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줘.”
여행자 릭.
어느 한 장소에 오래간 있기보다는 무수한 장소를 스쳐지나가며.
어느 누군가와 진득한 관계를 갖기보다는 무수한 사람들과 스치는 듯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아니, 만든다기보다는.
누군가와, 사람들과 무언가를 같이하는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와는 담배 한 대 태우는 시간을, 누군가와는 식사를, 누군가와는 또 술을 마실 수 있고 누군가와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관계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책임감이 없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릭 그에게는 원래 가진 ‘비능력자 릭’으로서 갖는 생활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여행자 릭’으로서의 생활이 길었으니까.
비록 비능력자의 삶 속으로 능력자의 삶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 위화감을 만들어냈고 릭이 그것을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릭은 어느 한 쪽도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그 결과가 현실과 비현실이 섞여들어 어떤 사람도 진지하게 사귈 수 없다,로 나왔지만.
릭은 타고난 낙천성으로 ‘사랑을 하면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이와 여행을 하며 깊은 관계를 맺는다니.
그거 꽤 로맨틱한걸.
그러나 상대는 릭이 고심해서 건넨 말을 단칼에 쳐냈다.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말이로군.”
“내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었소. 나와 함께 세계를 돌아다녀줘, 이 외로운 여행길에 그대가 함께한다면 정말 멋질 거야.”
“나는 릭 톰슨의 ‘동반자’가 되고 싶지 않다.”
동반자,를 강조하며 벨져가 말했다.
“나는 널 위해 내 모든 것을 두고 떠날 생각도, 내 휴식 시간에 너와 함께 어딘가로 떠날 생각도 없으니까.”
네가 생각하는 좀 더 발전한 모습이라는게 내 삶을 네 삶에 끼워맞추는 것이라면 아직 한참 멀었다.
“나는 네 능력자로서의 삶에 돌아올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네 비능력자로서의 삶에도 간섭할 것이다.”
하지만 너는 네가 트와일라잇에 있을 때만, 혹은 능력을 써서 여행하는 일에만 네 시간을 나와 함께하길 원하지.
“그게 뭐가 나쁘오? 누군가와는 일 년간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일 수 있고, 누군가와는 주말 수영장에서 같이 만나 몇 시간을 보낼수도 있지. 그리고 누군가와는 연인으로서 능력자로서의 삶을 보낼 때에만 만날 수도 있잖아. 사람은 언제나 만나고 헤어져, 그 수많은 시간의 조각 중에서 그대와 보낼 수 있을 때 그대와 보내는 게 뭐가 나빠?”
“연인이 네 삶을 알고 싶어하고 네 삶에 간섭하고 싶은 것은 뭐가 나쁜가?”
“그거랑은 다르지 않소.”
“너와 보내지 않는 시간에서, 너는 내 생각을 할까?”
나를 첫 순위로 두지 않는 사람과 정상적인 연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나는, 그대가. 이해해 줄 거라고.”
벨져는 고개를 저었다.
씁쓰레해 보이는 얼굴에서 눈만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그래서 그대는,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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