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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둘이 다 있어? 아니, 셋이네.”


샘은 모텔 룸으로 들어왔다가 카스티엘, 딘, 크라울리가 한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기함했다.


“...”


“...딘, 나한테 ‘또’ 뭐 숨긴 거 있지?”


“별 건 아닌데 말이야.”


그렇게 운을 떼는 동시에 크라울리가 그 말을 가로챘다.


"오, 어찌나 별 일 아닌지 현기증이 나고, 혈관 속에서 뭐가 기어다니는 것 같고, 거울을 볼 때 가끔 눈이 까맣고?"


그러자 이어 카스티엘이 진지한 눈으로 샘을 돌아보았다.


"단지 한 때 미카엘의 성배였던 그 몸이 잠시 악마로 변했던 것 때문이다. 다 괜찮아질 것이다."


그래, 괜찮게 하려고 저 크라울리와 이 카스티엘이 한 자리에 모였겠지.


인간 한 사람을 통한 천국과 지옥의 일시 화합이라니 기분 참 이상하다.


"그래, 어떻게 괜찮아지게 할 건데?"


"마침 이야기 중이었다. 나와 저... 지옥의 왕이 딘의 몸에 손을 대어서 미세하게 세부 조정을 하는 거다."


샘은 그 말에 꽤 그럴싸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 마디씩 할 때마다 팔을 들어올리며 벌렸다.


"필요한 조건은 뭔데? 장소는?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날? 아니면 천사와 악마가 손을 잡는 날?"


"무스가 제법 다람쥐처럼 말하게 되었군."


카스티엘은 고개를 저었다.


"별다른 조건은 없다. 다만, 내 은총이 잠시 몸을 떠나 있었던 것 때문에 인간의 육체를 빌려 힘을 주어야 한다."


"인간의 육체?"


"쉽게 말하자면, 섹스하는거야."


그 말에 딘은 듣고싶지 않았던 것을 들었다는 듯 얼굴을 감쌌고 카스티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 부분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위에 천사들이 더 있으면 세부조정이 더 수월할테니 몇 명 더 부를까 하고 있었다."


"...섹스라며?"


내가 아는 섹스는 보통 두 명이서... 아니면 가끔 셋이서 하는 그런 건데.


"인간의 성인용 비디오를 참고삼아 본 적 있다. 사람 여럿이서 나오는..."


"그래, 이런 애들 때문에 폭력적인 게임을 하면 아이가 폭력적인 성향을 띄게 된다고들 하지."


버진을 난교로 떼겠다니 와우 굉장해라.


크라울리가 고개를 저었다.


"캐스, 그 사람 여럿이서 어쩌구 저쩌구 한다는 그런 건 다 픽션이야. 사실이 아니라고."


"전에 피자 배달부가 여자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엉덩이를 때리는 영상을 보았다고 했더니 크라울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너네 천사한테 야동 보여줬다며?"


히죽 웃는 그 얼굴이 얄밉기도 얄밉다.


천사가 마냥 순수하지 않고 예전에 대천사 한 명이 야동에 출연하는것도 봤다고 쏘아주고 싶었으나 그 천사랑 카스티엘은 너무 다르니까 차마 뭐라고 말하지도 않았, 아니, 못했다.


샘은 한숨을 쉬었다.


"어쩔까, 집중에 방해되면 안되니까 자리라도 비켜줄까? 아니면... 나도 참가해?"


"아무래도 상관없다."


"난 있는데, 주위에 이상한 게 꼬이면 안되니까 방호벽이라도 쳐 줘. 그 뒤에야 네 마음대로지. 저기 소파에서 보면서 자위라도 하던가."


심술궂은 크라울리의 말이 끝나자 딘이 손을 내저었다.


한쪽 손은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로, 다른 손을 흔들면서.


"...아냐, 새미. 그냥... 나가줘, 나가서 당구라도 한 판 치던가 술집에서 예쁜 아가씨랑 놀던가... 하다못해 어디 도서관에서 시간이라도 보내라고."


"왜, 또 무슨 일 있으면 숨기게?"


불쑥, 샘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현기증이 나고, 혈관 안에서 뭐가 기어다니는 것 같고, 눈이 가끔 검은색으로 변하는 걸 숨기는 것처럼?"


"...난 그게 별 일..."


"가족이잖아! 형이 그랬어, 가족이라고! 가족인데 그런 걱정도 하면 안 돼? 세번째 거야 잘못 봤겠거니, 혹은 뭐 부작용이려니 한다고 해도... 아니, 세 번째 것도 숨기면 안돼!"


형은 늘 이런 식이야!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겠다 싶으면 그렇게 호들갑을 떨고, 세상이 망한다고 해도 내가 죽을까봐 세 번째 시험을 받지 못하게 막고! 그러면서도 막상 자기는 이것도 비밀, 저것도 비밀, 자기가 뭐든지 감당할 수 있는 것처럼-


"즐거운 대화 중에 미안한데, 얘들아?"


크라울리는 딘의 뒤에 앉아서, 셔츠 자락을 들었다.


오늘은 어두운 남색 셔츠였는데 아래 보이는 하얀 허리가 모텔의 싸구려 불빛 아래에서 연한 주황색으로 드러났다.


"슬슬 그 짓 해야 하지 않겠어?"


