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꿈은 목표에 관한 꿈이래.
그렇게 말하며 A는 B의 손을 잡았다.
나중에 뗄 때 깔끔하라며 베이스를 바르고 색이 예쁘게 나오라며 흰 색도 한 겹 발랐다.
“뭐야, 이게.”
으레 그 손톱은 지나치리만큼 과하고 화려했기 때문에 B는 완성한 것을 보고는 투덜거리곤 했으나 A는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대꾸했다.
“잘 보고 기억해둬. 길한 꿈을 꾸게 될 거야.”
그 위에는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색을 얹는다.
어른스럽게 누드톤, 열정을 나타내는 거라며 다홍색, 살짝 처지는 기분이라더니 펄이 잔뜩 들어간 남색.
“이거 내 옷이랑 안 어울리지 않아?”
편안함과 기능성뿐인 옷차림에 화장기는커녕 장신구조차 없는 얼굴로 B가 항의했으나-
“하지만 오늘은 민트색 기분이니까!”
이번에도 역시 먹히지 않았다.
“...내 손톱 아냐?”
그리고 오늘은 연한 청록색을 칠했다.
그 위에 가짜 진주를 얹고.
또 위에 파스텔 꽃들을 올리고.
거기에다 반짝이는 큐빅들을 뿌리고.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나비날개를 붙여놓았다.
“과해!”
“그렇지만 예쁜 것만 올렸거든? 진짜거든?”
B가 펄쩍 뛰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A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예쁜 거랑 예쁜 걸 더하면 완전 예쁜 거!”
...라나.
“손톱이 나오면 목표에 관한 꿈이라며? 과욕을 조심하라는 메시지 아니야?”
“아니얏!”
반쯤 괴성으로 대꾸하던 A는 잠시 완성한 손톱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
“...”
“...어차피 과욕은 조심해야 하는 거니까.”
“그렇게 합리화 하지 말고.”
손을 말리느라 쫙 편 채로 내려놓자 A가 초콜릿을 하나 까 물려주었다.
네모난 것을 깨물자 말린 딸기가 사박사박 소리를 내며 씹혔다.
“맛있으신가요?”
“예에.”
손을 움직여도 매니큐어가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기다린 다음, 재료를 정리하려는 A의 손을 잡았다.
“오늘은 나도 해 줄게.”
“엇.”
B는 아까 A가 그랬던 것처럼 손을 꼭 잡고 베이스를 발랐다.
색이 잘 나오라고 하얀색을 한 번 발랐다가 제 손톱에 바른 것과 같은 연한 청록색을 들었다.
몇 겹이나 매니큐어를 바를 때는 한 겹씩 마르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그 긴 시간 동안 잘라둔 스티커들을 주르르 훑어보다가 금박이 들어간 것을 골라 조심스럽게 얹었다.
반짝이는 입자들을 조금 뿌리기도 하고.
큐빅도 하나 얹을까? 그것까지 하면 너무 과한가?
내 손톱이 이것저것 많이 있으니까 A 손톱은 심플하게 하트만 하나 더...
핀셋으로 커다란 하트를 집어들던 B는 문득 손 안이 미끄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들자 한참 자기 손톱에 이것저것 얹고 있는데도 아래쪽으로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 A가 보였다.
오히려, 필사적이라고 할 수준으로.
먼 곳으로 고개를 돌린 채로.
진짜 바보 아냐.
덩달아 나까지 부끄러워지잖아 정말 어이가 없어...!
더워지는 기분이었지만 차마 손부채질조차 할 수 없었다.
B는 괜히 손에 집중한다며 빨간 하트 모양의 작은 반짝이를 하나하나 핀셋으로 집더니 결국 청록색은 보이지도 않게, A의 손톱에다 빨간 비늘을 잔뜩 돋워놓았다.
이런데 내가 어떻게 손톱 꿈을 꿔?
네 꿈이나 꾸겠지!
'글스터디 (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 과제 - 낙원 (1) | 2021.11.03 |
---|---|
지옥이 따로 없었다 A- 2 (0) | 2021.10.30 |
지옥이 따로 없었다 (B-1) (0) | 2021.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