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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unt 엔리코 다 라벨] 새 애완 인간

2016. 1. 24. 01:07 | Posted by 호랑이!!!

옴브레.”

 

엔리코는 제가 손수 만든 침대 위에 앉아있는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침대는 다리를 반틈 잘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낮아서 무릎을 꿇어 앉으면 그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에 새로 잡아온 사람.

 

짧고 산뜻하게 자른 빨간 머리카락에 끝이 고양이의 것처럼 올라간 검은색 눈을 가지고 있었다.

 

보기에 따라 사납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엔리코의 금갈색 머리카락은 태양 같고 파란색이 섞인 진한 초록색 눈은 끄트머리가 처져 순수하고 순한 모습처럼 보였다.

 

긴 머리를 묶어낸 엔리코는 그의 뺨을 만지다가 손톱을 세워 긁었다.

 

옴브레, 대답.”

 

“...”

 

이 인간을 잡아온 것은 벌써 한 달쯤 지났다.

 

지하실에 인간을 잡아와 기르는 것은 수십년째 반복되는 일이지만 최소한의 생필품 외에 물건이 더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원래 있던 물건들은 옷, 신발, 책상 위에 놓인 동화책 몇 권, 한구석에 둔 게임기와 물주전자 정도였는데 어느샌가 이 지하실에 물건이 늘어나고 있었다.

 

저 방의 구석자리에는 목검이 생겼고 요리와 책만 놔두기에는 너무 넓었던 수제 식탁에는 체스판이 놓였다.

 

“...뭐 어때, 그보다 이것 봐. 오늘 널 위해 가져온 거야.”

 

엔리코가 꺼내든 것은 가장자리가 닳아 낡은 감이 있었지만 꽤나 소중하게 보관을 잘 한 검은 가죽 목걸이였다.

 

목걸이는 목에 딱 달라붙는 쵸커였는데 그 가운데에는 작은 십자 오팔이 박혀 있었다.

 

걸어 줄게.”

 

그 사람은 슬슬 반항을 포기하게 되었고 엔리코는 뒤로 돌아가 다정스러운 손짓으로 그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 조였다.

 

너무 조이지 않는 적당한 길이로 조이고는 앞으로 돌아와 감상이라도 하듯 위 아래로 훑어보고는 정말 기쁘다는 듯 활짝 웃었다.

 

좋아, 마음에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