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이제 더워지고 있었다.
말수 적은 피터라도 연합으로 들어올 때는 ‘더워’가 한 마디 추가되었고 빙결 능력자인 토마스나 루이스 곁에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간식으로 과자나 핫초콜릿 보다는 아이스크림이나 셔벗을 선호하는 사람도 늘어났고.
그러나 이글로서는 셔벗이나 능력자의 서늘함으로는 뭔가 만족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한여름이었으면 마음껏 살을 태우면서 땀을 흘릴 텐데, 뭐냔 말이다 이 애매한 날씨!
...이 말에는 지나가던 엘리가 ‘봄이야 봄!’이라며 지나갔지만.
이글은 이 때까지는 선선한 저택을 떠올렸다.
널찍하고 발코니로 이어지는 커다란 문을 열면 얼마든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데다 정원이며 구석구석에 녹음이 드리워졌지.
어쩌면 몸을 움직이느라 몸에 열 떨어질 일 없는 사람들을 위해 소소하게 꾸며졌을까.
...어쨌거나 저택이었다면 정원 가득하게 심어진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지만 트와일라잇 광장에는 울창하다고 부를 만 한 나무숲이 없었고, 때문에 이글 홀든은 다이무스 홀든의 집으로 찾아갔다.
다이무스의 집은 깨끗하다, 라고 말할 수 있었다.
잘 정돈되었다 정도로는 부족하고, 어딘가 지나치게 청결해서 사람이 사는 곳 같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보기만 해도 서늘함이 있다.
비록 침대와 책상, 옷장이 있는 작은 방이지만 침대는 꽤나 널찍하고 나뭇잎이 해를 가려줘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아아... 시원해...”
이글은 땀에 젖은 채 침대에 누우려다 마악 퇴근한 참인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던 다이무스의 눈총 아래 찬물로 몸부터 씻고, 샤워가운 하나만 입은 채 차게 식은 시트 위에 누웠다.
몸의 열기가 한풀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는 잘 말리라니까, 감기 든다.”
타박하면서도 다이무스는 쉴 참이라며 그 옆에 누웠다.
달그락, 얼음이 부딪히는 유리컵이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이는 소리만으로도 서늘하다.
눈조차 뜨지 않았지만 익숙한 체중이 푹신한 침대를 누른다.
이글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 좋다... 벌써부터 이렇게 더운데 이번 여름에는 정말 푹푹 찌겠어. 여름에는 매일 와야겠는걸? 맥주라도 한 캔 사들고... 형이 맥주를 마시던가? 형은 맥주보다는 와인 파였지? 그렇지만 형이 병맥주를 들고 마시는 건 왜인지 멋있을 거 같은데... 형, 듣고 있어? 형. 형, 다이무스 형아?”
“...듣고 있다.”
“아이구 그러세요, 뭘 듣고 계시길래 질문에는 대답도 없어?”
다이무스는 감았던 눈을 느리게 떴다가 이내 다시 감았다.
“너.”
“형은 참.”
이상하다니까, 하는 뒤의 말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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