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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샹바레] 히카르도 안나오는 쌍충

2016. 1. 29. 02:20 | Posted by 호랑이!!!

미아, 뭐 해?”

 

오빠한테 보내는 편지 쓰고 있어! 마침 잘 왔다, 나 제대로 썼는지 봐줄래?”

 

, 나도 철자법은 잘... , 데샹! 이것 좀 봐줄 수 있어?”

 

미쉘은 지나치려던 데샹의 가운을 잡았다.

 

나 바빠.”

 

잠깐이면 돼.”

 

까미유는 미쉘을 내려다보다가 미아가 쓰는 편지를 받아 철자를 고쳐 주었다.

 

여기서 ai가 아니고 y, 여기도... 여기는...”

 

그 때 문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 바빠, 너 바빠, 서로 바쁜 사람인데 불러놓고 한가하게 굴기는.”

 

잠깐이면 돼.”

 

내가 너한테 내줄 수 있는 시간은 30분까지야.”

 

문가 그늘에 몸을 숨긴 채 탄야는 마치 유치원 선생님 같다고 킥킥 웃었다.

 

낮고 신경질적인 웃음소리가 분명 기분이 좋아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까미유는 마저 여기, 여기라고 급하게 짚어준 뒤 저만치에 딸린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웃기지, 그 애는 더 이상 편지를 받아 볼 상태가 아닌데 여동생이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다니까.”

 

까미유는 책상 너머에서 서랍을 열어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일 얘기나 할까?”

 

만인의 자상한 의사 선생님, 까미유 데샹이 감동받아 손수 편지를 봐줄 만큼.”

 

네가 의뢰한 건 이미 했어. 그 애 오빠를 죽지 못하게, 그러나 살지도 않게. 그러니까 네가 맡은 일을 할 차례잖아?”

 

까미유가 아무렇지 않게 평소의 매끄러운 목소리로 점잔을 빼며 탄야 앞으로 종이를 내밀자 탄야는 후후 웃더니 갑자기 힘을 주어 책상을 쾅 내리쳤다.

 

책상이 덜컹였고 탄야의 주위에서는 눈에 보일 정도의 어두운 보라색 독기가 물결을 이루어 위협적으로 물씬 피어올랐다가 스르르 가라앉았다.

 

까불지 마, 긴 경고는 필요없겠지.”

 

흐름을 바꿀 힘을 찾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비용에 대비해서 결과 산출이 나쁠까봐 쓰지 않는 방법일 뿐이지.”

 

그래, 네가 너의 그 작은 친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까미유의 입매가 불쾌하다는 듯 끝이 내려갔다.

 

네 충직한 친구가 날 찾아왔었지, 불과 며칠 전에 말이야.”

 

그건 그냥 내 불량품 중 하나에 불과해.”

 

나한테 딱 한 마디 하더군. ‘물러서라고.”

 

내 알 바 아냐.”

 

탄야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내가 기른 어둠의 능력자 군대를 써서 널 괴롭히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야.”

 

저 말은 협박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었다.

 

그것은 까미유의 눈에 꽤나 명백했다.

 

그리고 능력자들이 괴롭힐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탄야는 까미유가 내민 종이를 받아서는 부채라도 되는 것처럼 제 입가에 대고 웃었다.

 

난 항상 그렇게 충직한 도베르만이 갖고 싶었어. 어린것들보다야 물들이는 것이 힘들겠지만... 여유를 갖고 천천히, 느긋하게 한다면... 후후후.”

 

“...할 일부터 빨리 하는게 어떨까, 시뇨라?”

 

그래, 이만 가볼게.”

 

탄야는 소리없이 문을 열고는 한 발을 밖으로 뺐다.

 

내가 없는 동안, 그 애를 잘 보살펴 두라고. 이래봬도 꽤나 아끼고 있거든.”

 

흘끗, 시선이 밖에서 편지에 꽃이며 나비를 그려넣는 소녀에게 닿았다.

 

그리고 네 강아지 말인데, 교육을 좀 시켜놓는게 쓰기 편할거야.”

 

히카르도를 사용할 일은 없어.”

 

어떨까.”

 

디딘 곳마다 검게 반짝이는 보라색 액체가 머물렀다가 이내 수증기로 변하여 사라졌다.

 

까미유는 눈가에 걸친 색유리 너머로 여유롭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빅터이글] 그 사람을 떠올리는

2016. 1. 26. 02:35 | Posted by 호랑이!!!

빅터의 키가 컸다.

 

처음에 보았을 때보다 적어도 몇 피트는 더 커서 이젠 이글이 올려다 보아야 할 정도였다.

 

머리는 어른스러워 보이려는 듯 짧게 잘라 뒤로 넘기고 공성전의 상처가 뺨에 남아서 마치 누군가를 연상케 한다.

 

빅터는 러닝셔츠에 겉옷 하나만 걸친 그 큰 몸을 카페테리아의 야외 테이블의 작은 의자에 구겨앉아서는 어릴 적에는 써서 싫다는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이글은 새삼 어릴 적의 얼굴을 그의 위에 겹쳐 보다가 가느다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식사는 하고 다녀? 좀 마른 것 같은데.”

 

그러는 형은 담배까지 피면서. 몇 파운드는 빠진 것 같아.”

 

피자라도 시켜 줄까?”

 

됐어.”

 

이글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는 길게 연기를 뱉었다.

 

빅터는 그 연기들이 제 가까이로 오지 못하게 하며 남은 커피를 마셨다.

 

눈동자를 굴려 이글의 혓바닥이 사탕 막대라도 물듯 가는 막대를 감싸 입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콜록, 콜록!”

 

보지 않은 척 시선을 돌리다가 사례가 들리자 이글이 깔깔 웃었다.

 

그래, 이럴 때 난 네가 귀엽더라고.”

 

이글은 빅터의 손에서 빈 잔을 빼앗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귀여운 거겠지.”

 

내가 연상시키는 누군가.

 

빅터가 노려보자, 이글은 배실배실 웃음을 띄웠다.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그래, 그 표정도야.”

 

“...”

 

이글은 커피자욱이 남은 빅터의 옷을 잡아당겼다.

 

내 집에 가서 세탁할까? 더러워졌는데.”

 

빅터가 그를 내려다보면서 인상을 쓰자 이글은 샐쭉 웃으며 담배를 재떨이에 꾹 눌러 껐다.

 

자리에서 일어나 집 쪽으로 걷다가 이글은 그를 툭 쳤다.

 

벌써 몇 년이나 되었는데 포기 못 했어?”

 

아직 몇 년밖에 안된거야.”

 

이글은 그 답에 다시 깔깔 웃으며 길쭉하고 가느다란 새 담배를 꺼내물었다.

 

 

사람의 마음에 음악이 있다면.

 

이미 마틴, 그에게는 사람의 마음이 들리지만.

 

어린아이들의 마음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멜로디가 울리고 나이를 먹고 경험이 짙어질수록 다채로운 소리가 들린다.

 

공성전에 처음 들어갔을 때 만난 안타리우스의 사람들은 무언가 음악이 흐르는 것 같긴 했지만 그들의 소리 위에는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위를 덮고 있었다.

 

그 다음 만난 것은 하얗고 검은 가면을 쓴 안타리우스의 사신이었는데 그는 말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가면 뒤는 조화롭지 못한 소리로 시끄러웠다.

 

시끄러운 안타리우스라.

 

안녕하세요, 아이작.”

 

뭐냐, .”

 

재단의 마틴 챌피라고 해요.”

 

왜 건거지, 말을?”

 

특별한 용건이 있는 것은 아니예요.”

 

특이하게도,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게도.

 

그가 선호하는 곳은 조용한 곳이었다.

 

잔디밭의 나무 그늘 아래, 개울의 옆, 운행 전후의 기차역 같은 곳.

 

처음 몇 번은 귀찮게 한다는 이유로 멀리 던져질 뻔 했지만 몇 번 마주치고 나니 포기가 빠른건지, 그는 더 이상 던지려고 들지 않았다.

 

오늘은 만나곤 하는 장소에 마틴이 먼저 와 있었다.

 

저녁볕이 따스하게 내리는 잔디의 커다란 나무에 등을 대고 앉으니 머리 위에서 나뭇잎이 천천히 흔들려 떨어지는 것이 보였고, 한가로운 마음에 손을 뻗어 잡는 즈음에 뒤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쨍그랑쨍그랑 수런수런 째깍째깍 찰칵찰칵 지잉지잉.

 

부서지는 소리, 사람 웅성이는 소리, 톱니바퀴 맞물리는 소리와 기계가 돌아가고 잘리고 무엇인가가 자라는 소리.

 

한 사람 안에서 들리는 것 치고는 두서없고 무질서하게 들려온다.

 

오셨어요?”

