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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든] 말 안듣는 동생

2015. 10. 18. 04:28 | Posted by 호랑이!!!

다이무스씨, 전화 왔습니다.”

 

휴식시간, 다이무스는 눈을 감고 푹신한 의자에 기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사무직원 중 하나가 손짓을 했다.

 

어디에서 온 전화지.”

 

기사단입니다.”

 

벨져의 기사단인가,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다이무스는 전화를 받으러 걸어가는 동안 머리를 굴렸다.

 

그러고보니 어제 저녁에 벨져가 음식을 남기는 것에 대해, 오늘 아침은 머리를 묶지 않는 것에 대하여 짧게 잔소리를 했지.

 

그 때문에 지금 벨져의 상태는 아마.

 

1. 여기저기 성질을 부린다.

 

...라던가.

 

2. 기사단 앞으로 비싼 물건을 주문해 놓아 다른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라던가.

 

다이무스 홀든입니다.”

 

왜 다들 벨져를 어려워하는지 모르겠군.

 

까탈스럽고 까다로운 아이이긴 하지만 어려워 할 아이는 아닌데.

 

[벨져 홀든 경이 보이지 않습니다]

 

3. 가출.

 

다이무스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전언 철회, 성질 더러운 동생이다.

 

벨져 이 녀석은 일전의 긴 가출 동안 자신이 사라지면 형이 찾는다는 것을 깨달아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툭하면 가출해대기 시작했다.

 

어차피 찾으면 자신의 집 침실에서 누워 있거나 서재로 쓰는 방 구석에 있겠지.

 

어찌나 가출을 해대는지, 이젠 저 기사단도 자신에게 찾아달라고 전화를 한다.

 

바빠서 못 찾을 것 같군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쪽이 뭐라고 하건 간에 수화기를 놓았다.

 

휴식시간은 아직 얼마간 더 남았으나, 빨리 종이와 펜을 손에 쥐고 서류를 처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땡땡 종이 치고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종이 쳐서 퇴근 시간임을 알릴 즈음에도 계속 손을 바삐 움직였다.

 

커튼을 치지 않은 창 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고 옆으로 손을 더듬어 아까 타서 옆에 둔 홍차를 찾았으나, 없다.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 들어왔는지 벨져가 한 손에는 홍차 잔을 손에 쥐고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냐, 벨져.”

 

형아는 나 걱정도 안 되는가?”

 

전혀.

 

무슨 불의의 사고에 휘말렸대도 사고를 친 쪽이 불쌍하지 휘말리는 벨져는 안 불쌍하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건만, 이 동생들은 다이무스의 표정에서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 너무나도 능숙해서.

 

벨져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손목을 휙 뒤집어 다이무스가 보던 서류에 찻물을 확 끼얹어 버리더니 문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벨져.”

 

찻물이 서류에 번져 글을 읽을 수가 없군.

 

벨져의 발소리는 멀어져만 갔다.

 

벨져 홀든!”

 

, 이 말 안 듣는 녀석.

 

다이무스는 미간을 문질렀다.

 

오늘 저녁에는 무릎 위에다 엎어놓고 빨갛게 자국이 나도록 때려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