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 깍 째 깍
마틴의 회중시계는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람의 심장이 분당 몇 번을 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계랑 비슷하지 않을까?
아마 그럴 것이다.
적어도 릭에게는 그럴 것이다.
사람에게 어떠한 소리가 있다면 릭에게서 나는 소리는 갓 베어낸 풀향기를 실은 남풍이 부는 소리와 바로 이,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소리일 테니.
그렇지 않고서야 그에게 안겼을 때 들리는 시곗소리에 그렇게 마음이 편해질 리 없으니까.
마틴은 릭에게 안길때면 귓가에서 들렸던 톱니바퀴가 맞물려 나는 시계의 합창을 기억했다.
빨리 업무가 끝났으면 좋겠다.
“지금 몇 시예요?”
“형씨 시계 있잖아?”
마틴은 그 물음에 웃음으로 답한다.
릭은 트와일라잇에 있을 때와는 달리 와이셔츠의 소매를 내렸다.
소매 너머로 찬 손목시계들이 울퉁불퉁하게 보였지만 얼핏 옷 주름으로 보이기도 했기에 누구도 릭에게 왜 그렇게 많은 시계를 차고 다니느냐 묻지 않는다.
릭은 그 중 소매 밖으로 나온 하나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6시.
빨리 점심시간이 되어서 커피라도 같이 마시고 싶네.
이미 하얀 머그컵에는 포트로 끓여낸 향 좋은 커피가 가득 담겨 있었지만 릭은 마틴이 타주는 맛없는 커피를 생각했다.
“데이트라도 있어?”
“티 납니까?”
“계속 시계만 들여다보니까 그렇지, 그런다고 시간이 빨리 가지는 않아~”
릭의 회사 동료인 그는 몸을 기울여서 데이트 시간이 시계에 표시되기라도 한 것 마냥 릭의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어라? 시계가 고장났나? 시간이 안 맞잖아, 시계 고치는 곳에 가 봐.”
“고장났을 리가 없는데.”
“봐, 지금은 6시가 아니라 10시라고.”
릭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떠나고, 릭은 마틴이 있는 런던의 시간으로 맞춰진 시계를 손목에서 풀어내었다.
시계를 귓가에 가져다대면 째깍째깍 초침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귀에 댄 것은 아까까지 손목에 차고 있던 손목시계지만 릭이 떠올리는 것은 놋쇠 빛깔의 둥근 회중시계다.
마틴의 심장 가까이 매달린 그것은 어쩌면 마틴을 닮았을 것이다.
째깍 째깍.
마치 연인의 심장소리를 듣는 기분.
릭은 웃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아 점심시간까지 못 참겠네, 커피 마시러 간다고 하고 몰래 찾아갈까.
이 시간에 찾아가면 놀라겠지?
릭은 눈을 감고 미소를 지었다.
연인의 푸른 눈이 놀라 동그랗게 커진 것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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