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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라이화클] 서커스의 숙소에서

2016. 2. 22. 00:28 | Posted by 호랑이!!!

짝짝! 와 대단해요!”

 

공을 돌리면 실패해서 아래로 떨어지고 외발자전거를 타더라도 넘어지고 구르고.

 

웃으면 안 되는 어릿광대이지만 목소리는 발랄하고 밀짚색의 머리카락과 크게 뜬 푸른 눈은 반짝여서 꼬마 광대가 까르르 웃을 때면 요란한 음악과 어우러진 빛이 부서진다.

 

천막의 사람들은 꼬마 광대가 넘어지거나, 실수를 하거나, 물을 뒤집어쓸 때마다 목소리의 높아짐과 낮아짐, 표정의 변화, 손가락 끝까지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와아 소리내어 웃거나 꺄악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귀여운 광대가 몸을 늘리는 능력을 보여주는 이 인기있는 쇼는, 단장이 그 화이트 클라프라는 것에 힘입어 연일 상승세를 탔다.

 

마지막으로 팔을 쭉 늘려 인사하자 위에서 관중들이 던지는 꽃이 쏟아졌다.

 

고마워요!”

 

꽃 한 다발을 들고 휙휙 휘두르고 퇴장하자 뒤에서 박수소리가 요란하게 터졌다.

 

꼬마 광대.

 

라이샌더는 천막 문을 나섰다.

 

조명 아래에서 어두운 복도로 나가면서 반짝이는 푸른 눈은 가라앉고 활짝 웃음 짓던 발그레한 뺨도, 입술도 서서히 하얗게 질리며 표정을 지워갔다.

 

잘 만든 인형이래도 믿을 모습으로 눈조차 깜박이지 않으며.

 

너 숙소를 단장님이랑 같은 건물로 쓴다고? 좋겠다~’

 

역시 인기인은 다르다니까

 

...라고, 뒤에서 수군거리던 소리도 있었지.

 

라이샌더는 어두침침한 복도를 걸어갔다.

 

자신의 방은 1.

 

안으로 들어가서.

 

품에 안았던 꽃다발을 책상 위에 던지고는 몸을 씻었다.

 

머리를 말리고 하얀 셔츠에 연한 갈색 반바지를 찾아 입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화이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방 입을게요.”

 

익숙한 일이라는 듯, 라이샌더는 맨몸에 셔츠와 바지만을 걸치고는 뒤로 돌았다.

 

루드빅은 뒤로 내민 그 양 손을 하얀 천으로 묶고 같은 천으로 눈을 가려 묶었다.

 

물이 뚝, 떨어졌다.

 

루드빅은 라이샌더가 던져놓은 수건을 집어다가 그의 머리에 대고 물기를 털었다.

 

아무리 머리가 짧아서 금방 마른다지만, 제대로 하지 않으면 감기 걸립니다?”

 

재갈을 물리지는 않았지만 라이샌더는 대답이 없었다.

 

그를 안아들던 루드빅은 책상 위의 꽃다발을 보았다.

 

공단 천으로 묶은 그 끝에는 T.P가 새겨져 있었지만-

 

아마 이 꼬마는 보지 못하겠지.

 

화이트 클라프의 방은 3층의 맨 구석이었다.

 

그 방 앞에 맨발의 소년을 내려놓고 루드빅은 문을 열었다.

 

라이샌더는 그의 손에 끌려서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화이트 클라프의 발 아래 내던져졌고 화이트 클라프는 그의 외알 안경을 떼어 조끼에 문지르고는 주머니에 넣었다.

 

귓가에 몇 마디 말을 소근거리면 라이샌더는 무릎으로 기어와서 화이트 클라프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아직도 세뇌를 쓰시는 겁니까.”

 

교육이 덜 되어서 말이지.”

 

화이트 클라프는 점잔을 빼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한참이나 갈 길이 멀어.”

 

큭큭 웃음을 참는 소리였다.

 

루드빅은 예의 그 웃음으로 답하고는 문에 기대섰다.

 

라이샌더는 이제 화이트 클라프의 무릎 위에 앉고 있었다.

 

자기인형 같던 하얀 피부가 연한 색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었는데 눈을 가린 천이 희어서 더욱 붉은 빛이 눈에 띄었다.

 

이봐, 자네.”

 

부르셨습니까?”

 

흥미가 있다면 자네에게도 알려주지. 키워드.”

 

화이트 클라프는 그에게 손짓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나 선량하고 존경받는 이가 이런 취미가 있다니 세상 일은 참 알 수 없지.

 

루드빅은 다가가 귀를 가까이했다.

 

- 착하게 굴면, 친구들을 돌려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