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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살인하는 새 조롱하기

2016. 6. 22. 23:41 | Posted by 호랑이!!!

이글은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옆에 있었던 사람은 사라져 있었다, 역시나.

 

옆자리의 체온은 사라졌지만 체향은 남아서, 베개를 끌어안고 코를 묻었다.

 

손으로 자주 잡는 베개의 옆 부분은 쇠와 가죽 냄새가 배었고, 머리가 닿는 부분에는 다이무스가 애용하는 샴푸와 화장수 향이 났다.

 

그리고 그 아랫부분에는.

 

피 냄새

 

말라붙으면, 씻으면, 쉽게 사라지는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떨어지지 않는.

 

아직 잠이 온다.

 

눈을 감고 설핏 잠들려는 찰나에 달그락 하고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소리가 크지 않아서.

 

일부러 소리를 작게 하려고 노력하는 티가 나는 소리라 더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이어 들리는 발소리는 다이무스의 것이었다.

 

이어 풍기는 것은 다이무스와 아침까지 함께 보내며 익숙해진 피 냄새였고.

 

다이무스는 입었던 것 치고는 지나치게 깨끗한 옷을 벗어 옆에 내려놓다가 다시 가져가 목덜미 같은 곳에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이어 욕실 안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일어나서 이번 주에만 벌써 두 건이잖아, 너무 많은 거 아냐?’라고 하면 놀랄까?

 

실행에 옮기는 대신 이글은 머리를 들고 욕실 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도 다이무스의 칼에 명을 달리한 사람들은 얼마 전에 엿들었던 방해물일 것이다.

 

대상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하자면 회사의 적들.

 

물소리는 금방 그쳤고, 욕실 문이 열리자 그 틈으로 진한 샴푸 향이 흘러나왔다.

 

“..., 일찍 일어났네.”

 

반쯤 감은 눈을 부비며 베개에 머리를 기대자 아직 물기가 남은 따뜻한 손이 제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 자라, 이글.”

 

나른한 미소가 입가로 퍼졌다.

 

졸음을 이기고 가늘게 눈을 뜨자 다이무스는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서 커튼이 화악 휘날리는 것이 다이무스의 어깨 너머로 보였다.

 

“...있잖아 형아, 방금 바람이 불어서... 커튼이 날렸.. 후아암...”

 

일어날 거냐?”

 

여기서 보니까 꼭 날개 같아.. 흐흐, 새 날개.”

 

아마도 다이무스는 실없는 소리, 라고 일축하면서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가서 식사를 만들 것이다.

 

다시 눈을 감고 잠 속으로 빠져들며 이글은 생각했다.

 

새라면 윙컷을 당한 새겠지

 

살인하는 새.

 

그리고 의뭉을 떠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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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한 가지만 남긴다면

2016. 6. 14. 18:41 | Posted by 호랑이!!!

그는 침대 위에서 깨어났다.

 

깨어나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침대 옆, 탁자에 있는 거울이었다.

 

하얀 머리는 단정하게 뒤로 넘겼고, 엄한 표정이지만 그럭저럭 잘 생겼으리라고 짐작되는 얼굴에는 가면 위에 간 금처럼 흉터가 있었다.

 

얼굴에는 흉터가 있고 손에는 두 가지 굳은살이 있었는데 하나는 검을 쥐었기 때문에 생긴 손바닥의 굳은살, 그리고 다른 하나는 펜을 오래 쥐었기 때문에 손가락에 박힌 굳은살이다.

 

거울속의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빤히 바라보았다.

 

오래 일해서인지 눈 아래에는 푹 잤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그늘이 있다.

 

펜 때문에 생긴 굳은살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근육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팔뚝이 그렇게나 매끈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약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으리라.

 

그는 거울을 덮어두었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텅 비어버린 것 같은 연한 노란색 벽지에서 하얀 시트로 시선을 느리게 내리면서 머릿속 서랍을 뒤졌다.

 

이 침대에 눕기 전에, 눈을 감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지?

 

...기억나지 않는다.

 

진공 청소기라는 단어를 누구에게서 들었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제, 아까, 혹은 그 전에 내가 무슨 옷을 입었지? 내가 무엇을 마지막으로 입에 대었지?

 

수없이 많은 서랍장이 열렸다가 제대로 닫히지도 않고 다음, 다음으로 이어졌다.

 

한참이나 희미한 안을 뒤적거리던 그는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연노랑 벽지를 쳐다보았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지?

 

잠시 눈을 깜박였다.

 

문득 열린 서랍장 안쪽에, 바스락거리는 포장지가 있었다.

 

빨간색, 빛을 받으면 반짝이는 포장지.

 

테두리는 황금색이고 동그란 초콜릿을 싼 것.

 

그 초콜릿을 집은 길쭉한 손이 있었다.

 

자신처럼 검 때문에 생긴 굳은살이 울퉁불퉁한, 빈말로도 곱다고는 못 할 그런 손.

 

그 손가락이 동그란 초콜릿을 집어 제게 내밀었다.

 

이미 단 것을 지나치게 먹어 속이 더부룩한 상태였지만, 어째서인지 그것만은 기분좋게 삼켰던 기억이 났다.

 

그것을 입으로 받아 물면 그 사람은 그야말로 기분좋게 눈을 가늘게 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미소지었다.

 

이글...”

 

깨자마자 그 녀석부터 찾아?”

 

문이 열리고 아마도 알고 있을 사람이 들어왔다.

 

같은 색의 머리카락은 빗어서 물결치고 그야말로 우아하다는 느낌의 사람이.

 

몸은 좀 어때?”

 

누구냐 넌.”

 

이글놈은 기억하면서 난 기억 못 하나?”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난 누구지?”

 

다이무스 홀든, 내 형이다.”

 

뭔가 필요한 거 없나? 물이라도 좀 가지고 오라고 이를까?

 

다이무스는 하얀 머리카락을 빤히 보다가, 짧게 말했다.

 

초콜릿.”

 

 

 

 

 

 

같은 시각, 이글 홀든도 잠에서 깨어났다.

 

이글 홀든은 일어나자마자 몸의 상태부터 살폈다.

 

그의 머릿속은 처음부터 한 가지 강렬한 기억이 반복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안타리우스의 마크가 언뜻 드러난 단도가 달빛 아래 번뜩이는 기억이.

 

도의 날은 예리했고, 푸르스름하게 빛을 반사했고, 두 사람을 베었다.

 

단번에.

 

그리고 누군가 외쳤다.

 

그 능력자는 하나를 제외한 사람의 기억을 빼앗아간다고.

 

그래서 이글 홀든은 그 사람을 노려보았다.

 

기억을 빼앗아간 그 사람의 얼굴을 이 눈에 새겨서 반드시 처치해버릴 것이라고.

 

 

[편지 커미션]

2016. 5. 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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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2]나가

2016. 5. 1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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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팁토니] 빌런

2016. 5. 5. 19:21 | Posted by 호랑이!!!

이 글은 시빌워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시빌워를 보지 않으신,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다이글] 봄비

2016. 4. 27. 21:11 | Posted by 호랑이!!!

비가 내렸다.

 

하도 조용히 내려서 내리는 줄도 몰랐던 것이 집을 나서보니 내리고 있기에 무심코 손을 내밀었더니 따뜻하여 내심 놀랐다.

 

과연, 봄이구나.

 

네가 태어난 봄이다.

 

꽃들은 피어나고 온갖 생물이 자라고 생명을 얻는 봄이다.

 

그리고 그런 내 앞에 차가 멈춰 섰다.

 

검은색, 낯익은 차였으나 내가 탈 일은 그렇게 많지 않던.

