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무스씨, 전화 왔습니다.”
휴식시간, 다이무스는 눈을 감고 푹신한 의자에 기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사무직원 중 하나가 손짓을 했다.
“어디에서 온 전화지.”
“기사단입니다.”
벨져의 기사단인가,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다이무스는 전화를 받으러 걸어가는 동안 머리를 굴렸다.
그러고보니 어제 저녁에 벨져가 음식을 남기는 것에 대해, 오늘 아침은 머리를 묶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짧게 잔소리를 했지.
그 때문에 지금 벨져의 상태는 아마.
1. 여기저기 성질을 부린다.
...라던가.
2. 기사단 앞으로 비싼 물건을 주문해 놓아 다른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라던가.
“다이무스 홀든입니다.”
왜 다들 벨져를 어려워하는지 모르겠군.
까탈스럽고 까다로운 아이이긴 하지만 어려워 할 아이는 아닌데.
[벨져 홀든 경이 보이지 않습니다]
3. 가출.
다이무스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전언 철회, 성질 더러운 동생이다.
벨져 이 녀석은 일전의 긴 가출 동안 ‘자신이 사라지면 형이 찾는다’는 것을 깨달아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툭하면 가출해대기 시작했다.
어차피 찾으면 자신의 집 침실에서 누워 있거나 서재로 쓰는 방 구석에 있겠지.
어찌나 가출을 해대는지, 이젠 저 기사단도 자신에게 찾아달라고 전화를 한다.
“바빠서 못 찾을 것 같군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쪽이 뭐라고 하건 간에 수화기를 놓았다.
휴식시간은 아직 얼마간 더 남았으나, 빨리 종이와 펜을 손에 쥐고 서류를 처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땡땡 종이 치고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종이 쳐서 퇴근 시간임을 알릴 즈음에도 계속 손을 바삐 움직였다.
커튼을 치지 않은 창 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고 옆으로 손을 더듬어 아까 타서 옆에 둔 홍차를 찾았으나, 없다.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벨져가 한 손에는 홍차 잔을 손에 쥐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냐, 벨져.”
“형아는 나 걱정도 안 되는가?”
전혀.
무슨 불의의 사고에 휘말렸대도 사고를 친 쪽이 불쌍하지 휘말리는 벨져는 안 불쌍하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건만, 이 동생들은 다이무스의 표정에서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 너무나도 능숙해서.
벨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손목을 휙 뒤집어 다이무스가 보던 서류에 찻물을 확 끼얹어 버리더니 문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벨져.”
찻물이 서류에 번져 글을 읽을 수가 없군.
벨져의 발소리는 멀어져만 갔다.
“벨져 홀든!”
아, 이 말 안 듣는 녀석.
다이무스는 미간을 문질렀다.
오늘 저녁에는 무릎 위에다 엎어놓고 빨갛게 자국이 나도록 때려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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