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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벨져] 하얀 눈

2018. 6. 27. 05:26 | Posted by 호랑이!!!

루이스는 종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종이쪽에는 언제나 건성인 사람이 썼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글씨로 주소가 적혀 있었고 그는 그 주소를 따라왔다.

 

종이의 주소는 한적하다 못해 적막한 촌구석이었다.

 

간판에 녹이 슨 식료품점과 문조차 지저분한 잡화점을 지나 마을 끝에 있는 집으로 가며, 루이스는 추천받은 대로 꽤 괜찮은 포도주 한 병을 샀다.

 

살 일이 드문 포도주 향을 맡아보곤 루이스는 이글이 건네준 잡화 꾸러미를 살짝 흔들어보았지만 깨지지 않게 천과 신문으로 싼 것인지 소리는 나지 않았다.

 

마을 끝의 집.

 

이 주소는 이글이 준 것이었는데, 이글이 잘못된 주소를 주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집을 본 순간 루이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정원은 황폐하고 경첩은 기름을 치지 않았는지 끼익 하는 불쾌한 소리가 나고.

 

집의 벽에는 덩굴이 올라가고 있고 문의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지고 색이 바래서...

 

폐가... 아니, 흉가?

 

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이질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돌길을 따라 집으로 가니 문은 잠겨 있었다.

 

정말 제대로 된 주소를 준 것인지 잠시 의심했지만 이글이 맡긴 열쇠로 문을 열었더니 삐그덕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고, 안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났다.

 

"이글? 늦었다."

 

집은 지나치게 작았다.

 

이 작은 마을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도 방이 네 개쯤 딸린 이층집에서 사는데.

 

이 집은 단층이다.

 

좁고 작은 부엌에 거실이라고 부를 만한 곳에도 난로와 소파에 다리 길이가 각각 다른 나무 테이블이 전부.

 

가장 안쪽에는 방이 하나 있었지만 열린 문틈으로 보건대 거실이나 부엌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다.

 

"늦었다니까, 빨리 이리로 와라."

 

루이스는 그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것은 아마도 침실인데, 가장 안쪽 벽에 침대가 붙어 있었고 그 옆으로 작은 탁자와 의자, 투박하고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침대는 철사로 만든 철사 침대에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시트를 깐 저급품이었는데 마치 어느 영화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벨져는 그 위에 앉아 있었다.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서, 얇고 하얀 잠옷 하나만 입은 채, 그 긴 머리를 빗어 늘어뜨리고.

 

지나칠 정도로 평소와 같았다.

 

뜬 눈동자가 흐릿하다는 것만 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