샘은 거기 한 마디 더하려고 했지만 카스티엘이 입을 열자 그만두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하다."


샘은 딘을 노려보다가 일부러 쿵쿵 발소리를 내며 성수와 성유, 소금을 들고 바깥으로 나갔다.


[캐스딘] 단편

2017. 4. 5. 17:30 | Posted by 호랑이!!!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군.

 

딘이 생각했다.

 

더러운 커튼, 묘한 냄새가 배긴 이불, 어젯밤 먹다 남긴 팝콘 조각에 김빠진 맥주.

 

보다가 그대로 곯아떨어진 텔레비전.

 

지루해 죽을 만큼 똑같다니까.

 

그리고 눈을 뜬 딘은 입을 다물었지만, 이내 저절로 벌어졌다.

 

“...지루해서 죽었나?”

 

아무리 인간이 약하다지만, 너는 그 정도로 죽지 않는다.”

 

딘은 옆에서 들린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깨끗한 커튼이 바람에 날리고 이불에서는 햇빛을 담뿍 먹인 냄새가 났다.

 

어젯밤 먹다 남은 흔적 대신으로는 식욕을 돋우는 베이컨과 달걀.

 

심지어 식탁에는 장미까지 물컵에 꽂혀 있다.

 

“...아니, 난 역시 죽은 거야.”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런 때 천국이라고 감탄할거라고 생각했다.”

 

옆을 내려다보았더니 낯익은 천사가 트렌치코트 차림으로 손깍지를 낀 채 누워있었다.

 

뭐하고 있었어?”

 

말을 전하러 왔는데 네가 아직 자고 있기에 조금 방에 손을 대었다.”

 

천사의 신성한 손을 모텔 한 칸을 청소하는 데 썼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말한 천사는 여전히 천장을 보고 누워있었다.

 

참 신기하고, 또 멋진 일이다.”

 

딘은 다시 침대에 누웠다.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너를 볼 수 있다.”

 

딘은 거울 속의 자신을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참으로 멋진 일이라며 감탄하는 카스티엘에게, 절대로 천장에 달린 거울의 용도가 무엇인지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크로X딘X딘] 여우 생일 축하해 1

2016. 12. 5. 20:43 | Posted by 호랑이!!!

딘은 모텔 문을 열었다.

 

새미는 진작에 먼저 들어갔고, 자신은 술집에서 탐문을 계속하다 왔으니 아마도 자고 있겠지.

 

때문에 자는 사람을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문을 열고 어두운 방을 대비해서 핸드폰을 켜 두는데 열쇠로 문을 열었더니 안이 밝다.

 

새미,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뭘...”

 

들어서자마자 본 것은 침대에 앉아있는 두 사람이었다.

 

하나는 모르는 사람, 하나는 좀 나이가 든....?

 

나한테 형이 있나?

 

딘은 잠시 쳐다보았다가 고개를 젓고 손을 내저었다.

 

실례, 제가 방을 잘못...”

 

?”

 

그 둘 중에서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사람이 부르자, 딘은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실례지만, 아는 사이? ...이신지.”

 

, . 저것 봐, 이거 정말 신기한 일이지 않니.”

 

그 사람은 침대에서 일어나 순식간에 이 쪽으로 걸어왔다.

 

똑같아. 머리, 얼굴, , 전부가... 하지만 좀 더 어리고 풋풋한 무언가가 있군.”

 

얼굴은 안 똑같아.”

 

마치 무언가를 검사하는 듯 살펴보던 사람은 난데없이 손을 내밀었다.

 

만나서 반가워. 크라울리라고 한단다.”

 

그리고 지금 꼬마 다람쥐라고 부른 건가? 잘못 들은 거겠지?

 

다음은 침대에 여전히 앉아 있는, 자신과 닮은 사람 차례다.

 

가까이 다가갔더니 그 사람은 씩 웃어 보였다.

 

안녕, 옛날의 나?”

 

자신을 크라울리라고 소개한 사람은 방금 딘이 지나온 모텔 문을 만져보고 있었는데 무언가 알 것 같냐는 다른 사람의 물음에 고개를 양쪽으로 기울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답을 꺼냈다.

 

옛날에 붙어먹던 천사들이 한 실수 중 하나 같은걸.”

 

그쪽 일 처리가 납득이 되지 않기는 하지.”

 

그제야 좀 상황이 파악이 될 것 같아 딘은 손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그러니까, 지금 이거, 천사들이 날 미래로 보냈다?”

 

가끔 자기 멋대로 보내고는 하잖아, 그 천사들.”

 

피곤했으므로, 딘은 안락의자에 털석 앉았다.

 

침대가 둘이면 미래의 나랑 같이 자던가... 어라? 침대가 하나잖아?

 

그러고 보니 처음 방에 들어왔을 때도 저 둘은 한 침대에서 앉아있었지.

 

저기.”

 

딘이 부르자 그 둘은 동시에 돌아보았다.

 

왜 그러지, 스쿼럴? 미니 버전?”

 

모르는, 그러니까 크라울리라는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래의 자신은 묘하게 오싹하게 느껴졌다.

 

혹시, 둘이 무슨 사이야?”

 

그러자 둘은 서로를 쳐다보았다가 딘을 돌아보았다.

 

뭘까?”