 

내가 탄 차는 비 내리는 거리를 지나갔다.

 

도착해서 들어가 보니 벨져 녀석이 웬일로 갑주 아닌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 녀석이 언젠가 갑주가 아닌 것은 옷이 너무 가벼워서 입은 느낌도 나지 않더라고, 지나가는 말로 투덜거린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너.

 

너는 꽃에 파묻혀 있었다.

 

꽃들이 피어나는 때에, 피어난 꽃들은 목이 잘려 네 곁에 누워있다.

 

하얀 꽃들 사이에 조그만 풀꽃들을 빨간 리본으로 묶은 것이 눈에 띄었다.

 

리본은 익숙한 것이었다.

 

아마도 네가 예뻐한다는 그 꼬마 것이겠지.

 

그 애는 지금도 저 한쪽에서 꺽꺽거리는 목소리로 싫어안돼만 반복하고 있다.

 

네 옆에 꽃 한 송이를 더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원래는 일터로 가려고 했지만 조노비치가 며칠 쉬다 와라고 했다.

 

사실은 그래도 갈 생각이었으나, 어쩐지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오지 말라면 좀 가지 마’, ‘언제까지 일만 할 거야?’. ‘아 좀! 이 일에 미친 인간아!’.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저 말밖에 없구나.

 

이렇게 가지 않는 날이 올 줄 알았다면, 진작에 가지 않았을 것을.

 

차를 기다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네가 없는 세상의 비는 이렇게나 차가운데.

 

차가울 터인데.

 

차가워야 할 텐데.

 

여자한테 이런 말을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라고, 찰리 헤스켓은 생각의 첫 운을 떼었다.

 

록시 모튼은 굶주린 늑대 같은 여자다

 

록시 모튼은 찰리의 눈 앞에 있었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화약냄새가 배긴 리볼버를 들고 과녁에다 갈겨대던 레이디는 이제 마치 서민 대학생처럼 에그시 옆에서 맥도날드 메뉴 중에 어떤 것이 제일 나은가로 토론하고 있었다.

 

하필 또 토론인 것은 지울 수 없는 그녀의 귀족적 본성이겠지.

 

하필 또 상대가 에그시인 것은 그녀가 굶주린늑대이기 때문이고.

 

그러니까 지금 에그시는 록시 모튼이 제일 탐내하는 핏기 도는 살코기렷다.

 

찰리는 작게 혀를 찼다.

 

무슨 그따위 토론을 해대냐.”

 

그따위라니! 맥도날드가 얼마나 좋은 레스토랑이냐면-”

 

맥도날드가 무슨 레스토랑이야, 스낵 바지.”

 

찰리는 빅맥이냐 치즈버거냐로 의견을 달리하던 둘이 동시에 말을 늘어놓자 노골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이거 안되겠네, 너 나랑 같이 맥도날드나 가야겠다! 가서 기름진 감자튀김이랑 콜라가 포함된 버거 세트에 아이스크림이랑 애플파이까지 먹여줘야겠어.”

 

요새 부쩍 스스럼없어진 에그시가 말을 꺼냈다.

 

어떤 도발을 포함한 승낙의 말을 꺼낼까 잠시 고민하였더니 그 잠시에 록시 모튼이 끼어들었다.

 

난 싫은데.”

 

넌 또 왜 끼어드시나.”

 

나 에그시랑 저녁에 영화보러 갈 거야. 너랑 쟤가 맥도날드로 저녁식사 하는 날에.”

 

나 아직 쟤랑 뭐 먹으러 간다고 안 했거든?”

 

장난인 척인지, 방해공작이라는 것을 참 당당하게도 말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판에 박은 귀족 아가씨였는데 이건...

 

그동안 에그시한테 영향을 받은 사람은 절대로 찰리 혼자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겠지.

 

록시 모튼은 굶주린 늑대, 그리고 기회를 엿보는 자신은 하늘에 떠 있는 독수리나 매.

 

그럼 셋이서 다 같이 가면 되겠다!”

 

이 쪽은 뭐, 개나 고양이나 토끼쯤.

 

형용사를 더한다면 엄청나게 눈치 없는.

 

록시 모튼과 찰리는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절대 싫어.”

 

네버.”

 

? !”

 

 

[다이글] 날이 덥다

2016. 4. 25. 20:44 | Posted by 호랑이!!!

날은 이제 더워지고 있었다.

 

말수 적은 피터라도 연합으로 들어올 때는 더워가 한 마디 추가되었고 빙결 능력자인 토마스나 루이스 곁에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간식으로 과자나 핫초콜릿 보다는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선호하는 사람도 늘어났고.

 

그러나 이글로서는 셔벗이나 능력자의 서늘함으로는 뭔가 만족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한여름이었으면 마음껏 살을 태우면서 땀을 흘릴 텐데, 뭐냔 말이다 이 애매한 날씨!

 

...이 말에는 지나가던 엘리가 봄이야 봄!’이라며 지나갔지만.

 

이글은 이 때까지는 선선한 저택을 떠올렸다.

 

널찍하고 발코니로 이어지는 커다란 문을 열면 얼마든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데다 정원이며 구석구석에 녹음이 드리워졌지.

 

어쩌면 몸을 움직이느라 몸에 열 떨어질 일 없는 사람들을 위해 소소하게 꾸며졌을까.

 

...어쨌거나 저택이었다면 정원 가득하게 심어진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지만 트와일라잇 광장에는 울창하다고 부를 만 한 나무숲이 없었고, 때문에 이글 홀든은 다이무스 홀든의 집으로 찾아갔다.

 

다이무스의 집은 깨끗하다, 라고 말할 수 있었다.

 

잘 정돈되었다 정도로는 부족하고, 어딘가 지나치게 청결해서 사람이 사는 곳 같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보기만 해도 서늘함이 있다.

 

비록 침대와 책상, 옷장이 있는 작은 방이지만 침대는 꽤나 널찍하고 나뭇잎이 해를 가려줘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아아... 시원해...”

 

이글은 땀에 젖은 채 침대에 누우려다 마악 퇴근한 참인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던 다이무스의 눈총 아래 찬물로 몸부터 씻고, 샤워가운 하나만 입은 채 차게 식은 시트 위에 누웠다.

 

몸의 열기가 한풀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는 잘 말리라니까, 감기 든다.”

 

타박하면서도 다이무스는 쉴 참이라며 그 옆에 누웠다.

 

달그락, 얼음이 부딪히는 유리컵이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이는 소리만으로도 서늘하다.

 

눈조차 뜨지 않았지만 익숙한 체중이 푹신한 침대를 누른다.

 

이글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 좋다... 벌써부터 이렇게 더운데 이번 여름에는 정말 푹푹 찌겠어. 여름에는 매일 와야겠는걸? 맥주라도 한 캔 사들고... 형이 맥주를 마시던가? 형은 맥주보다는 와인 파였지? 그렇지만 형이 병맥주를 들고 마시는 건 왜인지 멋있을 거 같은데... , 듣고 있어? . , 다이무스 형아?”

 

“...듣고 있다.”

 

아이구 그러세요, 뭘 듣고 계시길래 질문에는 대답도 없어?”

 

다이무스는 감았던 눈을 느리게 떴다가 이내 다시 감았다.

 

.”

 

형은 참.”

 

이상하다니까, 하는 뒤의 말이 흩어졌다.

 

 

[Project. Dolly] 아침식사

2016. 4. 21. 03:29 | Posted by 호랑이!!!

 

아침은 사이먼이 가장 기대하는 때이다.

