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스러움이란 뭘까.
하랑은 뛰어가는 아이를 멍하게 보며 생각했다.
정확히는 그 아이의 손에 들린 초콜릿 맛 우유를.
이럴 때 브루스 어르신이라면... 역시 우유가 아니라 고기를 먹어라! 라고 하려나.
릭 형씨는 나라별 초코 우유를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거 하나에 연연하지 않을 거고.
티엔은 애당초 초코 우유를 고르지도 않겠지.
마틴 형씨는 왠지 다른 가게로 가서 우유를 찾아볼 것 같고...
...어라?
하랑은 빈 매대 앞에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가 그 옆의 딸기 맛 우유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마틴 형씨는 베타일까 오메가일까?
시리얼 코너에서 하랑은 손에 초코 우유를 든 아이를 발견했다.
이 애도 자기처럼 초코 우유에 초코 시리얼을 먹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하랑은 마지막 남은 초콜릿 시리얼을 잽싸게 들어 올렸고,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불쑥, 아까의 생각이 하랑의 마음속에 다시 나타났다.
어른스러움이란 뭘까.
플라스틱 바구니에 시리얼 박스를 담으면서 하랑은 결심했다.
앞으로는 어른의 여유라는 것을 좀 가져보기로.
이번에는 사탕 쪽으로 움직이는데 마악 모퉁이를 돌다가 하랑은 마틴과 마주쳤다.
“마틴 형씨! 웬일이야?”
작은 병과 납작한 캔이 늘어선 앞에서 고민하던 마틴은 드물게도,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 살려고 그래?”
“아, 하, 랑... 저는요! 그...러니까...!”
당황하는 앞에서, 아까까지 어른의 여유를 가지기로 했던 이하랑은 여유를 저버렸다.
“헤어 제품은 왜? 왁스 바르게? 염색할거야? 난 형씨 지금 머리카락이 좋은데!”
마틴은 머리에 쓴 모자를 쥐어뜯듯이 움켜쥐고 내려 얼굴을 가렸다.
“저도, 안다구요. 그러니까... 하나 사려구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얼굴 새빨개진 거지?
마틴은 고개를 갸웃하는 하랑 앞에서 광고가 붙어있는 제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랑은 작은 병을 하나 집어들고 태그에 적힌 설명을 더듬더듬 읽었다.
“당... 신의 머리털... 보들... 찰랑?”
다소 절망적인 심정으로 마틴이 말했다.
“머릿결이라고 읽는 거예요.”
매일 티엔에게는 아둔하다 게으르다 마음에도 없는 타박을 듣고 있지만 하랑은 오히려 영민하다.
오히려 영악하다.
지금도 하랑은 그 팽팽 돌아가는 머리로 하나의 과거와 하나의 사실을 결합시켰고.
하나의 정답을 내놓았다.
“전에-”
“네 그거 맞아요.”
머리 만지게 해주겠다는 그거 때문에? 라고 말하기도 전에 마틴은 하랑의 입을 틀어막듯이 긍정해버렸고 하랑은 새삼 그의 능력이 편리하게 느껴졌다.
‘안... 지켜도 그만-인 약속 때문에... 이런 것까지 사서 관, ...뭐더라, 관리? 관리! ...를 한다니 대단한데!’
“좀 더 편하게 생각해도 읽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애써서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스르륵- 하고 생각... 생각해버리면 못 읽을지도... 모르잖아’
“글쎄요. 누가 저한테 이렇게 대놓고 읽으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오히려 그냥 생각하는 쪽이 빠를지도요. 그보다 sssrrrkk이 뭐예요?”
‘감기 같은 거 걸려서 말 못할 때 편하겠다’
“그런 때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야 기쁘지만...”
착한 사람이네.
하랑은 티엔 옆에서 수련하는 동안 마틴이 대신 기합을 질러주는 것을 상상했다가 키득키득 웃었다.
마틴도 짧게 웃음소리를 냈다.
여하간 머리를 만지게 해주겠다는 말에 이렇게 관리까지 해서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겠다니 이것도 약간 완벽주의자 같은 걸까.
정티엔하고 닮았네.
“...”
그러고보니 전에 정티엔이 마틴 형은 주위에 인기가 많다고 했지, 이래서인가, 설렐 뻔 했네.
“.....”
...어라? 그러면 정티엔도 그 성질머리만 좀 고쳐먹으면 인기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형이나 정티엔이나 둘 다 잘 생겼고, 능력도 있으니까...
“.........”
마틴과 티엔의 공통점으로 생각이 넘어가려는 찰나에 소리가 크게 울렸다.
꼬르륵.
“앗차 나 아직 아침 안 먹었지!”
“어서 가서 아침식사 해요.”
“응, 나중에 봐-.”
방금까지 생각하던 것을 털어버리고 하랑은 총총 계산대로 갔다.
티엔 정이랑 닮았다라.
그 뒷모습을 보던 마틴은 방금까지 살까 말까 고민하던 병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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