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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루벨] 벨져 생일 축하해

2016. 1. 12. 02:45 | Posted by 호랑이!!!

좋아, 잘했어! 믿음직스럽군!”

 

그 말에 벨져는 루이스를 흘끗 돌아보았다.

 

공성을 마치고, 수건으로 몸을 닦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벨져는 루이스에게 말을 걸었다.

 

잘했다, 믿음직스럽다니.”

 

그게 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덕분에 살았어요같은 소리를 하던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새삼스러워서 그렇다.”

 

“...그게 얼마나 옛날 일인데.”

 

루이스는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그렇게 오래지도 않았다.”

 

그가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정리하는 것을 지켜보다, 루이스는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뭐지?”

 

우리가 이런 말을 나눌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이 뒤에 시간 있어?”

 

왜인지 들어보고 결정하지.”

 

그러자 루이스는 잠시 어물거리다가 옷의 주머니에서 티켓 두 장을 꺼냈다.

 

일전에 받은 티켓인데-”

 

안 간다.”

 

“-네가 오늘 생일이라는 말을 들어서, 괜찮다면 써 줄래?”

 

벨져는 성가시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티켓을 쳐다보다가 티켓 대신 루이스의 팔을 잡았다.

 

앞장서라.”

 

?”

 

내 생일 때문이라고 말한 건 너잖나.”

 

, 그건 그렇지만.

 

우리 너무 진도 빨라...!”

 

그러나 그 말은 무시당했다.

 

새로 개업한 레스토랑의 내부 구조는 말끔했고 꽤나 현대적이었다.

 

벨져라면 좀 더 고풍스러운 쪽을 좋아할지도 모르겠지만.

 

티켓을 제시하자 이어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요리들도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군.

 

루이스는 맛을 보며 고개를 들었다.

 

맛이 어때?”

 

건넛자리의 벨져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말 그대로 우아한 모습으로 애피타이저를 맛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요즘 먹던 것보다는 월등히 좋군.”

 

놀랍네. 항상 훨씬 좋은 걸 먹고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이 많아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기회가 없었다. 미국인처럼 빵 사이에 고기나 야채를 끼워 일을 하며 먹거나, 그조차 준비할 시간이 없으면 건량을 씹으면서 지냈지.”

 

오늘은?”

 

생일이라 억지로 쉬는 시간을 만들었지.”

 

의외로 대화는 부드럽게 풀려 나갔다.

 

메인을 돌려보내고 커피와 디저트가 나왔다.

 

과일을 얹은 달지 않은 케이크 조각을 잘라내다가 루이스는 아까부터 신경쓰이던 것을 물었다.

 

대화가 잘 되네.”

 

그런 말을 들을 줄도 몰랐군.”

 

난 네가 날 싫어할 줄 알았어.”

 

? 네가 날 이긴 전적이 있기 때문에?”

 

루이스는 슬그머니 눈길을 아래로 내렸고 벨져는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런 사소한 일에 연연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루이스가 아무 말도 없자, 벨져는 짧게 웃었다.

 

그런 것을 신경쓰고 있었던 거냐.”

 

벨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믿음직스럽군!이라고 외치게 된 녀석이.”

 

그거 놀리는 거지?”

 

놀리는 거다.”

 

그러자 루이스가 부루퉁한 목소리를 내었다.

 

디저트 접시까지 비우고 일어날 차비를 하며 벨져는 툭 뱉듯 말했다.

 

축하 고맙다 루이스.”

 

“...별 말씀을.”

 

이 뒤의 찻집은 내가 내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