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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X종현] 하영이 생일 축하해!

2016. 4. 3. 00:31 | Posted by 호랑이!!!

밤은 푸르렀다.

 

그에게 꿈이란 언제나 비슷했다.

 

다른 아이들은 하늘을 날아다닌다던가, 괴물에게 쫓기는 등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김종현 그에게는 항상 같았다.

 

은과 검은 비로드로 꾸며진 화려한 방.

 

검은 격자 창, 벽 한 면을 다 덮는 커다란 것.

 

은칠한 나무로 테를 두른, 양 등받이 높이가 다른 검은 가죽 소파.

 

“어서 와요.”

 

스물 몇 해를 함께한, 꿈 속의 사람.

 

“다녀왔어.”

 

그는 볼 때마다 자주 달라졌다.

 

제가 일곱 살 적에는 갈색 머리에 3:7로 머리를 양분하질 않나, 좀 자라서는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 머리, 분홍색, 뿔테 안경 등등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지를 않나.

 

‘형은 광대야?’

 

라고 물었던 말에는 ‘그렇다고 할까요’라고 답을 들었던 같다.

 

그런 그는 갈수록... 뭐라고 할까.

 

어려지고 있었다.

 

“많이 컸네요?”

 

“그런가? 형...은 많이 작아졌네.”

 

이젠 형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로.

 

자신은 이제 처음 보았을 때의 그와 많이 닮았다.

 

키도 컸고, 머리도 염색했고, 가끔은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옷도 그처럼 입었다.

 

기분 날 때는 보라색 와이셔츠에 넥타이 정장.

 

기분이 들뜰 때는 하얀색 티셔츠, 반짝이는 장신구.

 

양 귀를 뚫고 딴따라 소리를 들어도 마냥 좋았다.

 

남들 다 사귀는 여자친구가 없어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꿈 속에.

 

밤이면, 푹 자도, 잠깐 자도, 심지어 졸아도 그가 나오니까.

 

저는 이제 처음 보았을 때의 그와 닮았다.

 

 

 

 

 

 

 

 

 

방에 들어오면 그는 항상 소파 근처에 있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어쨌거나 오늘의 그는 검은 머리에, 수수한 반바지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마치 그를 처음 보았을 때의 저처럼.

 

소파에 가 앉았다.

 

그는 제 무릎에 머리를 뉘였다.

 

“형.”

 

“왜요?”

 

검고 윤나는 천으로 커튼을 두른 창문 너머로 밖이 반쯤 밝아진 것이 보였다.

 

“나, 형을 좋아해.”

 

창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나도 널 좋아해.”

 

언제였지, 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아주 옛날에.

 

언제였지?

 

형은 광대야? 하고 묻기 전?

 

여긴 어디야? 하고 묻던 날?

 

아니면... 더 전에...

 

가장 처음이 언제였지?

 

처음 이전에도 날이 있었고, 저는 언제나 그와 사랑에 빠졌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더 생각할 수 없었다.

 

꿈 속의 시간은 지나치게 빨라서.

 

창 밖은 마치 빛이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처럼 보였다.

 

빛이 흘러 바닥까지 닿기 전.

 

제 무릎을 베었던 그는 일어나 문을 열었다.

 

“다녀올게.”

 

창 밖은 밝았다.

 

마지막으로 이 광경을 본 때가 언제였더라.

 

그의 뒷모습은 문이 닫히며 완전히 사라졌다.

 

닫힌 문은.

 

그 자욱 조차도 사라지고.

 

종현은 고개를 들어 문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