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티엔은 일주일 치의 방값을 더 지불했다.
재단에 연락했더니 당장 달려오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마틴이 애써서 진정시켰고 하랑은 약에 적응했는지 약 전에 죽이라도 먼저 먹었다.
티엔과 마틴은 우편으로 받은 서류를 처리하거나 전화기에 매달렸고.
그렇게 첫 히트가 일어난 후 사흘이 지나고 하랑의 열이 가라앉았다.
하랑의 뱀, 개, 쥐, 호랑이는 며칠 아픈 하랑의 곁에 있는가 싶더니 몸이 나아진 것 같자 새로운 환경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고 티엔은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방바닥에서 작은 동물의 뒷덜미를 집어 치우는 것 같은 행동을 간혹 했다.
하루이틀은 그러려니 했지만 그게 사흘이 되자 티엔은 하랑의 방문을 열어젖혔고 잘만 자던 하랑은 난데없는 방문에 억지로 눈을 비벼 떴다.
“뭐요?”
“나가라.”
남의 방에 와서 갑자기 축객령이라니?
뭘 잘못 들었나?
하랑은 다시 물었다.
“뭐요?”
“나가라고 했다.”
이 양반이 미쳤나, 뜬금없이 왜 와서 이런담.
자신이 마틴 형도 아니고, 아니, 마틴 형도 모르는 그의 마음을 어떻게 안다고 이렇게 다짜고짜인지.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말도 사나워질 수밖에 없었다.
“뭐요.”
시비같은 어투에 티엔도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나가-”
“정티엔, 그렇게 말하면 남이 어떻게 알아요?”
동년배라고 종종 홀든네 첫째를 만나더니 말투까지 옮았나, 하고 마틴이 운을 떼었다.
“요즘 티엔이 허공에 손질을 해서...”
“...네 개나 쥐나 뱀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 때문이다. 바다 바다 했으니 나갔다 와라.”
“음... 혼자?”
“그래.” “저랑?”
티엔과 마틴이 동시에 말하더니 힐끗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랑.” “혼자-”
또 동시에 말한다.
“뭐냐.” “뭐예요.”
또 동시에.
이건 또 무슨 코미디인지 생각하다가 하랑은 작은 가방에 주섬주섬 노란 부적을 넣었다.
“우리 애들이랑 갔다 올게.”
“나도 같이 간다.”
“네, 저도!”
저 양반들 일이 급한 거 아니었나?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그야 저 사람들이 감당할 일이고.
좀 있자니 둘이 뭔가 가방을 들고 내려왔다.
하랑으로서는 굉장히 오랜만에 호텔 밖에 발을 디디자 쨍한 햇볕이 피부에 닿았고 방 안에서보다 강렬하게 바다 냄새가 난다.
이미 붉은 개들은 자기들끼리 뒤엉키고 장난치며 바다로 달려갔고 거대한 호랑이는 머리에 쥐를 얹고 발을 옮겼다.
은근슬쩍 다리에 감기는 청사도 모른척하며 하랑이 발을 옮기자 넓은 바다가 눈에 담겼다.
겨우 이런 것에 더는 설레지 않을 줄 알았는데.
하랑은 달려가 바다에 뛰어들었다.
“이하랑, 안된다!”
“하랑 군, 준비운동! 준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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