 

그러게, 뭘까?”

 

가장 먼저 꺼내든 것은 크라울리의 핸드폰이었다.

 

액정에는 둘이 웃으면서 술잔을 들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친구?”

 

그리고 둘을 위해 방도 잡고 침대도 같이 쓰는 사이지. 비록 나는 그 침대에다 여자를 끌어들이지만.”

 

딘은 미래의 딘이 하는 소리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샘은 매일 임팔라 행이겠군, 디저트로 샐러드라도 가져다 줘야겠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을 멈추게 한 것은 미래의 딘이다.

 

? 새미가 여기서 왜 나와?”

 

왜냐니. 새미, , 이 둘이 스컬리와 멀더잖아.”

 

멀더는 새 파트너를 찾았단다 꼬마야.”

 

미래에는 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혼란한 딘을 구해준 것은 크라울리였다.

 

그보다, 내 힘으로 원래 시간대로 돌려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필요한가?”

 

당연하지!”

 

어떤 댓가든?”

 

“...그건 일단 들어보고...”

 

그 대답에 크라울리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머리를 기울였다.

 

영혼 고문.”

 

제정신이야?”

 

지옥의 기사 퇴치는 어때?”

 

지옥의 기사가 존재한다고?”

 

지옥의 혼란함을 해결해달라고 한다면?”

 

너 대체 뭔데?”

 

... 그렇지, 영혼은 어떨까.”

 

딘은 벌떡 일어나 허리춤의 권총을 더듬었으나, 없다! 임팔라에 두고 왔나봐!

 

대신 소금 주머니를 꺼내 앞에다 좍 뿌렸다.

 

대체 미래의 나는 뭐랑 어울리는 건데!”

 

스포일러란다 작은 다람쥐야.”

 

크라울리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요는, 그래서. 나한테 값을 지불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거지. 세상은 준만큼 받는 법이야, 나는 네 사이드킥도, 봉사자도 아니니까 넌-.”

 

이걸로 하자, 며 크라울리가 손가락을 튕겼다.

 

커다란 딘은 딘의 뒷덜미를 잡아다 침대로 끌어당겼다.

 

별안간 그의 다리 사이에 앉게 된 딘은 벗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쉽지 않았다.

 

,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것 기억하지? 악마에게 바치는 공물은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피, 눈물, 죽음, 그리고...”

 

처녀?”

 

크라울리가 다가왔다.

 

스마트폰이 있는 세상에 이런 클래식한 공물은 그다지 취향이 아니지만, 뭐 어쩌겠어. 세상은 공짜가 없는 법이니까.”

 

딘의 다리를 벌리도록 해, .

 

그러자 딘을 붙들고 있는 딘 쪽이 웃음소리를 내더니 다리를 벌렸다.

 

“...스쿼럴, 깜찍하기도 하지.”

 

“딘 대신, D·D는 어떨까.”

 

Different Dean.

 

Developed Dean.

 

Damaged Dean.

 

딘은 크라울리의 손짓 한 번에 다리가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벨트가 딸각거리며 풀리는 한켠으로 더 낮은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Demon Dean.”

 

 

, 나는 네게 이상함을 느끼고 있다.”

 

만나는 것을 낮밤을 가려가며 만난 적은 없었지만, 오늘 만난 것은 꽤 이상스럽다고 카스티엘이 생각했다.

 

아무리 자는 시간이 적다고 해도 나름대로 규칙적으로 살고 있으니 이 시간이면 딘은 대개 잠을 자는데.

 

그래? ?”

 

글세, 나는 지금... 네 영혼이... 매우...”

 

딘은 양 손을 얼굴 옆으로 올려서 두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악마스럽다고?”

 

저 웃음은 카스티엘에게 익숙했다.

 

딘은 자주 웃었고 저런 즐겁다는 웃음도 적잖게 보았으니까.

 

하지만.

 

딘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을 수 있나?

 

, 나는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아. 그냥 인간이었을 때보다 훨씬. .”

 

, 그것은 잘못된 거다.”

 

딘은 카스티엘의 어깨를 잡았다.

 

? 뭐가 잘못되었는데?”

 

네 영혼이...”

 

코앞에서 딘이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이나 웃음으로 폐를 비워내던 딘은 숨을 헐떡이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알게 뭐야!”

 

.”

 

“‘그런 말은 옳지 않다라고 하려고? ?”

 

딘은 어깨를 꽉 쥐었다가, 카스티엘을 밀쳤다.

 

옳지 않은 일! 살라는 대로 살다가, 옳은 일을 하려다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좀 봐!”

 

딘은 아주 재미있다는 듯 다가가, 카스티엘에게 눈높이를 맞추어서 고개를 기울였다.

 

날 좀 봐.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다가, 샘을 열심히 지키려다가, 천국도 지키고 이 땅도 지키고 세계를 지키려다 어떻게 되었는지 좀 보라고. 어때? 한 인간의 영혼까지 착취한 보람이 느껴져?”

 

천국은... 우리는 그런 게-”

 

아니겠지 물론! ‘신의 말씀을 따라서 세계를 어쩌고저쩌고’”

 

카스티엘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딘이 야단스럽게 손을 팔랑거렸다.

 

내가 힘들 때 뭐 하고 있었어?

 

나 역시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했었다.

