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뭡니까?”
“뭐가.”
하루 종일, 외출했다 돌아오는 내내, 마틴은 피부에 달라붙는 것 같은 시선을 느꼈다.
처음에야 애써 모른척했지만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까지 이러니 아무리 사람 좋다는 말을 듣는 마틴이라도 한 소리 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쳐다봤잖아요.”
“내가 언제.”
“할 말 있으면 하시죠.”
“그런 거 없다.”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마틴은 기도 안 찬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면 그 불쾌한 시선 좀 치워 주겠어요? 당신의 열정적인 눈빛 같은 거, 받아도 기쁘지 않거든요.”
“쳐다보지 않았다니까. 나나 쳐다보지 마라.”
누가 누굴 쳐다봐?
하여간에 어이가 없어서.
마틴은 미간을 콱 구겼다.
“그럼 가는 동안 서로 바깥이나 보면서 가기로 하죠. 쳐다보면 당신의 이번 월급 절반은 제 거예요.”
“말을 걸면 자네 월급 절반을 내 걸로 하지.”
티엔과 마틴은 동시에 고개를 바깥으로 돌렸다.
바깥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또 가판대가 보이고, 그 중에는 특이한 모양의 조개 껍데기 같은 것도 있고... 저런 것도 파는 건가.
“마차 세워주게.”
티엔이 바깥에 대고 말하자 마차가 멈추었다.
“어딜 갑니까.”
그것도 소금물에 닿았다간 후회해야 할 정장을 입고.
“알 바 아니다.”
“한 번 정도는 살가운 대꾸를 해 주시죠.”
“자네는 누구나 상냥하게 만들 수 있으니 나 하나에게 굳이 연연할 필요가 없지 않나.”
“그 ‘나 하나쯤이야’라는 문장이 별로 좋지 못한 말이라는 건 알지요?”
티엔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가 바닷가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던 마틴은 얼마 안 있어 내려달라고 마부를 불렀다.
지금쯤이면 하랑이 자기 방으로 갔을까, 아니면 아직 방에 있을까, 고민하며 방 문을 열었다.
복도에 있을 때부터 어디에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더라니, 문을 열자 마치 봇물이 터지듯이 소리가 터져나와 커다란 갈색 봉투를 안고 있던 마틴은 휘청 몸이 기울었다.
“그러면 사부가 나 옮겨주던가! 기운이 안 나서 못 일어났단 말이야! 계속 잤다고! 배도 고프고!”
“알파들이 위험하다는 소리를 굳이 해야 아나. 소리 지를 기운은 있는 것 같으니 방까지 걸어갈 힘도 있겠지.”
문이 닫겼다.
“...하여간 변하지 않는군요.”
“...다녀왔어, 마틴 형.”
“어딜 갔다 이제야 오나.”
마틴은 하랑에게 다가갔고 하랑은 마틴이 앉을 수 있도록 조금 옆으로 물러났다.
“자아.”
갈색 봉투를 기울이자 안에서는 사탕 캔, 초콜릿 상자가 굴러나오고 약이 든 유리병도 하나 떨어졌다.
이게 안 나오네, 라며 마틴은 봉지 안에 손을 넣더니 흰색 리본이 달린 곰인형을 꺼냈다.
“...뭐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껴안고 자기에는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마틴은 쏟아지듯이 터져나오는 행복감, 혹은 감동을 온몸으로 맞았다.
털이 북실북실한 곰 인형은 하랑이 기껏해야 장난감 가게를 지나칠 때야 본 모양인데 꽤나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음에도 표정에는 변화가 없고 기껏해야 곰 앞발만 꽉 잡고 만다.
“아파질 것 같으면 계속 하나씩 먹어요. 약이 쓰니까 사탕이나 초콜릿도 하나씩.”
“물이랑 삼키는 거던데.”
“그래도.”
기뻐하고 있으면서.
마틴은 입가로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뭘 웃어.”
투덜거리는 목소리는 어딘가 쑥스럽게 들린다.
그런 것도 잠시, 누군가가 입을 열자 공기는 영점 아래로 떨어졌다.
사실은 말도 없었고.
그저 손을 내밀었는데.
그 손에는 산호, 조가비, 색이 짙은 고둥 따위를 이어 붙여서 만든 사람 모형이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하랑은 몸을 뒤로 빼었고, 그게 무엇인지 확인하고 나서는 의문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
마틴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 인간이 왜 나한테 뭘 주는 거지?’
‘심지어 이런 흉한 걸?’
티엔 역시 부동으로 모형을 쥔 손을 내밀고 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어색한 움직임으로, 하랑은 그 모형을 받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럼 나는... 이만 방으로 가볼테니까...”
그러자 티엔과 마틴이 동시에 대답했다.
“거기 얌전히 있어라.”
“나가기 전에는 둘 중 하나를 데리고 나가야 해요.”
그리고 둘은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가긴 어딜 나가.”
“싫다면 제가 보호자로 다녀올게요.”
둘이 정말 사이가 안좋다니까.
하랑은 거의 뒷걸음치다시피 해서 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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