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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4

2018. 1. 29. 13:43 | Posted by 호랑이!!!

 

가는 길은 멀어 기차를 타야 했다.

 

널찍한 시트의 한 쪽에는 티엔과 가방, 다른 쪽에는 마틴과 하랑이 앉아서 이따끔 창밖을 보거나 가져온 과자를 뜯거나 하던 중 티엔은 가방을 뒤져 무언가를 꺼냈다.

 

가는 길에 이걸 다 외워라. 틈틈이 시험 볼 테니 앞 장부터 읽어.”

 

뭐어? 이걸 다? 많다고!”

 

어차피 가는 길에 할 일도 없지 않나.”

 

하랑은 티엔이 손수 만든 영단어 한 묶음을 건네자 노골적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마틴 형- 도와줘-”

 

하랑이 마틴의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대자 이번에는 티엔의 미간이 콱 찡그려진다.

 

이하랑, 공부를 하면 당장 네 생활이 편해진다.”

 

그치만 이거 많은걸? 이 중에서 당장 쓰지 않는 단어도 많고. 쓰는 거라고 해도 기차 타고 가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이걸 다 외우래?”

 

촌음을 아껴서 공부를 하질 못할망정 많다고 투정이냐.”

 

그치만그치만그치만! 나 과자 먹고 싶고! 촌음을 아껴서 놀고 싶고!”

 

힘을 얻겠다던 녀석이 공부도 안 하고 뭘 한단 거냐.”

 

정 사부는 바보야! 정티엔 멍청이!

 

마틴은 하랑의 마음의 소리를 듣다가 웃고 말았다.

 

티엔 정.”

 

그렇게 운을 떼자마자 하랑에게서 내 편 들어줄 거지!’라는 강렬한 소리가 들려와 한 번 더 웃고.

 

물론 막아줄 생각이었지만 조금 짓궂게 굴고 싶어진다.

 

티엔 정이 준 단어는 몇 개인가요?”

 

“100개다.”

 

단어 하나 외우는 데 1분이면, 가는 데는 다섯 시간이니까 300개를 가져왔어야죠.”

 

마틴 형!? 너무해!”

 

하하, 농담이에요.”

 

펄쩍 뛰는 하랑을 당겨 다시 앉히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과자도 먹여서 살살 달래주고 하는데도 입이 댓발이나 나와 있다.

 

저 삐죽하게 튀어나온 입은 마음에도 없는 행동이지만 거기 또 넘어가서 마틴은 티엔과 이야기해서 가는 데 50, 오는 데 50개로 나누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하랑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헤헤 웃으며 마틴의 팔을 꼭 잡았고.

 

티엔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하랑을 쳐다본다.

 

독심술이 없어도 알 것처럼 뻔한 행동이라니 저 인간도 꽤나 인간답군요.

 

마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과자를 들어 하랑의 입에다 물려주었다.

 

하랑은 그 과자를 받아 깨물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과자를 와작와작 깨물어 급하게 삼켰다.

 

안 그래요.”

 

나 아직 말 안 했는데.”

 

말 안 해도 아니까 천천히 먹어요.”

 

티엔이 건네는 물을 마시고, 하랑은 입을 열었다.

 

알파들이 오메가 향을 맡아서 구분하는 게 아니야?”

 

그럴 리가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오메가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형은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 알겠지만...”

 

사람이 항상 자기 성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걸요. 게다가 좀 프라이빗 하지 않나요?”

 

남의 생각을 허락도 없이 읽어대면서 프라이버시를 따지는군.”

 

당신 참-”

 

무례한, 이라고 말하려다 마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파도 러트 기간이 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향을 맡을 수 없잖아요.”

 

나 그거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데, 어때?”

 

어린애한테는 자극이 세다.”

 

마틴은 그 말에 고개를 홱 들었다.

 

어린애? 어린애? 어린애애애애?

 

나 애 아니라니까.”

 

하랑을 걱정 좀 했다고 애 취급이라느니 실례라느니 하던 인간이?!

 

옆에서 물 한 병을 다 마신 하랑은 물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오겠노라며 쏙 사라졌다.

 

“...당신 지금 하랑을 애 취급 한 건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당신 아주 제멋대로라고 마틴이 말하는 그 시각, 하랑은 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그 김에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벽에는 안내 문구와 버튼이 플라스틱 덮개에 덮여 있었다.

 

보자... 만약에...? 당신의... suddenly... 그 날... 버튼을?”

 

다시 객실에 돌아오자마자 하랑은 단어장을 뒤적였다.

 

웬 일이냐.”

 

화장실에 sudden이라는 단어에 -ly가 붙은 단어가 있었어.”

 

화장실에?”

 

만약 당신의 소중한 그 날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거.”

 

갑자기 히트나 러트가 올 때 눌러주면 억제제를 가지고 베타 직원들이 도와주러 간다는 말이예요.”

 

히트나 러트 같은 말은 안 적혀 있었는걸.”

 

마틴은 회중시계를 만지작거리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히트사이클이나 러트에 대해서는... 그냥 말하면... 조금, 부적절하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럴거예요, 아마.”

 

영국인이라서 그런가보지.”

 

단어장에서 sudden을 찾아낸 하랑은 그게 뒤의 50개에 들어가자 이미 뒤의 sudden을 외웠으니 오늘은 앞의 49개만 외울 거라고 티엔에게 엄포를 놓았고, 그 말에 티엔은 이마를 감싸고 마틴은 소리죽여 웃었다.

 

그럼 앞쪽 49개를 어서 외우도록 해라.”

 

-.”

 

하랑은 단어장을 팔락팔락 넘기다가 무언가가 생각나자, 딴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 푹 빠졌다.

 

그러고 보니.

 

영국에 온 첫 날에.

 

선착장에 있던 수많은 그 사람들.

 

이하랑, 또 딴 생각하는 거냐.”

 

아냐 아냐, 제대로 외우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