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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12

2022. 11. 20. 22:49 | Posted by 호랑이!!!

 

마틴은 보고를 마쳤다.

 

복도를 따라 난 유리창 너머로 온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온 복도도 물건도 모두 붉은 색으로 변한 안에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거기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더라면, 마틴은 그게 사람인 것도 몰랐을 것 같았다.

 

티엔 사부... 아니, 정 티엔 어디있어?”

 

마틴은 하랑에게 귀를 기울였다.

 

마치 여러 사람이 속삭이는 것 같은 소리가 하랑을 휘감고 몰아치고 있었다.

 

정 티엔-’

 

죽여!’

 

대화를 먼저

 

처음부터 수상했어

 

뭔가 오해가

 

하랑이 고개를 마틴 쪽으로 들었고 동시에 마틴은 누군가 밀친 것처럼 브루스의 방 문에 부딪쳤다.

 

듣지 마!’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렸고 마틴은 비틀거렸지만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하랑, 지금 과하게 분노했어요. 냉정을 되찾으세요!”

 

나한테 그런 소리 하지 마!”

 

으레 티엔이 하던 소리라서인지 역효과가 났다.

 

하랑이 화를 잠재울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마틴은 다시 소리에 귀 기울였다.

 

누구인지, 인간인지도 모를 작게 속삭이는 소리를 지나면 개가 경계하여 짖는 소리, 뱀의 쉿쉿거림, 독이 오른 쥐가 긁는 소리, 그리고.

 

분노한 범.

 

개와 쥐가 경계하는 것은 이전에도 들었다.

 

뱀이 위협하는 소리는 적지만 간혹 있었고.

 

그러나 호랑이라니?

 

단 한 번도 소리를 내지 않았던 호랑이의 으르렁거림이라니.

 

하랑은 마틴에게 시선을 두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짓누르는 것 같은 힘이 천천히 마틴에게서 떨어졌다.

 

순식간에 하랑의 몸은 계단 위를 뛰어오르고 마틴은 손을 뻗었다가, 조심스럽게 몸을 바로했다.

 

무슨 일인가.”

 

문이 열리더니 거대한 덩치가 복도를 메우듯이 열린 틈에서 빠져나왔다.

 

하랑입니다.”

 

무슨 일로?”

 

모릅니다.”

 

모른다고?”

 

자네가? 라고 묻는 듯한 눈에 마틴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신뢰가 없는 것은 자기 책임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마틴은 모자를 꾹 눌러 썼다.

 

하랑에게 가보겠습니다.”

 

자리를 떠도 좋다는 허락을 듣기도 전에 마틴은 발을 옮겼다.

 

빠르지 않은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면 티엔의 방이 가까워진다.

 

겨우 몇 초 늦게 출발했을 뿐인데 복도는 이미 여기저기 부서졌고 때마침 근처에 있었던 일부 능력자들도 부상을 입은 채 티엔의 방 안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예비용으로 둔 출장 가방이 사라진, 주인이 없는 그 빈 방을.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아침이면 하랑은 일찍 일어나 수련을 시작했고, 영어나 다른 외국어도 틈틈이 배웠다.

 

역사서를 읽었고, 신문을 읽었고, 수많은 책을 읽었으며 브루스의 뒤에서 회의나 회담에도 참가했다.

 

이제 첫 히트도 지났고,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마틴은 브루스에게 하랑과 회의에 참가하라는 말을 들었다.

 

, 여기 자리 있어?”

 

한 일원으로 참가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비서진 사이에서 참가하는 것뿐인데다, 브루스 외에 자신 옆에서 일을 배우는 건 재단 일 치고도 꽤나 안전한 일이긴 하지만.

 

자리, 있냐니까, !”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니 자신이 조금 더 철저하게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마틴은 자료를 넘겼

 

마틴 형!!!!!!!”

 

으아아악!!! !!? !!! 앉아요 앉아, ...... ....?”

 

하랑은, 열일곱 되는 아이다.

 

어휴, 어디에 정신을 판 거야?”

 

깨끗하게 씻고 땋아 드리운 댕기머리.

 

그의 아버지가 구해다 주었다는 파란 셔츠와 조끼.

 

언제나 명랑하고 착하고 솔직한...

 

오늘은 나랑 형이랑 가는 거 알아? 내가 정신 바짝 차려야겠네, 정말.”

 

거기 꽤 멀던데, 그래도 1시쯤 나가면 시간이 충분할 거야.”

 

나 그 설탕 좀. 아까 저기서 오늘 건 설탕 듬뿍 넣으면 맛있을 거라고 하더라?”

 

그러나 건네어진 설탕그릇은 뚜껑을 달각거릴 뿐이었다.

 

평소처럼 하얀 산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요 앞에 현관에 나와야 해.”

 

하랑의 소리가 들리지 않아.

 

마틴은 벌떡 일어나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음식을 쓰레기통에 부어버리고 재단 안을 달렸다.

 

계단을 뛰어오르고 복도를 달려나가고 유달리 사람이 많아 번거로운 곳에서.

 

욕설과 함께 공용 전화기 사용 신청서를 쓰는 손길은 거칠었고 담당하는 직원은 웬일로 험한 모습을 보이는 마틴에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서류를 받아들었다.

 

티엔 정은 아직 배 위일 테니 전보 쪽이 빠를 겁니다. 뭐라고 보내드릴까요?”

 

나중에 전해져도 상관없으니 전화 쪽으로 메시지를 남겨 주세요.”

 

자신이 자연스럽게 티엔 정을 떠올린 것.

 

그리고 그가 거의 오자마자 출장을 다시 나간 것.

 

마틴은 그 안에서 티엔의 부속물처럼 여겨지던 하랑이 요즈음 재단 일을 다양하게 하던 것과의 연관성을 읽어냈다.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11

2019. 8. 31. 10:27 | Posted by 호랑이!!!

 

얼마 안 있어 셋은 재단으로 돌아왔다.

 

마틴과 티엔은 각기 예정보다 길어진 출장에 대한 보고를 하러 갔다.

 

눈만 마주치면 티격태격하는 사이지만 짐을 내려놓을 새도 없다보니 복도 안에는 무거운 두 발걸음만 울려 퍼졌고 세 명분의 짐을 떠안은 하랑은 계단을 올랐다.

 

마틴의 방 앞에 하나, 티엔의 방 앞에 하나.

 

마지막 하나는 하랑의 침대 위에 쏟아졌다.

 

사탕 캔, 못생긴 모형, 단어장, 그 사이에서 하얀 곰인형을 집어든 하랑은 후다닥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인형을 품에 꽈악 안았다.

 

며칠만에 냄새가 배었는지 호텔에서 나던 것과 비슷한 마른 종이와 꽃 향이 잔뜩 뿜어져 나왔다.

 

하랑은 거기 코를 박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니.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손에는 누런 부적 종이가 한 주먹 쥐여 있었다.

 

 

 

 

 

 

항구에는 사람들이 많다.

 

떠나는 사람, 떠나보내는 사람, 도착한 사람들과 맞아주는 사람들까지.

 

얼마 전에는 하랑도 저 중 한 자리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떠나거나 마중을 나온 것도 아니고, 그런 사람들에게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뒷골목으로 들어서며 하랑은 부적 하나를 빼들었고 그것은 손 안에서 화르륵 불타 사라졌다.

 

찾아라.”

 

우우우우 소리를 내며 붉은 개들이 뒤엉키고 움틀대며 골목 골목으로 사라졌다.

 

서생원은 잽싸게 인간이 다니지 못하는 길로 사라지고 하랑은 그들이 모든 골목과 모든 사람들을 훑고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에 섰다.

 

기괴하게 일렁이는 붉은 빛은 실체가 있는 것처럼 흘러넘쳐 하랑의 옷가지며 머리카락을 밀어올리고 들추어진 머리카락 아래에서 눈동자도 붉게 빛을 냈다.

 

바람이 불었다.

 

바다, 파도에 밀려나온 해초와 무엇인지 모를 비린내가 훅 끼쳤다.

 

항구의 여기에서 저기까지 기운이 술렁이고 하랑의 개들이 사람을 엮어왔다.

 

전부 익숙한 낯짝들이다.

 

그들이 사이퍼일지는 몰라도 귀신에는 면역이 없는지 가여울만큼 떨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지.

 

하랑은 나무 상자에 걸터앉았다.

 

일꾼들은 눈치를 보다 귓가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넘어지듯 무릎을 꿇었다.

 

.”

 

하랑은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너넨 뭐냐?”

 

그러자 사람들이 고개를 든다.

 

우리, 아니, 저희는. 그냥 여기서 일하는-.”

 

하랑은 그 사람 앞에 다가갔다.

 

시선이 마주칠 듯 가까워지자 그 사람은 필사적으로 눈알을 굴려 시선을 피했다.

 

하랑은 그 앞에 무릎을 굽혀 시선을 맞추었다.

 

, 나 알지?”

 

, , , 무슨 소리이신지 저는 잘..!”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 일렁이는 머리카락은 다분히 이질적이다.

 

그저 머리카락이 흩날릴 뿐인데 그 움직임은 마치 악마가 지내는 번제의 절과도 같아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랑은 기겁하는 그의 고개를 잡아 저를 보도록 강제로 돌렸다.

 

상대가 오메가인지 베타인지 알파인지는 히트 당시가 아니면 알 수 없다고 마틴 형이 보증해 주었다.

 

하지만 이 자들은 저를 보자마자 오메가라고 달려들었지.

 

누가 시켰어?”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10

2019. 8. 28. 14:28 | Posted by 호랑이!!!

 

바다. 바다. 바다!

 

하랑은 바다로 뛰어들었다.

 

따뜻한 바다는 하얗게 부서지며 하랑을 맞았고 손을 힘차게 뻗거나 발장구를 치면 또 첨벙첨벙 요란하게 소리가 났다.

 

물을 좋아하는 붉은 개는 하랑이 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뛰어들었고 이어 청사가 물 속으로 스르르 헤엄쳐 사라진다.

 

파도가 거친지 서생원은 밀려온 바다 거품에 조그만 발을 담가보고는 만족했고 덩치 큰 신호는 답지 않게 앞발을 파도 속에 첨벙 넣었다가 뒤로 물러서더니 두두두 달려와 힘차게 뛰어들었는데 옆에 있던 마틴은 난데없이 물벼락을 맞았다.