 

기분 나빠, 네녀석.”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이야, 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제게서 한 걸음쯤 떨어진 자리에 앉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중에 제일 가까운 자리다.

 

이것이 바로 길들인다는 느낌일까.

 

누군가의 호감을 사고 경계를 낮추는 일은 지금까지도 셀 수 없이 해온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상대가 상대라서일까, 각별했다.

 

그러고 보니 안타리우스의 제키엘씨도 별 문제 없이 마음의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제키엘씨는 사도이고 교주라고도 불리는 것 같던데 아이작씨도 사도나 교주나... 그런 급인가요?”

 

관심없어, 그런 건.”

 

안타리우스에 대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아이작이 신경을 쓰는 것인지 그 이미지는 금세 검은색으로 덧칠되고 다른 것으로 대체되었지만 마틴은 거기에서 이것저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첫 번째, 확실한 것은 제키엘보다는 입지가 좁아도 한참이나 좁다는 것.

 

두 번째, 안타리우스가 시키는대로 일은 하지만 자유도가 높아서 어쩌면 껄끄럽게 여겨질 지도 모른다...는 건 추측이 많이 섞인 말이지만.

 

걱정된다고 말하면 마음을 읽는다고 기분 나빠 하겠지.

 

그쯤이야 능력을 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까, 생일이 언제라고 하셨죠?”

 

알려준 적 없어.”

 

그럼... 다음번에는 언제 쉬세요? 머리끈이 남는데 오늘은 가져오지 않아서요.”

 

재단의 긴머리 꼬맹이한테 주고 남은거냐.

 

“...몰라, 다음주면 시간이 날 지도.”

 

바쁘시네요.”

 

일할 게 있으니 돌아오라고 하더군.”

 

속으로 질색하는 것이 느껴져 웃음이 나왔다.

 

다음 목요일 즈음에, 공성 마치고 여기에서 볼까요.”

 

시간이 된다면 말이지.”

 

그의 가면 너머는 항상 소란스러웠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가 싶을 정도로.

 

그러나 이번만은 자신이 능력이 없더라도 그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때 봐요.”

 

그리고 저, 한 번도 하랑한테 머리끈을 선물해준 적은 없어요.

 

그렇게 덧붙이자 가면을 쓴 그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키득키득 웃으면서 헤어졌고, 만나기로 한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그 자리로 갔지만 아이작은 오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우연히라도 마주칠까 하여 밖으로 나돌았지만 다시 만난 것은 그 다음번의 공성전에서였다.

 

아이작.”

 

그러자 앞을 보던 눈동자가 굴러 자신을 쳐다보았다.

 

반가움에 남들에게는 억지로 짓는 미소가 저절로 새어나왔다.

 

마치고 저 좀 봐요.”

 

잔디밭, 나무 그늘 아래에서.

 

머리끈, 검은색 질 좋은 실로 엮은 것을 건네주고.

 

어쩌면 오늘은 바로 곁에 앉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면 같이 하자고 할지도 모르고.

 

가까이 오지 마.”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뭐라구요?”

 

그는 몸을 돌려서 저 앞의 상황을 살피러 갔다.

 

이상해.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이상한 점을 꼽으려 그의 등을 쳐다보다가 문득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떠올랐다.

 

다른 안타리우스들은 자신들이 내는 소리 위에 전파의 잡음이 강하게 덧씌워져 있었다.

 

제키엘과 아이작의 소리 위에는 그러한 잡음이 없었다.

 

없었는데.

 

아이작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침묵.

 

여태껏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의 침묵이 그의 마음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B-hunt 엔리코 다 라벨] 새 애완 인간

2016. 1. 24. 01:07 | Posted by 호랑이!!!

옴브레.”

 

엔리코는 제가 손수 만든 침대 위에 앉아있는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침대는 다리를 반틈 잘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낮아서 무릎을 꿇어 앉으면 그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 새로 잡아온 사람.

 

짧고 산뜻하게 자른 빨간 머리카락에 끝이 고양이의 것처럼 올라간 검은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보기에 따라 사납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엔리코의 금갈색 머리카락은 태양 같고 파란색이 섞인 진한 초록색 눈은 끄트머리가 처져 순수하고 순한 모습처럼 보였다.

 

긴 머리를 묶어낸 엔리코는 그의 뺨을 만지다가 손톱을 세워 긁었다.

 

옴브레, 대답.”

 

“...”

 

이 인간을 잡아온 것은 벌써 한 달쯤 지났다.

 

지하실에 인간을 잡아와 기르는 것은 수십년째 반복되는 일이지만 최소한의 생필품 외에 물건이 더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원래 있던 물건들은 옷, 신발, 책상 위에 놓인 동화책 몇 권, 한구석에 둔 게임기와 물주전자 정도였는데 어느샌가 이 지하실에 물건이 늘어나고 있었다.

 

저 방의 구석자리에는 목검이 생겼고 요리와 책만 놔두기에는 너무 넓었던 수제 식탁에는 체스판이 놓였다.

 

“...뭐 어때, 그보다 이것 봐. 오늘 널 위해 가져온 거야.”

 

엔리코가 꺼내든 것은 가장자리가 닳아 낡은 감이 있었지만 꽤나 소중하게 보관을 잘 한 검은 가죽 목걸이였다.

 

목걸이는 목에 딱 달라붙는 쵸커였는데 그 가운데에는 작은 십자 오팔이 박혀 있었다.

 

걸어 줄게.”

 

그 사람은 슬슬 반항을 포기하게 되었고 엔리코는 뒤로 돌아가 다정스러운 손짓으로 그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 조였다.

 

너무 조이지 않는 적당한 길이로 조이고는 앞으로 돌아와 감상이라도 하듯 위 아래로 훑어보고는 정말 기쁘다는 듯 활짝 웃었다.

 

좋아, 마음에 드네.”

 

 

스카이림 7회차 기록일기 리사 5

2016. 1. 22. 04:42 | Posted by 호랑이!!!

어머니께. 늑대인간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께, 어느 날 화이트런으로 돌아오다가 망가진 마차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키 작은 노드를 보았습니다. 본인을 가리켜 시세로라고 불렀고 어머님을 모셔간다고 말하던데 이 의미를 잘 모르겠습니다.

 

윈드헬름으로 갔습니다. 조만간 제국군과 스톰클락 간에 전쟁이 일어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제가 윈드헬름으로 간 것은 말을 전하러 간 것인데 화이트런 영주가 전쟁 의사를 표명한 것을 전하러 갔습니다. 아무래도 노드들 골치아픈 일에 휘말린 것 같네요. 그리고 윈드헬름으로 간 김에 전에 부탁받은 일을 하러 갔습니다. 아벤투스 아레티노라는 아이에게 찾아가 봐 달라는 내용의 부탁이었는데, 그 아이의 사정이 딱합니다. 아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가족 중에 혼자밖에 남지 않았는데 고아원으로 (끌려) 갔더니 그 곳 원장이란 사람이 아주 돼먹지 못한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망쳐 나와 집으로 돌아와서는 암살자 집단인 다크 브라더 후드 사람을 부르는 의식을 하는데... 제가 찾아간 밤에도 아이는 의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렐로드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하더군요. 그렇게 부탁하고 아렌티노는 집 구석의 의자로 가 앉았는데 집의 마룻바닥은 꺼지고 벽난로에는 불이 켜지지 않고, 무너져가는 어두운 집 안에 아이가 혼자 앉아있는 것을 보았더니 짠합니다. 조만간 그렐로드를 죽이고 아이에게 즐거운 소식을 전해줄까 합니다.

 

유르겐 윈드콜러의 나팔을 찾았습니다. 델피네라는 아가씨가 용이 묻힌 곳으로 가자면서 데려갔는데, 거기에서 거대한 용이 다른 용을 부활시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가 전에 사형당할 뻔한 날의 얘기를 했었지요. 그 때 저의 사형을 방해한 용은 알두인이라고 부릅니다. 그 알두인은 샬록니르라는 용의 무덤에 용언을 내려 용을 부활시켰습니다. 움푹하게 파인 둥근 곳에서 뼈만 남은 용이 어적어적 기어나오고 알두인의 용언에 서서히 살이 붙고 근육이 붙고 비늘이 생겨나 다시 살아났습니다. 도로 죽였지만요. 굉장히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어머니께 영상으로 보여 드리고 싶네요.

 

사랑하는, 리사

 




[하이큐/쿠로츠키] 성격 나쁨

2016. 1. 17. 23:45 | Posted by 호랑이!!!

“무슨 일이야?”

 

“매일같이 보러 오라고 문자 한 것은 그냥 해 본 소리였나요?”

 

오늘도 삐뚜름하네.

 

쿠로오가 웃었다.

 

오늘은 모처럼의 훈련 없는 주말이고 카라스노도 그 날 휴일이라고 들었다.

 

어쨌거나 문자라면 매일(일과를 마친 후 11:00~12:00) 하고 있으니까.