 

원래는, 그러니까 실험실까지만 하여도 사이먼의 생활은 해가 뜨는 새벽에 자고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나는 것이었지만 요 며칠 동안은 누가 보아도 명백한 바른 생활을 계속 이어오고 있었다.

 

우선, 7시가 되면 하얀 시트를 걷고 일어나서 창가의 커튼을 확 열어젖힌 후 주방으로 뛰어간다.

 

잘 잤어요?”

 

, 좋으... 으은... 아침... 이예요.. 라파, 에엘...”

 

토스트, 달걀과 베이컨, , 아침식사의 가짓수는 굉장히 많지만.

 

며칠간의 아침식사는 언제나 한 가지였다.

 

오늘은 뭐랑 뭐 얹을 거예요?”

 

동거인은 상냥한 간호사이고 언제나 사이먼을 기다려 주었다.

 

냉장고에 있을 여러 가지 과일을 생각하며 사이먼은 결정하는 동안 하얗고 커다란 그릇에 시리얼을 잔뜩 붓고 설탕을 한 스푼 가득 떠서 뿌렸다.

 

라파엘레는 그 동안 언제든 먹을 수 있게 준비해둔 과일 담긴 그릇을 꺼내 왔다.

 

... 늘은 딸기... 하고오... 사과... 하고오... 그리고... 바나나랑.... 으응, , , ... 어요.”

 

칸칸이 나누어진 그릇 안에서 가장 자주 선택되는 딸기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잘라둔 딸기와 사과를 잔뜩 떠서 시리얼 위에 얹고 우유를 부었다.

 

자알, 먹겠... 먹겠습니...”

 

착하네요, 매일 잘 먹겠습니다 인사도 하고.”

 

라파엘레는 사이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려와 얼굴 절반을 가리는 너머로 사이먼은 눈을 굴려 쳐다보았다가, 눈을 질끈 감고 쓰다듬는 손에 머리를 푹 기댔다.

 

아침... 아침, 고마.. 워요, 라파...”

 

 

철그렁, 사슬이 흔들렸다.

 

잠에서 깨어난 이글은 제 손목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이 어떤 질 나쁜 장난인지 알아차리려는 듯 힘을 주어 당겨보았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끊어지지 않는다.

 

“...이건 또 무슨 일 일까나?”

 

, 어제 일을 돌이켜 보자.

 

웬일로 벨져 형이 찾아와서, 휴가를 받았으니 형제끼리 꽃이나 보러 가자고 했지.

 

큰형이 감상에 젖은 모습을 보고 놀려나 줄까 싶어서 찬성했었고, 다이무스 형이 퇴근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납치하다시피 해서 한적한 곳으로 갔다.

 

처음에야 놀려줄 생각이었지만 이 감상적인 인간이 어릴적부터 한 번도 제가 원하는대로 고집 부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오늘의 야근도 그다지 본인이 원한 것은 아니리라 지레짐작하고 그만두기로 했었고.

 

한창 피었다가 지는 꽃을 보며 반은 강제적으로 형들이 제공한 고급 술을 부어라 마셔라 먹이고 또 먹고, 웬일로 싸움도 없고 서로 싫은 소리도 없이 실컷 즐겼는데... 역시 독한 술이었는지 잠이...

 

어째서 이상하다는 걸 깨닫지 못했지?

 

이글은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디서부터?

 

벨져 그 이기적인 인간이 큰형 위문이니 뭐니를 얘기할 때부터?

 

다이무스 그 고집불통이 빠져나가지 않고 납치되어 준 데부터?

 

우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은 작고, 지하실 특유의 냄새가 난다.

 

방치된 지 몇 달은 되었을 것 같고... 나 때문에 급하게 치운 모양이네~?

 

작은 창문조차 없는데다 저 구석에 있는 문은 아마도 화장실이겠지.

 

방 안에는 이글이 누워있는 1인용 철제 침대와 침대 옆 협탁 외에는 가구조차 없었다.

 

철로 뼈대를 짠 위에 매트리스 한 장이라니, 튼튼함만 생각하느라 편안함은 생각하지 않았나 봐?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지 협탁 위에는 등에 담긴 촛불이 하나 방을 밝히고.

 

몸을 살펴보면 술이 아니고 약이어서인지 속이 조금 울렁거렸으나 이 정도는 몇 분 있으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손에 채워진 수갑은 신체강화 능력자도 구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지만 사이의 사슬 길이는 짧지 않아서 일상생활이라면 할 수 있다.

 

심지어 짧은 도라면 어찌저찌 사용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들고.

 

발목에도 족갑이 채워져 있었는데 매달린 쇠사슬의 길이는 저만치에 보이는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2미터가 조금 넘었고 쇠로 만들어진 튼튼한 침대 다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침대 다리와 이걸 분리할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침대 다리와 단단히 붙어 있고 침대 다리는 또 바닥에 고정되었다.

 

침대에 앉아 몸을 숙여 살펴보던 이글은 열쇠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퍼뜩 고개를 들었다.

 

다이무스 혀~~”

 

대상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지금이 무슨 중세시대야? 전기도 없고, 촛불이라니!”

 

깨어났군. 배가 고픈가? 아니면 목이 마른가?”

 

수갑 말인데~ 형한테 이런 취미가 있을 줄이야, 놀랐지 뭐야?”

 

다이무스는 문을 닫고 기대 섰다.

 

이렇게 묶어둘 거면 망사 스타킹에 빨간 힐이라도 신어 주라~”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군.”

 

할 거면 잘 조사했어야지, 이거 잘못 긁히면 상처가 난다고. 요즘에는 안에 천이나 털이 덧대인 것도 있구.”

 

조만간 오스트리아로 이송될 거다.”

 

일부러 서로 다른 소리만 하던 그 신경전은 다이무스의 승리였다.

 

“...형이 그걸 용납했다고?”

 

내가 잠시 눈감아 주었던 것은 네가 그 뒤로 이어지는 책임도 짊어지라는 의미였다. 이것은 네 방종에 따라온 책임 중 하나일 뿐이다.”

 

“‘-중 하나’? 그럼 다른 것은?”

 

네 목숨이다.”

 

다이무스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성큼성큼 이글 가까이로 걸어갔다.

 

언제까지 모르는 척 할 거냐. 매번 새로운 능력자들이 합류하는 이 국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 보이지 않던가? 벨져의 기사단은 하나의 패고, 나는 오스트리아와 가문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 앉아 있지만 너는 지금의 방해물 자리에 앉아 있다.”

 

이글은 이를 사려물었다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에이 너무들 하시네~ 지금의 방해물은 언젠가의 패다, 그걸 고려하지 않을 리 없잖아? 강한 적은 강한 패가 된다, 그렇지?”

 

그러나 연합은 우리 쪽에 안겨주는 손실이 너무 크고, 너는 그 전력이 되는 사람이기에 가만 둘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우리’? 형의 그 우우리이가 누군데? 가문? 나라? 회사?”

 

기가 막히다는 듯 이글이 물었으나 다이무스는 대꾸하지 않았다.

 

둘 다 한참이나 말이 없다가, 이글은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떨구었다.

 

“...가면, 나는 어떻게 되는데?”

 

말해줄 수 없다.”

 

정말로?”

 

다이무스는 이글의 눈을 피했다.

 

그 순간, 이글은 덤벼들어 다이무스를 바닥에 찍어 눌렀다.

 

검과 육중한 몸뚱이가 바닥에 처박혀 울렸다.

 

이글은 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그의 팔을 누르고 양 손목에 감긴 사슬로 그의 목을 눌렀다.

 

열쇠 내놔.”

 

손목 사이의 사슬 길이를 더 짧게 해야겠군.”

