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는 장을 봐 온 갈색 봉투를 식탁 위에 올렸다.
당근, 감자, 빵과 우유와 그 외 여러 가지 물건들.
그것을 하나하나 정리하던 웨슬리는 쓰게 웃었다.
“너무 많이 사 버렸군.”
불과 사흘 전, 카인은 레나를 회사 쪽에서 회수했다는 말에 회사로 가 버렸다.
돌아올 리 없겠지, 그렇게 바라던 일인데.
듣자하니 치료를 시작하는 것 같다고 한다.
웨슬리는 물건을 정리하고 집안을 청소하고 가진 총기를 손질했다.
불그스름하던 하늘은 서서히 어둑하게 변했고, 웨슬리는 주전자에 물을 담아 끓였다.
차 상자에서 티백을 꺼내 찻잔 하나에 담고 빈 차 상자를 바라보았더니 지끈, 하고 두통이 났다.
그리고 그는 제 몫으로 커피를 찾아 다른 잔에 담았다.
끓인 물을 붓고 설탕을 하나 떨어뜨려서 젓다보니 커피향과 옆에 둔 차 향이 진하게 흘렀다.
시계 한 번, 그리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익숙하기도 익숙한 새벽 3시.
앞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이 없으니, 앞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않으면 말이지만.
후우- 입김을 부니 차가워진 바깥의 기온 탓인지 창문이 하얗게 변한다.
손가락으로, 사선으로 줄을 그었다.
그러다 문득, 어둑한 창에 비쳐 보이던 무뚝뚝한 얼굴이 생각났다.
마치 그 얼굴을 지워버리듯, 웨슬리는 손바닥으로 창문을 문질러 닦았다.
“...하아...”
다시 입김을 불지만 방금 닦았던 곳이라, 그리 하얗게는 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내려 빈 자리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그는 커피잔을 들어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고 했다.
새벽 세 시.
모두가 잠들 그 시간에 누군가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만 나지 않았더라면.
현관으로 달려갔더니 익숙한 사람이, 한 손에는 작은 차 상자를 들고 있었다.
“...스타이거...?”
“...생각해보니... 차가, 떨어졌을 것 같더군.”
카인은 놀라서인지 가만히 서 있는 웨슬리, 그를 품으로 당겨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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