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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샹바레] 히카르도 안나오는 쌍충

2016. 1. 29. 02:20 | Posted by 호랑이!!!

미아, 뭐 해?”

 

오빠한테 보내는 편지 쓰고 있어! 마침 잘 왔다, 나 제대로 썼는지 봐줄래?”

 

, 나도 철자법은 잘... , 데샹! 이것 좀 봐줄 수 있어?”

 

미쉘은 지나치려던 데샹의 가운을 잡았다.

 

나 바빠.”

 

잠깐이면 돼.”

 

까미유는 미쉘을 내려다보다가 미아가 쓰는 편지를 받아 철자를 고쳐 주었다.

 

여기서 ai가 아니고 y, 여기도... 여기는...”

 

그 때 문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 바빠, 너 바빠, 서로 바쁜 사람인데 불러놓고 한가하게 굴기는.”

 

잠깐이면 돼.”

 

내가 너한테 내줄 수 있는 시간은 30분까지야.”

 

문가 그늘에 몸을 숨긴 채 탄야는 마치 유치원 선생님 같다고 킥킥 웃었다.

 

낮고 신경질적인 웃음소리가 분명 기분이 좋아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까미유는 마저 여기, 여기라고 급하게 짚어준 뒤 저만치에 딸린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웃기지, 그 애는 더 이상 편지를 받아 볼 상태가 아닌데 여동생이 열심히 편지를 쓰고 있다니까.”

 

까미유는 책상 너머에서 서랍을 열어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일 얘기나 할까?”

 

만인의 자상한 의사 선생님, 까미유 데샹이 감동받아 손수 편지를 봐줄 만큼.”

 

네가 의뢰한 건 이미 했어. 그 애 오빠를 죽지 못하게, 그러나 살지도 않게. 그러니까 네가 맡은 일을 할 차례잖아?”

 

까미유가 아무렇지 않게 평소의 매끄러운 목소리로 점잔을 빼며 탄야 앞으로 종이를 내밀자 탄야는 후후 웃더니 갑자기 힘을 주어 책상을 쾅 내리쳤다.

 

책상이 덜컹였고 탄야의 주위에서는 눈에 보일 정도의 어두운 보라색 독기가 물결을 이루어 위협적으로 물씬 피어올랐다가 스르르 가라앉았다.

 

까불지 마, 긴 경고는 필요없겠지.”

 

흐름을 바꿀 힘을 찾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비용에 대비해서 결과 산출이 나쁠까봐 쓰지 않는 방법일 뿐이지.”

 

그래, 네가 너의 그 작은 친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까미유의 입매가 불쾌하다는 듯 끝이 내려갔다.

 

네 충직한 친구가 날 찾아왔었지, 불과 며칠 전에 말이야.”

 

그건 그냥 내 불량품 중 하나에 불과해.”

 

나한테 딱 한 마디 하더군. ‘물러서라고.”

 

내 알 바 아냐.”

 

탄야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치 내가 기른 어둠의 능력자 군대를 써서 널 괴롭히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야.”

 

저 말은 협박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었다.

 

그것은 까미유의 눈에 꽤나 명백했다.

 

그리고 능력자들이 괴롭힐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탄야는 까미유가 내민 종이를 받아서는 부채라도 되는 것처럼 제 입가에 대고 웃었다.

 

난 항상 그렇게 충직한 도베르만이 갖고 싶었어. 어린것들보다야 물들이는 것이 힘들겠지만... 여유를 갖고 천천히, 느긋하게 한다면... 후후후.”

 

“...할 일부터 빨리 하는게 어떨까, 시뇨라?”

 

그래, 이만 가볼게.”

 

탄야는 소리없이 문을 열고는 한 발을 밖으로 뺐다.

 

내가 없는 동안, 그 애를 잘 보살펴 두라고. 이래봬도 꽤나 아끼고 있거든.”

 

흘끗, 시선이 밖에서 편지에 꽃이며 나비를 그려넣는 소녀에게 닿았다.

 

그리고 네 강아지 말인데, 교육을 좀 시켜놓는게 쓰기 편할거야.”

 

히카르도를 사용할 일은 없어.”

 

어떨까.”

 

디딘 곳마다 검게 반짝이는 보라색 액체가 머물렀다가 이내 수증기로 변하여 사라졌다.

 

까미유는 눈가에 걸친 색유리 너머로 여유롭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