 

도울 힘이 있었음에도 모른 척 하고 있었지.

 

그럴 수 있었지만 그것은 신의 의도에 어긋난다.

 

그래서, 그게 힘든 줄 몰랐다?”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다.”

 

개소리.

 

카스티엘의 멱살이 잡혀 들렸다.

 

너는 알고 있었어!!!”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가, 이를 꽉 깨물었다가.

 

카스티엘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앞에 딘이 웃고 있었다.

 

왜 나에게 온 것인가?”

 

오다니, 내가?”

 

우리는 그냥 길 가다가 마주친거야, 라고 말하며 딘은 카스티엘을 밀쳤다.

 

이번에는 카스티엘이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

 

카스티엘은 우리라는 말이 딘과 카스티엘 만을 가리키는 줄 알았다.

 

나와 가자. 내가 도와주겠다.”

 

그래서 애써 불렀고.

 

그러나 딘은 카스티엘의 손을 잡는 대신 뒤로 물러섰다.

 

그제야 카스티엘은 볼 수 있었다.

 

저 뒤.

 

어둠 속.

 

언제부터 서 있었던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하나의 인영을.

 

이미 새 친구가 생겼어.”

 

익숙하다는 듯이 크라울리의 손이 딘의 허리에 감겼다.

 

파이를 안주로 술이나 진탕 마시면서 영화나 볼까?”

 

먼저 가 있어. 난 이 가엾은 천사를 위로하도록 하지.”

 

크라울리는 주저앉은 카스티엘 앞으로 다가갔다.

 

주저없이 멀어지는 발소리를 좇던 눈이 크라울리에게 향했다.

 

카인의 낙인은?”

 

매일 약간의 피로 달래고 있어, 나쁘지 않지.”

 

이것 봐, 우리 매일 이렇게 재미나게 지낸다고.

 

이 날은 작은 다람쥐가 술집에서 노래 부른 날, 이 날은 당구 친 날, 볼링도 치고...

 

너희가 지운 짐은 이제 없어.”

 

그것은 짐이 아니다.”

 

태초에 한 짐승이 신에게 불편을 말했다.

 

저희의 등에 짐이 있습니다.

 

어째서 저희는 가느다란 두 다리로 땅을 기며 무거운 짐까지 떠안아야 합니까?

 

그러자 신이 말했다.

 

그것은 짐이 아니다.

 

날개를 펴고 날아라.

 

그것은 날개다.”

 

몸보다 무거운 날개는 짐이지.”

 

그럼 이만 가 볼게, 우리 침대는 스쿼럴 혼자 쓰기는 너무 작거든.

 

크라울리가 이죽거렸다.

 

 

[샘이랑 딘 나옴] 담배, 향수, 침대

2016. 7. 22. 23:41 | Posted by 호랑이!!!

제대로 청소를 안 했나 봐. 담배 냄새가 나.”

 

샘은 모텔로 들어가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었다.

 

동네에 하나뿐이라는 이 모텔은 값만 비쌌지 안쪽은 좁고 불만을 제기할 곳이 수두룩했다.

 

딘은 쉬고 싶다며 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가 매트리스가 푹 꺼지는 바람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젠장, 이만큼 오래됐으면 좀 바꾸라고...”

 

간접흡연으로 죽을 지경이야.”

 

죽음의 원인이 악마도, 괴물도, 알 수 없는 사고사도 아니고 간접흡연이라니.”

 

딘은 낄낄거리면서 이불을 들고 몇 번 털었다.

 

잠자리에서 까다롭게 굴지 않고, 굴어본 적도 없었지만 아무리 봐도 오늘 이 곳은 좀 너무했다.

 

나갈까? 이런 곳에서 자느니 차라리 차에서 자는 게 더 낫겠어.”

 

씻을 곳은 필요하잖아. 침대랑, 텔레비전이랑, 전기 통하는 콘센트도.”

 

투덜거리는 모양에 고개를 젓다가 샘은 테이블에 놓인 화장품을 하나 들었다.

 

이것 봐, 남성용 스킨은 있어.”

 

남성용 향수겠지. 난 그런 거 안 발라.”

 

딘은 양 손을 머리 위로 들어 까딱까딱 강조하는 표현을 하고는 팩 돌아섰다.

 

덧붙여서 그거, 향만 강한 싸구려야.”

 

손바닥에 스킨을 착 착 뿌려서 얼굴에 바르려던 샘 윈체스터는 딘의 말에 언제나처럼 듣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쉬운 언어로 설명하려는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촤악.

 

노트북을 켜서 영화라도 보려고 했던 딘은 목덜미에 닿는 차갑고 향긋한 느낌에 소름이 돋는다는 듯 머리를 푸르르 털고는 샘을 팩 노려보았다.

 

형도 좀 발라봐, 피부에 좋을걸.”

 

샘은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빙그레 웃었고 딘은 피식 웃더니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너 지금 실수한거야.”

 

글쎄, 난 모르겠는데.”

 

딘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남성용 스킨을 집었다.

 

어라, 남성용?

 

어이, 너 나한테 뭐 뿌렸어?”

 

그러자 샘은 방긋방긋 웃는 표정으로 부렸던 스킨통을 들어 보였다.

 

여성용 토너.”