 

내가 찾아갈까 네가 찾아갈까 말은 자주 했었고 평소에는 쿠로오가 부활동이 없는 날 찾아가곤 했는데 츠키시마가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츳키~가 와준 것은 처음이잖아. 기뻐서 그래.”

 

쿠로오는 히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 웃음 기분 나빠요.”

 

츠키시마는 팩 고개를 돌렸고 쿠로오는 어딘가 열오른 그 뺨을 쿡 찔렀다.

 

“오는 길에 더웠지? 찬 거 먹으러 가자.”

 

“근처 명물이라도 맛보여주는 건가요?”

 

“그, 잠깐만.”

 

쿠로오는 냉큼 핸드폰을 켰다.

 

켄마? 나 쿠로인데 이 근처에 괜찮은 가게가-

 

라고 문자를 보내는데, 츠키시마가 그의 팔을 잡았다.

 

“맥도날드로도 충분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멀리까지 와 줬는데.”

 

쿠로오는 이쪽이라며 앞장서 걸어갔다.

 

깨끗한 내부에 시원한 에어컨과 사람들이 북적여서 어쩔 수 없는 소란스러움.

 

가지각색 음식이 기재된 메뉴판과 저 멀리에 보이는 많은 음료수병.

 

“패밀리 레스토랑이잖아요.”

 

“쿠로오씨 매일 학교랑 부활이랑 집만 왔다갔다해서 맛있는 가게 하나도 모른답니다. 그러니까 봐줘.”

 

덩치도 큰 사람이 뺨을 테이블에 붙이고 귀여운 척 올려다 보는 것에, 츠키시마는 부러 인상을 찌푸렸다.

 

“귀여운 척은.”

 

“그래도 방금은 귀엽다고 생각했지?”

 

츠키시마는 인상을 팩 썼다.

 

“전혀요!”

 

솔직하지 못하긴, 다 보인다니까.

 

쿠로오는 히죽히죽 웃었다.

 

처음은 패밀리 레스토랑, 영화도 보고 길거리에 나온 노점상에서 가방에 매달 수 있는 스트랩도 샀다.

 

츠키시마가 남자 고등학생이 무슨 커플 스트랩이냐면서 툴툴대다가도 역시나 마음에 들었는지 하나 더 사서 주머니에 넣는 모습에 쿠로오는 웃음이 나왔다.

 

“자고 갈래?”

 

“사양할게요, 낼모레 쪽지 시험이 있어서.”

 

역으로 데려다 주겠다며, 쿠로오가 따라갔다.

 

평소라면 혼자 갈 수 있어요, 라면서 찡그렸을 테지만 왠지 오늘은 고마워요 하면서 허가해주기도 했고, 쿠로오의 기분은 꽤나 좋았다.

 

마지막 기차 시간에 맞춰서 역으로 가서 표를 끊고 벤치에 앉아있다가 츠키시마한테 헤실거린다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말로,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여기까지도 와 주고, 어울려도 주고.”

 

기쁘네~ 라고 했더니 쑥스러운 지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때마침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여서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이 짐을 챙기거나 하여 분주한 틈을 타 짧지만 꼭 끌어안기도 하고.

 

그러다 기차에 타기 직전, 츠키시마가 작게 속삭였다.

 

“...야마구치가, 찾아가라고 해서.”

 

“...뭐?”

 

츠키시마는 기차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고 쿠로오도 뒤따라 들어갔다.

 

“다른 남자가 나한테 가랬다고 지금까지 오지 않다가 바로 온 거야?”

 

“다른 남자라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잖아요.”

 

“말 돌리지 말고.”

 

“그보다 곧 문 닫길 텐데, 빨리 나가는 편이 좋잖아요?”

 

그 말에 쿠로오는 문 쪽을 보았다가 잠깐만요!를 외치며 서둘러 내려서는 창가 자리의 츠키시마가 보이는 곳 까지 달려갔다.

 

벌써부터 츠키시마의 핸드폰에는 메시지가 왔다며 불이 반짝반짝 쉴새없이 켜지고 있었다.

 

그러나 츠키시마는 보란 듯이 헤드폰을 끼고 창 너머의 쿠로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야, 츳키!”

 

역이 멀어지면서 창문의 바깥은 어둑해졌다.

 

창 밖으로 쿠로오의 모습이 보이는 대신 츠키시마 그 자신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놀랍게도, 웃고 있다.

 

‘야마구치가 들으면 성격 나쁘다고 또 한 마디 들을지도 모르지만’

 

쿠로오씨가 질투해 주는 것은 꽤나 기쁘네.

 

 

[벨루벨] 벨져 생일 축하해

2016. 1. 12. 02:45 | Posted by 호랑이!!!

좋아, 잘했어! 믿음직스럽군!”

 

그 말에 벨져는 루이스를 흘끗 돌아보았다.

 

공성을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닦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벨져는 루이스에게 말을 걸었다.

 

잘했다, 믿음직스럽다니.”

 

그게 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덕분에 살았어요같은 소리를 하던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새삼스러워서 그렇다.”

 

“...그게 얼마나 옛날 일인데.”

 

루이스는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그렇게 오래지도 않았다.”

 

그가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다, 루이스는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뭐지?”

 

우리가 이런 말을 나눌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이 뒤에 시간 있어?”

 

왜인지 들어보고 결정하지.”

 

그러자 루이스는 잠시 어물거리다가 옷의 주머니에서 티켓 두 장을 꺼냈다.

 

일전에 받은 티켓인데-”

 

안 간다.”

 

“-네가 오늘 생일이라는 말을 들어서, 괜찮다면 써 줄래?”

 

벨져는 성가시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티켓을 쳐다보다가 티켓 대신 루이스의 팔을 잡았다.

 

앞장서라.”

 

?”

 

내 생일 때문이라고 말한 건 너잖나.”

 

, 그건 그렇지만.

 

우리 너무 진도 빨라...!”

 

그러나 그 말은 무시당했다.

 

새로 개업한 레스토랑의 내부 구조는 말끔했고 꽤나 현대적이었다.

 

벨져라면 좀 더 고풍스러운 쪽을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티켓을 제시하자 이어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요리들도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군.

 

루이스는 맛을 보며 고개를 들었다.

 

맛이 어때?”

 

건넛자리의 벨져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말 그대로 우아한 모습으로 애피타이저를 맛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요즘 먹던 것보다는 월등히 좋군.”

 

놀랍네. 항상 훨씬 좋은 걸 먹고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이 많아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기회가 없었다. 미국인처럼 빵 사이에 고기나 야채를 끼워 일을 하며 먹거나, 그조차 준비할 시간이 없으면 건량을 씹으면서 지냈지.”

 

오늘은?”

 

생일이라 억지로 쉬는 시간을 만들었지.”

 

의외로 대화는 부드럽게 풀려 나갔다.

 

메인을 돌려보내고 커피와 디저트가 나왔다.

 

과일을 얹은 달지 않은 케이크 조각을 잘라내다가 루이스는 아까부터 신경쓰이던 것을 물었다.

 

대화가 잘 되네.”

 

그런 말을 들을 줄도 몰랐군.”

 

난 네가 날 싫어할 줄 알았어.”

 

? 네가 날 이긴 전적이 있기 때문에?”

 

루이스는 슬그머니 눈길을 아래로 내렸고 벨져는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사소한 일에 연연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루이스가 아무 말도 없자, 벨져는 짧게 웃었다.

 

그런 것을 신경쓰고 있었던 거냐.”

 

벨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믿음직스럽군!이라고 외치게 된 녀석이.”

 

그거 놀리는 거지?”

 

놀리는 거다.”

 

그러자 루이스가 부루퉁한 목소리를 내었다.

 

디저트 접시까지 비우고 일어날 차비를 하며 벨져는 툭 뱉듯 말했다.

 

축하 고맙다 루이스.”

 

“...별 말씀을.”

 

이 뒤의 찻집은 내가 내도록 하지.”

 

 

생일 축하한다 어린 신도여.”

 

어둑하게 빛이 새어들어오는 공간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웃음을 참는 것 같은, 어린아이를 어르는 것 같은.

 

희뿌옇게 안이 비치는 곳은 푸르스름한 색을 띄고 있었다.

 

첫 번째 사람은 마악 방으로 들어선 사람으로 검은 후드 아래로 보이는 입술은 머리카락과 같은 색, 얼핏 푸른색으로도 보이는 녹색이었다.

 

그는 한 손에 작은 케이크를 들고 있었고 다른 손은 뒤로 빼어 무언가 큰 것을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그의 말에도 대답 없이 바닥에 앉아있던 사람은 어딘가 눈에 초점이 없어 보였다.

 

연한 빛 아래에서도 결 좋은 머리카락은 후드 아래에서도 흰 색으로 빛을 반사하고 그의 입술에는 머리카락과 같은 색의 흰 색이 어딘가 금속빛을 내며 칠해져 있었다.

