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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 사부

2015. 11. 11. 03:16 | Posted by 호랑이!!!

티엔은 양 팔 가득 과자를 안고 그랑플람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봉투나 바구니를 이용하면 그만일 것을 굳이 들어 팔에 안고 걷는 그는 그 복도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섰다.

 

언젠가는 사무실과 가까운 쪽에 있는 방을 썼지만 지금은 다소 사정이 생긴 터라 부득불 방을 옮기게 되었다.

 

주머니에 있는 열쇠를 찾아서 잠금쇠에 꽂아 돌리니 안에서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들렸다.

 

몸을 방 안으로 들여놓으니 아직 해도 지지 않았건만 커튼을 친 방이 어둡기만 했다.

 

나다, 하랑아.”

 

찰칵 스위치 켜지는 소리가 나고 갑자기 밝아진 방 때문에 눈을 깜박이는 사이 긴 머리를 내린 소년 하나가 덤벼들 듯이 품에 안겨온다.

 

과자나 좀 받아다오.”

 

이건 다 뭐야? 무슨 날이야?”

 

그냥, 네가 종종 과자를 한아름이나 사들고 와 먹이던 것이 생각나서 그랬다.”

 

하랑은 티엔의 팔에서 과자를 앗아들어 커다란 침대 위에 뿌리듯 놓았다.

 

조심성없이 아무렇게나 놓아서 몇 개는 바닥으로 떨어져 구르기도 했고.

 

티엔은 그 모습을 마냥 사랑스럽게 보다가 다가와 침대가에 앉았다.

 

머리를 땋고 있으래도.”

 

, ? 어차피 보는 사람이라고 해 봤자 티엔밖에 없는데.”

 

뭐하러 그런 손 가는 일을 하냐며 히히 웃는 얼굴을 내려다보는 티엔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가자 하랑의 표정에서도 서서히 웃음이 사라졌다.

 

“...아 알았어. 묶으면 될 거 아냐.”

 

하랑이 순순히 수긍하자 티엔은 한결 풀린 얼굴로 손짓해 불렀다.

 

이리와라, 땋아 주마.”

 

하랑은 티엔 앞에 앉아서 침대에 쌓인 과자 중에 하나를 골라 포장을 벗기고 입에 물었다.

 

티엔이 머리를 빗겨주는 동안 길쭉한 과자를 끝부터 톡톡 부러뜨려 먹다가 하랑은 언젠가 티엔이 주었던 책을 발끝으로 가리켰다.

 

티엔.”

 

뭐냐.”

 

책에서 그랬는데, 티엔처럼 이것저것 가르쳐 주는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른대. 그러면 나, 티엔을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야?”

 

움직이지 말라며 허벅지를 찰싹 때리고는, 티엔은 댕기를 들어 옆에다 놓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머리를 땋기 시작했다.

 

선생님보다는 사부가 좋겠구나.”

 

사부? 사부님?”

 

사부.”

 

사부, 사부 하며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연습하는 하랑의 머리를 땋아 댕기까지 드리워 주고는 티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부우- 어디 가?”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일하러 다녀오마.”

 

있지, 티엔.”

 

불을 끄면서 하랑은 결국 익숙하지 않은 단어 대신 이름을 불렀고 길게 땋아 내린 머리채 끝을 들어 흔들었다.

 

왜 이 댕기 쓰는거야?”

 

가보마.”

 

누군가가 바느질로 애써 찢어진 것을 잇고 천을 덧대거나 수를 이은 흔적이 있는, 그을리고 탄 자국이 있는 댕기.

 

그 댕기를 손에 든 하랑 앞에서 문이 닫혔다.

 

침대로 돌아가 엎드려서 과자를 깨문다고 벌어진 입 안, 혓바닥에 천칭 모양의 낙인이 언뜻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