 

좋아, 네가 먼저 시작한거야.”

 

딘은 손에 남성용 화장수를 덜어 샘에게 확 뿌리듯이 손을 휘둘렀다.

 

샘도 손에다가 여성용 화장수를 덜어서 딘에게 뿌려댔다.

 

이 바보같은 짓은 장장 삼십분이 지나서야 멈추었는데, 그것도 딘의 손에 든 화장수 통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서였다.

 

, 머리 말린지도 얼마 안 됐는데 또 젖었어.”

 

형한테서 좋은 향이 나.”

 

너한테서는 냄새 나.”

 

딘은 입에까지 들어간 것 같다며 퉤퉤거렸다.

 

우리 방금 좀 애같이 놀았던 것 같아.”

 

좀이 아니고 많이.”

 

딘은 한 번 더 씻을 거라며 수건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고 샘은 다음은 나! 라고 하고는 텔레비전을 틀며 침대에 누웠다.

 

샘의 침대도 몸을 누였더니 푹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샘한테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슈퍼내추럴/60분 전력] 가족과의 외식

2016. 4. 2. 23:22 | Posted by 호랑이!!!

“이 몸 오셨다.”

 

모텔에 뿅 하고 나타난 모습에, 안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윈체스터의 동생 쪽은 들고 있던 노트를 팡 소리나게 테이블에 내리쳤다.

 

동생의 격한 반응처럼, 딘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손을 흔들었다.

 

“어서 와 크라울리, 일찍 왔네.”

 

뭘 어서 와? 뭐가 일찍 와?

 

황당해 하는 샘의 뒤로 딘이 활짝 웃어보였다.

 

“...형, 우리 모텔방 문 앞에 악마 덫 그려놓으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자, 너희와 함께 다니는 천사한테는 낱말 맞추기 퍼즐, 윈체스터... 빅 사이즈한테는 아이스크림 한 통, 그리고 달링한테는 맥주 한 묶음.”

 

큼지막한 아이스크림 한 통을 손에 들고, 샘은 꺼림칙해 죽겠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으며 인상을 썼다.

 

몇 번 신세를 지기는 했지만 악마는 악마.

 

덤으로, 저 사람... 아니, 악마는 그냥 악마도 아니고 지옥의 왕!

 

“그래, 이제 아이스크림도 받았고... 뭐하러 여기 왔는지도 말해 줄래?”

 

이거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먹었더니 속에서 구더기가 생긴다던가 피를 토한다던가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느라 생각하는 사람 아닌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샘더러, 크라울리가 말했다.

 

“밥 먹으러.”

 

“밥?!”

 

“근사하게 외식이나 하자구, 몸에 좋지도 않은 햄버거에, 설탕 범벅 밀가루만 먹지 말고.”

 

“그러니까, 우리가, 너랑, 왜?”

 

그러자 지옥의 왕 크라울리는, 그야말로 인간적이고 따스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가족이니까.”

 

가족이니까.

 

가족.

 

가족? 누구랑?

 

너한테 내‘가 족’같다고?

 

샘의 표정은 더더욱 떫어져만 갔다.

 

그러나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인지 크라울리는 이제 양 손을 맞잡고 노래라도 부를 것 같은 표정으로 이리저리 흔들었다.

 

“사사건건 우리 쪽을 방해하는 천사 하나에 무스... 가족 구성원이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지.”

 

큼 큼, 목을 가다듬고 크라울리가 상냥하게 웃었다.

 

“대디라고 불러 보렴.”

 

“...미쳤나봐...”

 

 

 

 

 

 

 

 

 

크라울리는 꽤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다.

 

얼마 없는 옷 중에 가장 격식 있는(FBI처럼 꾸밀 때 입는) 옷을 입고 카스티엘도 트렌치코트 대신 여분의 옷을 입히고.

 

“가자미 요리 하나랑 오리, 애피타이저는 스파게티로...”

 

애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하나하나 지정하는 긴 주문을 듣고 웨이터는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질문이 생겼다.”

 

아까 전부터 계속 인상을 쓰고, 웨이터의 질문에도 ‘나는 먹지 않아도 괜찮다’로 일관하던 카스티엘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렸다.

 

“무슨 질문인데?”

 

스파게티를 덜어 해치우다가 딘이 고개를 들었다.

 

“이 네 명이 가족이라고 부르는 집단이고, 네가 아버지 역을 하겠다면 나는 무엇이지?”

 

“또 다른 아버지?”

 

그거 별로 마음에 드는 자리는 아니구나.

 

그리고 가족 내 자리에 대해 토론하고, 웃는 동안 메인까지 지나가고 후식으로 크림이 가득 얹힌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아무렴 어때, 우리는 굳이 그런 자리로 이름 붙히지 않아도 이미 가족이야.”

 

나는 너를 걱정하고, 너는 나를 걱정하고.

 

함께 웃고, 떠들고.

 

위험하면 서로 달려와주고 말이야.

 

“...달링...”

 

“...”

 

두 인외가 감동받은 것 같은 눈으로 딘을 쳐다보았고, 샘은 제 몫의 케이크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난 이 가족 반대야.”

 

"그래, 우리의 딘 윈체스터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셨다고?"


크라울리는 이동하자마자 그 곳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한 바퀴 둘러보았다.