 

자아, 선물이다 벨져 홀든. 이 내가 손수 축하하는 것이니 감격해도 좋다!”

 

케이크가 그의 앞에 놓였으나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할 수 없겠지만! 크크크크큭.”

 

첫 번째 남자, 제키엘은 뒤로 빼었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리고 상처가 난 사람이 발목이 잡혀 거꾸로 들려 내밀어졌다.

 

어때, 이건 기억나나?”

 

“...나지 않는다.”

 

갈색 머리카락에 한쪽 팔을 덮을 정도로 가득한 손목시계.

 

코트와 청바지와 하얀 티셔츠.

 

아마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억은 덧칠되기라도 한 듯 떠올리려고 애써도 검은 물 같은 아래로 가라앉는다.

 

더 애써봐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가? 가령 어떤 말을 자주 했다던가, 표정이라던가, 특정 행동을 많이 했다던가 하는 것 말이다!”

 

웃음을 참는 것이 힘들어졌는지 말 중간중간에 웃음을 참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때로는 웃음 약간이 섞여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것에조차 아무런 감정의 표현을 보이지 않는 채, 벨져는 제 눈 앞에 거꾸로 매달려 흔들리는 사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갈색 머리, 흔히 말하는 순해 보인다는 인상일 것 같음.

 

만져 보려 손을 뻗었지만 제지당했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그뿐이라 고개를 저었다.

 

...잠깐, 순간 검은 물 위로 기억 덩어리가 얼핏 올라왔다가 가라앉았다.

 

어쩌면 초록색 눈일지도 모르겠다.

 

흔히 말하는 초록색이란 차가운 색 계열이지만 어쩌면 이 사람의 눈은 따뜻한 초록색일지도.

 

“...초록색.”

 

제키엘은 제 아래 앉은 그를 내려다보다가 쥐어든 발목을 놓았다.

 

철벅 소리를 내며 사람의 형상은 무너졌고 하얀색 크림으로 덮인 케이크 위로 체액이 튀어 자국을 남겼다.

 

아직 갈 길이 남았구나. 그러나 걱정마라, 그리 길지는 않을 테니.”

 

웃음기가 사라진 목소리는 오싹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생일 축하한다. 네가 완전히 다시 태어날 날도 멀지 않았을 터이니.”

 

 

[티엔하랑마틴?/알파오메가] Mine 2

2016. 1. 11. 02:06 | Posted by 호랑이!!!

 

아침, 눈을 뜬 하랑은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갈히 씻고 머리를 땋아 댕기를 매었다.

 

시차 때문에 정신이 들지 않아 간신히 세수를 하고 옷장 앞에 서니 여러 옷들이 나왔다.

 

아버지가 색목인은 이런 옷을 입는다고 구해준 파란색 셔츠와 조끼와 벨트와 이러저러한 것들.

 

하랑은 우선 짧은 바지 같은 하얀 속옷을 들었다.

 

양인 속옷은 참 작기도 하지.

 

이런 손바닥만한거 하나만 입다니 말이야, 민망한 기분인걸.

 

속옷 위에 바지와 허리띠와 셔츠를 입고 위에 조끼를 입으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준 옷 중에서는 넥타이도 있었는데 목을 죄는 목줄을 장식이랍시고 하다니 정말 양인의 문화란 아직 배워야 할 것 투성이다.

 

목을 조이는 것이 불편하여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방을 나섰더니 문 앞에는 어제 보았던 마틴이라는 사람과 사부, 티엔이 있었다.

 

... 굿모닝?”

 

옷이 칠칠찮다.”

 

좋은 아침이예요 하랑. 사부라는 사람이 아침부터 살가운 말 한마디도 안 해주네요.”

 

마틴이 흥, 소리를 내자 티엔은 하랑을 끌어당겨 셔츠를 바지 안으로 넣어주고는 넥타이도 바짝 조여 매주었다.

 

, 뭐야! 애도 아니고! 어디에 손 넣는거야!”

 

귓가에 대고 소리 지르지 마라.”

 

티엔은 보다 말끔해진 복장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결 낫군.”

 

애당초 말이야, 티엔... 사부가 옷차림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해?”

 

하랑이 툴툴거리며 허리에 손을 얹었지만 티엔은 못 들은 척, 앞서 걸음을 옮겼다.

 

식당은 이쪽이다.”

 

못 들은척 하기는.

 

삐죽 입술을 내밀며 넥타이의 매듭 안쪽에 손을 넣자 마틴은 작게 웃었다.

 

답답하면 하지 말아요.”

 

? 그치만, 이것도 의복의 하나 아냐?”

 

여기에는 그런 걸로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테니까요.”

 

손을 뻗어 마틴은 하랑의 넥타이를 당겨 풀어냈다.

 

그가 내미는 넥타이를 받아들며 정말 이래도 되는가 싶은 눈으로 올려다보는데 티엔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하랑, 안 오고 뭐하나?”

 

마틴은 괜찮다,며 배시시 웃음을 짓고는 손을 내 보라는 시늉을 하더니 하랑의 손바닥 위로 투명한 셀로판지에 싸인 둥그런 것을 여럿 떨어뜨렸다.

 

오늘은 하랑이 처음으로 영국에서 아침을 맞는 날이니까 와 봤어요. 좋은 하루 보내요.”

 

나 이거 알아, 사탕이지? 고마워 형씨!”

 

별말씀을.”

 

마틴과 하랑 사이로 티엔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하랑, 빨리 오라고 했다.”

 

, 알았다고. 간다 가!”

 

티엔은 하랑이 마틴에게 손을 흔들고 헤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길이 풀어진 넥타이로 가더니 미간이 찌푸려졌다.

 

넥타이는 그새 어쨌나.”

 

마틴 형씨가 풀어도 괜찮다길래. 답답해서 풀었어.”

 

그 차림에 넥타이를 빼다니.”

 

이야 이거 지금 화내는 건가?

 

정티엔이? 넥타이 매준 거 풀었다고?

 

하랑의 눈이 샐쭉 휘더니 툭 툭 가슴팍의 단추를 풀어내었다.

 

조끼에 매달린 단추도 아예 풀어버리고 티엔이 손수 집어넣어준 셔츠 자락도 빼내려 손을 내렸다.

 

“...빼낼 테냐?”

 

목소리가 낮아졌다.

 

혹시, 나름대로 신경써준 것을 내가 다 빼내니까 서운한 건가?

 

아니, 그냥...”

 

왠지 자신이 망나니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가 괜스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잠깐.

 

빼냈다간.”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누가 보던 상관않고 손수 네 차림새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쳐 주지. 손수 말이다.”

 

아 알았다고!”

 

하랑은 소리를 빽 지르며 셔츠에서 손을 떼었다.

 

안 귀여워, 하나도 안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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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벨?] 조각글/이기적인

2016. 1. 10. 23:44 | Posted by 호랑이!!!

내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줘.”

 

여행자 릭.

 

어느 한 장소에 오래간 있기보다는 무수한 장소를 스쳐지나가며.

 

어느 누군가와 진득한 관계를 갖기보다는 무수한 사람들과 스치는 듯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아니, 만든다기보다는.

 

누군가와, 사람들과 무언가를 같이하는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와는 담배 한 대 태우는 시간을, 누군가와는 식사를, 누군가와는 또 술을 마실 수 있고 누군가와는 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이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관계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

 

책임감이 없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릭 그에게는 원래 가진 비능력자 릭으로서 갖는 생활도 있지만 그 못지않게 여행자 릭으로서의 생활이 길었으니까.

 

비록 비능력자의 삶 속으로 능력자의 삶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 위화감을 만들어냈고 릭이 그것을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릭은 어느 한 쪽도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그 결과가 현실과 비현실이 섞여들어 어떤 사람도 진지하게 사귈 수 없다,로 나왔지만.

 

릭은 타고난 낙천성으로 사랑을 하면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이와 여행을 하며 깊은 관계를 맺는다니.

 

그거 꽤 로맨틱한걸.

 

그러나 상대는 릭이 고심해서 건넨 말을 단칼에 쳐냈다.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말이로군.”

 

내가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었소. 나와 함께 세계를 돌아다녀줘, 이 외로운 여행길에 그대가 함께한다면 정말 멋질 거야.”

 

나는 릭 톰슨의 동반자가 되고 싶지 않다.”

 

동반자,를 강조하며 벨져가 말했다.

 

나는 널 위해 내 모든 것을 두고 떠날 생각도, 내 휴식 시간에 너와 함께 어딘가로 떠날 생각도 없으니까.”

 

네가 생각하는 좀 더 발전한 모습이라는게 내 삶을 네 삶에 끼워맞추는 것이라면 아직 한참 멀었다.