 

목 대신 손목의 힘줄이 잘릴지도 모르는데 그 전에 쓸 수 있을 만큼 써야하지 않겠어?”

 

벨져가 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군, 너를 속인 것이 미안하다며 오지 않는다고 했으니.”

 

.”

 

이글은 코웃음을 쳤다.

 

그러니까 벨져 형도 한통속이었다 이거구만? 꼴에 양심이 있는 척이라니, 웃겨 죽을 것 같네.”

 

벨져도 나도 네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다.”

 

정말 그러면, 내가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지금은 날 놔주지 않을래?”

 

이글이 한쪽 팔을 놓아주자 다이무스는 주머니의 열쇠를 꺼내는가 싶더니 이글의 얼굴을 잡고 몸을 뒤집었다.

 

재빨리 뒤로 뛰어 침대 너머로 넘어간 이글은 손목에 차고 다니는 머리끈을 꺼내 머리를 묶었다.

 

이 안에서 형이 칼을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아?”

 

일반적인 검보다 몇 배는 길고 몇 배는 무거운 걸, 이 좁아터진 곳에서 휘둘렀다가는 짐밖에 되지 않는데!

 

묶였다지만 이쪽이 훨씬 유리해.

 

이글은 사슬 묶인 발을 휘둘렀다.

 

다이무스는 발을 피하고 이어 날아오는 사슬을 뒤로 물러서 피했다.

 

함께 공성에 참전한지도 꽤나 오래 되었고, 서로에 대해서라면 자신을 보듯이 샅샅이 알고 있다.

 

머리를 제대로 써서 덤빈다면 저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이글은 거의 쓰지 않는다.

 

이번에도 분명히...’

 

그 즈음, 이글은 침대 위를 뛰어넘어서 몸을 날렸다.

 

봐라, 일단 달려들고 보지.

 

다이무스는 허리춤의 검을 꺼내 제 앞에 꺼내들고 버티고 섰다.

 

이글은 칼등을 누르고 곡예라도 하듯이 짚었고 다이무스는 검에 힘을 주어 앞으로 밀어냈다.

 

내동댕이쳐진 이글은 뒤로 굴러 재빠르게 자세를 잡았다.

 

발에 묶어둔 사슬이 역시 너무 긴 건가.

 

다이무스는 혀를 차고는 사슬 아래에 발을 걸어 바닥에 힘주어 눌렀다.

 

이글은 사슬이 당겨지자 거기 저항하는 대신 오히려 날아와서는 다이무스를 다시 타고 눌렀다.

 

침대 옆이라 길이가 남는 사슬은 다이무스의 다리를 묶고 있었다.

 

“...하아, ... 두 번이나 나한테 위를 내줬네?”

 

즐거웠다며 이글은 다이무스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우선 제 발목을 죄는 것을 풀어놓고 손목의 수갑도 풀어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능력자용 수갑이라 그런가 묵직하게 철그렁 소리가 났다.

 

, 이것 봐. 역시 상처가 났어.”

 

“...아직이다 이글.”

 

뭐어?”

 

정말 포기할 줄 모르네!

 

발목도 묶어 뒀고, 이제 유유히 탈출할 차례, 인데.

 

문이 벌컥 열렸다.

 

이글의 눈동자가 그 쪽으로 돌아갔다.

 

, 작은 형? 벨져?! 어떻게 여기...”

 

벨져는 예상했다는 듯 성큼성큼 들어왔다.

 

이글은 일어나려 했지만 다이무스의 손이 그의 다리를 잡고 있었다.

 

한번 더 의심했어야지.”

 

벨져는 주먹을 휘둘렀다.

 

 

[종현X종현] 하영이 생일 축하해!

2016. 4. 3. 00:31 | Posted by 호랑이!!!

밤은 푸르렀다.

 

그에게 꿈이란 언제나 비슷했다.

 

다른 아이들은 하늘을 날아다닌다던가, 괴물에게 쫓기는 등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김종현 그에게는 항상 같았다.

 

은과 검은 비로드로 꾸며진 화려한 방.

 

검은 격자 창, 벽 한 면을 다 덮는 커다란 것.

 

은칠한 나무로 테를 두른, 양 등받이 높이가 다른 검은 가죽 소파.

 

“어서 와요.”

 

스물 몇 해를 함께한, 꿈 속의 사람.

 

“다녀왔어.”

 

그는 볼 때마다 자주 달라졌다.

 

제가 일곱 살 적에는 갈색 머리에 3:7로 머리를 양분하질 않나, 좀 자라서는 흰색에 가까운 노란색 머리, 분홍색, 뿔테 안경 등등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지를 않나.

 

‘형은 광대야?’

 

라고 물었던 말에는 ‘그렇다고 할까요’라고 답을 들었던 같다.

 

그런 그는 갈수록... 뭐라고 할까.

 

어려지고 있었다.

 

“많이 컸네요?”

 

“그런가? 형...은 많이 작아졌네.”

 

이젠 형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로.

 

자신은 이제 처음 보았을 때의 그와 많이 닮았다.

 

키도 컸고, 머리도 염색했고, 가끔은 검은 뿔테안경을 쓰고.

 

옷도 그처럼 입었다.

 

기분 날 때는 보라색 와이셔츠에 넥타이 정장.

 

기분이 들뜰 때는 하얀색 티셔츠, 반짝이는 장신구.

 

양 귀를 뚫고 딴따라 소리를 들어도 마냥 좋았다.

 

남들 다 사귀는 여자친구가 없어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꿈 속에.

 

밤이면, 푹 자도, 잠깐 자도, 심지어 졸아도 그가 나오니까.

 

저는 이제 처음 보았을 때의 그와 닮았다.

 

 

 

 

 

 

 

 

 

방에 들어오면 그는 항상 소파 근처에 있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어쨌거나 오늘의 그는 검은 머리에, 수수한 반바지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마치 그를 처음 보았을 때의 저처럼.

 

소파에 가 앉았다.

 

그는 제 무릎에 머리를 뉘였다.

 

“형.”

 

“왜요?”

 

검고 윤나는 천으로 커튼을 두른 창문 너머로 밖이 반쯤 밝아진 것이 보였다.

 

“나, 형을 좋아해.”

 

창에서 새어들어오는 빛의 양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나도 널 좋아해.”

 

언제였지, 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아주 옛날에.

 

언제였지?

 

형은 광대야? 하고 묻기 전?

 

여긴 어디야? 하고 묻던 날?

 

아니면... 더 전에...

 

가장 처음이 언제였지?

 

처음 이전에도 날이 있었고, 저는 언제나 그와 사랑에 빠졌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더 생각할 수 없었다.

 

꿈 속의 시간은 지나치게 빨라서.

 

창 밖은 마치 빛이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처럼 보였다.

 

빛이 흘러 바닥까지 닿기 전.

 

제 무릎을 베었던 그는 일어나 문을 열었다.

 

“다녀올게.”

 

창 밖은 밝았다.

 

마지막으로 이 광경을 본 때가 언제였더라.

 

그의 뒷모습은 문이 닫히며 완전히 사라졌다.

 

닫힌 문은.

 

그 자욱 조차도 사라지고.

 

종현은 고개를 들어 문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다녀오세요.”

 

 

[슈퍼내추럴/60분 전력] 가족과의 외식

2016. 4. 2. 23:22 | Posted by 호랑이!!!

“이 몸 오셨다.”

 

모텔에 뿅 하고 나타난 모습에, 안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윈체스터의 동생 쪽은 들고 있던 노트를 팡 소리나게 테이블에 내리쳤다.

 

동생의 격한 반응처럼, 딘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손을 흔들었다.

 

“어서 와 크라울리, 일찍 왔네.”

