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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엘리는 커다란 고무 대야에 타고 있었다.

 

다용도로 쓰이는 터라 끝이 나달하게 닳은 대야 아래로는 하얀 구름이 넘실거리고, 드문드문 구름 사이로 난 구멍 아래로는 바다같은 밤하늘이 보인다.

 

피터는 할로윈에 사용했던 암녹색의 커다란 해적 모자를 쓰고 허리춤에는 그럴싸한 나무칼을 찼다.

 

옆에서 엘리는 옷자락이 질질 끌리는, 나이오비의 것이 분명해 보이는 하얀 군복 코트를 망토처럼 두르고 소매를 목 앞으로 돌려 묶었다.

 

신문을 말아서 만든 망원경을 눈앞에 대던 엘리는 손가락을 들었다.

 

“12시 방향에 구름 고래가 나타났다-! 백 미터는 되겠어!”

 

불쑥, 앞쪽의 구름이 들썩이고 거대한 고래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이대로 가면 먹혀버려!”

 

피노키오에서 봤잖아!

 

피터는 허리춤에 찬 나무칼을 빼들었다.

 

그 칼은 끝부터 은빛으로 변하고 뾰족해지더니 마침내 멋들어진 칼이 되었다.

 

피터 해적! 대포를 장전하라!”

 

예 써, 엘리 장군!”

 

어느새 고무 대야는 커다란 돛도 없고 핸들도 없는 범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피터는 서 있던 난간 아래쪽에서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모를 커다란 청동색 대포를 조준했다.

 

사과폭탄 장저언-!”

 

매끈하게 윤기가 도는 빨간 사과를 청동색 대포에 우르르 떨어졌다.

 

장전-!”

 

엘리가 신이 나 피터의 말을 따라 외쳤다.

 

피터가 자갈 부싯돌을 꺼내 착착 긋자 불꽃이 튀었다.

 

-!”

 

, 라고 하려는 순간 이불이 걷혔다.

 

얘들아.”

 

펄럭.

 

하얀 시트가 걷히는 순간 대야 아래의 구름도, 앞의 고래도, 커다란 대포도 한순간에 펑 사라졌다.

 

토마스는 테이블을 덮는 이불을 들추고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이나 폭탄, 날카로운 물건처럼 위험한 건?”

 

만들고 놀지 않는다.”

 

피터와 엘리는 동시에 대답하고는 자루에 담겨서 대야 옆에 둔 사과를 돌아보았다.

 

토마스는 그 중 하나를 꺼내 옷자락에 문질러 닦고는 들추었던 이불자락을 내렸다.

 

재미있게 놀렴.”

 

아이들은 다시 놀이에 푹 빠졌는지 대답이 없었다.

 

고래를 무찌르는 대신 친구가 되자는 얘기를 듣고, 토마스는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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