 

나는 네 능력자로서의 삶에 돌아올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네 비능력자로서의 삶에도 간섭할 것이다.”

 

하지만 너는 네가 트와일라잇에 있을 때만, 혹은 능력을 써서 여행하는 일에만 네 시간을 나와 함께하길 원하지.

 

그게 뭐가 나쁘오? 누군가와는 일 년간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일 수 있고, 누군가와는 주말 수영장에서 같이 만나 몇 시간을 보낼수도 있지. 그리고 누군가와는 연인으로서 능력자로서의 삶을 보낼 때에만 만날 수도 있잖아. 사람은 언제나 만나고 헤어져, 그 수많은 시간의 조각 중에서 그대와 보낼 수 있을 때 그대와 보내는 게 뭐가 나빠?”

 

연인이 네 삶을 알고 싶어하고 네 삶에 간섭하고 싶은 것은 뭐가 나쁜가?”

 

그거랑은 다르지 않소.”

 

너와 보내지 않는 시간에서, 너는 내 생각을 할까?”

 

나를 첫 순위로 두지 않는 사람과 정상적인 연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나는, 그대가. 이해해 줄 거라고.”

 

벨져는 고개를 저었다.

 

씁쓰레해 보이는 얼굴에서 눈만이 시리도록 푸르렀다.

 

그래서 그대는,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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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림 7회차 기록일기] 리사 3-4

2016. 1. 9. 11:44 | Posted by 호랑이!!!

리사드 오빠에게

 

이번 편지는 털코트같은 갈기를 가진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오빠는 진작에 독립할 나이가 되었지만 어머니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아직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굉장히 편안하게 지냈어. 지나는 길에 카짓 행상단도 보았지. 이 너른 땅에 카짓이라고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들도 도시간을 이동하고 있었지만 나한테 잘 대해주었어. 아침에는 일어나서 몇 가지 보고-일개 여행객인 내가!-를 하고 화이트런의 거대한 나무 옆에 있는 하임스커라는 사람을 만나봤어. 스카이림에는 탈로스 신앙이 있는데 제국은 백-금 조약때 엘프들과 아홉 디바인 신앙에서 탈로스를 빼기로 했고 스톰클락은 아홉 디바인에서 탈로스를 뺄 수 없다며 반기를 들고 일어났지. 여기서 탈로스가 뭘까? 아니, 누구일까? 그래서 하임스커라는 사람에게 물어봤어. 그는 탈로스의 사제...쯤 인거 같아. 탈로스는 사람의 몸으로 힘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대. 사람의 몸으로 용언을! 그리고 여러 가지 활약도 한 거 같은데 그 부분은 안 들었어. 어쨌거나 과거에 있었던 사람이라니까. 뭐 그건 그거고. 화이트런을 벗어나서 리버우드 쪽으로 걸어갔어. 원래 가야하는 곳으로 아는 길이 없어서 아는 길을 통해서 가기로 했거든. 반 갔는데도 벌써 해가 졌더라구. 어쨌든 아무 일도 없었어. 그리고, 그 다음에는 헬겐을 지나갔지. 헬겐, 혹시 어머니가 말해주셨어? 내가 목이 잘릴 뻔 한 그 곳이야! 어머니가 이 글을 보시면 가볍게 말하지 말라고 다음 편지로 잔소리가 도착할테니까 어머니한테는 보여주지 말아줘. 어쨌든 안 잘렸으니까 편지를 쓰고 있는 건데! 하하하! 헬겐은 용의 습격 때문에 다 불타 있었고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 같아. 이런 불탄 마을에는 도적떼가 나온다고 하던데 말야. 아직은 아무것도 없더라구. 마을에 도착해서 여관에 들렀어. 이게 오늘까지 있었던 일이야. !

 

그러나 봉투 안에는 편지 하나가 더 들어 있었다.

 

오빠! 있잖아! 있잖아!

 

리사드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휘갈겨쓴 다음 페이지를 열었다.

 

어제 그렇게 평화로웠는데! 오늘은 글쎄 있잖아! 여관에서 나가자마자 뱀파이어를 만났어! 뱀파이어! 벌건 대낮에! 그보다 뱀파이어가 아직도 살아있는줄은 또 몰랐네! 뱀파이어라니! 그것도 지옥의 사냥개를 둘이나 데리고! 세 번이나 피를 빨렸어! 개한테도 물리고! 결국 경비병 힘을 빌려서 물리치긴 했지만, 이게 뭐람! 그 다음에는 회색 현자들한테 가는 칠천 계단을 오르러 갔는데-가는 길목에 배달부한테서 음식을 배달해달라는 말을 듣긴 했지- 가는 길목에는 때로 늑대가 나타나긴 한다지만 그것도 몇 년 동안 거의 못 봤다는데 오늘! 하필이면! 늑대가 두 마리나 나타났어! 한 마리는 초입에서 만난 그냥 늑대, 한 마리는 좀 올라가서 만난 설원 늑대! 거기서 끝이 아니야, 들어보라구. 올라가다 보니까 설원 트롤이 있어! 늑대조차 거의 나오지 않는다니... 배달부 아저씨는 거짓말쟁이... 설원 트롤은 못 이길 거 같아서 도망쳤어... 그리고 회색 현자들을 만나서 이미 알고 있는 푸스(미는 힘) 다음 말이라는 로(균형)과 선풍의 질주라는 언어를 배웠는데. 그거야 뭐 신비한 일이고 멋진 일이긴 한데 말이야... 거기서 끝이 아니라구... 마을로 내려왔더니만 다른 드래곤본을 따르는 무리들이 나를 죽이려고 들었어. 물론 경비병들이랑 같이 해치우긴 했지... 아아아아 드래곤본이 뭔지부터 설명해야 하는구나! 나보고 드래곤본이래! 몸은 카짓, 영혼은 드래곤이라서 드래곤의 힘을 흡수 할 수 있는! 그러니까 탈로스 같은 거야. 아아아 화난다. 그리고 팔크리스로 와 달라는 팔크리스 영주의 편지를 받았어. 다음에 또 편지할게!

 

편지 끄트머리에는 추신이 적혀 있었고, 봉투 안에는 사진이 있었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P.S : 사실 던전에 있는 도적은 내가 다 물리쳤어

 

P.S : 어머니한텐 비밀이야!

 

 

[스카이림 7회차 기록일기] 리사 2-3

2016. 1. 8. 18:21 | Posted by 호랑이!!!

어머니께, 리사가

 

이번 편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쓴 사람이 화가 났다는 것을 말하듯 글씨가 삐뚤거렸다.

 

어머니, 이 사람들 아주 사람을 어지간히도 부려먹습니다. 그전에 보낸 편지에는 잠들었다, 까지 썼었지요. 오늘은? 아니, 어제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짐을 꾸려 움직였는데 도착 장소에 도착한 것은 오후였습니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려 더 어둡더군요. 눈이 무엇이냐면요, 하얀 얼음알갱이 같은 것이 복슬복슬하게 뭉쳐 내리는 것인데 날이 추울 때 내리는 것이랍니다. 언젠가 편지에 넣어서 엘스웨어로 보내려고 했는데 따뜻한 곳에 가져가면 금방 녹아버리더군요. 아무튼 도착한 장소는 화이트런의 마법사가 무슨 석판을 가져다 달라고 한 무슨 거대한 무덤 같은 곳이었는데 음침한 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부터 도적떼가 나타나 사람을 곤란하게 하더니-괜찮아요, 별 일 없었습니다. 안 싸우고 조심조심 들어갔어요- 더 안으로 들어갔더니 거대한 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스키버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노드들은 우리 카짓이 스키버를 잡아먹는 줄 알고 있습니다. 외모상 이들이 기르곤 하는 작은 동물과 닮아서 그러는 것 같은데 얼마나 무례한지! 아무리 그들이 트롤을 닮았다고 해도 면전에서 너 트롤 닮았으니 곤봉 잘 쓸 거 같다라고 하지 않는데 그들은 참 무례하기도 하지요. 막상 그런 쥐를 잡아먹는 것은 자기네면서. 그리고 안으로 더 들어갔더니 거대한 거미도 나왔습니다. 거미 정도는 잡아도 괜찮아요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 옆에는 항아리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 안에 동전이 있어서 집었습니다. 이 일이 죽은 자를 모독하는 일이었는지 더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글쎄, 시체가 움직입니다. 그림을 여러 장 그려두었지만 보내서 어머니를 놀라게 하지는 않겠습니다(대신 이 블리크윈드 낭떠러지라고 하는 이 인공물의 그림을 보내겠습니다). 더 안쪽에는 고대 언어로 무언가가 적혀 있었는데 미는 힘이라는 언어가 제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거기 상자 안의 돌을 가지고 화이트런으로 돌아왔더니 이미 해가 지고 달이 떠 있어서 이걸 전해주고 자러 가려고 했었는데 말이죠. 화이트런 영주가 저보고 근처 감시탑에 용이 나타났으니 가서 잡으라고 하지 않습니까. 놔두면 위험할테니 가서 잡았더니 무언가 이상한 것이 제게 들어왔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용을 잡고 마을로 돌아오니 레드가드들이 저보고 어떤 여자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급하다길래 찾아주고 화이트런 영주에게 일을 보고했더니 일단락되긴 했는데 성에서 나온 시간이 해가 하늘에 떠 쨍쨍한 시간이었습니다. 힘들어요(그렇다고 엘스웨어로 돌아갈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 화이트런 영주가 회색의 현자를 찾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알게 된 단어와 얻은 힘에 대해 알려줄거라고 하더군요. 내일 일정-오늘 일정이겠지만-은 회색 현자를 찾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내일 또 쓰도록 하겠습니다. 엘스웨어의 따뜻한 모래가 함께하기를

 

리사는 머리에 쓴 서클렛을 벗어 탁자에 올려두고 제국군에게서 얻은 신발을 침대 아래에 아무렇게나 벗어던졌다.