 

뭘 어서 와? 뭐가 일찍 와?

 

황당해 하는 샘의 뒤로 딘이 활짝 웃어보였다.

 

“...형, 우리 모텔방 문 앞에 악마 덫 그려놓으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자, 너희와 함께 다니는 천사한테는 낱말 맞추기 퍼즐, 윈체스터... 빅 사이즈한테는 아이스크림 한 통, 그리고 달링한테는 맥주 한 묶음.”

 

큼지막한 아이스크림 한 통을 손에 들고, 샘은 꺼림칙해 죽겠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으며 인상을 썼다.

 

몇 번 신세를 지기는 했지만 악마는 악마.

 

덤으로, 저 사람... 아니, 악마는 그냥 악마도 아니고 지옥의 왕!

 

“그래, 이제 아이스크림도 받았고... 뭐하러 여기 왔는지도 말해 줄래?”

 

이거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먹었더니 속에서 구더기가 생긴다던가 피를 토한다던가 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느라 생각하는 사람 아닌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샘더러, 크라울리가 말했다.

 

“밥 먹으러.”

 

“밥?!”

 

“근사하게 외식이나 하자구, 몸에 좋지도 않은 햄버거에, 설탕 범벅 밀가루만 먹지 말고.”

 

“그러니까, 우리가, 너랑, 왜?”

 

그러자 지옥의 왕 크라울리는, 그야말로 인간적이고 따스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가족이니까.”

 

가족이니까.

 

가족.

 

가족? 누구랑?

 

너한테 내‘가 족’같다고?

 

샘의 표정은 더더욱 떫어져만 갔다.

 

그러나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인지 크라울리는 이제 양 손을 맞잡고 노래라도 부를 것 같은 표정으로 이리저리 흔들었다.

 

“사사건건 우리 쪽을 방해하는 천사 하나에 무스... 가족 구성원이 좀 마음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지.”

 

큼 큼, 목을 가다듬고 크라울리가 상냥하게 웃었다.

 

“대디라고 불러 보렴.”

 

“...미쳤나봐...”

 

 

 

 

 

 

 

 

 

크라울리는 꽤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다.

 

얼마 없는 옷 중에 가장 격식 있는(FBI처럼 꾸밀 때 입는) 옷을 입고 카스티엘도 트렌치코트 대신 여분의 옷을 입히고.

 

“가자미 요리 하나랑 오리, 애피타이저는 스파게티로...”

 

애피타이저부터 후식까지 하나하나 지정하는 긴 주문을 듣고 웨이터는 주방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질문이 생겼다.”

 

아까 전부터 계속 인상을 쓰고, 웨이터의 질문에도 ‘나는 먹지 않아도 괜찮다’로 일관하던 카스티엘이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렸다.

 

“무슨 질문인데?”

 

스파게티를 덜어 해치우다가 딘이 고개를 들었다.

 

“이 네 명이 가족이라고 부르는 집단이고, 네가 아버지 역을 하겠다면 나는 무엇이지?”

 

“또 다른 아버지?”

 

그거 별로 마음에 드는 자리는 아니구나.

 

그리고 가족 내 자리에 대해 토론하고, 웃는 동안 메인까지 지나가고 후식으로 크림이 가득 얹힌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아무렴 어때, 우리는 굳이 그런 자리로 이름 붙히지 않아도 이미 가족이야.”

 

나는 너를 걱정하고, 너는 나를 걱정하고.

 

함께 웃고, 떠들고.

 

위험하면 서로 달려와주고 말이야.

 

“...달링...”

 

“...”

 

두 인외가 감동받은 것 같은 눈으로 딘을 쳐다보았고, 샘은 제 몫의 케이크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난 이 가족 반대야.”

 

이번은 하랑의 첫 히트 사이클이다.

 

재단에는 알파가 꽤 있었고 그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그리고 이성적이라고 여겨지는 브루스 보이틀러가 여러 곳의 협력으로 추측해낸 것이었다.

 

그 결과가 나오자 이제 어른이니 축하한다며 작은 파티도 열어 지금 하랑의 방에는 이런저런 선물들이 방 한쪽을 메우고 있었다.

 

축하와는 별개로 하랑의 상태는 주위에 좋든 싫든 영향을 미치고, 어쩌면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므로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 오늘 하루 재단 내 알파들은 조기퇴근을 했다.

 

티엔을 제외하고.

 

평소 스스로를 잘 제어하는 분이니 이번에도 잘 할 것이라고 믿을게요. 그럼 안녕!”

 

이런저런 지침이 적힌 종이를 주고 마틴은 총총 사라졌다.

 

저것도 알파라고, 티엔이 입엣말로 중얼거렸다.

 

파티가 있기 전에 브루스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말했고 하랑은 제 상태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을 듣더니, 짧게 일축했다.

 

그러니까 지성이 있고 이성이 없는 짐승이네?’

 

이해력이 빠른 것은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그러고는 재단 기숙사에 사는 오메가가 열락의 기간이 오면 사용하는 방을 빌리겠다고 했다.

 

방은 침대와 테이블, 의자가 있는 꼭대기 구석의 소박한 방이고 안에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딸려 있어서 음식만 있다면 얼마간 지낼 만 했다.

 

이전까지 많은 오메가들이 쓴 방이긴 했지만 그래도 재단의 소중한 막내랍시고 청소를 다시 한다, 뜯어진 시트를 새 것으로 바꾼다, 뭘 한다 하도 부산을 떨어서 티엔은 마지막으로 제자를 위해 방을 점검했다.

 

혹시나 냄새가 새어나갈까 창문을 꽉 닫고 커튼을 치고.

 

으으... 이 방 추워...”

 

오메가들의 그 기간에는 체온이 급격이 상승하기에 일부러 가장 춥고 그늘진 방을 골라서 만든 것이니까.

 

곧 춥지 않게 될 거다.”

 

티엔은 방 안 테이블에 하랑이 먹을 음식을 내려놓았다.

 

이게 이틀 분이던가? 히트 사이클은 생각보다 일찍 끝나는군.

 

티엔이 일하는 뒤로 기웃거리던 하랑은 문의 잠금쇠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문 너무 쉽게 열릴 것 같은데?”

 

열쇠로 잠그는 문이다.”

 

그래도 이거, 바늘이나 작은 칼 같은걸로 이래저래 쑤시면 안에서도 열 수 있는걸.”

 

그도 그렇군.

 

게다가 하랑의 능력을 생각해 보면 문을 열지 않아도 나갈 수 있을 테고.

 

어떻게 해 주면 좋겠나.”

 

보자아...”

 

하랑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짐을 포장할 때 쓰는 노끈을 가져왔다.

 

, 이거!”

 

그러고는 손과 발을 내민다.

 

티엔은 잠시 내려다보다가 순순히 묶어 주고는 풀리지 않을 것을 확인했다.

 

이러면 불편하지 않겠나?”

 

몰라?”

 

하랑은 일어서서 방 안을 통 통 뛰어다녔다.

 

손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여서 물건도 잡고, 사용하고.

 

생활에 문제는 없겠군.

 

하랑이 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침대 위에 앉는 것을 뒤로 하고 티엔은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확실히, 쇠에 긁힌 자국도 많이 나 있고 비틀어 연 흔적도 있군.

 

거 봐, 그거 잘 하면 열린다니까.”

 

보이틀러 씨 만큼 힘이 센 사람이 몸으로 들이받거나 하면 열리겠어.

 

그만큼 힘 센 사람은 잘 없거든?”

 

아무래도 이 자물쇠를 좀 더 튼튼한 것으로 바꿔 달아야...

 

“...으아아아, 나 지금 되게 긴장돼...”

