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의 키가 컸다.
처음에 보았을 때보다 적어도 몇 피트는 더 커서 이젠 이글이 올려다 보아야 할 정도였다.
머리는 어른스러워 보이려는 듯 짧게 잘라 뒤로 넘기고 공성전의 상처가 뺨에 남아서 마치 누군가를 연상케 한다.
빅터는 러닝셔츠에 겉옷 하나만 걸친 그 큰 몸을 카페테리아의 야외 테이블의 작은 의자에 구겨앉아서는 어릴 적에는 써서 싫다는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이글은 새삼 어릴 적의 얼굴을 그의 위에 겹쳐 보다가 가느다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식사는 하고 다녀? 좀 마른 것 같은데.”
“그러는 형은 담배까지 피면서. 몇 파운드는 빠진 것 같아.”
“피자라도 시켜 줄까?”
“됐어.”
이글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끼고는 길게 연기를 뱉었다.
빅터는 그 연기들이 제 가까이로 오지 못하게 하며 남은 커피를 마셨다.
눈동자를 굴려 이글의 혓바닥이 사탕 막대라도 물듯 가는 막대를 감싸 입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쳐다보다 눈이 마주쳤다.
“콜록, 콜록!”
보지 않은 척 시선을 돌리다가 사례가 들리자 이글이 깔깔 웃었다.
“그래, 이럴 때 난 네가 귀엽더라고.”
이글은 빅터의 손에서 빈 잔을 빼앗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귀여운 거겠지.”
내가 연상시키는 누군가.
빅터가 노려보자, 이글은 배실배실 웃음을 띄웠다.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그래, 그 표정도야.”
“...”
이글은 커피자욱이 남은 빅터의 옷을 잡아당겼다.
“내 집에 가서 세탁할까? 더러워졌는데.”
빅터가 그를 내려다보면서 인상을 쓰자 이글은 샐쭉 웃으며 담배를 재떨이에 꾹 눌러 껐다.
자리에서 일어나 집 쪽으로 걷다가 이글은 그를 툭 쳤다.
“벌써 몇 년이나 되었는데 포기 못 했어?”
“아직 몇 년밖에 안된거야.”
이글은 그 답에 다시 깔깔 웃으며 길쭉하고 가느다란 새 담배를 꺼내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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