 

조용히 해욧!”

 

나 아직 암말도- 어풉...!”

 

그래, 챌피. 아직 하랑은 아무- ...”

 

! 하라악...! 능려.. 푸푸푸....!”

 

두고보자며 마틴은 회중시계를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수영복 차림이었고 무방비하게 하랑이 뿌리는 물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틴을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만들었다며 웃다 서생원과 눈이 마주쳐 어색한 시간을 보낼 뻔 한 하랑은 그걸 수습해 보겠답시고 티엔에게 물을 쏟았다가 티엔이 이끌어낸 쌍룡에 의해 정말로 물에 빠져버렸다.

 

진짜로 기술을 쓰는 게 어디있어!”

 

걸어온 싸움을 피하지 않는 것 뿐이다.”

 

거러온 싸우물 피하쥐 안눈 거 뿌뉘다.”

 

하랑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마틴은 허허 웃으며 수건을 가져다주었는데 하랑은 익숙하게 마틴 앞에 앉아서 머리를 툭 기댔다.

 

그리고 동시에 옆에서 들려오는 음습한 마음의 소리에 마틴이 고개를 돌렸더니 거기에는 티엔이 이 쪽을 황당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뭐예요.”

 

이 하랑. 지금 뭐 하는 거냐.”

 

아무것도...? 안 하는데...?”

 

마틴은 수건으로 하랑의 머리를 탈탈 털어주다가 팔을 둘러 꽉 끌어안았다.

 

남자의 질투는 보기 흉해요.”

 

누가 질투한다는 거냐.”

 

방금 제가 마음을 들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모 씨가 아닐까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마틴은 후우 길게 숨을 내쉬었다.

 

나는 예의가 뭔지 아는 영국 남자다.

 

비록 저 인간은 예의도 없고 싸가지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하랑의 마음도 없지만!

 

하랑의 마음도 없지만!

 

그렇게 생각한 마틴은 기분이 좋아져서 활짝 웃었고 티엔은 이를 꽉 다물었다.

 

하랑이 옷을 가지러 가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티엔은 일부러 앉아있는 마틴의 앞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무슨 꿍꿍이냐.”

 

꿍꿍이라니 듣기 섭섭하군요. 제가 자주 하랑의 머리를 말려주는 걸 몰랐나요?”

 

자주?”

 

누군가가 힘들 때마다 옆에 있어주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겨우 옆에 있는 것 말인가...?”

 

물론 혼자서완벽하려고 노력한 당신은 모르겠지.

 

더운 날에 주스를 준다던가, 불안할 첫날에 사탕과 함께 힘내라는 말을 해준다던가.”

 

마틴은 손가락을 꼽았다.

 

그런 것들이 사람의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당신은 모르니까.”

 

누가 모른다고 그러나.”

 

티엔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하랑이 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하랑.”

 

얼마간 걷자 하랑이 겉옷을 들고 오는 것과 마주쳤다.

 

“...뭐요?”

 

, 조가비... 그걸로는 안 되나?”

 

뭔 조가비? 저번에 준 그 흉... 모형?”

 

그래.”

 

그게 뭔데? 그거 무슨 주술 도구였나? 하랑은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그 흉물한테 무슨 기운이 느껴졌던가? 자신은 잘 모르겠는데, 더군다나 받은 후로는 계속 잠만 자서 어디 쓸 수 있나 시도도 안 했었다.

 

“..., 또 뭐라고 하게?”

 

공손하게 말해라, 하랑.”

 

아파서 잠만 잤다고 하면 또 수련이 부족하다 하려고 그러시옵니까? -.”

 

티엔의 인상이 구겨졌다.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9

2019. 8. 8. 16:04 | Posted by 호랑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티엔은 일주일 치의 방값을 더 지불했다.

 

재단에 연락했더니 당장 달려오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마틴이 애써서 진정시켰고 하랑은 약에 적응했는지 약 전에 죽이라도 먼저 먹었다.

 

티엔과 마틴은 우편으로 받은 서류를 처리하거나 전화기에 매달렸고.

 

그렇게 첫 히트가 일어난 후 사흘이 지나고 하랑의 열이 가라앉았다.

 

하랑의 뱀, , , 호랑이는 며칠 아픈 하랑의 곁에 있는가 싶더니 몸이 나아진 것 같자 새로운 환경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티엔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방바닥에서 작은 동물의 뒷덜미를 집어 치우는 것 같은 행동을 간혹 했다.

 

하루이틀은 그러려니 했지만 그게 사흘이 되자 티엔은 하랑의 방문을 열어젖혔고 잘만 자던 하랑은 난데없는 방문에 억지로 눈을 비벼 떴다.

 

뭐요?”

 

나가라.”

 

남의 방에 와서 갑자기 축객령이라니?

 

뭘 잘못 들었나?

 

하랑은 다시 물었다.

 

뭐요?”

 

나가라고 했다.”

 

이 양반이 미쳤나, 뜬금없이 왜 와서 이런담.

 

자신이 마틴 형도 아니고, 아니, 마틴 형도 모르는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안다고 이렇게 다짜고짜인지.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말도 사나워질 수밖에 없었다.

 

뭐요.”

 

시비같은 어투에 티엔도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나가-”

 

정티엔, 그렇게 말하면 남이 어떻게 알아요?”

 

동년배라고 종종 홀든네 첫째를 만나더니 말투까지 옮았나, 하고 마틴이 운을 떼었다.

 

요즘 티엔이 허공에 손질을 해서...”

 

“...네 개나 쥐나 뱀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 때문이다. 바다 바다 했으니 나갔다 와라.”

 

... 혼자?”

 

그래.” “저랑?”

 

티엔과 마틴이 동시에 말하더니 힐끗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랑.” “혼자-”

 

또 동시에 말한다.

 

뭐냐.” “뭐예요.”

 

또 동시에.

 

이건 또 무슨 코미디인지 생각하다가 하랑은 작은 가방에 주섬주섬 노란 부적을 넣었다.

 

우리 애들이랑 갔다 올게.”

 

나도 같이 간다.”

 

, 저도!”

 

저 양반들 일이 급한 거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그야 저 사람들이 감당할 일이고.

 

좀 있자니 둘이 뭔가 가방을 들고 내려왔다.

 

하랑으로서는 굉장히 오랜만에 호텔 밖에 발을 디디자 쨍한 햇볕이 피부에 닿았고 방 안에서보다 강렬하게 바다 냄새가 난다.

 

이미 붉은 개들은 자기들끼리 뒤엉키고 장난치며 바다로 달려갔고 거대한 호랑이는 머리에 쥐를 얹고 발을 옮겼다.

 

은근슬쩍 다리에 감기는 청사도 모른척하며 하랑이 발을 옮기자 넓은 바다가 눈에 담겼다.

 

겨우 이런 것에 더는 설레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랑은 달려가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하랑, 안된다!”

 

하랑 군, 준비운동! 준비운동!”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8

2019. 5. 17. 12:45 | Posted by 호랑이!!!

 

몰래 빠져나갈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보호자들에게는 다행히도, 침대에 누워나 볼까 했던 하랑은 그대로 곯아떨어져 버렸다.

 

저녁시간을 지나고 아침도 거르고 토스트와 주스를 가져다 준 마틴이 아침에 놓고 간 음식이 그대로인 것에 비명을 지를 때까지나 말이다.

 

다시 잠들려고 했던 하랑을 마틴이 깨워 앉히고 티엔은 주방을 빌려 죽을 끓였다.

 

입에 넣다가도 잠들어 버려 마틴이 능력을 이용해 깨워야만 했지만 결국 한 그릇을 비운 하랑은 식사하느라 잠이 깼다며 눈을 비볐다.

 

네가 체력이 없으니까 그렇게 졸린 거다.”

 

마틴은 티엔의 옆구리를 콱 찔렀다.

 

잠이 조금 남아있던 눈꼬리는 홱 올라가고 하랑은 숟가락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뭐냐.”

 

이 잔소리꾼.”

 

입가에 흐른 죽이나 닦아라.”

 

마틴은 냅킨을 들어 하랑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정티엔 바보멍청이.”

 

사부라고 불러야지.”

 

마틴은 투덜거리는 하랑을 내려다보았다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악 뭐야 형, 나 애 같다고 생각한 거지!”

 

. 가서 약 먹고 사탕 하나 먹고 양치질 하세요.”

 

약 먹으면 졸립단 말야!”

 

그럼 좀 자요. 재단에는 형이 말해둘게요.”

 

싫다고 칭얼거리는 하랑을 어르고 달래 마틴은 약과 물을 손에 쥐여주었다.

 

하랑은 약을 꿀꺽 삼키고 마틴이 가져다준 초콜릿을 하나 물고는 꿍얼거리면서 마틴의 가슴에 머리를 툭 기댔고 동시에 티엔의 눈썹 한 쪽이 불만스럽게 올라갔다.

 

이하랑, 나랑 마틴은 먼저 재단으로 갈테니까 너는 몸을 좀 추스르고-”

 

뭐어? 정티엔 지금 제정신입니까?”

 

!? !?”

 

성인 알파가 둘이나 붙어 수발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나? 베타가 직원인 호텔에 와 있으니 여기 맡겨두고 우리는 돌아가야지.”

 

당신은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하랑의 보호자 아닙니까, 책임지고 괜찮아질 때까지 돌볼 의무가 있어요.”

 

티엔의 눈가가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알파가 오메가에게 가까이 갔다가 한순간의 충동으로 어그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 있는 것 같나.”

 

하랑은 휙 티엔에게 시선을 옮겼다.

 

티엔은 이 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마틴을 보는 것도 아니고, 하랑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분노하고 있다.

 

“...우웩....”

 

정티엔 냄새나요.”

 

마틴은 입을 뻐끔거려서 하랑에게는 들리지 않게 무어라고 말했고 티엔은 푹 한숨을 쉬며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하랑의 붉은 개가 베란다 문을 활짝 열었고 환기가 되는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티엔에게서 흘러나온 페로몬이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하랑은 입에 문 초콜릿을 마저 씹어 삼켰다.

 

이전이라고 알파의 냄새를 안 맡아본 것은 아니었고, 재단 내에서도 알파 냄새 같은 건 벽에 배길 정도로 많이 나지만 티엔이 감정상의 실수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페로몬(이라고 부르는)을 내보낸 적이 없었기에 낯설다.