 

걱정 말아라, 괜찮을...”

 

바람 없이 묵직한 방 안의 공기가 움직였다.

 

유혹적으로 달근한 살내음이 숨막히게 피어나서 그들을 감싸 죄었다.

 

저도 모르게 입을 대고 말 것 같은.

 

눈이 마주치자 하랑이 배시시 웃었다.

 

, 사부가 있어 준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열이 오른 것인가.

 

하랑의 눈가가 달아올라 있었다.

 

만지지 않아도 체온이 서서히 올라 이 방을 덥히는 것이 느껴졌다.

 

난 이만 나가보겠다.”

 

티엔은 문을 쾅 닫고 나갔다.

 

머리에 열이 오르면 저렇게 되는군.

 

티엔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문지르며, 드물게도 자리에 주저앉았다.

 

방 안, 하랑이 중얼거리는 것은 듣지도 못 하고.

 

, 이것도 안 먹히네.”

 

히트 사이클의 오메가가 자신을 의지하는 것은 알파들의 로망이라고 했는데.

 

, 짧게 혀를 차며 하랑은 뒤로 벌러덩 누웠다.

 

그리고 다리를 꼬려다, 요란하게 넘어졌다.

 

 

"그래, 우리의 딘 윈체스터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셨다고?"


크라울리는 이동하자마자 그 곳의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한 바퀴 둘러보았다.


"...3성 호텔? 복권 1억짜리에 당첨이라도 되셨나? 아니면 당장 내일 죽기라도 해?"


매일 모텔 다니던 녀석들이 호텔이라니?


그리고 크라울리는 다시 놀랐다.


식탁 위에 놓인 여러 그릇의 룸서비스 식사들과 호텔 주방장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을(그래서 매우 비쌌을) 파이 


한 판과 아이스크림까지.


"뭐 됐어. 너희들이 교차로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 돈을 얻었든 뭐든 알 게 뭐야. 딘이나 보여 봐."


"내가 분명 장담하는데, 흥미로워할거야."


샘은 이쪽이라고 손바닥을 뻗었고 거기에는 열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가 서 있었다.


"..달링?"


"달링? 형 언제부터 저 악마랑 사실혼 관계가 된 건데?"


"내가 알기로 달링은 친한 사람들에게 부르는 친근한 호칭이라고 알고 있다."


"우린 이미 동침까지 한 사이라고. 내가 검은 눈을 가졌을 때- 왜 그렇게 봐? 농담이야!"


“딘, 악마와 교미하는 인간들은 마녀이고...”


“농담이라니까! 누가 얘 유머감각 생겼댔어?!”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크라울리와 카스티엘은 딘 주위를 빙빙 돌면서 이리저리 살폈다.


“낙인도 없어졌고...”


“힘도 약해졌지.”


“가뜩이나 연약한 인간이 더 약해졌다, 이것은 위험해.”


“다람쥐가 새끼 다람쥐가 되었어.”


딘은 못 말리겠다는 듯 눈을 굴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봐, 굳이 그렇게 보지 않아도 별다를 건 없거든?”


“형, 나이가 스무 살 정도 어려진 건 별다를 거 없다고 하지 않아.”


“과거로도 돌아가고, 불사조도 잡아 보고,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도 여러 번이었는데 겨우 스무 살 어려진 것 정도


는 별 일 축에 끼지도 않잖아.”


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서, 카스티엘과 크라울리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당분간 뭘 할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형은 열네 살 때 한 것이라고는 나 돌보는 거랑 헌터 일 배우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


"이봐, 내가 그 일들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


"뭐, 물론 형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샘은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한 번쯤 해 보는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물론 진심이지. ...있잖아, 형? 우리가 그닥... 정상적인 집은 아니잖아? 그래서 다른 애들은 했는데 우리는 못 


한 것도 많고."


"그래서? 사립 학교 애들처럼 교복도 입고, 수업도 듣고, 샌드위치 바구니와 함께 소풍이라도 가자고?"


"나 디즈니랜드 가고 싶어."


사진도 많이 찍고, 이상한 머리띠나 풍선도 사고, 쓸데없이 비싼 햄버거도 먹고, 아무튼 뭔가 애들이 할 만한 걸 


잔뜩.


카스티엘은 그 광경을 보다가 무언가 자세히 볼 때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샘의 머릿속은..."


턱, 샘은 손을 뻗어 카스티엘의 입을 막았고 크라울리는 쯔쯔 혀를 차며 눈동자를 한 바퀴 굴렸다.


"새미, 내 생각에는-"


"...안 될까, 형?"


"-안될 것 없지! 가자!"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깬 것은 크라울리였다.


"그래서, 이 휴먼 스토리를 보라고 부른 거야? 지옥의 왕인 나를? 저 날개 달린 인간 닭은 또 왜 부른 건데? 주술


을 풀어 달라고? 엄청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딘은 기가 막혀하는 그를 보다가 한 마디 했다.


"같이 갈래?"


"좋지."


"동의한다."








"내가 상상했던 디즈니 랜드는 '으아아악!''와아아악!'이라는 느낌이었는데... 뭐랄까, 여기는..."


"'와... 신난다'?"


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까, 네 말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딘은 펄쩍 뛰어 기념품 샵으로 달려갔다.


가판대에서 파는 여러가지 물건들을 구경하고, 캐릭터 귀가 달린 머리띠 네 개를 들고 나와서는 샘, 크라울리, 카


스티엘에게 각각 내밀었다.


"...이것이 무슨 물건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나는..."


"너 얼마전에 홈 비디오 다큐멘터리 봤잖아."


모르는 척 빼기는, 샘은 카스티엘의 머리에다 직접 머리띠를 씌워주었다.


"달링, 여기 작은 문제가 있는데."


크라울리는 자신의 머리 위-정확히는 귀 머리띠-를 가리켰다.


"무슨 문제?"


"달링이랑 같은 디자인의 머리띠가 쓰고 싶어."


샘은 크라울리를 확 끌어당겨서는 휴대용 수통에 담아서 다니는 성수를 팍 튀겼다.


따끔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크라울리는 샘을 돌아보았다.


"남자의 질투는 보기 흉해, 새미."


"누구 맘대로 새미야."


"다시 사냥 일을 시작한 초기에 딘과 모텔을 전전할 적에는 커플로 오해받을 때마다 싫어하는 척 했는데, 이제 주


위에 천사와 악마들이 딘을 노려대니 그 일들이 후회되기 시작해, 그렇지?"


"...내가 나쁜 말 하는 건 싫어하는데, 넌 좀 꺼져."


"난 네가 나쁜 말 할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


그 둘이 그러는 와중, 카스티엘은 교환에 성공해서, 딘과 같은 디자인의 머리띠를 썼다.







물 위를 흘러가는 배를 타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가사가 벽에 적혀 있었다).


사인북을 사서 사인을 받기도 하고, 원하던 대로 사진도 잔뜩 찍었다.


카페테리아 한쪽에서 칠면조 다리를 한입 가득 뜯던 딘은 흐흐 웃으면서 테이블 위로 턱을 괴었다.


"스쿼럴, 그러다가 턱 삐뚤어진다."


햄버거나 칠면조 같은 메뉴가 가득한 끝에서 과일컵을 찾아낸 샘은 그걸 사 왔고 딘은 샘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샘."


"형, 그 모습으로는 하나도 권위적으로 보이지 않는 거 알지?"


이 형이 또 무슨 일을 시키려나, 샘은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데?"


"나 맥주 좀 사줘."


"형 지금 제정신 아니지?"


열 네살짜리가 술?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차보다 늦게 허락되는 게 바로 술이라고?


