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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은 그 실험실 이후 꽤나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의 삶에 비해서도, 객관적으로도.

 

늘어지게 잤다가 일어나서는 책(대개 동화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다시 누워서 잠들기도 했다.

 

밀러의 별장에서.

 

오늘도 느지막지 일어나서는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부비다 눈을 떠 보니 시곗바늘은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문을 열고 나가서 웅얼웅얼 말하지만 평소의 잘 잤나내지는 지금은 아침이 아니다같은 인사는 들려오지 않는다.

 

뭐지? 이 아저씨 또 납치당했나?

 

눈이 번쩍 뜨여서 테이블이며 서재를 우다닥 뛰어서 살펴봤지만 역시 없다.

 

대신 냉장고 앞에 작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6시 전까지 돌아오지 -M-

 

사이먼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그 쪽지를 들어 읽다가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 뒤로 두 시간은 베개를 끌어안고 뒹굴면서 보냈다.

 

그 뒤로 한 시간은 베개를 끌어안은 채 텔레비전을 보다 만화영화가 끝나서 아예 꺼 버렸고.

 

이제 뭐 하지.

 

그렇게 뒹굴거리다가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사이먼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까까지 끌어안고 있던 베개는 소파에다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부엌으로 후닥닥 달려가서 놓여있는 요리책을 펼쳤다.

 

이건 어려우니 패스, 이건 내가 싫어하니 패스, 으웩 이거 재료 손질 어려워 보인다.

 

그렇게 팔랑팔랑 넘기다가 이 정도면 괜찮겠다 하는 부분을 발견했다.

 

, 이거라면... 할 수, 할 수 있...있어.”

 

버섯과 가지와 마늘 등을 다지고 썰고, 만들고 난 곳을 치우다보니 시간이 훌쩍 사라졌다.

 

이제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냄비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시계를 보니 아직 6시까지는 30분이나 남았고.

 

아저씨가 집 안에 담배 냄새가 배는 걸 싫어할 거 같으니, 사이먼은 테라스로 나갔다.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인 뒤 한 모금 빨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 때 받았던 것을 꺼내보려고 습관적으로 주머니를 뒤적이니 바스락 소리가 났다.

 

비닐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집어 꺼내는데 뭔가 이상하다?

 

비닐 안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

 

이제 막 꺼내문 장초지만 주저없이 재떨이에 비벼 끄고 사이먼은 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자다가 침대에라도 떨어뜨렸나?

 

씻다가 떨어뜨렸나?

 

설마 변기 안에 떨어진 건 아니겠지!

 

허둥지둥 방 안을 뒤지는데 저 멀리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삑 삑삑 삐리릭.

 

사이먼은 잘 때 덮었던 이불을 확 펼쳐들었다가 그 아래 아무것도 없자 후다닥 뛰어나갔다.

 

아저, 아저, 아저씨.”

 

다녀왔다.”

 

, . 다녀오, 다녀오셨어요. 그런, 그런데... 없어, , ! 어요...!”

 

당황했는지 말이 마구 엉키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말하는 대신 주머니에서 경찰들이 증거품을 보관할 때 쓰는 것과 비슷한 지퍼가 달린 비닐을 꺼내들었다.

 

경찰이 쓰는 것과는 달리, 매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느라 구깃구깃하고 하얗게 자국이 남았지만.

 

이거 찾나?”

 

밀러는 주머니에서 상자를 꺼냈다.

 

작은 상자였고, 그걸 열자 가느다란 끈이 달린 총알이 굴러나왔다.

 

“....”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 같길래, 끈을 달아놓았네.”

 

사이먼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걸 받아 목에 걸었고 맥이 풀린다는 듯 그의 몸에 푹 기댔다.

 

“...말하는 걸 깜박했군.”

 

사이먼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고는 그의 코트와 가방을 받아들었다.

 

“...이거, 케이, ?”

 

첫눈에 보아도 제과점 상자같은 것을 보고 사이먼은 작은 비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전에 자네가 케이크 좋아하는 것 같길래. 겸사겸사 사 왔네.”

 

사이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어깨 즈음에 머리를 힘주어 부볐다.

 

머리로 밀어내듯 부비고는 케이크를 거실의 커피 테이블에 놓고 포크를 꺼냈다.

 

시럽에 재운 블루베리와 과일들이 듬뿍 올라간 치즈 케이크.

 

커다란 걸로.

 

“......”

 

많이 들게.”

 

사이먼은 커다란 컵에 우유를 잔뜩 부어 왔다.

 

아저- 아저씨, -”

 

한쪽 손으로는 총알에 걸린 끈을 만지작거리고 꼬면서 다른 손으로는 케이크를 푹 떠서 내민다.

 

밀러가 입을 딱 닫자 사이먼은 배실배실 웃으면서 다시 입가로 케이크를 디밀었다.

 

, -”

 

“....”

 

입을 벌리자 케이크가 닿을 듯- 하다가 쏙 사이먼 쪽으로 돌아간다.

 

한입 가득하게 물고 우물거리다가 사이먼은 이번에는 진짜라며 다시 포크를 내밀었고 밀러가 입을 벌리자 다시 쏙 사이먼의 입으로 들어갔다.

 

밀러는 삐딱한 표정을 짓더니 냉큼 그의 손에 들린 포크를 뺏어다 퍽퍽 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었다.

 

그렇게 커다란 케이크를 반 넘게 먹고, 입이 달아 우유를 마시다가 밀러는 저 주방 안이 보였다.

 

아침에 나갈 때는 없었던 냄비가 가스레인지 위에 놓여 있었다.

 

저 냄비는 뭔가?”

 

, . ... 만들었, 어요.”

 

밀러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럼 밥부터 먹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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