 

냄새 뿐만이 아니라 사람까지도.

 

하지만 저 티엔이 저런 반응이라.

 

충동으로 뭘 어그러뜨리는데?”

 

티엔이 딱 잘라 말했다.

 

넌 알 거 없다.”

 

참 다정하기도 하지.

 

하랑은 마틴을 돌아보았지만 마틴도 고개를 저었다.

 

저는 몰라요.”

 

알았으면?”

 

말했겠죠.”

 

티엔이 돌아보았지만 마틴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하랑이 무서워하잖아요. 뭐든 말했을 걸요.”

 

“...”

 

뭐 든, 하고 마틴이 입을 벙긋거렸다.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7

2018. 7. 31. 03:27 | Posted by 호랑이!!!

 

뭡니까?”

 

뭐가.”

 

하루 종일, 외출했다 돌아오는 내내, 마틴은 피부에 달라붙는 것 같은 시선을 느꼈다.

 

처음에야 애써 모른척했지만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까지 이러니 아무리 사람 좋다는 말을 듣는 마틴이라도 한 소리 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쳐다봤잖아요.”

 

내가 언제.”

 

할 말 있으면 하시죠.”

 

그런 거 없다.”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마틴은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면 그 불쾌한 시선 좀 치워 주겠어요? 당신의 열정적인 눈빛 같은 거, 받아도 기쁘지 않거든요.”

 

쳐다보지 않았다니까. 나나 쳐다보지 마라.”

 

누가 누굴 쳐다봐?

 

하여간에 어이가 없어서.

 

마틴은 미간을 콱 구겼다.

 

그럼 가는 동안 서로 바깥이나 보면서 가기로 하죠. 쳐다보면 당신의 이번 월급 절반은 제 거예요.”

 

말을 걸면 자네 월급 절반을 내 걸로 하지.”

 

티엔과 마틴은 동시에 고개를 바깥으로 돌렸다.

 

바깥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또 가판대가 보이고, 그 중에는 특이한 모양의 조개 껍데기 같은 것도 있고... 저런 것도 파는 건가.

 

마차 세워주게.”

 

티엔이 바깥에 대고 말하자 마차가 멈추었다.

 

어딜 갑니까.”

 

그것도 소금물에 닿았다간 후회해야 할 정장을 입고.

 

알 바 아니다.”

 

한 번 정도는 살가운 대꾸를 해 주시죠.”

 

자네는 누구나 상냥하게 만들 수 있으니 나 하나에게 굳이 연연할 필요가 없지 않나.”

 

나 하나쯤이야라는 문장이 별로 좋지 못한 말이라는 건 알지요?”

 

티엔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가 바닷가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던 마틴은 얼마 안 있어 내려달라고 마부를 불렀다.

 

 

 

 

 

 

 

 

지금쯤이면 하랑이 자기 방으로 갔을까, 아니면 아직 방에 있을까, 고민하며 방 문을 열었다.

 

복도에 있을 때부터 어디에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니, 문을 열자 마치 봇물이 터지듯이 소리가 터져나와 커다란 갈색 봉투를 안고 있던 마틴은 휘청 몸이 기울었다.

 

그러면 사부가 나 옮겨주던가! 기운이 안 나서 못 일어났단 말이야! 계속 잤다고! 배도 고프고!”

 

알파들이 위험하다는 소리를 굳이 해야 아나. 소리 지를 기운은 있는 것 같으니 방까지 걸어갈 힘도 있겠지.”

 

문이 닫겼다.

 

“...하여간 변하지 않는군요.”

 

“...다녀왔어, 마틴 형.”

 

어딜 갔다 이제야 오나.”

 

마틴은 하랑에게 다가갔고 하랑은 마틴이 앉을 수 있도록 조금 옆으로 물러났다.

 

자아.”

 

갈색 봉투를 기울이자 안에서는 사탕 캔, 초콜릿 상자가 굴러나오고 약이 든 유리병도 하나 떨어졌다.

 

이게 안 나오네, 라며 마틴은 봉지 안에 손을 넣더니 흰색 리본이 달린 곰인형을 꺼냈다.

 

“...뭐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껴안고 자기에는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마틴은 쏟아지듯이 터져나오는 행복감, 혹은 감동을 온몸으로 맞았다.

 

털이 북실북실한 곰 인형은 하랑이 기껏해야 장난감 가게를 지나칠 때야 본 모양인데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음에도 표정에는 변화가 없고 기껏해야 곰 앞발만 꽉 잡고 만다.

 

아파질 것 같으면 계속 하나씩 먹어요. 약이 쓰니까 사탕이나 초콜릿도 하나씩.”

 

물이랑 삼키는 거던데.”

 

그래도.”

 

기뻐하고 있으면서.

 

마틴은 입가로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뭘 웃어.”

 

투덜거리는 목소리는 어딘가 쑥스럽게 들린다.

 

그런 것도 잠시, 누군가가 입을 열자 공기는 영점 아래로 떨어졌다.

 

사실은 말도 없었고.

 

그저 손을 내밀었는데.

 

그 손에는 산호, 조가비, 색이 짙은 고둥 따위를 이어 붙여서 만든 사람 모형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하랑은 몸을 뒤로 빼었고,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서는 의문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마틴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 인간이 왜 나한테 뭘 주는 거지?’

 

심지어 이런 흉한 걸?’

 

티엔 역시 부동으로 모형을 쥔 손을 내밀고 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어색한 움직임으로, 하랑은 그 모형을 받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럼 나는... 이만 방으로 가볼테니까...”

 

그러자 티엔과 마틴이 동시에 대답했다.

 

거기 얌전히 있어라.”

 

나가기 전에는 둘 중 하나를 데리고 나가야 해요.”

 

그리고 둘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가긴 어딜 나가.”

 

싫다면 제가 보호자로 다녀올게요.”

 

둘이 정말 사이가 안좋다니까.

 

하랑은 거의 뒷걸음치다시피 해서 방 밖으로 나갔다.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6.5

2018. 7. 18. 13:26 | Posted by 호랑이!!!

 

하랑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한낮이었는데 작은 테이블에 쪽지가 놓여있었다.

 

카운터에 말해놓았으니 직원을 부르세요

 

전화기를 들자 카운터로 연결되는 음이 났다.

 

[카운터입니다]

 

여긴... 407호실인데요. 뭔가를 부탁했다고 해서요.”

 

[407호시군요, 일행분께서 약을 부탁하셨습니다. 곧 직원이 찾아갈 것입니다]

 

둘이 나가면서 전화번호를 남겼으니 전화해놓겠다는 말이 이어지고 하랑은 다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어제까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냄새가 났다.

 

체취, 인 것 같은데...

 

기분 나쁘다던가 하지 않고 외려 안정감을 주는 것.

 

처음에는 그냥 신기한 냄새인가 했는데 계속 맡다보니 좋아서 코를 묻게 된다.

 

향취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얼마 안 있어 노크소리가 들리자 하랑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문을 열자 직원은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따뜻한 버터와 푹 끓인 고기 냄새에 갑자기 배가 아프도록 고파와서 두꺼운 빵에 버터를 듬뿍, 버섯과 고깃점이 있는 수프에 꾹꾹 눌러 담그면서 허겁지겁 먹고 나니 스스로를 베타라고 소개한 갈색머리 직원은 물과 약을 내밀었다.

 

억제제입니다.”

 

억제제는, 그러니까... 당신의 히트 사이클을, 없는 것처럼? 만든다.

 

천천히 또박또박, 부러 쉬운 단어를 써서 재차 말해줄 때에야 하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히트사이클이었구나.

 

아무리 일행이라고 해도 알파가 둘이나 있는 방에 뛰어들면 나중에 고생한다고들 하니까요.”

 

알파가 둘이라고?”

 

, 알파 둘이요. 문신한 사람이랑 마틴이라는 사람...”

 

마틴 형이 알파!?”

 

그 분도 알파라서 옆에 있기 힘드니까 대신 말을 전해달라고 했어요. 일은 둘이서 하고 올테니까 아랑? 하랑, 은 밥 먹고 약 먹고 몸 괜찮아질 때까지 호텔에 있으라던걸요!”

 

하랑은 약을 물과 함께 삼켰다.

 

그새 또 몸 속에 모여든 열기가 다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젠 냄새가 안 나는가 하고 팔을 들어 코를 킁킁거렸지만 직원은 잘 모를 거라는 소리를 한다.

 

약 드셨으니 오늘은 술 드시면 안 되고, 대마초나 담배도 자제해 주시고. 몸에 발진... 빨간 게 생기거나 가려우면 병원에 모셔드릴 테니 카운터에 연락 주시고요.”

 

그러고는 창문을 활짝 열었다.

 

짭짤한 내음이 섞인 바닷바람이 불자 방 안의 후덥지근한 공기는 날아가고 하랑은 땋은 머리카락을 들어 목덜미에 기분 좋게 바람을 쐬었다.

 

그리고 팔에 문신이 있는 일행분이 전해달라고 한 이야기인데...”

 

침대로 슬슬 기울던 몸이 벌떡 일으켜졌다.

 

여기 있지 말고, 방에 가서, 얌전히 있으라고.”

 

동그랗게 뜬 눈은 직원의 말이 끝날 즈음에는 미간을 찡그리고 반쯤 감겼다.

 

“....”

 

배려가 부족했다던가 미안하다는 말 같은 건 기대도 안 했지.

 

하지만 축객령이라니.

 

차라리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으면.

 

차라리 그게 더 나았을 텐데.

 

직원은 무슨 일이 있으면 카운터에 연락하라고 하고 가버렸다.

 

혼자 남겨진 하랑은, 침대에 걸터앉아서, 미간을 찡그린 채 생각에 잠겼다가.

 

끝에는 한숨을 쉬며 다시 침대에 늘어졌다.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6

2018. 7. 4. 18:14 | Posted by 호랑이!!!

 

다음 날 아침, 하랑은 숨막히는 열기에 눈을 떴다.

 

목이 아픈가? 그렇지는 않고.

 

기침이 나오는 것 같지도 않고.

 

코가 막히나? 그렇지는 않고.

 

열이 나는데. 아픈 것 같은데.