"아 제발, 지금 이거, 구운 칠면조를 먹으니까 딱 맥주 한 잔이 간절해서... 샤이닝(스티븐 킹 작)에 나오는 그 아


저씨도 그러잖아. 술 한 잔만 마실 수 있다면 악마한테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인간의 관용어구란 너무나도 헛된 것이 많다."


카스티엘이 쯔쯔 혀를 차고 샘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와중에 크라울리가 쐐기를 박았다.


"상도덕이 있지, 우리도 열여덟 살 미만 애들 영혼은 안 받아줘."


원래는 열여덟보다 나이를 먹어도 훨씬 더 먹었는데, 쳇.


딘이 입술을 내밀며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크라울리는 샘에게 물었다.


"그 주술 주머니는 언제 완성되는데?"


"...아직 찾는 중이야."


"디즈니랜드에서?"


하루 정도는 괜찮잖아 뭐.


크라울리는 이 대책없는 무스와 스쿼럴, 다시 말해 동물 형제를 어쩌면 좋으냐며 한숨을 쉬었다.


"잘 아는 마녀가 있는데 도와줄까? 비싸게 받을 거지만."


"얼마나 비싼 것인가?"


배달시킨 치즈버거를 마악 삼킨 카스티엘이 물었다.


최초의 검을 영원히 달라는 이야기거나, 천국이거나, 하다못해 딘과 샘의 여행에 동참하겠다고 나서거나.


여러가지 선택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으나 딘이 손을 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군, 댓가가 뭔데?"


"처녀."


처녀?


세 명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처녀, 몰라? V-i-r-g-i-n."


"스펠링은 나도 안다, 다만 왜 처녀지?"


"정확하게는 열 네 살 정도이고, 윈체스터의 사람이고, 남자인 사람의 처녀."


크라울리는 찡긋 눈짓을 해 보였다.


"몸부터 어른이 되게 해 주지."


[글 커미션]

2016. 3. 6. 00:10 | Posted by 호랑이!!!

커미션 받습니다



기본적으로 가격은 양과 수위에 의해 정해집니다.



양은 1000자, 2000자, +a로 나뉘어집니다.



1000자 : 8,000원

2000자 : 15,000원

한 회에 최대 5천자 신청 가능합니다. 2천자 이상의 경우 500자 당 4000원 추가금이 붙습니다(반올림)


이 외에 양과 상관없이 커미션을 맡기고 싶으시다는 분들은 최소금액 8000원(수위 커미션인 경우 +추가금)을 선입금 해주신 뒤 나머지 금액을 완성 시에 입금해주시면 됩니다(디엠으로 말해주세요)



수위는 전체이용가, 15금, 19금으로 나뉘어집니다.

(15금 : 키스, 가벼운 패팅, 씬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없거나 건너뜀)

(19금 : 펠라, 삽입 등, 직접적인 묘사가 있음)



전체이용가 : 추가금 없음

15금 : 3,000원 추가

19금 : 5,000원 추가 



각각의 커미션은 진행하는데 있어 캐해석이 다를 수 있으므로 커미션을 진행하는 도중 몇 번의 상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장르의 글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캐 해석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19금의 경우에는 씬을 길게 쓰게 되기 때문에 1500자 이상을 권장합니다(19금의 샘플이 필요하신 경우 성인인증 후 비밀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혹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초고를 받은 3일 안에 말씀해 주세요.

간단한 수정(말투, 외양 묘사 등)이 아닌, 다량의 수정을 요구하시는 경우에는 추가금(선금의 50%)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료나, 강간(강간플레이 제외), 지나치게 폭력적인 소재에 대해서는 받지 않습니다.






글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으며 신청자의 수정, 가공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글은 이 블로그에서 커미션 샘플로서 사용될 수 있으나 요청하시는 경우 비밀글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글의 슬롯은 최대 5개이며 작업의 최대 기간은 입금 후 3주 입니다.

작업 순서는 입금이 완료된 순서입니다(선입금을 원칙으로 합니다)

추가 가공(소장용 인쇄 등)의 편집은 하지 않습니다.

 

상담은 디엠으로 받고 있으며 방명록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작업 가능한 장르 : 자캐커플, 드림, 해리포터, 사이퍼즈, 슈퍼내추럴(~11기), 청의 엑소시스트, 스카이림, 그리고 캐 해석과 기타 설명을 잘 해주시는 다른 장르들




===신청 서식===


원하는 글자 수 : 

수위 : 

장르 : (자캐 커플의 경우 자캐라고 적어주세요)

커플링 : 

썰의 유무 : 

샘플로서의 공개여부 : O/X



==성인인증에 대하여==


이 글은 트위터에서 컨택하여 커미션 받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멘션 혹은 디엠으로 성인 샘플을 보고 싶으시다고 연락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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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커미션]  (0) 2016.05.29

[그저사/트로이 아비수스] 여행이 끝났다

2016. 3. 5. 17:02 | Posted by 호랑이!!!

트로이 F. 아비수스의 방은 어둡다.

 

환기할 때가 아니라면 대낮이라도 보라색 두꺼운 커튼을 쳐서 방 안의 빛이라고는 수제 인형이 들고 있는 양초 등불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이 전부일 때도 있다.

 

트로이의 방에는 다른것도 많았지만, 사람 크기의 인형이 다섯 체 있었는데 이것들은 희무끄레한 빛 아래에서는 더욱 진짜처럼 보였다.

 

심지어 그 인형들은 누군가를 닮았다.

 

어지간한 사용인조차도 트로이의 방은 청소하러 오는 것도 꺼릴 만큼.

 

“나 왔어.”

 

형, 형들, 그리고 누나.

 

그리고 어머니.

 

하얗게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가진 인형은 빛에 바래 살짝 옅어진 드레스를 입었지만 마치 살아있는 사람 같았고, 우아하게 두 손을 모은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주위로는 마치 사용인처럼 다른 인형들이 공손하게 앉아 있었고.

 

트로이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적, 암살자가 들어왔다고 들었다.

 

어째서 내가 아니라 어머니부터 암살당하였나.

 

분명 나를 지키려다 그리 된 것이었겠지.

 

그 하얀 머리는 한때 뻑뻑하게 피가 배어 있었지만 서투른 솜씨로나마 탈색하고 손을 보니 제법 핏자국이 흐릿해져서 헌 가발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기사 누군가의 진짜 머리카락을 가져다가 인형을 만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심지어 이십년도 넘게 지난 일인걸.

 

트로이는 여행가방을 정리했다.

 

“들어봐요 어머니, 저 여행 다녀왔어요.”

 

그것도 그 건방진 집사녀석하고요.

 

어머니가 아직 옆에 계셨다면 그 집사가 제 전속으로 배치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

 

하필 그 자리에서 저를 구한 것이 그 인상 더러운 집사놈이라니.

 

트로이는 가방에서 그동안 깎은 나무조각들을 꺼내어 선반에 늘어놓았다.

 

“많은 일들이 있었... 아, 그만하자.”

 

새삼 어머니를 사랑하는 젊은 청년 흉내라니 우습지도 않아서.

 

트로이는 킥킥 웃으면서 사포를 꺼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를 감싸고 돌아가셨다고 생각해도 기억도 나지 않는 옛날 일이라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는걸.

 

어째서 수많은 이야기에서는 그런 일에 그렇게나 마음을 쓰는 것인지.

 

R도 트로이도 모르는 옛날에.

 

암살자는 트로이의 어머니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

 

누구를 먼저 죽여 줄까.

 

암살자는 고용주에게 명령을 받았었다.

 

그 어머니가 선택한 것의 반대로 하라고.

