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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이글] 그 사람을 떠올리는

2016. 1. 26. 02:35 | Posted by 호랑이!!!

빅터의 키가 컸다.

 

처음에 보았을 때보다 적어도 몇 피트는 더 커서 이젠 이글이 올려다 보아야 할 정도였다.

 

머리는 어른스러워 보이려는 듯 짧게 잘라 뒤로 넘기고 공성전의 상처가 뺨에 남아서 마치 누군가를 연상케 한다.

 

빅터는 러닝셔츠에 겉옷 하나만 걸친 그 큰 몸을 카페테리아의 야외 테이블의 작은 의자에 구겨앉아서는 어릴 적에는 써서 싫다는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이글은 새삼 어릴 적의 얼굴을 그의 위에 겹쳐 보다가 가느다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식사는 하고 다녀? 좀 마른 것 같은데.”

 

그러는 형은 담배까지 피면서. 몇 파운드는 빠진 것 같아.”

 

피자라도 시켜 줄까?”

 

됐어.”

 

이글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는 길게 연기를 뱉었다.

 

빅터는 그 연기들이 제 가까이로 오지 못하게 하며 남은 커피를 마셨다.

 

눈동자를 굴려 이글의 혓바닥이 사탕 막대라도 물듯 가는 막대를 감싸 입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콜록, 콜록!”

 

보지 않은 척 시선을 돌리다가 사례가 들리자 이글이 깔깔 웃었다.

 

그래, 이럴 때 난 네가 귀엽더라고.”

 

이글은 빅터의 손에서 빈 잔을 빼앗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귀여운 거겠지.”

 

내가 연상시키는 누군가.

 

빅터가 노려보자, 이글은 배실배실 웃음을 띄웠다.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그래, 그 표정도야.”

 

“...”

 

이글은 커피자욱이 남은 빅터의 옷을 잡아당겼다.

 

내 집에 가서 세탁할까? 더러워졌는데.”

 

빅터가 그를 내려다보면서 인상을 쓰자 이글은 샐쭉 웃으며 담배를 재떨이에 꾹 눌러 껐다.

 

자리에서 일어나 집 쪽으로 걷다가 이글은 그를 툭 쳤다.

 

벌써 몇 년이나 되었는데 포기 못 했어?”

 

아직 몇 년밖에 안된거야.”

 

이글은 그 답에 다시 깔깔 웃으며 길쭉하고 가느다란 새 담배를 꺼내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