 

어제 누운 그대로 잤는지 테라스는 활짝 열려 있고 짐가방도 그대로라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발에 가방이 걸려 넘어졌다.

 

무릎을 찧었지만 아프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고, 다만 마틴과 티엔이 있는 그 방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채운다.

 

당장, 문을 열고.

 

이 밖으로.

 

저 방으로.

 

바닥에 깔린 카펫은 부드러웠고 나무 바닥은 단단하지만 어느 곳을 밟아도 조금 시원한 것이 느껴질 뿐 발에 무언가가 닿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고 있는데도 움직인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걷고 있다기보다는 물 속을 헤치고 가는 것 같다.

 

열이 많이 나서 그런가.

 

바다도 못 갔는데 아파지다니 아쉽다.

 

구겨진 셔츠에 헐거워진 바지 차림으로 비척비척 걸어가는데 어제는 분명 가깝게 보였던 방이, 그 방으로 가는 세 걸음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문 손잡이는 차갑다.

 

문도 차가울까.

 

이마만 살짝 대보려고 했는데 몸이 그대로 기울어서 문에 들이박았다.

 

무슨 일이냐.”

 

문이 벌컥 열렸다.

 

하얀 손이 쓰러지려는 하랑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으응? 하랑?”

 

낯익은 목소리에 하랑은 냉큼 방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마틴 형!”

 

나 아파, 열 나.

 

 

 

 

 

 

아침 일찍 눈을 뜬 것은 티엔이다.

 

여느 때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서 가볍게 몸이나 풀 겸, 하랑도 깨워서 산책이라도 한 후에 아침이나 같이 하자고 할 생각이었다.

 

물론 마틴은 그대로 재워 놓고.

 

바다 바다 그렇게 노래를 불렀으니 바닷가를 가볍게 뛰고 바닷물에 몸이나 담갔다가 오면 그래도 마음을 좀 풀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그간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이렇게 풀어주면, 매일 마틴 형, 마틴 형, 하는 녀석도 좀 생각을 바꿔먹을 것이다.

 

임무를 위해 배당받은 시간은 일주일이지만 오고가는 시간을 제하더라도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을 터이니 마지막 날에는 쉰다고 해야겠군.

 

다른 알파들이 그러듯이 이것저것 사 주며 흥청망청 놀기도 하고.

 

일단은 수영복을 한 벌, 샌들도, 코코넛 같은 것이나 또 뭐든 흥미를 보일 쓸데없는 것도.

 

어차피 조개껍데기나 조악한 장난감 따위를 쳐다보고 있겠지.

 

마지막으로 겉옷을 걸치는데 복도 건너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잠자리가 맞지 않았거나, 아니면 악몽을 꿨다던가, 매일 아침에 운동을 시킨 보람이 있었거나 그 정도겠지.

 

정 잠자리가 맞지 않으면 같이 가서 자 준다고 할까.

 

문에 손을 대는데 가볍게 툭,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쾅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냐.”

 

늘상 하랑의 주위를 맴돌던 작은 기운들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문을 열면 항상 아침마다 보았던 하랑이다.

 

땋은 머리를 제대로 빗고 자지 않아서 삐친 머리가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고, 항상 입는 잠옷은 하얀 색, 구겨지고 몸에 감기고.

 

바깥에서, 남들에게 보여줄만한 것은 아닌 차림에 얼굴은 달아오른 그 모습은 갑자기 땅으로 푹 꺼진다.

 

놀라 몸을 잡고 일어서게 하자 그 몸은 비척비척 방 안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진한 향기가 코 끝을 스쳤다.

 

코 끝을 스친 향기는 하랑이 지나간 자리를 타고 짙어져 순식간에 방 안을 메웠다.

 

하랑...!”

 

처음으로 히트사이클을 맞은 오메가가.

 

침대로 뛰어든다.

 

마틴 형!”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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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19금은 미뤄진다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5

2018. 6. 30. 03:00 | Posted by 호랑이!!!

 

망할, 더워!”

 

하랑은 머리에 쓴 모자를 벗어 얼굴에 대고 부쳤다.

 

이하랑, 성질 부리지 마라.”

 

어차피 조선어로 떠들었으니 알아들었을 사람도 없지 않아.”

 

버릇없이 굴지 말라며 티엔은 하랑의 손에서 모자를 빼앗아 머리에 씌워 주었다.

 

티엔 정, 가서 방 확인이나 해요.”

 

또 하랑을 오냐오냐 하는군, 챌피.”

 

더운 건 사실이잖아요.”

 

조금만 참아요, 라고 하랑에게 귓속말을 하고 마틴은 티엔 쪽으로 갔다.

 

그러니까 재단의 이름으로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만. 침실 두 개가 딸린 방을 말이다.”

 

죄송하지만 이 서류로는 손님이 재단에서 온 것을 확인하기에는 불충분합니다. 적어도 재단에 전화를 해서 확인받지 않으면 저희로서는 방을 드릴 수가 없군요.”

 

전화를 해라.”

 

지금 시간에는 전화를 사용하기 곤란합니다. 전화선에 문제가 있어서 말이지요.”

 

아까부터 억지나 부리고.

 

티엔은 울컥 올라오려는 화를 애써 가라앉혔다.

 

마틴 형, 무슨 일 있대?”

 

제가 보기에는 실수로 방을 준비하지 못한 것 같네요.”

 

그런데 온 일행에 동양인이 둘이나 있으니까 재단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다는 핑계로 돌려보내려는 것 같아요...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 뭐야, 짜증나!”

 

바깥에 보니까 바다 있던데 바다 가고 싶다.

 

어차피 지금 상황도 이 모양 이 꼴인데 잠깐 놀다 와도 괜찮지 않을까.

 

수리하려면 좀 걸릴 겁니다. 내일 아침에야 사람이 올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다른 호텔에 객실을 잡으시거나 다른 방이라도 괜찮으시다면 바꾸시겠습니까?”

 

마틴 형, 나 잠깐만 밖에 나갔다 와도 돼?”

 

이제 곧 해결될지도 모르는데 잠시만 기다렸다가 방에 짐 내려놓고 가요.”

 

와중에 마틴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않던 티엔은 그래도 마틴이 가까이 오자 옆으로 한 발짝 비켜주었다.

 

아까까지 뻔뻔한 얼굴로 고개를 젓던 사람은 마틴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몇 마디 건네자 금방 울상이 되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티엔은 무언가가 느껴지는지 한 발짝, 더욱 멀리 마틴에게서 떨어졌다.

 

이야기를 마친 마틴은 열쇠를 두 개 받아서 돌아왔다.

 

우선 1인용 객실 하나랑 2인용 객실 하나를 받았어요. 침실 두 개가 딸린 커다란 객실은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방이라고 하니까요. 그리고 몇 가지 서비스에 대한 쿠폰을 받았으니 편한 때 써 주세요.”

 

내 것도 있어?”

 

자요.”

 

마사지권, 룸서비스, 세탁, 구두닦이 등의 쿠폰을 받은 티엔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나 이제 바다로 가도 돼?”

 

바다는 무슨!”

 

또 놀 생각 뿐이구나, 그렇게 해서 언제 강해지려고, 주위에서 사람들은 이렇게 고생하는데 혼자서 그렇게...

 

티엔이 딱딱거리자 하랑은 인상을 찌푸리며 마틴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탔다.

 

지금까지 계속 단어도 외웠고! 어차피 오늘 더 이상 할 것도 없는데 좀 놀면 어때서?”

 

멀리 와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방종하다니. 게다가 지금부터 할 게 없기는 왜 없나, 내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미리 보고서를 읽어보고 해야 할 거 아닌가.”

 

그건 내가 단어 외우는 동안 형이랑 사부가 했잖아. 내일 가는 동안 설명해줄 거 아냐?”

 

그런 건 남의 손에 목숨을 맡기는 행위나 다름없다. 너도 어린 나이가 아니니 책임감을 갖고 행동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자꾸 안된다고만 하고! 게다가 재단의 임무를 맡을 정도라면 혼자 바다에 가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그런 건 할 일을 다 끝낸 다음에 해라.

 

보고서나 조사서를 읽는 건 몇 시간이면 되는 일인데 그것까지 다 하고 나면 밖은 완전히 깜깜해질 거라고, 그게 더 위험하잖아.

 

할 걸 다 한 다음에 이야기하면 내가 같이 가겠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이 고집불통, 합리적이지도 못하고! 계속 안된다는 소리만 하고!”

 

맨날 공부도 운동도 너무 많이 시키고! 다른 사람하고 말하는 것도 맨날 끼어들고! 옷도 답답하게 입히고! 기차 안에서 바깥 구경도 못 하게 했지!

 

매일 게으름피울 생각이나 하고, 힘이 필요하다고 해서 데려왔더니 힘은 고사하고 여기저기 놀 생각만 하는데다-”

 

데리고 왔다니, 끌고 온 거지! 애당초 그런 거래를-”

 

그만!”

 

마틴은 둘 사이에 끼어들어서 양 쪽으로 밀쳤다.

 

둘 다 지금 너무 흥분했어요.”

 

티엔 정은 그렇다 치고 하랑도,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잖아요.

 

지금 피곤해서 그런 걸 거예요. 오늘은 이만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볼까요?”

 

티엔이 길게 한숨을 쉰 다음 문을 열었고 마틴은 하랑을 억지로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된다고 해도 바다로 외출해도 좋다는 허락은 하지 않았다. 얌전히 방 안에 있어.”

 

웃기지 마, 누가 허락 같은 거 필요하대? 정티엔 진짜 싫어! 멍청이야!”

 

하랑, 좋은 밤 되세요!”

 

마틴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하랑은 방 안에 들어갔다.

 

바다가 보이는 넓은 테라스는 바람이 불 때마다 얇은 커튼이 커다랗게 부풀었다가 가라앉았고 나무로 만든 티테이블에는 하얀 테이블보가 덮여 있었다.

 

침대는 네 개의 기둥과 두꺼운 캐노피가 달렸는데 하랑은 가방을 테이블 옆에 던져놓고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한 사람용이라는 침대는 커다랗고 푹신푹신한데 베개도 몇 개나 있다.

 

베개를 안아 보자 푹신한데 딱 안기 좋은 크기다.

