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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키벨져] 립스틱

2015. 11. 11. 23:09 | Posted by 호랑이!!!

귀찮은 놈.”

 

벨져는 드물게 입술을 말아 이를 드러냈다.

 

사려문 이가 창백하고 어둑한 달 아래에서 번뜩 빛을 반사했다.

 

그의 몸 여기저기에는 핏자국도 상처도 보였고 옷도 찢어져 있었는데, 그가 벽에 기댄 앞에는 비교적 최근에 참전하기 시작한 안타리우스의 젊은 교주가 있었다.

 

손이 많이 가기도 하지!”

 

경박한 목소리, 벨져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들어올린 고개건만 턱이 잡혀 젖혀졌다.

 

제키엘은 씩 웃으며 입을 벌렸다가 손에 힘을 주어 억지로 벨져를 일으키다시피 해서 입을 맞췄다.

 

, -

 

억눌린 소리와 밀어내는 손의 움직임이 보였고 마침내는 무언가에 놀란 듯 제키엘이 입을 떼었다.

 

꽤나 앙칼지게 물린 듯 피가 배어나오는 입가를 손등으로 밀어 닦는 중 벨져가 몸을 일으키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그는 팔을 벌렸고 동시에 등에서 금속 가시가 뻗어나왔다.

 

그 가시에 몸이 걸린 벨져를 잡아 땅으로 누르며 제키엘은 이쪽을 죽일 듯 노려보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크크크큭, 그렇게 움직여대니 삐뚤게 묻지 않았나.”

 

미친놈.”

 

입가에 묻은 연한 청록색 도료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모양을 내다가 제키엘은 벨져의 목에 매달린 크라바트를 뜯어냈다.

 

평소에까지 입던 재킷 모양 경갑은 어디 가고, 흰 셔츠 차림인 것을 자락을 들자 못잖게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수치심에 몸이 작게 경련하고 움츠러드는 것을 제키엘은 그의 양 팔을 잡고 눌러 막았다.

 

겉모양은 유약해도 속은 그 눈빛만큼이나 강하지, 마음에 드는구나.”

 

어디, 처녀애처럼 구는 이 몸뚱아리를 물어뜯어도 똑같이 구는가 보자꾸나.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가시가 뻗어 벨져의 몸을 억눌렀다.

 

한 번 입술을 대고 느릿하게 색을 입술에 칠하고 다시 입술을 대고.

 

그 일련의 행동은 지나치게 느릿느릿해서 벨져의 정신이 긴장으로 아득해지는 것에 충분했다.

 

달 뜬 밤에 시작했던 것을 희부옇게 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에 끝내고 제키엘이 떠나도 벨져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그가 정신을 차리고 향한 곳은 기사단 거처가 아닌 다이무스가 쓰는 집이었다.

 

이 시간이면 없겠거니 하고 갔건만 예상 외로 다이무스는 신문을 읽을 때 사용하는 안경을 쓰고 집에서 서류를 처리하는 중이었고.

 

벨져는 이렇다 저렇다 인사를 건넬 생각도 않고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

 

다이무스는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안경을 벗으며 욕실 앞으로 갔다.

 

따듯한 물이 나오려면 좀 기다려야 할 거다.”

 

, 형아.”

 

저것도 부탁이라고.

 

다이무스는 제가 입는 옷 중에서 하얀 와이셔츠와 바지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것도 꽤나 클 텐데 아예 새로 사는 편이 낫지 않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욕실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펄럭 펄럭 옷이 떨어졌다.

 

쯔쯔, 아주 구르고 뛰고... 기사단이 벨져를 험하게 굴리는군.

 

안에서는 샤워기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다이무스는 페인트에라도 담갔던 건지 초록색과 파란색 사이의 서늘한 색으로 물든 와이셔츠를 들었다가 고개를 저으며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