 

밀짚과 나무막대로 만든 싸구려 침대가 이렇게 푹신할 수 없었다.





 

[스카이림 7회차 기록 일기] 리사 1

2016. 1. 8. 16:52 | Posted by 호랑이!!!

엘스웨어에 계신 어머니께

 

편지의 시작은 그렇게, 노드어로 적혀 있었다.

 

울퉁불퉁한 바닥에다 대고 적었는지 글씨는 부분부분 엉망이었고 종이에 구멍도 나 있었다.

 

어머니, 스카이림은 지나치게 춥습니다. 이 곳에 처음 닿았을 적에는 사람의 키보다 크게 자란 나무들과, 그 무수한 넓은 잎들과, 수많은 물방울이 모여 만들어진 개울에 감탄했습니다. 이 곳의 꽃에는 가시가 없고 강에는 맛 좋은 물고기가 있으며 열매는 작지만 맛이 괜찮아서 스카이림으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어젯밤에 저는 제국군에게 잡혀 사형수가 되었습니다. 과거형이지요. 저는 손이 묶인 채 수레에 실려 앞자리의 레일로프라는 자와 옆자리의 울프릭-함성으로 제왕을 죽였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정말일까요?-과 함께 끌려갔습니다. 누군가 죽기 싫다는 자가 있었고, 그는 도망쳤는데 제국군의 궁수가 그를 쏘았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잔인한지, 전쟁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어쨌거나. 누군가 목이 도끼로 베이고 저도 곧 그 자리에 섰습니다. 제 앞에는 머리가 잘리면 머리를 담을 상자가 놓여 있었는데 이미 목이 잘린 머리가 거기 들어있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죽을 뻔 했지요! 목 베는 이가 머리 위로 도끼를 드는 그 순간! 높고 뾰족한 성 위에 커다란 용이 내려섰습니다! ! , 그 용이요! 전설 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그 용이 정말로 나타나서는 헬겐을 삽시간에 불바다로 만들었지요!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한 제국군 장교와 함께 헬겐을 탈출할 수 있었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마을에 보였던 작은 아이라던지 일반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지 걱정이 됩니다. 살아있기만을 빌고 있습니다

 

다음 글은 보다 정갈한 필체로 쓰여 있었다.

 

지금은 요르바스카입니다. 이 곳의 경비병은 그리 친절하지 않더군요. 저를 부를 때 무례하게도 카짓이라고 부릅니다. ...하기사, 이 곳에서 카짓이나 아르고니안에게 친절한 노드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화이트런의 영주에게 용이 나타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고는 그 아래 있는 컴패니언의 숙소라는 곳에 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젖은 개 냄새가 나는군요. 아무래도 지하다보니 청소가 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벼운 시험을 받고-어떤 시험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걱정하실테니까요- 이 곳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한 침대를 차지하고 누웠습니다. 난롯불이 따뜻하군요. 이 곳의 밤은 가혹하지 않아 다행입니다. 저는 작고 네모난 등잔불에 의지하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엘스웨어의 따뜻한 바람이 언제나 그대를 반겨주기를 -Risa 올림-

 

리사.

 

호랑이를 닮은 고양잇과의 카짓은 깃펜을 내려놓고 편지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다이글] 독

2016. 1. 4. 02:14 | Posted by 호랑이!!!


다이무스 홀든에게 이글 홀든이 어떤 이냐고 묻거든 답을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계속 걱정을 끼치고, 귀찮게 굴고, 제멋대로에, 귀족으로서 책임감이라고는 깃털 한 장의 무게만큼도 없는 녀석.


그러나 요즘 나에게는 새로운 답이 이어 나오고 있다.


너는 달콤한 독이다.


미련한 내가 가느다란 끝에서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리는 것을 핥아내면 내 목을 틀어막고 내 심장을 꽉 쥐어내는 못된 독.


마치 귀찮다는 듯이 툭 던지는 너의 한 마디 말과 경박스럽게 내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가는 짧은 네 손.


한 방울 한 방울은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닥쳐와 나를 속에서부터 잠식한다.


나는 더 목말라하고, 나는 더 갈구하고, 원하고, 나는 더, , -.


나는 내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른 사람은 이것을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것을 약해지는 것이라고 느꼈다.


마음이 약하면 행동이 분별없어지고, 어리석은 짓을 한다.


충동적으로 아버지에게 이글은 아직 어리고, 내가 그만큼의 일을 할 테니 가만히 두어 달라는 편지를 보내고 후회했다.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유형의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 편지를 보내고 불과 일주일만에 너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 우연히 들었는데 말이야~ 아버지가 나 혼내려는거 큰형이 막아줬다며~? 하하! 웃기네 이거!]


웃기던지 말던지.


충동적인 일을 하고 후회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다니 이게 더 우습다.


달콤하게, 마음 깊은 곳부터 썩어 문드러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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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 엑소시스트/루시펠X유키오] 사진

2015. 12. 24. 06:46 | Posted by 호랑이!!!

게헤나 모든 것들의 빛, 루시펠은 그의 거처에 있었다.

 

가면은 언제든 손 닿는 곳에 자리하고 있고 옷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아무리 게헤나의 여덟 왕이라지만 대개 그의 형제들은 어둑어둑한 곳을 선호했지만 루시펠은 그들과는 다르게 하얗고 밝은 공간을 선호했다.

 

강한 힘 때문에 엘릭서를 몸에 주입하여 하루하루를 유지하기에도 빠듯한 나날이지만 그는 주저없이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선택하는 데에 힘을 썼다.

 

그 부작용으로 앓아눕는 때는 있지만.

 

마치 지금처럼.

 

총사님, 엘릭서 농도를 높일까요?”

 

부탁합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건성건성 대꾸하고 루시펠은 창문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막냇동생의 동생이라는 자의 눈.

 

그 눈은 분명 악마의 것이라지.

 

아버지의 사생아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사마엘이나 아마이몬이 독점하고 있을 터였다.

 

이 쪽에도 스파이는 있지만.

 

야만타카의 불꽃을 다루는 이를 불러다 주게.”

 

알겠습니다.”

 

부른지 얼마 안 되어 분홍색 머리의 소년이 들어왔다.

 

겉으로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 나잇대 소년처럼 굴고 있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일루미너티에 아깝지 않다지.

 

무슨 일~이심-까요-?”

 

네놈, 예의를 갖춰라!”

 

아니, 괜찮아. 잠시 할 말이 있으니 자리를 비켜 주게.”

 

사람을 물리고 단 둘이 남자, 그는 오히려 긴장한 듯 보였다.

 

시마 렌조, 라고 하였나요, 그대.”

 

그렇습니다.”

 

저어, 그런데 무슨 일로~?라고 웃는 그에게 손짓해서 앉게 했다.

 

사탄의 사생아...중 동생 쪽에 대해서.”

 

?”

 

의외의 질문이었는지, 그는 말을 멈췄다.

 

토도 선생님한테 들으셨듯이, 인간이라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죠?”

 

인간이니 악마니 하는 그런 것은 되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말해 봐요.”

 

말해 보시라면... 어떤?”

 

무엇이든 좋습니다.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성격이나 말투는 어떠한지, 무엇이든.”

 

최연소 엑소시스트, 학원의 강사, 주위에서 신망이 두터움, 책임감 있는 성격, 등등.

 

과연 그는 관찰력이 뛰어났다.

 

시마 렌조, 그는 루시펠에게 반 전체가 찍은 사진이라며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게도인이 눈독을 들인 긴 머리 여자아이, 짧은 머리의 여자아이, 렌조와 친분이 있다는 두 명의 소년과 아버지의 아들과...

 

탐나

 

와작, 사진이 우그러졌다.

 

인간이 마장을 받아 악마화 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게도인이 연구로 인공적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까지 했고.