"...3성 호텔? 복권 1억짜리에 당첨이라도 되셨나? 아니면 당장 내일 죽기라도 해?"


매일 모텔 다니던 녀석들이 호텔이라니?


그리고 크라울리는 다시 놀랐다.


식탁 위에 놓인 여러 그릇의 룸서비스 식사들과 호텔 주방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그래서 매우 비쌌을) 파이 


한 판과 아이스크림까지.


"뭐 됐어. 너희들이 교차로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 돈을 얻었든 뭐든 알 게 뭐야. 딘이나 보여 봐."


"내가 분명 장담하는데, 흥미로워할거야."


샘은 이쪽이라고 손바닥을 뻗었고 거기에는 열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가 서 있었다.


"..달링?"


"달링? 형 언제부터 저 악마랑 사실혼 관계가 된 건데?"


"내가 알기로 달링은 친한 사람들에게 부르는 친근한 호칭이라고 알고 있다."


"우린 이미 동침까지 한 사이라고. 내가 검은 눈을 가졌을 때- 왜 그렇게 봐? 농담이야!"


“딘, 악마와 교미하는 인간들은 마녀이고...”


“농담이라니까! 누가 얘 유머감각 생겼댔어?!”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크라울리와 카스티엘은 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이리저리 살폈다.


“낙인도 없어졌고...”


“힘도 약해졌지.”


“가뜩이나 연약한 인간이 더 약해졌다, 이것은 위험해.”


“다람쥐가 새끼 다람쥐가 되었어.”


딘은 못 말리겠다는 듯 눈을 굴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봐, 굳이 그렇게 보지 않아도 별다를 건 없거든?”


“형, 나이가 스무 살 정도 어려진 건 별다를 거 없다고 하지 않아.”


“과거로도 돌아가고, 불사조도 잡아 보고,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도 여러 번이었는데 겨우 스무 살 어려진 것 정도


는 별 일 축에 끼지도 않잖아.”


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카스티엘과 크라울리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당분간 뭘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형은 열네 살 때 한 것이라고는 나 돌보는 거랑 헌터 일 배우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


"이봐, 내가 그 일들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뭐, 물론 형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샘은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한 번쯤 해 보는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물론 진심이지. ...있잖아, 형? 우리가 그닥... 정상적인 집은 아니잖아? 그래서 다른 애들은 했는데 우리는 못 


한 것도 많고."


"그래서? 사립 학교 애들처럼 교복도 입고, 수업도 듣고, 샌드위치 바구니와 함께 소풍이라도 가자고?"


"나 디즈니랜드 가고 싶어."


사진도 많이 찍고, 이상한 머리띠나 풍선도 사고, 쓸데없이 비싼 햄버거도 먹고, 아무튼 뭔가 애들이 할 만한 걸 


잔뜩.


카스티엘은 그 광경을 보다가 무언가 자세히 볼 때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샘의 머릿속은..."


턱, 샘은 손을 뻗어 카스티엘의 입을 막았고 크라울리는 쯔쯔 혀를 차며 눈동자를 한 바퀴 굴렸다.


"새미, 내 생각에는-"


"...안 될까, 형?"


"-안될 것 없지! 가자!"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깬 것은 크라울리였다.


"그래서, 이 휴먼 스토리를 보라고 부른 거야? 지옥의 왕인 나를? 저 날개 달린 인간 닭은 또 왜 부른 건데? 주술


을 풀어 달라고? 엄청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딘은 기가 막혀하는 그를 보다가 한 마디 했다.


"같이 갈래?"


"좋지."


"동의한다."








"내가 상상했던 디즈니 랜드는 '으아아악!''와아아악!'이라는 느낌이었는데... 뭐랄까, 여기는..."


"'와... 신난다'?"


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까, 네 말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딘은 펄쩍 뛰어 기념품 샵으로 달려갔다.


가판대에서 파는 여러가지 물건들을 구경하고, 캐릭터 귀가 달린 머리띠 네 개를 들고 나와서는 샘, 크라울리, 카


스티엘에게 각각 내밀었다.


"...이것이 무슨 물건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너 얼마전에 홈 비디오 다큐멘터리 봤잖아."


모르는 척 빼기는, 샘은 카스티엘의 머리에다 직접 머리띠를 씌워주었다.


"달링, 여기 작은 문제가 있는데."


크라울리는 자신의 머리 위-정확히는 귀 머리띠-를 가리켰다.


"무슨 문제?"


"달링이랑 같은 디자인의 머리띠가 쓰고 싶어."


샘은 크라울리를 확 끌어당겨서는 휴대용 수통에 담아서 다니는 성수를 팍 튀겼다.


따끔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크라울리는 샘을 돌아보았다.


"남자의 질투는 보기 흉해, 새미."


"누구 맘대로 새미야."


"다시 사냥 일을 시작한 초기에 딘과 모텔을 전전할 적에는 커플로 오해받을 때마다 싫어하는 척 했는데, 이제 주


위에 천사와 악마들이 딘을 노려대니 그 일들이 후회되기 시작해, 그렇지?"


"...내가 나쁜 말 하는 건 싫어하는데, 넌 좀 꺼져."


"난 네가 나쁜 말 할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


그 둘이 그러는 와중, 카스티엘은 교환에 성공해서, 딘과 같은 디자인의 머리띠를 썼다.







