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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6

2018. 7. 4. 18:14 | Posted by 호랑이!!!

 

다음 날 아침, 하랑은 숨막히는 열기에 눈을 떴다.

 

목이 아픈가? 그렇지는 않고.

 

기침이 나오는 것 같지도 않고.

 

코가 막히나? 그렇지는 않고.

 

열이 나는데. 아픈 것 같은데.

 

어제 누운 그대로 잤는지 테라스는 활짝 열려 있고 짐가방도 그대로라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발에 가방이 걸려 넘어졌다.

 

무릎을 찧었지만 아프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고, 다만 마틴과 티엔이 있는 그 방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채운다.

 

당장, 문을 열고.

 

이 밖으로.

 

저 방으로.

 

바닥에 깔린 카펫은 부드러웠고 나무 바닥은 단단하지만 어느 곳을 밟아도 조금 시원한 것이 느껴질 뿐 발에 무언가가 닿는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고 있는데도 움직인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서 걷고 있다기보다는 물 속을 헤치고 가는 것 같다.

 

열이 많이 나서 그런가.

 

바다도 못 갔는데 아파지다니 아쉽다.

 

구겨진 셔츠에 헐거워진 바지 차림으로 비척비척 걸어가는데 어제는 분명 가깝게 보였던 방이, 그 방으로 가는 세 걸음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문 손잡이는 차갑다.

 

문도 차가울까.

 

이마만 살짝 대보려고 했는데 몸이 그대로 기울어서 문에 들이박았다.

 

무슨 일이냐.”

 

문이 벌컥 열렸다.

 

하얀 손이 쓰러지려는 하랑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으응? 하랑?”

 

낯익은 목소리에 하랑은 냉큼 방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마틴 형!”

 

나 아파, 열 나.

 

 

 

 

 

 

아침 일찍 눈을 뜬 것은 티엔이다.

 

여느 때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서 가볍게 몸이나 풀 겸, 하랑도 깨워서 산책이라도 한 후에 아침이나 같이 하자고 할 생각이었다.

 

물론 마틴은 그대로 재워 놓고.

 

바다 바다 그렇게 노래를 불렀으니 바닷가를 가볍게 뛰고 바닷물에 몸이나 담갔다가 오면 그래도 마음을 좀 풀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그간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이렇게 풀어주면, 매일 마틴 형, 마틴 형, 하는 녀석도 좀 생각을 바꿔먹을 것이다.

 

임무를 위해 배당받은 시간은 일주일이지만 오고가는 시간을 제하더라도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낼 수 있을 터이니 마지막 날에는 쉰다고 해야겠군.

 

다른 알파들이 그러듯이 이것저것 사 주며 흥청망청 놀기도 하고.

 

일단은 수영복을 한 벌, 샌들도, 코코넛 같은 것이나 또 뭐든 흥미를 보일 쓸데없는 것도.

 

어차피 조개껍데기나 조악한 장난감 따위를 쳐다보고 있겠지.

 

마지막으로 겉옷을 걸치는데 복도 건너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찍 일어난 모양이다.

 

잠자리가 맞지 않았거나, 아니면 악몽을 꿨다던가, 매일 아침에 운동을 시킨 보람이 있었거나 그 정도겠지.

 

정 잠자리가 맞지 않으면 같이 가서 자 준다고 할까.

 

문에 손을 대는데 가볍게 툭,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쾅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냐.”

 

늘상 하랑의 주위를 맴돌던 작은 기운들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문을 열면 항상 아침마다 보았던 하랑이다.

 

땋은 머리를 제대로 빗고 자지 않아서 삐친 머리가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고, 항상 입는 잠옷은 하얀 색, 구겨지고 몸에 감기고.

 

바깥에서, 남들에게 보여줄만한 것은 아닌 차림에 얼굴은 달아오른 그 모습은 갑자기 땅으로 푹 꺼진다.

 

놀라 몸을 잡고 일어서게 하자 그 몸은 비척비척 방 안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진한 향기가 코 끝을 스쳤다.

 

코 끝을 스친 향기는 하랑이 지나간 자리를 타고 짙어져 순식간에 방 안을 메웠다.

 

하랑...!”

 

처음으로 히트사이클을 맞은 오메가가.

 

침대로 뛰어든다.

 

마틴 형!”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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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19금은 미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