 

잔뜩 치솟았던 짜증도 조금은 가라앉아서 하랑은 방 안을 살펴본답시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가 차가운 물통을 발견하고 한 모금 마셨다.

 

어쩐지 덥네.

 

하랑은 아무렇게나 침대에 거꾸로 엎드렸다.

 

발을 베개에 묻고 물통을 이마에 대자 차가운 물방울이 이마를 따라 흘러내렸다.

 

더워...”

 

조금 뛴 것 치고는 지나치도록.

 

열이 난다.



[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4

2018. 1. 29. 13:43 | Posted by 호랑이!!!

 

가는 길은 멀어 기차를 타야 했다.

 

널찍한 시트의 한 쪽에는 티엔과 가방, 다른 쪽에는 마틴과 하랑이 앉아서 이따끔 창밖을 보거나 가져온 과자를 뜯거나 하던 중 티엔은 가방을 뒤져 무언가를 꺼냈다.

 

가는 길에 이걸 다 외워라. 틈틈이 시험 볼 테니 앞 장부터 읽어.”

 

뭐어? 이걸 다? 많다고!”

 

어차피 가는 길에 할 일도 없지 않나.”

 

하랑은 티엔이 손수 만든 영단어 한 묶음을 건네자 노골적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마틴 형- 도와줘-”

 

하랑이 마틴의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대자 이번에는 티엔의 미간이 콱 찡그려진다.

 

이하랑, 공부를 하면 당장 네 생활이 편해진다.”

 

그치만 이거 많은걸? 이 중에서 당장 쓰지 않는 단어도 많고. 쓰는 거라고 해도 기차 타고 가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이걸 다 외우래?”

 

촌음을 아껴서 공부를 하질 못할망정 많다고 투정이냐.”

 

그치만그치만그치만! 나 과자 먹고 싶고! 촌음을 아껴서 놀고 싶고!”

 

힘을 얻겠다던 녀석이 공부도 안 하고 뭘 한단 거냐.”

 

정 사부는 바보야! 정티엔 멍청이!

 

마틴은 하랑의 마음의 소리를 듣다가 웃고 말았다.

 

티엔 정.”

 

그렇게 운을 떼자마자 하랑에게서 내 편 들어줄 거지!’라는 강렬한 소리가 들려와 한 번 더 웃고.

 

물론 막아줄 생각이었지만 조금 짓궂게 굴고 싶어진다.

 

티엔 정이 준 단어는 몇 개인가요?”

 

“100개다.”

 

단어 하나 외우는 데 1분이면, 가는 데는 다섯 시간이니까 300개를 가져왔어야죠.”

 

마틴 형!? 너무해!”

 

하하, 농담이에요.”

 

펄쩍 뛰는 하랑을 당겨 다시 앉히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과자도 먹여서 살살 달래주고 하는데도 입이 댓발이나 나와 있다.

 

저 삐죽하게 튀어나온 입은 마음에도 없는 행동이지만 거기 또 넘어가서 마틴은 티엔과 이야기해서 가는 데 50, 오는 데 50개로 나누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하랑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헤헤 웃으며 마틴의 팔을 꼭 잡았고.

 

티엔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하랑을 쳐다본다.

 

독심술이 없어도 알 것처럼 뻔한 행동이라니 저 인간도 꽤나 인간답군요.

 

마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과자를 들어 하랑의 입에다 물려주었다.

 

하랑은 그 과자를 받아 깨물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과자를 와작와작 깨물어 급하게 삼켰다.

 

안 그래요.”

 

나 아직 말 안 했는데.”

 

말 안 해도 아니까 천천히 먹어요.”

 

티엔이 건네는 물을 마시고, 하랑은 입을 열었다.

 

알파들이 오메가 향을 맡아서 구분하는 게 아니야?”

 

그럴 리가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오메가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형은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 알겠지만...”

 

사람이 항상 자기 성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걸요. 게다가 좀 프라이빗 하지 않나요?”

 

남의 생각을 허락도 없이 읽어대면서 프라이버시를 따지는군.”

 

당신 참-”

 

무례한, 이라고 말하려다 마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파도 러트 기간이 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향을 맡을 수 없잖아요.”

 

나 그거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데, 어때?”

 

어린애한테는 자극이 세다.”

 

마틴은 그 말에 고개를 홱 들었다.

 

어린애? 어린애? 어린애애애애?

 

나 애 아니라니까.”

 

하랑을 걱정 좀 했다고 애 취급이라느니 실례라느니 하던 인간이?!

 

옆에서 물 한 병을 다 마신 하랑은 물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오겠노라며 쏙 사라졌다.

 

“...당신 지금 하랑을 애 취급 한 건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당신 아주 제멋대로라고 마틴이 말하는 그 시각, 하랑은 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그 김에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벽에는 안내 문구와 버튼이 플라스틱 덮개에 덮여 있었다.

 

보자... 만약에...? 당신의... suddenly... 그 날... 버튼을?”

 

다시 객실에 돌아오자마자 하랑은 단어장을 뒤적였다.

 

웬 일이냐.”

 

화장실에 sudden이라는 단어에 -ly가 붙은 단어가 있었어.”

 

화장실에?”

 

만약 당신의 소중한 그 날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거.”

 

갑자기 히트나 러트가 올 때 눌러주면 억제제를 가지고 베타 직원들이 도와주러 간다는 말이예요.”

 

히트나 러트 같은 말은 안 적혀 있었는걸.”

 

마틴은 회중시계를 만지작거리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히트사이클이나 러트에 대해서는... 그냥 말하면... 조금, 부적절하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럴거예요, 아마.”

 

영국인이라서 그런가보지.”

 

단어장에서 sudden을 찾아낸 하랑은 그게 뒤의 50개에 들어가자 이미 뒤의 sudden을 외웠으니 오늘은 앞의 49개만 외울 거라고 티엔에게 엄포를 놓았고, 그 말에 티엔은 이마를 감싸고 마틴은 소리죽여 웃었다.

 

그럼 앞쪽 49개를 어서 외우도록 해라.”

 

-.”

 

하랑은 단어장을 팔락팔락 넘기다가 무언가가 생각나자, 딴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 푹 빠졌다.

 

그러고 보니.

 

영국에 온 첫 날에.

 

선착장에 있던 수많은 그 사람들.

 

이하랑, 또 딴 생각하는 거냐.”

 

아냐 아냐, 제대로 외우고 있다고!”

 

[티엔하랑마틴?/알파오메가] Mine 3.5

2018. 1. 12. 08:31 | Posted by 호랑이!!!


티엔 정, 저 좀 보죠.”

 

티엔은 누가 부르는지를 확인하더니 하랑에게 5분 휴식이라고 말했다.

 

하랑은 수건으로 땀을 닦다가 누가 티엔에게 찾아왔는지를 보더니 물통을 들고 달려왔다.

 

, 마틴 형! ...하아, 하아...! 형 안녕...! 웬일이야?”

 

마틴이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자 하랑은 가까이까지 다가왔음에도 팔을 흔들었다.

 

격한 환영은 고맙지만, 숨부터 고르고, 물도 좀 마시고 해요. 형은 티엔 정이랑 어른의 대화를 나누고 올 테니까.”

 

“..., , 헤엑.. 애 아닌데.”

 

하랑,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면 이따 정권만 두 배로 해도 되겠군.”

 

아니, 아니거든! 쉴 거거든!”

 

하랑이 벤치로 쪼르르 가자 마틴은 티엔에게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더니 하랑에게 말하는 것이 들리지 않을만한 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지, 챌피.”

 

낼모레에 티엔 정 당신하고 저, 하랑이 같이 임무 나가는 것 때문입니다.”

 

빠질 건가?”

 

아쉽게도 아니예요.”

 

마틴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는 알다시피 우리 사이가 그렇게 살갑지는 않지요라고 운을 떼었다.

 

임무에 나가서도 우리가 싸우면 하랑이 불안해 할 테니까 그 때만큼은 서로 충분한 협력을 하고, 친하지 않더라도 이는 드러내지 말자고 이야기하러 온 겁니다.”

 

하랑이 불안해하기는, 릭 톰슨도 그러더니 저 녀석을 애 취급 하는 건가.”

 

마틴은 그 말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티엔 정, 하랑은 아직 열일곱입니다.”

 

그만하면 다 큰 거지. 공성전에 여섯 살 아이도 나오는 판국에 열일곱이 뭐가 어리다는 거냐.”

 

여섯 살도 열일곱도 아직 어려요. 불가피하게 참가하게 되었다고 해도 아직 어린 이상 어른인 우리가 불안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 주어야 한다는 말이예요.”

 

이 정신 나간 인간 같으니.

 

마틴이 팔짱을 끼자 이번에는 티엔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하는 말이지만, 릭 톰슨보다 각오를 하고 전장에 들어온 아이다. 여느 어른 만큼은 어떤 일이든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있어. 그렇게 배려해주는 것 자체가 실례다.”

 

그래서, 가는 날에도 계속 사이 나쁘게 굴겠다고요?”

 

마틴은 대놓고 얼굴을 찡그렸고 티엔은 하랑 쪽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합의는 하도록 하지.”

 

티엔은 한 마디 하고 하랑 쪽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노려보던 마틴은 얼마 안 있어 하랑이 왜 나한테 성질이야, 정티엔!’이라고 생각하는 소리를 듣고는 웃어버렸다.

 

티엔 정, 저 사람은 또 하랑에게 심하게 대할 테니 자신은 미리 이것저것 준비를 해 두는 게 좋겠다.

 

예를 들면 차가운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주스라던가.

 

땀을 식혀줄 부채라던가.

 

씻고 나왔을 때 머리를 빗어준다고 할까.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티엔하랑마틴?/알파오메가] Mine 3

2017. 9. 8. 16:21 | Posted by 호랑이!!!

1편

2편

 



어른스러움이란 뭘까.

 

하랑은 뛰어가는 아이를 멍하게 보며 생각했다.

 

정확히는 그 아이의 손에 들린 초콜릿 맛 우유를.

 

이럴 때 브루스 어르신이라면... 역시 우유가 아니라 고기를 먹어라! 라고 하려나.

 

릭 형씨는 나라별 초코 우유를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거 하나에 연연하지 않을 거고.

 

티엔은 애당초 초코 우유를 고르지도 않겠지.

