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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의 딘 윈체스터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셨다고?"


크라울리는 이동하자마자 그 곳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한 바퀴 둘러보았다.


"...3성 호텔? 복권 1억짜리에 당첨이라도 되셨나? 아니면 당장 내일 죽기라도 해?"


매일 모텔 다니던 녀석들이 호텔이라니?


그리고 크라울리는 다시 놀랐다.


식탁 위에 놓인 여러 그릇의 룸서비스 식사들과 호텔 주방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그래서 매우 비쌌을) 파이 


한 판과 아이스크림까지.


"뭐 됐어. 너희들이 교차로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 돈을 얻었든 뭐든 알 게 뭐야. 딘이나 보여 봐."


"내가 분명 장담하는데, 흥미로워할거야."


샘은 이쪽이라고 손바닥을 뻗었고 거기에는 열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가 서 있었다.


"..달링?"


"달링? 형 언제부터 저 악마랑 사실혼 관계가 된 건데?"


"내가 알기로 달링은 친한 사람들에게 부르는 친근한 호칭이라고 알고 있다."


"우린 이미 동침까지 한 사이라고. 내가 검은 눈을 가졌을 때- 왜 그렇게 봐? 농담이야!"


“딘, 악마와 교미하는 인간들은 마녀이고...”


“농담이라니까! 누가 얘 유머감각 생겼댔어?!”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크라울리와 카스티엘은 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이리저리 살폈다.


“낙인도 없어졌고...”


“힘도 약해졌지.”


“가뜩이나 연약한 인간이 더 약해졌다, 이것은 위험해.”


“다람쥐가 새끼 다람쥐가 되었어.”


딘은 못 말리겠다는 듯 눈을 굴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봐, 굳이 그렇게 보지 않아도 별다를 건 없거든?”


“형, 나이가 스무 살 정도 어려진 건 별다를 거 없다고 하지 않아.”


“과거로도 돌아가고, 불사조도 잡아 보고,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도 여러 번이었는데 겨우 스무 살 어려진 것 정도


는 별 일 축에 끼지도 않잖아.”


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카스티엘과 크라울리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당분간 뭘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형은 열네 살 때 한 것이라고는 나 돌보는 거랑 헌터 일 배우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


"이봐, 내가 그 일들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뭐, 물론 형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샘은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한 번쯤 해 보는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물론 진심이지. ...있잖아, 형? 우리가 그닥... 정상적인 집은 아니잖아? 그래서 다른 애들은 했는데 우리는 못 


한 것도 많고."


"그래서? 사립 학교 애들처럼 교복도 입고, 수업도 듣고, 샌드위치 바구니와 함께 소풍이라도 가자고?"


"나 디즈니랜드 가고 싶어."


사진도 많이 찍고, 이상한 머리띠나 풍선도 사고, 쓸데없이 비싼 햄버거도 먹고, 아무튼 뭔가 애들이 할 만한 걸 


잔뜩.


카스티엘은 그 광경을 보다가 무언가 자세히 볼 때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샘의 머릿속은..."


턱, 샘은 손을 뻗어 카스티엘의 입을 막았고 크라울리는 쯔쯔 혀를 차며 눈동자를 한 바퀴 굴렸다.


"새미, 내 생각에는-"


"...안 될까, 형?"


"-안될 것 없지! 가자!"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깬 것은 크라울리였다.


"그래서, 이 휴먼 스토리를 보라고 부른 거야? 지옥의 왕인 나를? 저 날개 달린 인간 닭은 또 왜 부른 건데? 주술


을 풀어 달라고? 엄청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딘은 기가 막혀하는 그를 보다가 한 마디 했다.


"같이 갈래?"


"좋지."


"동의한다."








"내가 상상했던 디즈니 랜드는 '으아아악!''와아아악!'이라는 느낌이었는데... 뭐랄까, 여기는..."


"'와... 신난다'?"


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까, 네 말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딘은 펄쩍 뛰어 기념품 샵으로 달려갔다.


가판대에서 파는 여러가지 물건들을 구경하고, 캐릭터 귀가 달린 머리띠 네 개를 들고 나와서는 샘, 크라울리, 카


스티엘에게 각각 내밀었다.


