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을 아쿠아리움의 유리벽에 붙이고 귀를 가져다대면 맞은편 유리에서 몸을 붙인 챌피의 가슴에서 째깍, 째깍 시곗소리가 났었다.
고개를 돌려 이마를 붙이고 보면 마치 물 속에 내가 들어간 것처럼 물 속이 생생하게 보이고, 저 멀리 금발이 푸른 빛을 받아 금속빛으로 빛났었다.
그래 그 옛날에는.
릭은 유리벽에 기대 감았던 눈을 떴다.
푸른 물 속에서 금색 은색으로 반짝이는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친다.
저 깊은 바닷속으로 게이트를 열어 들어가면 있을법한 물고기가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마냥.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이라도 연다면 공기방울이 부그르르 나올 것 같고 무언가를 잡기 위해 손을 내밀면 무거운 물 때문에 몸이 묶일 것 같은.
그런 어두운 아쿠아리움 안은 조용하고, 폐장시간이 넘은 때라 릭은 혼자였다.
“...오, 분명 여행 외에는 쓰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사람이란 절망에 빠지면 꽤나 자포자기하게 되는군.
릭은 쓰게 웃으며 물 너머를 보았다.
일렁이는 물과, 해초와, 떼지어 헤엄치는 물고기들 너머로 반짝이는 금발이 보일랑 말랑.
갈색 옷과 주근깨.
친근한 웃음.
눈을 감고, 이번에는 귀를 대었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퍼지고, 귀를 기울이면 시곗소리가 유리벽에 부딪혀 째깍거리며 들려온다.
마치 블론디의 심장에서 시작된 것 같은 두 가지 소리.
여기에 이마를 바싹 붙이고 눈을 뜨는 법을 가르쳐 주었던 날 제 옆에서 마틴은 한참이나 숨을 참더니 머리를 유리벽에서 떼고 나서야 숨을 몰아쉬며 웃었다.
여기서 익사할 것 같아요, 라고 했었지.
그 때는 웃어넘겼지만 오늘은 절절하게 가슴 속으로 그의 말이 박혀왔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더니 가슴이 메어와 숨을 쉴 수 없었다.
“물에 빠져서 죽을 것 같소.”
일렁이는 물 너머의 어두운 유리벽에 그의 모습이 반짝인다.
귀를 기울이면 그의 가슴에서 째깍거리던 회중시계의 소리가 들려온다.
아, 따뜻한 바다가 어울리는 사람.
익사하여도 좋으니 다시 내게 밀려와 주시오.
익사하게 해 주시오, 나의 블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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