

알았수!”

 

하랑은 자신이 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잠든 상태로 하랑은 보았다.

 

자기 자신이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읽던 책을 내려놓고 티엔을 따라가는 것을.

 

어라, 이건 좀 이상한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랑은 잠들었다.

 

요즘 부쩍 잠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잤더니 잠을 얕게 자기 시작한 건지 자신이 무얼 하는지 느껴졌다.

 

일어나서 품의 부적을 꺼내고 붉은 개를 불러다 사람을 물어 해치고.

 

이상도 하지, 나는 분명 자고 있는데.

 

어딘가 우습기도 했다.

 

공성전이 끝나고, 본디는 따뜻한 물로 몸을 씻는데 오늘 몸에 끼얹어지는 물은 차가운 물이었으나 아무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하구나.

 

그리고 이 안은 아늑해서 잠들고 또 잠들어도 이상하지 않구나.

 

티엔도 내게 아무 말 않고, 양인들이 떠드는 것도 내게 닿지 않고, 다른 이의 공격조차 내게 닿지 않으니 이 어찌 안락하지 않은 장소란 말인가.

 

비록 하랑 자신은 책을 읽지 않았지만 몸이 책을 들면 잠든 머릿속으로 이야기가 들어왔다.

 

기사가 용을 무찌르고 범을 잡고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구혼하는 이야기들.

 

요정이 나오고 사슴이 나오고 맑은 샘물과 풀들.

 

그러다 까무룩 잠들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하랑! 이하랑? 정신 차려요, 일어나!”

 

무슨 소리야? 나는 일어나 있는데.”

 

..., 마틴 형씨인가? 미안한데... 나 조금만 더 자고...

 

더 자면 안돼요! 어서 눈을 떠!”

 

졸려, 여기는 따뜻하다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 같단 말이야.

 

하랑! 그런 소리 말고 냉큼 일어나요!”

 

나는 이미 일어났다니까. 챌피.”

 

당신 누구야? 내 앞에서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해? 당장 하랑군을 깨우라고!”

 

이 몸에 국한된 것은 슬프지만, 이미 늦었어.”

 

제게 말을 거는 것 때문에 눈을 반쯤 떴지만,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인지 말소리가 멀어지고 다시 잠이 왔다.

 

그리고 이하랑 자신은 입술 새로 연신 귀에 익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자는구나 우리 아가. 잠들고 우리 신명나게 놀아 보자꾸나.”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너는 남이 되고 남이 네가 되는 그런 즐거운 꿈 속에서 우리 함께 신명나게 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