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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쿠로츠키] 성격 나쁨

2016. 1. 17. 23:45 | Posted by 호랑이!!!

“무슨 일이야?”

 

“매일같이 보러 오라고 문자 한 것은 그냥 해 본 소리였나요?”

 

오늘도 삐뚜름하네.

 

쿠로오가 웃었다.

 

오늘은 모처럼의 훈련 없는 주말이고 카라스노도 그 날 휴일이라고 들었다.

 

어쨌거나 문자라면 매일(일과를 마친 후 11:00~12:00) 하고 있으니까.

 

내가 찾아갈까 네가 찾아갈까 말은 자주 했었고 평소에는 쿠로오가 부활동이 없는 날 찾아가곤 했는데 츠키시마가 찾아온 것은 처음이다.

 

“츳키~가 와준 것은 처음이잖아. 기뻐서 그래.”

 

쿠로오는 히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 웃음 기분 나빠요.”

 

츠키시마는 팩 고개를 돌렸고 쿠로오는 어딘가 열오른 그 뺨을 쿡 찔렀다.

 

“오는 길에 더웠지? 찬 거 먹으러 가자.”

 

“근처 명물이라도 맛보여주는 건가요?”

 

“그, 잠깐만.”

 

쿠로오는 냉큼 핸드폰을 켰다.

 

켄마? 나 쿠로인데 이 근처에 괜찮은 가게가-

 

라고 문자를 보내는데, 츠키시마가 그의 팔을 잡았다.

 

“맥도날드로도 충분해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멀리까지 와 줬는데.”

 

쿠로오는 이쪽이라며 앞장서 걸어갔다.

 

깨끗한 내부에 시원한 에어컨과 사람들이 북적여서 어쩔 수 없는 소란스러움.

 

가지각색 음식이 기재된 메뉴판과 저 멀리에 보이는 많은 음료수병.

 

“패밀리 레스토랑이잖아요.”

 

“쿠로오씨 매일 학교랑 부활이랑 집만 왔다갔다해서 맛있는 가게 하나도 모른답니다. 그러니까 봐줘.”

 

덩치도 큰 사람이 뺨을 테이블에 붙이고 귀여운 척 올려다 보는 것에, 츠키시마는 부러 인상을 찌푸렸다.

 

“귀여운 척은.”

 

“그래도 방금은 귀엽다고 생각했지?”

 

츠키시마는 인상을 팩 썼다.

 

“전혀요!”

 

솔직하지 못하긴, 다 보인다니까.

 

쿠로오는 히죽히죽 웃었다.

 

처음은 패밀리 레스토랑, 영화도 보고 길거리에 나온 노점상에서 가방에 매달 수 있는 스트랩도 샀다.

 

츠키시마가 남자 고등학생이 무슨 커플 스트랩이냐면서 툴툴대다가도 역시나 마음에 들었는지 하나 더 사서 주머니에 넣는 모습에 쿠로오는 웃음이 나왔다.

 

“자고 갈래?”

 

“사양할게요, 낼모레 쪽지 시험이 있어서.”

 

역으로 데려다 주겠다며, 쿠로오가 따라갔다.

 

평소라면 혼자 갈 수 있어요, 라면서 찡그렸을 테지만 왠지 오늘은 고마워요 하면서 허가해주기도 했고, 쿠로오의 기분은 꽤나 좋았다.

 

마지막 기차 시간에 맞춰서 역으로 가서 표를 끊고 벤치에 앉아있다가 츠키시마한테 헤실거린다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말로,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분 거야? 여기까지도 와 주고, 어울려도 주고.”

 

기쁘네~ 라고 했더니 쑥스러운 지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때마침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여서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이 짐을 챙기거나 하여 분주한 틈을 타 짧지만 꼭 끌어안기도 하고.

 

그러다 기차에 타기 직전, 츠키시마가 작게 속삭였다.

 

“...야마구치가, 찾아가라고 해서.”

 

“...뭐?”

 

츠키시마는 기차 안으로 쏙 들어가버렸고 쿠로오도 뒤따라 들어갔다.

 

“다른 남자가 나한테 가랬다고 지금까지 오지 않다가 바로 온 거야?”

 

“다른 남자라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이잖아요.”

 

“말 돌리지 말고.”

 

“그보다 곧 문 닫길 텐데, 빨리 나가는 편이 좋잖아요?”

 

그 말에 쿠로오는 문 쪽을 보았다가 잠깐만요!를 외치며 서둘러 내려서는 창가 자리의 츠키시마가 보이는 곳 까지 달려갔다.

 

벌써부터 츠키시마의 핸드폰에는 메시지가 왔다며 불이 반짝반짝 쉴새없이 켜지고 있었다.

 

그러나 츠키시마는 보란 듯이 헤드폰을 끼고 창 너머의 쿠로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야, 츳키!”

 

역이 멀어지면서 창문의 바깥은 어둑해졌다.

 

창 밖으로 쿠로오의 모습이 보이는 대신 츠키시마 그 자신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놀랍게도, 웃고 있다.

 

‘야마구치가 들으면 성격 나쁘다고 또 한 마디 들을지도 모르지만’

 

쿠로오씨가 질투해 주는 것은 꽤나 기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