물 위를 흘러가는 배를 타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가사가 벽에 적혀 있었다).


사인북을 사서 사인을 받기도 하고, 원하던 대로 사진도 잔뜩 찍었다.


카페테리아 한쪽에서 칠면조 다리를 한입 가득 뜯던 딘은 흐흐 웃으면서 테이블 위로 턱을 괴었다.


"스쿼럴, 그러다가 턱 삐뚤어진다."


햄버거나 칠면조 같은 메뉴가 가득한 끝에서 과일컵을 찾아낸 샘은 그걸 사 왔고 딘은 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샘."


"형, 그 모습으로는 하나도 권위적으로 보이지 않는 거 알지?"


이 형이 또 무슨 일을 시키려나, 샘은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데?"


"나 맥주 좀 사줘."


"형 지금 제정신 아니지?"


열 네살짜리가 술?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차보다 늦게 허락되는 게 바로 술이라고?


"아 제발, 지금 이거, 구운 칠면조를 먹으니까 딱 맥주 한 잔이 간절해서... 샤이닝(스티븐 킹 작)에 나오는 그 아


저씨도 그러잖아. 술 한 잔만 마실 수 있다면 악마한테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인간의 관용어구란 너무나도 헛된 것이 많다."


카스티엘이 쯔쯔 혀를 차고 샘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와중에 크라울리가 쐐기를 박았다.


"상도덕이 있지, 우리도 열여덟 살 미만 애들 영혼은 안 받아줘."


원래는 열여덟보다 나이를 먹어도 훨씬 더 먹었는데, 쳇.


딘이 입술을 내밀며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크라울리는 샘에게 물었다.


"그 주술 주머니는 언제 완성되는데?"


"...아직 찾는 중이야."


"디즈니랜드에서?"


하루 정도는 괜찮잖아 뭐.


크라울리는 이 대책없는 무스와 스쿼럴, 다시 말해 동물 형제를 어쩌면 좋으냐며 한숨을 쉬었다.


"잘 아는 마녀가 있는데 도와줄까? 비싸게 받을 거지만."


"얼마나 비싼 것인가?"


배달시킨 치즈버거를 마악 삼킨 카스티엘이 물었다.


최초의 검을 영원히 달라는 이야기거나, 천국이거나, 하다못해 딘과 샘의 여행에 동참하겠다고 나서거나.


여러가지 선택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으나 딘이 손을 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댓가가 뭔데?"


"처녀."


처녀?


세 명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처녀, 몰라? V-i-r-g-i-n."


"스펠링은 나도 안다, 다만 왜 처녀지?"


"정확하게는 열 네 살 정도이고, 윈체스터의 사람이고, 남자인 사람의 처녀."


크라울리는 찡긋 눈짓을 해 보였다.


"몸부터 어른이 되게 해 주지."


[슈퍼내추럴/크로딘] 10화 초기 감상

2016. 3. 3. 17:32 | Posted by 호랑이!!!

슈퍼내추럴 10기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량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접어두었습니다.




 

[슈퍼내추럴/캐스딘] 너의 천국

2015. 12. 18. 07:18 | Posted by 호랑이!!!

.”

 

카스티엘은 딘의 앞에 불쑥 나타났다.

 

오늘은 기도도 안 했는데? 한가하신가 보군.”

 

방의 구석에는 벌써 며칠치나 된 것 같은 신문이 쌓여 있었는데 딘은 그걸 집어다 쓰레기통에 우르르 떨어뜨렸다.

 

어떻게 지내나 하여 와 봤다.”

 

벌써 한참이나 아무 일도 없어서 심심할 정도야.”

 

딘은 싸구려 여관방의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 가족을 만들 줄 알았는데. 집을 사거나.”

 

- 주택 대출을 받아서 얼마씩 매달 갚는 거? 이제 와서는 무리야.”

 

카스티엘은 그를 내려다보다가 옆의 자리에 앉았다.

 

샘도 무사하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고... , 내가 샘이 가정을 꾸렸다는 얘기를 했던가? 이번에는 교차로 악마의 엘릭서도 뭣도 없는 진짜 사랑이야.”

 

딘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 폴더를 열었다.

 

샘이 있고, 선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가 있고, 갓 걸음마를 떼었을 것 같은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는 동영상이나 사진이 가득했다.

 

그리고 너는 이런 여관방에서 지내는 것인가.”

 

이제 와서 집을 사기에는... 뭐랄까, 너무 벅차다는 기분이 들어. 공식적으로 난 죽은 사람이고, 청소나 빨래도 하고 싶지 않고.”

 

그리고 이거 꽤 괜찮잖아, 그렇지?

 

칙칙한 색의 커튼을 활짝 걷자 창 너머에서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잘 깎인 잔디는 산뜻했고 화단에는 좋은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보기보다 방도 깨끗하고, 사먹는 음식도 꽤 괜찮아, 맛있어. 샘이 은퇴하면서 가족들 사진을 자주 보내주는데... , 물론 자주 놀러가기도 하고. 그런 때면 이게 천국이구나, 싶더라니까.”

 

천사 앞에서 천국을 논하는 건 좀 불경한가?

 

모든 영혼은 그마다 천국을 가진다.”

