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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8

2019. 5. 17. 12:45 | Posted by 호랑이!!!

 

몰래 빠져나갈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보호자들에게는 다행히도, 침대에 누워나 볼까 했던 하랑은 그대로 곯아떨어져 버렸다.

 

저녁시간을 지나고 아침도 거르고 토스트와 주스를 가져다 준 마틴이 아침에 놓고 간 음식이 그대로인 것에 비명을 지를 때까지나 말이다.

 

다시 잠들려고 했던 하랑을 마틴이 깨워 앉히고 티엔은 주방을 빌려 죽을 끓였다.

 

입에 넣다가도 잠들어 버려 마틴이 능력을 이용해 깨워야만 했지만 결국 한 그릇을 비운 하랑은 식사하느라 잠이 깼다며 눈을 비볐다.

 

네가 체력이 없으니까 그렇게 졸린 거다.”

 

마틴은 티엔의 옆구리를 콱 찔렀다.

 

잠이 조금 남아있던 눈꼬리는 홱 올라가고 하랑은 숟가락을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뭐냐.”

 

이 잔소리꾼.”

 

입가에 흐른 죽이나 닦아라.”

 

마틴은 냅킨을 들어 하랑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정티엔 바보멍청이.”

 

사부라고 불러야지.”

 

마틴은 투덜거리는 하랑을 내려다보았다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악 뭐야 형, 나 애 같다고 생각한 거지!”

 

. 가서 약 먹고 사탕 하나 먹고 양치질 하세요.”

 

약 먹으면 졸립단 말야!”

 

그럼 좀 자요. 재단에는 형이 말해둘게요.”

 

싫다고 칭얼거리는 하랑을 어르고 달래 마틴은 약과 물을 손에 쥐여주었다.

 

하랑은 약을 꿀꺽 삼키고 마틴이 가져다준 초콜릿을 하나 물고는 꿍얼거리면서 마틴의 가슴에 머리를 툭 기댔고 동시에 티엔의 눈썹 한 쪽이 불만스럽게 올라갔다.

 

이하랑, 나랑 마틴은 먼저 재단으로 갈테니까 너는 몸을 좀 추스르고-”

 

뭐어? 정티엔 지금 제정신입니까?”

 

!? !?”

 

성인 알파가 둘이나 붙어 수발을 들어야 할 이유가 있나? 베타가 직원인 호텔에 와 있으니 여기 맡겨두고 우리는 돌아가야지.”

 

당신은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하랑의 보호자 아닙니까, 책임지고 괜찮아질 때까지 돌볼 의무가 있어요.”

 

티엔의 눈가가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알파가 오메가에게 가까이 갔다가 한순간의 충동으로 어그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 있는 것 같나.”

 

하랑은 휙 티엔에게 시선을 옮겼다.

 

티엔은 이 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마틴을 보는 것도 아니고, 하랑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분노하고 있다.

 

“...우웩....”

 

정티엔 냄새나요.”

 

마틴은 입을 뻐끔거려서 하랑에게는 들리지 않게 무어라고 말했고 티엔은 푹 한숨을 쉬며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하랑의 붉은 개가 베란다 문을 활짝 열었고 환기가 되는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티엔에게서 흘러나온 페로몬이 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하랑은 입에 문 초콜릿을 마저 씹어 삼켰다.

 

이전이라고 알파의 냄새를 안 맡아본 것은 아니었고, 재단 내에서도 알파 냄새 같은 건 벽에 배길 정도로 많이 나지만 티엔이 감정상의 실수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페로몬(이라고 부르는)을 내보낸 적이 없었기에 낯설다.

 

냄새 뿐만이 아니라 사람까지도.

 

하지만 저 티엔이 저런 반응이라.

 

충동으로 뭘 어그러뜨리는데?”

 

티엔이 딱 잘라 말했다.

 

넌 알 거 없다.”

 

참 다정하기도 하지.

 

하랑은 마틴을 돌아보았지만 마틴도 고개를 저었다.

 

저는 몰라요.”

 

알았으면?”

 

말했겠죠.”

 

티엔이 돌아보았지만 마틴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하랑이 무서워하잖아요. 뭐든 말했을 걸요.”

 

“...”

 

뭐 든, 하고 마틴이 입을 벙긋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