 

그러나 그는 특별해.

 

악마화 하는 눈과 성수에 반응하는 몸의 인간 종, 노력하고 괴로워하며 갈망하는 사람.

 

그는 특별해.

 

투박한 검은 제복에 가죽 벨트로 매달린 약과 총알 하나에까지 그의 손길이 닿았다는 이유로 질투가 일어날 만큼.

 

이 손으로 직접, 구원해주고 싶은 사람.

 

이 손으로 이 자리까지 억지로든 올려주고 싶은,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탐나는...!

 

사진이 그의 손 안에서 우그러들었다.

 

강한 빛에 사진 가장자리가 바래기 시작했다.

 

...탐나, 이 손에 쥐고 그 눈에 나만 보이게 하고 싶을 만큼.

 

그에게 진실을 미끼로 손짓했을 때 보인 눈은 떨리고 있었다.

 

그대는 약해, 몸도 마음도.

 

이 손아귀에 떨어질 날도 멀지 않았을 테지.

 

루시펠은 사진 위를 손으로 훑었다.

 

사진은 한 사람을 제외한 부분이 하얗게 무언가에 뒤덮이듯 바래어졌다.

 

 

[슈퍼내추럴/캐스딘] 너의 천국

2015. 12. 18. 07:18 | Posted by 호랑이!!!

.”

 

카스티엘은 딘의 앞에 불쑥 나타났다.

 

오늘은 기도도 안 했는데? 한가하신가 보군.”

 

방의 구석에는 벌써 며칠치나 된 것 같은 신문이 쌓여 있었는데 딘은 그걸 집어다 쓰레기통에 우르르 떨어뜨렸다.

 

어떻게 지내나 하여 와 봤다.”

 

벌써 한참이나 아무 일도 없어서 심심할 정도야.”

 

딘은 싸구려 여관방의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면 가족을 만들 줄 알았는데. 집을 사거나.”

 

- 주택 대출을 받아서 얼마씩 매달 갚는 거? 이제 와서는 무리야.”

 

카스티엘은 그를 내려다보다가 옆의 자리에 앉았다.

 

샘도 무사하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고... , 내가 샘이 가정을 꾸렸다는 얘기를 했던가? 이번에는 교차로 악마의 엘릭서도 뭣도 없는 진짜 사랑이야.”

 

딘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 폴더를 열었다.

 

샘이 있고, 선해 보이는 인상의 여자가 있고, 갓 걸음마를 떼었을 것 같은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는 동영상이나 사진이 가득했다.

 

그리고 너는 이런 여관방에서 지내는 것인가.”

 

이제 와서 집을 사기에는... 뭐랄까, 너무 벅차다는 기분이 들어. 공식적으로 난 죽은 사람이고, 청소나 빨래도 하고 싶지 않고.”

 

그리고 이거 꽤 괜찮잖아, 그렇지?

 

칙칙한 색의 커튼을 활짝 걷자 창 너머에서 밝은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잘 깎인 잔디는 산뜻했고 화단에는 좋은 꽃들이 자라고 있었다.

 

보기보다 방도 깨끗하고, 사먹는 음식도 꽤 괜찮아, 맛있어. 샘이 은퇴하면서 가족들 사진을 자주 보내주는데... , 물론 자주 놀러가기도 하고. 그런 때면 이게 천국이구나, 싶더라니까.”

 

천사 앞에서 천국을 논하는 건 좀 불경한가?

 

모든 영혼은 그마다 천국을 가진다.”

 

내가 좋아하는 천국은 어떤 남자의 화요일 오후였지만 이것도 꽤 나쁘지 않군.

 

카스티엘은 뭐라도 한잔 하자며 냉장고 쪽으로 가는 딘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것은 네가 만들어내고 내가 가둬버린 너의 천국이다.

 

절대로 네가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을, 그런.

 

 

[청의 엑소시스트] 사역마로서

2015. 12. 17. 14:16 | Posted by 호랑이!!!


사역마.



사역하는 악마.



사역.



~를 부리어 일을 시킴.



악마.



우리의 적대자.



혹은.



불의 등으로 유혹하는 존재.



사역마.



'우리'가. '부리'는. 



사역마.



'부려지는' 존재.



사역마.



'함께하는' 존재.








"아- 좋다."



사는것은 즐겁다.



분홍색으로 염색한 덕에 시선을 끄는 것도.



어릴적부터 함께인, 도련님과 함께 다니는 것도.



여기저기 여자아이들에게 대시하는 것도.



마치, 인생은 사랑으로 가득찬 것 같다.



사람과의 데이트가 싫증나면 편의점에 들어가 외설적 내용이 들어찬 빨간 책이라도 사오면 된다.



대신, 데이트도 빨간 책도. 그 안에서 웃는 나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관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즐길 수 없으니까.



웃는다고 즐기는 것이 아니듯, 사랑하지 않아도 데이트는 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이상의 것도.



아니면, 나의 경우엔. 



오랫동안 함께 있다보면, 정이 들고.



사랑에서 정으로 바뀌듯, 그 역순도 가능하고.



"뭐가 좋노."



"수영복이예, 수영복. 역시 수영 수업은 좋구마-"



"렌조!"



거짓말.



거짓말에 당황하는, 그 당황함을 감추기 위해 화내는 누군가.



이번에만큼은, 이 누군가와 함께있을때는 뒤로 물러서지 못하고 끌려드는 나.



이것 역시 사랑이구나, 하고 자각해버리는 나.



너무나도 바보같아서, 정말 기뻐서 웃을 수밖에 없는 이런 현실.



"도련님."



"...뭐고."



"사역마가 셋."



"...엉? 무슨 말이야, 뜬금없이."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는 절의 다음 주인.



그것도, 다음 주지를 낳아야 하는 몸.



차라리 내가. 부려지는 악마였더라면.



그랬더라면, 아예 이런 감정을 품지 않았을까.



"도련님. 사는건 참 즐겁지 않심까."



"온 세상이 러브라인으로 보이는 네나 즐겁제."



즐겁다.



방과후, 혹은 주말마다 하나, 둘, 셋, 넷까지도 이어지는 데이트의 연속.



그저 웃고만 있으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머릿속이 무거워지지 않아도 되는.



가장 소중한 것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이러한 일과.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는.



가장.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는.



"...아아, 즐겁다."



생각하지 마.



함께 있는 것은 주종관계로도 충분하니까.



그래, 그러니까 우리의 관계는 사역마와 그 주인.



그 정도면 되니까.



제발, 이 이상은 생각하지 마.



"정말, 사는건 즐겁네요."



가장 소중한 것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이러한. 나의. 삶.



즐거워



[불쌍빙/쓰다 만 거]

2015. 12. 17. 14:12 | Posted by 호랑이!!!

그러니까 일이라는 것은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예를 들면 루이스가 토마스의 초콜릿 무스에 질투를 느껴 그걸 숨겼다던가, 그래서 토마스가 화를 내기를 소파 뒤에 숨어서 기다렸다던가.

그런데 하필 루이스가 케익을 숨긴 곳이 피터의 가방이었는데 포장에 문제가 생겨 가방 안에서 터졌다던가.

이전까지 토마스와 피터는 데면데면한 사이었다.

토마스는 어린애인 피터를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 여겼고, 피터는 피터대로 토마스와 말을 붙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둘다 붙임성있는 성격은 아니라 소 닭보듯 하는 사이였다만 그것이 바뀌었다!

케익 때문에 엉망이 된 피터의 가방을 보고 토마스는 인상을 찌푸렸고, 피터도 인상을 찌푸렸다.

토마스는 당연히 피터가 울거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지만 당연히 피터는 울지 않았고, 외려 책가방을 닦아낸 후 토마스의 등을 두드렸다.

툭툭 투둑 툭.

"나랑 케익 먹으러 갈래?"

"좋아."

물론 소파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루이스의 표정은 구겨졌다.


"토미~♡"

"뭐요, 떨어져."

"나랑 (삐-)할래?"

토마스는 잠시 더러운 개라도 보듯 찡그리며 쳐다보았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오늘 저녁엔 안 돼요. 피터 공부 봐주기로 했어요."

"뭐어? 지금 이 나보다 그 꼬맹이가 우선이라는 거야?"

"먼저 약속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럼 지금 하자."

"인간이 왜 아침부터 발정나서 이래."

지금 아침도 아닌데!

웃기지 말고 꺼져요.

그리고 루이스는 밖에서 아무나 잡아 할거라고 뛰쳐나갔다.

토마스는 한 번도 그를 잡으러 간 적 없었지만 그런 날 저녁이면 낙인이라도 찍듯 거칠게 굴었고, 루이스는 그런 게 좋았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어도 토마스는 루이스를 안기는커녕 손도 잡지 않았고 심지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 루이스는 토마스가 자리를 비운 사이 피터를 잡아챘다.

