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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다이글] 클론 이글과 이글이 만났다

2017. 3. 27. 19:10 | Posted by 호랑이!!!

황혼의 도시에도 밤은 온다.

 

유달리 어둡고, 빛이라고는 겨우 달밖에 없는 그런 밤이.

 

이상한 일을 조사하느라 시간이 늦어진 탓에 이글은 그 거리를 걷고 있었다.

 

자신을 사칭한 편지가 오질 않나, 갑자기 얼굴만 알던 사람이 아깐 왜 그랬어하고 말하지를 않나.

 

심지어는 엘리 꼬맹이가 아찌 머리 또 묶었네!’하고 알은체를 해 온다.

 

이 도시에서 수상쩍은 일을 한다면 역시 그 집단밖에 없지.

 

안타리우스, 뻔하다고.

 

그러나 목적이 뭘까? 하필 자신을 복제한 이유는?

 

걷다보니 문득 벽돌담에 엷은 빛줄기가 스쳤고 이글은 반사적으로 손을 내려 검을 꺼내 뒤돌았다.

 

아슬아슬하게, 찔러오는 검이 막혔다.

 

안녕, 원본.”

 

낯익은 얼굴에는 익숙하지도 않은 칼질로 억지로 긁어내린 것 같은 흉터가 있다.

 

이 정도는 막는군, 그래, 그래야지.”

 

이글은 검을 넣고 손을 들었다가 과장스럽게 마구 팔을 문질렀다.

 

으햐아, 목소리는 난데 벨져 형 말투잖아? 으엑 징그러! 아 소름끼쳐, 끼친다구!”

 

다른 이글은 드럼통 위에 걸터앉았다.

 

원본은 그렇게 행동하는군. 좋아, 다음번에는 그렇게 굴어 보지. 좀 더 답게.”

 

그래서, 나한테는 무슨 볼일인데?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더니, 진짜의 자리를 놓고 죽고 죽이고 싶은 거야?”

 

아직은 아냐.”

 

아까 그건 인사, 인사.

 

차갑고 느릿한 목소리로, 그 이글은 다리를 느릿하게 흔들었다.

 

난 겨우 4개월이란 말이야,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지.”

 

그래서, 나는 궁금해.

 

왜 너의 가장 큰 관계는 블레이드... ‘큰형인지.

 

무슨 소리야?”

 

인간에게 커다란 관계란 가족과 애인이 주라고 하던데, 어째서 너는 그 커다란 관계를 한 사람에게 쏟아붓고 있는 거야?”

 

계란은 한 바구니에 쌓지 말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이상하다고.

 

어째서 둘 사이에는 그렇게 강한 믿음이 있고, 이해라는 것이 있고, 기타등등 많은 것이 있는 거지?

 

이게 사랑이야?”

보통 연인 간에는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나?”

그럼 는 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어? 그 사람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지?”

 

이글은 그 이글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붉은 장식 술, 낯익은 크기와 모양, 보는 것만으로도 무게를 알 것 같은.

 

공기의 긴장이 팽팽해진다.

 

피부에 닿는 감각이 예리해지고 시선이 따끔거리며 닿는 것이 느껴졌기에 다른 이글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희미한 달빛에 비쳐, 이글의 동공이 커지는 것이 보였다.

 

“...네가 형과 나에 대해 어떻게 알고 있어?”

 

, 기분 좋은 반응.

 

다른 이글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형이니까.”

 

이글의 검이 발사되듯 뻗어나갔다.

 

다른 이글은 재빠르게 드럼통을 걷어차고 자리를 피했다.

 

“...웃기지 마, 이 빌어먹을 호문클로스.”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이글은 한 단어씩 씹어 뱉었다.

 

난 그저 호기심이 많을 뿐이야. 모든 것이 궁금한 아기라니까.”

 

아기, 4개월짜리 아기라구.

 

그 이글은 낄낄 웃었다.

 

그러니까, 좀 빌려갈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알고 싶다구.

 

어째서 그 사람은 내 편지를 받고도 나오지 않았는지.

 

어째서 그 사람만이 단번에 나와 그를 알아보았는지.

 

어째서 그 사람에게 그렇게 짙은 관계를 느끼는지.

 

아아, 그 사람이 아니구나. -”

 

칼이 이글이 있던 곳의 뒤편 벽에 박혔다.

 

내 형이야. 이 살덩어리 자식이-”

 

뒤로 물러선 이글의 은발이 어둠 속으로 사그라들었다.

 

이젠 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