 

 

[슈퍼내추럴/크로딘] 10화 초기 감상

2016. 3. 3. 17:32 | Posted by 호랑이!!!

슈퍼내추럴 10기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량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접어두었습니다.




 

[여우산] To. 뉸님 : 지감이 어릴 적에

2016. 2. 23. 23:36 | Posted by 호랑이!!!

여우가 있다 하여 여우산.

 

산 속 어느 작은 계곡에.

 

이팔청춘이 조금 못 되는 나이의 지감이 있었다.

 

짙은 자색 저고리에 같은 색 댕기를 빈틈없이 드리우고서.

 

장정도 밤에는 고개를 넘지 못 하고 사람이 열둘이나 되어도 깊은 곳으로는 가지 못한다는 이 산 속은 기껏해야 나무하는 아이들이 사람 다니는 길 근처에나 다니지만 지감은 이 사람 다니지 않는 산을 누볐다.

 

용감하게 다니다가 우연히 알게 된 계곡은 맑은 물도 흐르겠다, 저 놀기 딱이라.

 

오늘도 글공부하다 빠져나와 멱 감고 널찍한 바위에서 몸을 말리는데 인기척이 났다.

 

여우냐?”

 

그렇게 말하는 상대는 사람이었다.

 

나이는 저보다 한두어살 많을 것 같지만 키는 저보다 조금 더 작은.

 

얼마 전 수도에서 요양차 왔다는 그 도령이었다.

 

서울 도령이군요. 안녕하십니까.”

 

어린애가 여길 돌아다니는 줄은 몰랐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랑 나이 차도 나지 않으면서.

 

그러는 도령도 어린애잖습니까.”

 

그러자 대답 대신 웃어 보인다.

 

사냥꾼들이랑 같이 왔었거든요.”

 

하면서 겉에 입은 옷자락을 들추니 사냥꾼들이 산에 다닐 때 쓰는 단도 한 자루와 던지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짧은 칼이 몇 자루 보였다.

 

이것 보시지요.”

 

손목을 까딱, 하자 저만치의 나무에 짧은 칼이 박혀 있었다.

 

해보시겠습니까?”

 

그에 혹하여 받아서 던지다 보니 시간은 훅 갔다.

 

가뜩이나 산 속이라 더 일찍 지는 해가 하늘을 발갛게 물들이고, 둘은 던졌던 칼을 주워 모았다.

 

지감은 바로 집으로, 서울 도령은 사냥꾼들과 같이 간다고 하여서 길의 중간까지만 같이 가기로 했다.

 

아까, 여우냐, 라고 했잖아요? 진짜 여우면 어쩌려고 그랬습니까?”

 

어쩌긴 뭘 어쩝니까. 잡아야죠.”

 

그 말에 지감이 웃었다.

 

이 도령은 생긴 것은 무뚝뚝한 장군감인데 참 다정하신 분입니다.”

 

그러는 서울 도령도 생긴 것과 따로 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자 서울 도령이 웃었다.

 

갈림길에 서서, 서울 도령이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또 봅시다.”

 

땅거미 내리는 산길에서 도령이 사라지고, 지감은 불 켜지는 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루드라이화클] 서커스의 숙소에서

2016. 2. 22. 00:28 | Posted by 호랑이!!!

짝짝! 와 대단해요!”

 

공을 돌리면 실패해서 아래로 떨어지고 외발자전거를 타더라도 넘어지고 구르고.

 

웃으면 안 되는 어릿광대이지만 목소리는 발랄하고 밀짚색의 머리카락과 크게 뜬 푸른 눈은 반짝여서 꼬마 광대가 까르르 웃을 때면 요란한 음악과 어우러진 빛이 부서진다.

 

천막의 사람들은 꼬마 광대가 넘어지거나, 실수를 하거나, 물을 뒤집어쓸 때마다 목소리의 높아짐과 낮아짐, 표정의 변화, 손가락 끝까지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와아 소리내어 웃거나 꺄악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귀여운 광대가 몸을 늘리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 인기있는 쇼는, 단장이 그 화이트 클라프라는 것에 힘입어 연일 상승세를 탔다.

 

마지막으로 팔을 쭉 늘려 인사하자 위에서 관중들이 던지는 꽃이 쏟아졌다.

 

고마워요!”

 

꽃 한 다발을 들고 휙휙 휘두르고 퇴장하자 뒤에서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터졌다.

 

꼬마 광대.

 

라이샌더는 천막 문을 나섰다.

 

조명 아래에서 어두운 복도로 나가면서 반짝이는 푸른 눈은 가라앉고 활짝 웃음 짓던 발그레한 뺨도, 입술도 서서히 하얗게 질리며 표정을 지워갔다.

 

잘 만든 인형이래도 믿을 모습으로 눈조차 깜박이지 않으며.

 

너 숙소를 단장님이랑 같은 건물로 쓴다고? 좋겠다~’

 

역시 인기인은 다르다니까

 

...라고, 뒤에서 수군거리던 소리도 있었지.

 

라이샌더는 어두침침한 복도를 걸어갔다.

 

자신의 방은 1.

 

안으로 들어가서.

 

품에 안았던 꽃다발을 책상 위에 던지고는 몸을 씻었다.

 

머리를 말리고 하얀 셔츠에 연한 갈색 반바지를 찾아 입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화이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방 입을게요.”

 

익숙한 일이라는 듯, 라이샌더는 맨몸에 셔츠와 바지만을 걸치고는 뒤로 돌았다.

 

루드빅은 뒤로 내민 그 양 손을 하얀 천으로 묶고 같은 천으로 눈을 가려 묶었다.

 

물이 뚝, 떨어졌다.

 

루드빅은 라이샌더가 던져놓은 수건을 집어다가 그의 머리에 대고 물기를 털었다.

 

아무리 머리가 짧아서 금방 마른다지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감기 걸립니다?”

 

재갈을 물리지는 않았지만 라이샌더는 대답이 없었다.

 

그를 안아들던 루드빅은 책상 위의 꽃다발을 보았다.

 

공단 천으로 묶은 그 끝에는 T.P가 새겨져 있었지만-

 

아마 이 꼬마는 보지 못하겠지.

 

화이트 클라프의 방은 3층의 맨 구석이었다.

 

그 방 앞에 맨발의 소년을 내려놓고 루드빅은 문을 열었다.

 

라이샌더는 그의 손에 끌려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화이트 클라프의 발 아래 내던져졌고 화이트 클라프는 그의 외알 안경을 떼어 조끼에 문지르고는 주머니에 넣었다.

 

귓가에 몇 마디 말을 소근거리면 라이샌더는 무릎으로 기어와서 화이트 클라프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아직도 세뇌를 쓰시는 겁니까.”

 

교육이 덜 되어서 말이지.”

 

화이트 클라프는 점잔을 빼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한참이나 갈 길이 멀어.”

 

큭큭 웃음을 참는 소리였다.

 

루드빅은 예의 그 웃음으로 답하고는 문에 기대섰다.

 

라이샌더는 이제 화이트 클라프의 무릎 위에 앉고 있었다.

 

자기인형 같던 하얀 피부가 연한 색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었는데 눈을 가린 천이 희어서 더욱 붉은 빛이 눈에 띄었다.

 

이봐, 자네.”

 

부르셨습니까?”

 

흥미가 있다면 자네에게도 알려주지. 키워드.”

 

화이트 클라프는 그에게 손짓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나 선량하고 존경받는 이가 이런 취미가 있다니 세상 일은 참 알 수 없지.

 

루드빅은 다가가 귀를 가까이했다.

 

- 착하게 굴면, 친구들을 돌려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