 

마틴 형씨는 왠지 다른 가게로 가서 우유를 찾아볼 것 같고...

 

...어라?

 

하랑은 빈 매대 앞에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가 그 옆의 딸기 맛 우유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마틴 형씨는 베타일까 오메가일까?

 

시리얼 코너에서 하랑은 손에 초코 우유를 든 아이를 발견했다.

 

이 애도 자기처럼 초코 우유에 초코 시리얼을 먹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하랑은 마지막 남은 초콜릿 시리얼을 잽싸게 들어 올렸고,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불쑥, 아까의 생각이 하랑의 마음속에 다시 나타났다.

 

어른스러움이란 뭘까.

 

플라스틱 바구니에 시리얼 박스를 담으면서 하랑은 결심했다.

 

앞으로는 어른의 여유라는 것을 좀 가져보기로.

 

이번에는 사탕 쪽으로 움직이는데 마악 모퉁이를 돌다가 하랑은 마틴과 마주쳤다.

 

마틴 형씨! 웬일이야?”

 

작은 병과 납작한 캔이 늘어선 앞에서 고민하던 마틴은 드물게도,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 살려고 그래?”

 

, , ... 저는요! ...러니까...!”

 

당황하는 앞에서, 아까까지 어른의 여유를 가지기로 했던 이하랑은 여유를 저버렸다.

 

헤어 제품은 왜? 왁스 바르게? 염색할거야? 난 형씨 지금 머리카락이 좋은데!”

 

마틴은 머리에 쓴 모자를 쥐어뜯듯이 움켜쥐고 내려 얼굴을 가렸다.

 

저도, 안다구요. 그러니까... 하나 사려구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얼굴 새빨개진 거지?

 

마틴은 고개를 갸웃하는 하랑 앞에서 광고가 붙어있는 제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랑은 작은 병을 하나 집어들고 태그에 적힌 설명을 더듬더듬 읽었다.

 

... 신의 머리털... 보들... 찰랑?”

 

다소 절망적인 심정으로 마틴이 말했다.

 

머릿결이라고 읽는 거예요.”

 

매일 티엔에게는 아둔하다 게으르다 마음에도 없는 타박을 듣고 있지만 하랑은 오히려 영민하다.

 

오히려 영악하다.

 

지금도 하랑은 그 팽팽 돌아가는 머리로 하나의 과거와 하나의 사실을 결합시켰고.

 

하나의 정답을 내놓았다.

 

전에-”

 

네 그거 맞아요.”

 

머리 만지게 해주겠다는 그거 때문에? 라고 말하기도 전에 마틴은 하랑의 입을 틀어막듯이 긍정해버렸고 하랑은 새삼 그의 능력이 편리하게 느껴졌다.

 

... 지켜도 그만-인 약속 때문에... 이런 것까지 사서 관, ...뭐더라, 관리? 관리! ...를 한다니 대단한데!’

 

좀 더 편하게 생각해도 읽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애써서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스르륵- 하고 생각... 생각해버리면 못 읽을지도... 모르잖아

 

글쎄요. 누가 저한테 이렇게 대놓고 읽으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오히려 그냥 생각하는 쪽이 빠를지도요. 그보다 sssrrrkk이 뭐예요?”

 

감기 같은 거 걸려서 말 못할 때 편하겠다

 

그런 때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야 기쁘지만...”

 

착한 사람이네.

 

하랑은 티엔 옆에서 수련하는 동안 마틴이 대신 기합을 질러주는 것을 상상했다가 키득키득 웃었다.

 

마틴도 짧게 웃음소리를 냈다.

 

여하간 머리를 만지게 해주겠다는 말에 이렇게 관리까지 해서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겠다니 이것도 약간 완벽주의자 같은 걸까.

 

정티엔하고 닮았네.

 

“...”

 

그러고보니 전에 정티엔이 마틴 형은 주위에 인기가 많다고 했지, 이래서인가, 설렐 뻔 했네.

 

“.....”

 

...어라? 그러면 정티엔도 그 성질머리만 좀 고쳐먹으면 인기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형이나 정티엔이나 둘 다 잘 생겼고, 능력도 있으니까...

 

“.........”

 

마틴과 티엔의 공통점으로 생각이 넘어가려는 찰나에 소리가 크게 울렸다.

 

꼬르륵.

 

앗차 나 아직 아침 안 먹었지!”

 

어서 가서 아침식사 해요.”

 

, 나중에 봐-.”

 

방금까지 생각하던 것을 털어버리고 하랑은 총총 계산대로 갔다.

 

티엔 정이랑 닮았다라.

 

그 뒷모습을 보던 마틴은 방금까지 살까 말까 고민하던 병을 내려놓았다.

 

어두운 골목, 심부름을 마치고 재단으로 돌아가던 하랑은 이상한 직감에 뒤를 돌아보았다.


좁다란 골목길을 희뿌연 남폿등이 밝히고 그보다 밝은 달 한 덩이가 덩그러니.


별다를 것 없는 골목 길이라 다시 뒤를 돌았다가, 하랑은 누군가의 맨가슴에 코를 부딪혔다.


"악!"


"그간 잘 있었습니까?"


"아 좀! 평범하게 오면 안 돼!?"


"습관이라."


어깨를 으쓱하는 그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보기 좋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더는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다.


루드빅은 하랑이 제 어깨 뒤를 넘겨다보는 것이 끝나기까지 기다렸다.


한참이나 손가락을 꼽아가며 이리 저리를 살펴보던 하랑은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섯."


"네에, 정답."


오늘도 참 잘했어요.


루드빅이 손을 내밀자 이하랑은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또 이상한 거 주려는 건 아니지?"


"아니거든요. 날 뭘로 보는 겁니까."


전번에는 죽인 사람에게서 가져온 커프스 단추를 주려고 했으면서.


하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루드빅은 하랑의 손 위에다 은박지로 싼 초콜릿 두 알을 떨어뜨렸다.


"저번에 당신이 기념품은 가져오지 말래서 그 짓은 더 안한다구요."


그거 꽤 소소한 취미였는데.


"그러다 진짜 빛의 속도로 가."


그것도 원한령 때문에.


"방금 그 말은 꽤 재미있군요. 산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죽은 사람이 대수겠습니까."


유들유들하게 넘어가려는 이 사람을 불만스럽게 올려다보자 푹신한 앞발이 하랑의 어깨에 얹혔다.


「네가 걱정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알어. 그렇지만 저 형씨한테 붙은 령들이 정말 죄를 짓게 할 수는 없잖어."


「아무데나 신경쓰고 다녔다가는 가뜩이나 짧은 네 명줄이 더 짧아질거다」


"으음..."


잠시 하랑이가 그러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루드빅은 하랑이 쳐다보는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네 옆에 있는 령하고 대화한 겁니까?"


령이라고 부르기에는 걸맞지 않지만 이 곳 언어에는 산군이라던가 하는 적절한 존경을 품은 말이 없었기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야 만다.


"내가 형씨 생각해서 말해주는 건데, 여름이라고 피서 가지 말고 위험한 짓 하지 말고..."


"당신 지금 누구한테 위험한 짓을 하지 말라고 하는지 알고는 있습니까?"


하지만 걱정받는 것은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요.


루드빅은 말대로 해주겠다며 발을 옮겼다.


"나한테 빚진 겁니다."


"빚은 그쪽이 졌거든."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하랑이 말했다.


이미 빈 골목길에다 대고.


[티엔하랑마틴] 그냥 차를 마실 뿐인 글

2017. 3. 18. 02:19 | Posted by 호랑이!!!

이하랑의 수련이 끝나고 마틴은 티타임이라며 하랑을 데리고 티타임 장소로 갔다.

 

자리에 모인 것은 브루스, 마틴, 하랑.

 

거기까지라면 그야말로 평화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데.

 

한사람이 더 있다.

 

티엔 정.

 

마틴은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가 브루스가 돌아보자 활짝 웃었다.

 

가는 길에 티엔 정이 있기에 불러봤네.”

 

그렇...군요.”

 

웃고 있지만 전혀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마틴이 내놓은 것은 디저트였다.

 

티타임이라더니 아이스크림을 꺼내왔군.”

 

하랑 입맛에 맞을만한 것 위주로 가져와 보았죠. 차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했으니까요.”

 

티엔 정은 몰랐겠지만.

 

마틴은 굳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하랑은 준비된 자리에 앉아 먼저 동글동글한 과자를 집어 들었다.

 

접시에는 색색깔 다양한 과자가 있었고 어딘가 단 향이 났다.

 

그거 맛있어요. 제대로 만드는 가게가 적어서 요 며칠 찾아다녔는데-”

 

과연, 그래서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곤 한 거군.”

 

하랑의 백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기분 탓인가, 뱀의 한숨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처음에는 마틴과 티엔이 다정한 대화를 할 적마다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지켜보고는 했던 하랑의 붉은 강아지들은, 이제는 둘이 대화를 어떻게 하건 아랑곳 않고 자기 꼬리를 쫓아 빙글빙글 돌곤 한다.

 

그리고 개들만큼이나 저 둘에게 익숙해진 하랑은 저 다정한 둘의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걸러내며 과자를 한 입 물었다.

 

딱딱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맨 위의 얇은 껍질 뿐.

 

조금 더 힘을 주면 쫀득한 과자가 늘어지는 것 같은 식감으로 떨어진다.

 

남은 부분을 한 입에 털어넣고 이번에는 다른 색 과자를 들어서 둘로 나누었는데 크림이 묻은 쪽과 묻지 않은 쪽으로 나뉘었다.

 

조심조심, 이로 크림을 긁어내는데 차가 한 잔 턱 내밀어진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달그락 달그락 소리가 나더니 한잔이 더 내밀어진다.

 

차를 양 손에 들고 마시라는 건가? 마카롱이랑 같이 들고? 나 손 두 개밖에 없는데?

 

과자 한쪽에 이를 박은 채 고개를 들었더니 티엔과 마틴이 차 한 잔씩을 내밀고 있었다.

 

이하랑은 진한 맛 차를 좋아한다.”

 

과자 맛이 진하니까 굳이 차까지 맛이 진할 필요는 없다구요.”

 

그럼 우유라도 부으면 되지.”

 

어떻게 차에 우유를 부을 수가 있어요, 이 야만인!”

