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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의 엑소시스트] 사역마로서

2015. 12. 17. 14:16 | Posted by 호랑이!!!


사역마.



사역하는 악마.



사역.



~를 부리어 일을 시킴.



악마.



우리의 적대자.



혹은.



불의 등으로 유혹하는 존재.



사역마.



'우리'가. '부리'는. 



사역마.



'부려지는' 존재.



사역마.



'함께하는' 존재.








"아- 좋다."



사는것은 즐겁다.



분홍색으로 염색한 덕에 시선을 끄는 것도.



어릴적부터 함께인, 도련님과 함께 다니는 것도.



여기저기 여자아이들에게 대시하는 것도.



마치, 인생은 사랑으로 가득찬 것 같다.



사람과의 데이트가 싫증나면 편의점에 들어가 외설적 내용이 들어찬 빨간 책이라도 사오면 된다.



대신, 데이트도 빨간 책도. 그 안에서 웃는 나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관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즐길 수 없으니까.



웃는다고 즐기는 것이 아니듯, 사랑하지 않아도 데이트는 할 수 있다. 심지어 그 이상의 것도.



아니면, 나의 경우엔. 



오랫동안 함께 있다보면, 정이 들고.



사랑에서 정으로 바뀌듯, 그 역순도 가능하고.



"뭐가 좋노."



"수영복이예, 수영복. 역시 수영 수업은 좋구마-"



"렌조!"



거짓말.



거짓말에 당황하는, 그 당황함을 감추기 위해 화내는 누군가.



이번에만큼은, 이 누군가와 함께있을때는 뒤로 물러서지 못하고 끌려드는 나.



이것 역시 사랑이구나, 하고 자각해버리는 나.



너무나도 바보같아서, 정말 기뻐서 웃을 수밖에 없는 이런 현실.



"도련님."



"...뭐고."



"사역마가 셋."



"...엉? 무슨 말이야, 뜬금없이."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는 절의 다음 주인.



그것도, 다음 주지를 낳아야 하는 몸.



차라리 내가. 부려지는 악마였더라면.



그랬더라면, 아예 이런 감정을 품지 않았을까.



"도련님. 사는건 참 즐겁지 않심까."



"온 세상이 러브라인으로 보이는 네나 즐겁제."



즐겁다.



방과후, 혹은 주말마다 하나, 둘, 셋, 넷까지도 이어지는 데이트의 연속.



그저 웃고만 있으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누군가를 생각하지 않아도, 머릿속이 무거워지지 않아도 되는.



가장 소중한 것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이러한 일과.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는.



가장.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는.



"...아아, 즐겁다."



생각하지 마.



함께 있는 것은 주종관계로도 충분하니까.



그래, 그러니까 우리의 관계는 사역마와 그 주인.



그 정도면 되니까.



제발, 이 이상은 생각하지 마.



"정말, 사는건 즐겁네요."



가장 소중한 것은, 뒷전으로 밀어버리는. 이러한. 나의. 삶.



즐거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