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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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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 심부름을 마치고 재단으로 돌아가던 하랑은 이상한 직감에 뒤를 돌아보았다.


좁다란 골목길을 희뿌연 남폿등이 밝히고 그보다 밝은 달 한 덩이가 덩그러니.


별다를 것 없는 골목 길이라 다시 뒤를 돌았다가, 하랑은 누군가의 맨가슴에 코를 부딪혔다.


"악!"


"그간 잘 있었습니까?"


"아 좀! 평범하게 오면 안 돼!?"


"습관이라."


어깨를 으쓱하는 그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보기 좋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더는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다.


루드빅은 하랑이 제 어깨 뒤를 넘겨다보는 것이 끝나기까지 기다렸다.


한참이나 손가락을 꼽아가며 이리 저리를 살펴보던 하랑은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섯."


"네에, 정답."


오늘도 참 잘했어요.


루드빅이 손을 내밀자 이하랑은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또 이상한 거 주려는 건 아니지?"


"아니거든요. 날 뭘로 보는 겁니까."


전번에는 죽인 사람에게서 가져온 커프스 단추를 주려고 했으면서.


하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루드빅은 하랑의 손 위에다 은박지로 싼 초콜릿 두 알을 떨어뜨렸다.


"저번에 당신이 기념품은 가져오지 말래서 그 짓은 더 안한다구요."


그거 꽤 소소한 취미였는데.


"그러다 진짜 빛의 속도로 가."


그것도 원한령 때문에.


"방금 그 말은 꽤 재미있군요. 산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죽은 사람이 대수겠습니까."


유들유들하게 넘어가려는 이 사람을 불만스럽게 올려다보자 푹신한 앞발이 하랑의 어깨에 얹혔다.


「네가 걱정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알어. 그렇지만 저 형씨한테 붙은 령들이 정말 죄를 짓게 할 수는 없잖어."


「아무데나 신경쓰고 다녔다가는 가뜩이나 짧은 네 명줄이 더 짧아질거다」


"으음..."


잠시 하랑이가 그러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루드빅은 하랑이 쳐다보는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네 옆에 있는 령하고 대화한 겁니까?"


령이라고 부르기에는 걸맞지 않지만 이 곳 언어에는 산군이라던가 하는 적절한 존경을 품은 말이 없었기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야 만다.


"내가 형씨 생각해서 말해주는 건데, 여름이라고 피서 가지 말고 위험한 짓 하지 말고..."


"당신 지금 누구한테 위험한 짓을 하지 말라고 하는지 알고는 있습니까?"


하지만 걱정받는 것은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요.


루드빅은 말대로 해주겠다며 발을 옮겼다.


"나한테 빚진 겁니다."


"빚은 그쪽이 졌거든."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하랑이 말했다.


이미 빈 골목길에다 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