 

그럼 차에 우유를 붓지 어디에 우유를 부어?

 

양반이 요상한 소리를 하네, 라는 표정인 하랑의 마음을 읽은 것인지 마틴은 새 찻잔을 꺼냈다.

 

하랑, 잘 봐요. 이렇게 마시면 더 맛있어진답니다.”

 

찻잔에 우유를 따르고 거기에 차를 붓자 연한 꽃빛으로 차 안이 물든다.

 

거기에 마틴은 각설탕을 두어 개 떨어뜨려 주었다.

 

달고 맛있어 보이는구만!

 

하랑은 덥썩! 마틴이 내민 잔을 받았다가 눈을 마주쳐 버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어두운 구렁텅이로 떨어질 것 같은 눈.

 

그러니까, 텅 빈 눈으로 이쪽을 보는 티엔의 눈 말이다.

 

“..., 맛을 비교해보고 싶으니까 이것도.”

 

그렇게 받아가자 눈에 파앗- 생기가 돈다.

 

하랑은 참 착하네요. 굳이 티엔을 배려해서 마셔주지 않아도 될 텐데.”

 

지금 시비라도 거는 건가? 헛수고다.”

 

아까까지 시커먼 구렁텅이 같던 눈을 한 사람은 어디로 갔는지, 어느샌가 의기양양해져서는 마틴 쪽으로 미소까지 지어 보인다! 여유롭게!

 

그러고 어느샌가 다시 싸울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도무지 둘을 붙여 놓을 수가 없어, 정말이지.

 

어쨌거나 어른스러운 내가 중재를 해야지 어쩌겠어.

 

하랑은 브루스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은 어느 쪽이 좋수? 차에 우유를 탄 것, 우유에 차를 탄 것.”

 

브루스는 벌컥벌컥 마시고 있던 커다란 잔을 텅, 내려놓았다.

 

어지간한 어른 머리통만해서는 잘못 맞았다가는 골로 갈 것 같이 생겼다.

 

손등으로 입가를 문질러 닦은 브루스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에는 설탕이다.”

 

 

[이하랑] 기우제

2016. 10. 18. 18:14 | Posted by 호랑이!!!

하랑은 손을 들었다.

 

붉은 색으로 물들인 넓은 소매가 하늘 가득하게 펼쳐졌다가 땅으로 가라앉았다.

 

앞으로 펼친 병풍도 화려하고 그 앞의 제사상도 딴에는 화려하고, 귀로 들리는 소리도 꽹과리며 북이며 요란하다.

 

알록달록 물들인 천을 나풀거리는 하랑까지 그야말로 눈도 귀도 소란한 가운데 하랑의 눈빛만은 이질적으로 고요했다.

 

신령님, 신령님

 

비를 내려주십사

 

농작물이 풍족하게

 

올해 배는 곯지 않도록

 

비야 비야 내려라.

 

비야 내려라.

 

그런 소원을 뒤로하고 하랑이는 다시 손을 들어 하늘을 가렸다.

 

그 눈 아프도록 짙게 물들인 소매가 하늘을 덮었다가 다시 가라앉자 멀리서 구름 무리가 나타났다.

 

커다란 구름 무리.

 

사람들은 그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하랑의 눈에는 그 구름을 몰고 오는 이무기가 똑똑히 보였다.

 

소매가 더욱 화려하게 춤추었다.

 

돌풍이다

 

비구름을 몰고 오는 돌풍이다!”

 

그 거대한 것이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점점 바람이 강해지더니 빗방울이 뚝 떨어졌다.

 

굵은 빗방울 하나가 땅에 닿는 것 하나를 기점으로 폭풍이라고 할 정도의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지지대를 세우러 가자

 

논일은 우리가 할 테니 당신들은 그저 있으소

 

사람들은 바삐 걷고 뛰었다.

 

그 가운데 하랑이는 뛰고 돌고 손을 들어 소매를 휘날렸다.

 

이 돌풍 속에서도 미동조차 없는 병풍 뒤로 거대한 호랑이가 이무기와 마주하고 있었다.

 

요란하게 꽹과리가 울었다.

 

호랑이가 이를 드러내었다.

 

바람이 일순 멎었다.

 

하랑의 손짓에 악기가 멎자 이무기가 구슬을 움키고 비가 거세게 내렸다.

 

다시, 음악소리가 커졌다.

 

 

 

 

 

 

 

 

 

비는 정확히 마을 사람들이 원하던 만큼 내렸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적당히.

 

비가 멎고 나서야 하랑이는 춤을 멈추었다.

 

비가 아닌 땀에 젖어서.

 

그리고 누군가는 지쳤다는 것이 역력한 그의 눈만은 마치 싸움이라도 한바탕 한 것처럼 흥분으로 번뜩이더라고 말하였다.

 

 

이번은 하랑의 첫 히트 사이클이다.

 

재단에는 알파가 꽤 있었고 그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그리고 이성적이라고 여겨지는 브루스 보이틀러가 여러 곳의 협력으로 추측해낸 것이었다.

 

그 결과가 나오자 이제 어른이니 축하한다며 작은 파티도 열어 지금 하랑의 방에는 이런저런 선물들이 방 한쪽을 메우고 있었다.

 

축하와는 별개로 하랑의 상태는 주위에 좋든 싫든 영향을 미치고, 어쩌면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므로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 오늘 하루 재단 내 알파들은 조기퇴근을 했다.

 

티엔을 제외하고.

 

평소 스스로를 잘 제어하는 분이니 이번에도 잘 할 것이라고 믿을게요. 그럼 안녕!”

 

이런저런 지침이 적힌 종이를 주고 마틴은 총총 사라졌다.

 

저것도 알파라고, 티엔이 입엣말로 중얼거렸다.

 

파티가 있기 전에 브루스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말했고 하랑은 제 상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듣더니, 짧게 일축했다.

 

그러니까 지성이 있고 이성이 없는 짐승이네?’

 

이해력이 빠른 것은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그러고는 재단 기숙사에 사는 오메가가 열락의 기간이 오면 사용하는 방을 빌리겠다고 했다.

 

방은 침대와 테이블, 의자가 있는 꼭대기 구석의 소박한 방이고 안에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딸려 있어서 음식만 있다면 얼마간 지낼 만 했다.

 

이전까지 많은 오메가들이 쓴 방이긴 했지만 그래도 재단의 소중한 막내랍시고 청소를 다시 한다, 뜯어진 시트를 새 것으로 바꾼다, 뭘 한다 하도 부산을 떨어서 티엔은 마지막으로 제자를 위해 방을 점검했다.

 

혹시나 냄새가 새어나갈까 창문을 꽉 닫고 커튼을 치고.

 

으으... 이 방 추워...”

 

오메가들의 그 기간에는 체온이 급격이 상승하기에 일부러 가장 춥고 그늘진 방을 골라서 만든 것이니까.

 

곧 춥지 않게 될 거다.”

 

티엔은 방 안 테이블에 하랑이 먹을 음식을 내려놓았다.

 

이게 이틀 분이던가? 히트 사이클은 생각보다 일찍 끝나는군.

 

티엔이 일하는 뒤로 기웃거리던 하랑은 문의 잠금쇠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문 너무 쉽게 열릴 것 같은데?”

 

열쇠로 잠그는 문이다.”

 

그래도 이거, 바늘이나 작은 칼 같은걸로 이래저래 쑤시면 안에서도 열 수 있는걸.”

 

그도 그렇군.

 

게다가 하랑의 능력을 생각해 보면 문을 열지 않아도 나갈 수 있을 테고.

 

어떻게 해 주면 좋겠나.”

 

보자아...”

 

하랑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짐을 포장할 때 쓰는 노끈을 가져왔다.

 

, 이거!”

 

그러고는 손과 발을 내민다.

 

티엔은 잠시 내려다보다가 순순히 묶어 주고는 풀리지 않을 것을 확인했다.

 

이러면 불편하지 않겠나?”

 

몰라?”

 

하랑은 일어서서 방 안을 통 통 뛰어다녔다.

 

손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여서 물건도 잡고, 사용하고.

 

생활에 문제는 없겠군.

 

하랑이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침대 위에 앉는 것을 뒤로 하고 티엔은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확실히, 쇠에 긁힌 자국도 많이 나 있고 비틀어 연 흔적도 있군.

 

거 봐, 그거 잘 하면 열린다니까.”

 

보이틀러 씨 만큼 힘이 센 사람이 몸으로 들이받거나 하면 열리겠어.

 

그만큼 힘 센 사람은 잘 없거든?”

 

아무래도 이 자물쇠를 좀 더 튼튼한 것으로 바꿔 달아야...

 

“...으아아아, 나 지금 되게 긴장돼...”

 

걱정 말아라, 괜찮을...”

 

바람 없이 묵직한 방 안의 공기가 움직였다.

 

유혹적으로 달근한 살내음이 숨막히게 피어나서 그들을 감싸 죄었다.

 

저도 모르게 입을 대고 말 것 같은.

 

눈이 마주치자 하랑이 배시시 웃었다.

 

, 사부가 있어 준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열이 오른 것인가.

 

하랑의 눈가가 달아올라 있었다.

 

만지지 않아도 체온이 서서히 올라 이 방을 덥히는 것이 느껴졌다.

 

난 이만 나가보겠다.”

 

티엔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머리에 열이 오르면 저렇게 되는군.

 

티엔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문지르며, 드물게도 자리에 주저앉았다.

 

방 안, 하랑이 중얼거리는 것은 듣지도 못 하고.

 

, 이것도 안 먹히네.”

 

히트 사이클의 오메가가 자신을 의지하는 것은 알파들의 로망이라고 했는데.

 

, 짧게 혀를 차며 하랑은 뒤로 벌러덩 누웠다.

 

그리고 다리를 꼬려다, 요란하게 넘어졌다.

 

 

[티엔하랑마틴?/알파오메가] Mine 2

2016. 1. 11. 02:06 | Posted by 호랑이!!!

 

아침, 눈을 뜬 하랑은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갈히 씻고 머리를 땋아 댕기를 매었다.

 

시차 때문에 정신이 들지 않아 간신히 세수를 하고 옷장 앞에 서니 여러 옷들이 나왔다.

 

아버지가 색목인은 이런 옷을 입는다고 구해준 파란색 셔츠와 조끼와 벨트와 이러저러한 것들.

