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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엘리X미셸] 눈오는 날

2015. 12. 15. 22:47 | Posted by 호랑이!!!

파티 이후, 미셸은 엘리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비록 엘리가 사는 곳은 따뜻한 지역이었지만 미셸이 더운 기후에 적응할 짬도 없이 이 나라 저 나라로 날아다녔다.

 

한달째 다니는 여행의 목적은 일이 절반, 그리고 신혼이 절반이다.

 

남들은 따뜻한 해변가로 신혼여행을 간다지만 엘리와 미셸의 이번 목적지는 눈 내리는 프랑스 시골이었다.

 

눈 내리니까 인터넷이 안 잡히네요.”

 

일부러 안 잡히는 곳으로 왔는걸요, 미시엘.”

 

빌린 숙소는 책에 나올 것 같은 한적한 통나무집이었다.

 

안락의자 옆에 따뜻하고 환한 난롯불이 타오르고 은은하게 말린 꽃향기가 나는.

 

엘리는 보란 듯이 권외지역이라고 뜨는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21세기에 터지지 않는 핸드폰이라니.

 

신선해하며 미셸은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져놓았다.

 

왜요? , 바쁜거 아니었어요?”

 

그래도 신혼이니까요.”

 

눈이 사박사박 내리고 있었다.

 

이미 바깥은 무릎까지 올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는데도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눈 터널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엘리는 배시시 웃으면서 여행가방을 열었다.

 

올 때는 답답하다고 쓰지 않았던 모자나 목도리같은 것이 안에 들어있었다.

 

방울 달린 털모자, 복슬복슬한 목도리, 벙어리 장갑까지.

 

"이게 다 뭐예요."

 

벙어리 장갑이라니 애도 아니고.

 

미셸은 웃으면서 벙어리 장갑을 들었다.

 

"이제부터 나갈 거라서."

 

눈내린 바닥에 누워 천사 자국을 남기고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목도리를 둘러 주고 뒤에 숨어서 눈뭉치를 던지거나 눈토끼를 만들거나.

 

해가 져서 더는 놀지 못할 때까지 놀고 나니 온몸이 눈에 흠뻑 젖어 있었다.

 

모닥불 앞에서 눈에 젖고 얼어서 뻣뻣해진 목도리를 벗어 탁탁 털다가 미셸은 핸드폰의 사진을 넘기는 엘리를 돌아보았다.

 

"실컷 놀았네요. 눈 처음 봐요?"

 

코끝이 빨갛게 얼어서 엘리는 잘 나온 사진을 발견했는지 씩 웃으며 핸드폰을 들어보였다.

 

"미시엘이랑 보는 눈이 처음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