"...이것이 무슨 물건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너 얼마전에 홈 비디오 다큐멘터리 봤잖아."


모르는 척 빼기는, 샘은 카스티엘의 머리에다 직접 머리띠를 씌워주었다.


"달링, 여기 작은 문제가 있는데."


크라울리는 자신의 머리 위-정확히는 귀 머리띠-를 가리켰다.


"무슨 문제?"


"달링이랑 같은 디자인의 머리띠가 쓰고 싶어."


샘은 크라울리를 확 끌어당겨서는 휴대용 수통에 담아서 다니는 성수를 팍 튀겼다.


따끔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크라울리는 샘을 돌아보았다.


"남자의 질투는 보기 흉해, 새미."


"누구 맘대로 새미야."


"다시 사냥 일을 시작한 초기에 딘과 모텔을 전전할 적에는 커플로 오해받을 때마다 싫어하는 척 했는데, 이제 주


위에 천사와 악마들이 딘을 노려대니 그 일들이 후회되기 시작해, 그렇지?"


"...내가 나쁜 말 하는 건 싫어하는데, 넌 좀 꺼져."


"난 네가 나쁜 말 할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


그 둘이 그러는 와중, 카스티엘은 교환에 성공해서, 딘과 같은 디자인의 머리띠를 썼다.







물 위를 흘러가는 배를 타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가사가 벽에 적혀 있었다).


사인북을 사서 사인을 받기도 하고, 원하던 대로 사진도 잔뜩 찍었다.


카페테리아 한쪽에서 칠면조 다리를 한입 가득 뜯던 딘은 흐흐 웃으면서 테이블 위로 턱을 괴었다.


"스쿼럴, 그러다가 턱 삐뚤어진다."


햄버거나 칠면조 같은 메뉴가 가득한 끝에서 과일컵을 찾아낸 샘은 그걸 사 왔고 딘은 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샘."


"형, 그 모습으로는 하나도 권위적으로 보이지 않는 거 알지?"


이 형이 또 무슨 일을 시키려나, 샘은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데?"


"나 맥주 좀 사줘."


"형 지금 제정신 아니지?"


열 네살짜리가 술?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차보다 늦게 허락되는 게 바로 술이라고?


"아 제발, 지금 이거, 구운 칠면조를 먹으니까 딱 맥주 한 잔이 간절해서... 샤이닝(스티븐 킹 작)에 나오는 그 아


저씨도 그러잖아. 술 한 잔만 마실 수 있다면 악마한테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인간의 관용어구란 너무나도 헛된 것이 많다."


카스티엘이 쯔쯔 혀를 차고 샘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와중에 크라울리가 쐐기를 박았다.


"상도덕이 있지, 우리도 열여덟 살 미만 애들 영혼은 안 받아줘."


원래는 열여덟보다 나이를 먹어도 훨씬 더 먹었는데, 쳇.


딘이 입술을 내밀며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크라울리는 샘에게 물었다.


"그 주술 주머니는 언제 완성되는데?"


"...아직 찾는 중이야."


"디즈니랜드에서?"


하루 정도는 괜찮잖아 뭐.


크라울리는 이 대책없는 무스와 스쿼럴, 다시 말해 동물 형제를 어쩌면 좋으냐며 한숨을 쉬었다.


"잘 아는 마녀가 있는데 도와줄까? 비싸게 받을 거지만."


"얼마나 비싼 것인가?"


배달시킨 치즈버거를 마악 삼킨 카스티엘이 물었다.


최초의 검을 영원히 달라는 이야기거나, 천국이거나, 하다못해 딘과 샘의 여행에 동참하겠다고 나서거나.


여러가지 선택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으나 딘이 손을 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댓가가 뭔데?"


"처녀."


처녀?


세 명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처녀, 몰라? V-i-r-g-i-n."


"스펠링은 나도 안다, 다만 왜 처녀지?"


"정확하게는 열 네 살 정도이고, 윈체스터의 사람이고, 남자인 사람의 처녀."


크라울리는 찡긋 눈짓을 해 보였다.


"몸부터 어른이 되게 해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