 

내가 좋아하는 천국은 어떤 남자의 화요일 오후였지만 이것도 꽤 나쁘지 않군.

 

카스티엘은 뭐라도 한잔 하자며 냉장고 쪽으로 가는 딘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것은 네가 만들어내고 내가 가둬버린 너의 천국이다.

 

절대로 네가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을, 그런.

 

 

왜 날 불러냈어? 뭐 할 말이라도 있나?”

 

어두운 방 안에서 원형 테이블에 재료와 진을 그리고 불을 붙이는 순간, 꽤 얄미운 어투의 남자가 잔에 담긴 술을 홀짝거리며 방 안에 나타났다.

 

지금 찾는 사람을 찾으려면 또 다른 각인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불운하게도, 네가 적임자거든.”

 

? ?”

 

그는 과장스레 몸을 젖히고 눈을 굴리며 생각하는 척을 하더니 몸을 바싹 바로 세웠다.

 

, 못해줄 것도 없지! 어디보자-”

 

그는 딘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항복이라는 뜻으로 양 손을 들어올렸다.

 

갈비뼈가 다 찼어.”

 

딘은 갈비뼈에 새겨진 걸 만져보려는 듯 제 가슴에 손을 올렸다.

 

제일 무난하고 좋은게 그건데 말이지, 다 찼다고 두개골에 하기에는 너희 원숭이들은 지나치게 섬세하고, 뇌에 영향이 갈지도 모르잖아?”

 

보호 각인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

 

샘이 각인을 위해 벗어뒀던 겉옷을 챙겨들면서 말하자 발타자르가 가볍게 손짓해서 겉옷을 떨어뜨렸다.

 

보호 각인은 갈비뼈 중심에 있는 그거 하나뿐이야. 물론 샘, 네 몸에는 없지.”

 

물론인데?”

 

, , ... 날 아주 한가한 천사로 보고 있군.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른 천사한테나 물어봐.”

 

그는 투덜거리면서 샘의 몸에다 손을 얹었다.

 

“...그 왜, 더러운 트렌치코트를 입고 너랑 사랑에 빠진 그 녀석.”

 

농담하고는, 딘이 한 마디 쏘아붙여주려던 순간 그는 각인을 마치고 사라졌다.

 

“..각인이 내 몸에 새겨졌는데. 이제 어쩌지, ?”

 

너 혼자 가는거지 뭐, 난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게.”

 

그들은 총에 총알을 채워넣고는 밖으로 나갔다.

 

 

 

 

 

 

 

 

샘은 조사를 위해 밤새 도서관에 있겠다고 했다.

 

안전을 위해 밤이면 항상 돌아오곤 했기에 걱정이 되어 딘은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모텔방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야한거 하네.

 

예쁜 여자가 옷을 벗는 장면이었는데 딘은 심드렁하게 쳐다보다가 결국 자리에 누웠다.

 

“...하아...”

 

샘은 안전하다.”

 

깜짝이야!”

 

딘은 카스티엘의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부터는 인기척을 내도록 하지.”

 

마치 놀랐다는 걸 숨기려 들 듯 딘은 얼굴을 문지르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그 얘기를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그 먼 천국에서?”

 

본 목적은 다른 것이다.”

 

카스티엘은 딘이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침대 앞에 서서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아이가 필요하다.”

 

특별히 바쁜 일이 없으니까, 딘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데? 어디 사는 애고?”

 

뭐 샘처럼 특별한 날에 선택받아서 살고 있거나 한 그런 애려니.

 

데려다 주면 감시를 하거나 이래저래 하겠지.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태어나지 않았다?

 

이봐, 아무리 나라도 갓 태어난 아기를 훔쳐오는 것은 양심에 걸리는데.”

 

그건 법이고 뭐고 하기 이전에 양심의 문제-

 

너와 나의 아이다.”

 

뭐라고!”

 

그러니 벗어라.”

 

, 잠깐! 말이 되냐! 둘 다 남자잖아!”

 

엄밀히 말해, 천사는 양성이다.”

 

딘은 그 말에 제 옷을 벗겨오는 그 손을 잡았다.

 

네가 임신하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은...”

 

임신하는 것은 너다.”

 

?!”

 

내가 임신할 수는 없잖아.”

 

나는 되냐고!

 

카스티엘은 힘을 써서 딘을 억지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손가락부터 천천히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눈이 부셔서 딘이 눈을 감는데, 그 빛은 딘의 몸에 스며들었고.

 

딘은 직감적으로 자신의 몸에 다른 생명이 들어찼다는 것을 느꼈다.

 

 

 

 

 

 

 

 

 

“...라는 꿈을 꿨어.”

 

낮부터 일 안하고 낮잠을 자니까 그런 꿈을 꾸는 거야.”

 

자료조사 혼자 시킨다고 삐졌냐?”

 

내가 무슨!”

 

샘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가방에 노트북을 접어 넣고는 어깨에 휙 둘러멨다.

 

“...어이, 새미, 어디 가?”

 

도서관에. 좀 조사할 게 있어서... 내일이나 되어야 들어올 거야.”

 

샘은 주섬주섬 노트며 볼펜을 주머니에 쑤셔넣고는 모텔의 문 손잡이를 잡았고 딘은 무언가의 불길함에 몸을 던져 샘을 붙들었다.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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