 

하랑은 우선 짧은 바지 같은 하얀 속옷을 들었다.

 

양인 속옷은 참 작기도 하지.

 

이런 손바닥만한거 하나만 입다니 말이야, 민망한 기분인걸.

 

속옷 위에 바지와 허리띠와 셔츠를 입고 위에 조끼를 입으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준 옷 중에서는 넥타이도 있었는데 목을 죄는 목줄을 장식이랍시고 하다니 정말 양인의 문화란 아직 배워야 할 것 투성이다.

 

목을 조이는 것이 불편하여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방을 나섰더니 문 앞에는 어제 보았던 마틴이라는 사람과 사부, 티엔이 있었다.

 

... 굿모닝?”

 

옷이 칠칠찮다.”

 

좋은 아침이예요 하랑. 사부라는 사람이 아침부터 살가운 말 한마디도 안 해주네요.”

 

마틴이 흥, 소리를 내자 티엔은 하랑을 끌어당겨 셔츠를 바지 안으로 넣어주고는 넥타이도 바짝 조여 매주었다.

 

, 뭐야! 애도 아니고! 어디에 손 넣는거야!”

 

귓가에 대고 소리 지르지 마라.”

 

티엔은 보다 말끔해진 복장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결 낫군.”

 

애당초 말이야, 티엔... 사부가 옷차림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하랑이 툴툴거리며 허리에 손을 얹었지만 티엔은 못 들은 척, 앞서 걸음을 옮겼다.

 

식당은 이쪽이다.”

 

못 들은척 하기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넥타이의 매듭 안쪽에 손을 넣자 마틴은 작게 웃었다.

 

답답하면 하지 말아요.”

 

? 그치만, 이것도 의복의 하나 아냐?”

 

여기에는 그런 걸로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테니까요.”

 

손을 뻗어 마틴은 하랑의 넥타이를 당겨 풀어냈다.

 

그가 내미는 넥타이를 받아들며 정말 이래도 되는가 싶은 눈으로 올려다보는데 티엔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하랑, 안 오고 뭐하나?”

 

마틴은 괜찮다,며 배시시 웃음을 짓고는 손을 내 보라는 시늉을 하더니 하랑의 손바닥 위로 투명한 셀로판지에 싸인 둥그런 것을 여럿 떨어뜨렸다.

 

오늘은 하랑이 처음으로 영국에서 아침을 맞는 날이니까 와 봤어요. 좋은 하루 보내요.”

 

나 이거 알아, 사탕이지? 고마워 형씨!”

 

별말씀을.”

 

마틴과 하랑 사이로 티엔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하랑, 빨리 오라고 했다.”

 

, 알았다고. 간다 가!”

 

티엔은 하랑이 마틴에게 손을 흔들고 헤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길이 풀어진 넥타이로 가더니 미간이 찌푸려졌다.

 

넥타이는 그새 어쨌나.”

 

마틴 형씨가 풀어도 괜찮다길래. 답답해서 풀었어.”

 

그 차림에 넥타이를 빼다니.”

 

이야 이거 지금 화내는 건가?

 

정티엔이? 넥타이 매준 거 풀었다고?

 

하랑의 눈이 샐쭉 휘더니 툭 툭 가슴팍의 단추를 풀어내었다.

 

조끼에 매달린 단추도 아예 풀어버리고 티엔이 손수 집어넣어준 셔츠 자락도 빼내려 손을 내렸다.

 

“...빼낼 테냐?”

 

목소리가 낮아졌다.

 

혹시, 나름대로 신경써준 것을 내가 다 빼내니까 서운한 건가?

 

아니, 그냥...”

 

왠지 자신이 망나니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가 괜스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깐.

 

빼냈다간.”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누가 보던 상관않고 손수 네 차림새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쳐 주지. 손수 말이다.”

 

아 알았다고!”

 

하랑은 소리를 빽 지르며 셔츠에서 손을 떼었다.

 

안 귀여워, 하나도 안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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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 사부

2015. 11. 11. 03:16 | Posted by 호랑이!!!

티엔은 양 팔 가득 과자를 안고 그랑플람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봉투나 바구니를 이용하면 그만일 것을 굳이 들어 팔에 안고 걷는 그는 그 복도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섰다.

 

언젠가는 사무실과 가까운 쪽에 있는 방을 썼지만 지금은 다소 사정이 생긴 터라 부득불 방을 옮기게 되었다.

 

주머니에 있는 열쇠를 찾아서 잠금쇠에 꽂아 돌리니 안에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몸을 방 안으로 들여놓으니 아직 해도 지지 않았건만 커튼을 친 방이 어둡기만 했다.

 

나다, 하랑아.”

 

찰칵 스위치 켜지는 소리가 나고 갑자기 밝아진 방 때문에 눈을 깜박이는 사이 긴 머리를 내린 소년 하나가 덤벼들 듯이 품에 안겨온다.

 

과자나 좀 받아다오.”

 

이건 다 뭐야? 무슨 날이야?”

 

그냥, 네가 종종 과자를 한아름이나 사들고 와 먹이던 것이 생각나서 그랬다.”

 

하랑은 티엔의 팔에서 과자를 앗아들어 커다란 침대 위에 뿌리듯 놓았다.

 

조심성없이 아무렇게나 놓아서 몇 개는 바닥으로 떨어져 구르기도 했고.

 

티엔은 그 모습을 마냥 사랑스럽게 보다가 다가와 침대가에 앉았다.

 

머리를 땋고 있으래도.”

 

, ? 어차피 보는 사람이라고 해 봤자 티엔밖에 없는데.”

 

뭐하러 그런 손 가는 일을 하냐며 히히 웃는 얼굴을 내려다보는 티엔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가자 하랑의 표정에서도 서서히 웃음이 사라졌다.

 

“...아 알았어. 묶으면 될 거 아냐.”

 

하랑이 순순히 수긍하자 티엔은 한결 풀린 얼굴로 손짓해 불렀다.

 

이리와라, 땋아 주마.”

 

하랑은 티엔 앞에 앉아서 침대에 쌓인 과자 중에 하나를 골라 포장을 벗기고 입에 물었다.

 

티엔이 머리를 빗겨주는 동안 길쭉한 과자를 끝부터 톡톡 부러뜨려 먹다가 하랑은 언젠가 티엔이 주었던 책을 발끝으로 가리켰다.

 

티엔.”

 

뭐냐.”

 

책에서 그랬는데, 티엔처럼 이것저것 가르쳐 주는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대. 그러면 나, 티엔을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야?”

 

움직이지 말라며 허벅지를 찰싹 때리고는, 티엔은 댕기를 들어 옆에다 놓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머리를 땋기 시작했다.

 

선생님보다는 사부가 좋겠구나.”

 

사부? 사부님?”

 

사부.”

 

사부, 사부 하며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연습하는 하랑의 머리를 땋아 댕기까지 드리워 주고는 티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부우- 어디 가?”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일하러 다녀오마.”

 

있지, 티엔.”

 

불을 끄면서 하랑은 결국 익숙하지 않은 단어 대신 이름을 불렀고 길게 땋아 내린 머리채 끝을 들어 흔들었다.

 

왜 이 댕기 쓰는거야?”

 

가보마.”

 

누군가가 바느질로 애써 찢어진 것을 잇고 천을 덧대거나 수를 이은 흔적이 있는, 그을리고 탄 자국이 있는 댕기.

 

그 댕기를 손에 든 하랑 앞에서 문이 닫혔다.

 

침대로 돌아가 엎드려서 과자를 깨문다고 벌어진 입 안, 혓바닥에 천칭 모양의 낙인이 언뜻 보였다.

 

 

이하랑.”

 

정티엔의 목소리다.

 

그러나 하랑은 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잔다는 것을 알았다.

 

왜 불러?”

 

공성전에 참가해야 한다.”

 

알았수!”

 

하랑은 자신이 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잠든 상태로 하랑은 보았다.

 

자기 자신이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읽던 책을 내려놓고 티엔을 따라가는 것을.

 

어라, 이건 좀 이상한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랑은 잠들었다.

 

요즘 부쩍 잠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잤더니 잠을 얕게 자기 시작한 건지 자신이 무얼 하는지 느껴졌다.

 

일어나서 품의 부적을 꺼내고 붉은 개를 불러다 사람을 물어 해치고.

 

이상도 하지, 나는 분명 자고 있는데.

 

어딘가 우습기도 했다.

 

공성전이 끝나고, 본디는 따뜻한 물로 몸을 씻는데 오늘 몸에 끼얹어지는 물은 차가운 물이었으나 아무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하구나.

 

그리고 이 안은 아늑해서 잠들고 또 잠들어도 이상하지 않구나.

 

티엔도 내게 아무 말 않고, 양인들이 떠드는 것도 내게 닿지 않고, 다른 이의 공격조차 내게 닿지 않으니 이 어찌 안락하지 않은 장소란 말인가.

 

비록 하랑 자신은 책을 읽지 않았지만 몸이 책을 들면 잠든 머릿속으로 이야기가 들어왔다.

 

기사가 용을 무찌르고 범을 잡고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구혼하는 이야기들.

 

요정이 나오고 사슴이 나오고 맑은 샘물과 풀들.

 

그러다 까무룩 잠들었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하랑! 이하랑? 정신 차려요, 일어나!”

 

무슨 소리야? 나는 일어나 있는데.”

 

..., 마틴 형씨인가? 미안한데... 나 조금만 더 자고...

 

더 자면 안돼요! 어서 눈을 떠!”

 

졸려, 여기는 따뜻하다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 같단 말이야.

 

하랑! 그런 소리 말고 냉큼 일어나요!”

 

나는 이미 일어났다니까. 챌피.”

 

당신 누구야? 내 앞에서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해? 당장 하랑군을 깨우라고!”

 

이 몸에 국한된 것은 슬프지만, 이미 늦었어.”

 

제게 말을 거는 것 때문에 눈을 반쯤 떴지만,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인지 말소리가 멀어지고 다시 잠이 왔다.

 

그리고 이하랑 자신은 입술 새로 연신 귀에 익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자는구나 우리 아가. 잠들고 우리 신명나게 놀아 보자꾸나.”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너는 남이 되고 남이 네가 되는 그런 즐거운 꿈 속에서 우리 함께 신명나게 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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