"야, 꼬맹이. 너 뭐야?"

"..."

무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은 '이건 또 뭐야'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게 묘하게 토마스와 닮은 것 같아서 일순 할 말을 잃었다.

나이를 열 살... 아니, 다섯 살만 더 먹었어도 확 잡아먹어버리는 건데.

아쉬워서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그렇다고 나이가 너무 어려서 양심에 거리낀다던가 아청법이 무섭다는 건 아니고, 거기가 작을 것 같아서.

제대로 발기는 하나?

"질투나?"

잠시 딴생각을 하는 루이스에게 피터가 툭 던졌다.

"뭐, 뭐어?"

"형아는 토마스 형아랑 놀고 싶은데 토마스 형이 요즘 나랑만 노니까 질투나는 거지?"

정답.

"그래, 질투나! 너 토마스한테서 떨어져!"

대화 내용만 보면 어린이 둘이라고 해도 믿겠네.

"싫어."

"...태워버린다, 너."

"돌려버릴거야."

노려보다, 먼저 움직인 쪽은 피터였다.

늘 들고 다니는 가방에서 연필이며 컴퍼스, 각도기를 꺼내 날려보냈고 추적 미사일이라도 되는지 몸을 틀었건만 루이스에게 사정없이 박혔다.

"토마스 형아한테 집착하지 마, 아저씨."

"이 시건방진 꼬맹이놈..."

루이스는 여기가 연합이라는 것도 잊고 궁극기를 사용하려 했다.

몸에서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고, 유례없는 일이지만 루이스의 능력자용 옷에서 그을리는 냄새가 났다.

"모두..."

빠악.

루이스의 머리에 토마스의 불이 부딪혔다.

머리카락이 탄다거나 심하게 아프다던가 하는 건 아니었지만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데는 충분한 정도.

"애한테 궁극기를 쓰려 하다니 선배 지금 제정신이예요?! 게다가 여긴 연합 건물 안이라구요!!!"

"토미, 저 꼬맹이가...!"

"핑계대지 말아요, 보나마나 선배가 먼저 시비 걸었겠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먼저 시비걸어놓고 애한테 능력까지 쓰려 했어요? 선배 정말-"

뒷 말을 끊은 건 피터였다.

주의력을 돌리려는 건지 토마스의 옷깃을 잡고 톡톡 당겼다.

"난 괜찮아, 형아."

"정말 괜찮아? 어디 다치진 않았어?"

저 다정해보이는 모습에, 우리들의 루이스는 지나치게 울컥한 나머지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토마스는 바보야! 그 꼬맹이도 능력을 썼는데! ...물론 내 불만큼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내 걱정은 안 하냐고!'

어린아이가 부모한테 땡깡 부릴 때나 할 법한 말들을 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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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벨릭] 혼자가 아냐

2015. 12. 17. 13:20 | Posted by 호랑이!!!

가만히 있기만 하려니 좀이 쑤시는군.”

 

벨져가 그를 홀든가에 데려온지 사흘째에 한 말이었다.

 

검이라도 배워 보겠나?”

 

빌어먹을.

 

릭은 고개를 저었다.

 

이 집안 어르신과 안주인은 첫날에 인사를 나누더니 일이 있다고 자리를 비우셨지, 형제 중 큰 쪽은 공사다망하다며 코빼기도 안 보이고, 작은 쪽은 술이다 식사다 보는 쪽이 질리도록 먹고 마시더니 칼질하는거(본인이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보여준다고 연무장에 끌고 나가 세 시간 동안 사람을 패지 않나, (그나마) 희망을 품었던 둘째는 릭 그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기본 운동만 한 시간, 대련이 두 시간째다.

 

하다못해 정원을 산책하고 말을 타게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놈의 검잡이들은 하는 거라고는 칼질밖에 없으니!

 

운동은 좋은 거다.”

 

아무리 좋다지만 너희는 너무 해대.

 

이 아저씨는 체력이 약해서.”

 

헛소리가 지나치다.”

 

지나치다니.

 

의사가 권장하는 최저 운동 시간은 일주일에 땀나는 운동을 30분씩 2회차... 아니, 3회차던가.

 

아무튼 그 정도라고.

 

바쁘고 연약한 회사원은 그나마도 공성전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이제 돌아가도 될까?”

 

헛소리.”

 

이번에도 헛소리냐.

 

기껏 초대했더니.”

 

심심하단 말이오. 하다못해 근처의 명물을 보여준다던가, 있지 않소.”

 

“...명물이라.”

 

벨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쪽이라고 손짓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라도 보여줄 모양인가.

 

그러나 그 발길이 향한 곳은 홀든의 쾌검사들이 연습이나 대련을 하는 널찍한 뜰이었다.

 

이 일대 최고의 명물이다. 신체강화 능력자들의 쾌검 대련.”

 

“...”

 

릭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네.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

 

“...슬슬 검 말고 다른 것을 보여줄 때도 된 것 같소만.”

 

릭은 고개를 저었다.

 

모처럼 초대해주었는데 미안하지만, 나는...”

 

안 된다.”

 

애당초 부모님께 인사 드리라고 데려왔다며, 인사한 지가 옛날이다.

 

릭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벨져.”

 

안 된다.”

 

아무리 요즘 내가 휴가라 한가하다지만, 난 원래 휴가에는 외국으로 여행을 간다고.”

 

여기도 네게는 충분히 외국일 텐데.”

 

그런 말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않소.”

 

벨져는 못들은 척 했다.

 

아저씨가 따지지 말고.”

 

“...너무하는군.”

 

아저씨라고 먼저 널 지칭한 것은 너다.”

 

더 이상 훈련을 하지 않는지 벨져는 수건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물을 마셨다.

 

아무래도 난-”

 

.”

 

인상을 찌푸리며, 벨져는 손가락으로 릭의 가슴을 쿡 찔렀다.

 

언제까지 이라고 할 건가.”

 

뭐라고?

 

릭은 벨져가 내미는 수건과 빈 잔을 받아들었다.

 

... , 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릭이 말하자 벨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라.”

 

우리, 여행가지 않겠소? 외국으로.”

 

그러자 벨져의 표정이 배부른 고양이처럼 변했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같이 가 주지.”

 

5분 기다려라.

 

벨져는 집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릭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남겨졌다.

 


[홀인/엘리X미셸] 눈오는 날

2015. 12. 15. 22:47 | Posted by 호랑이!!!

파티 이후, 미셸은 엘리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비록 엘리가 사는 곳은 따뜻한 지역이었지만 미셸이 더운 기후에 적응할 짬도 없이 이 나라 저 나라로 날아다녔다.

 

한달째 다니는 여행의 목적은 일이 절반, 그리고 신혼이 절반이다.

 

남들은 따뜻한 해변가로 신혼여행을 간다지만 엘리와 미셸의 이번 목적지는 눈 내리는 프랑스 시골이었다.

 

눈 내리니까 인터넷이 안 잡히네요.”

 

일부러 안 잡히는 곳으로 왔는걸요, 미시엘.”

 

빌린 숙소는 책에 나올 것 같은 한적한 통나무집이었다.

 

안락의자 옆에 따뜻하고 환한 난롯불이 타오르고 은은하게 말린 꽃향기가 나는.

 

엘리는 보란 듯이 권외지역이라고 뜨는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21세기에 터지지 않는 핸드폰이라니.

 

신선해하며 미셸은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져놓았다.

 

왜요? , 바쁜거 아니었어요?”

 

그래도 신혼이니까요.”

 

눈이 사박사박 내리고 있었다.

 

이미 바깥은 무릎까지 올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는데도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눈 터널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엘리는 배시시 웃으면서 여행가방을 열었다.

 

올 때는 답답하다고 쓰지 않았던 모자나 목도리같은 것이 안에 들어있었다.

 

방울 달린 털모자, 복슬복슬한 목도리, 벙어리 장갑까지.

 

"이게 다 뭐예요."

 

벙어리 장갑이라니 애도 아니고.

 

미셸은 웃으면서 벙어리 장갑을 들었다.

 

"이제부터 나갈 거라서."

 

눈내린 바닥에 누워 천사 자국을 남기고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목도리를 둘러 주고 뒤에 숨어서 눈뭉치를 던지거나 눈토끼를 만들거나.

 

해가 져서 더는 놀지 못할 때까지 놀고 나니 온몸이 눈에 흠뻑 젖어 있었다.

 

모닥불 앞에서 눈에 젖고 얼어서 뻣뻣해진 목도리를 벗어 탁탁 털다가 미셸은 핸드폰의 사진을 넘기는 엘리를 돌아보았다.

 

"실컷 놀았네요. 눈 처음 봐요?"

 

코끝이 빨갛게 얼어서 엘리는 잘 나온 사진을 발견했는지 씩 웃으며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미시엘이랑 보는 눈이 처음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