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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들

2018. 1. 30. 13:37 | Posted by 호랑이!!!

요즘은 이런 활동사진 같은 것이 아주 유행입니다! 한 번 보세요!”

 

...라며 집사가 건네준 것에는 손으로 쓴 듯한 라벨이 붙어 있었다.

 

“...활동사진이라.”

 

요즘에는 그거, 영화라고 한다?”

 

지나가는 다른 집사가 말하는 것을 보니 이걸 활동사진이라고 부르는 건 이 집에서는 저 집사, 바리톤밖에 없나보다.

 

퀸타페드는 더치스라고 쓰여진 것을 내려다보다가 어쨌든 재생을 해 보았다.

 

벽 한 면에 가득 차는 영상은 귀족의 로맨스 영화인 것 같았다.


주인공인 듯 한 귀족 아가씨는 삼십분 동안 어떤 못된 망나니에게 빠져서 사랑도 맹세하고 결혼도 맹세하고 귀한 보석도 주어버리는 일을 하고 마침내는 결혼도 하기 전인데 침대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그러고보니 이 영화에 빨간색 표시가 있었던 것 같기도.


재료가 남았다며 대량으로 만든 마도사 모양 쿠키에서 모자만 떼어 먹던 라는 얌전히 있던 꼬리를 한 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흔들었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아무리 전체이용가래도! 저렇게 대충 하다니,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요?"


페드는 화면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끓여놓은 향차를 한 모금 마셨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매일 애정을 담뿍 담은 일들을 하다보니 저 정도는 한참 모자라 보인다.


어쨌거나, 나중에 다 보면 테이프에 달려있던 빨간 스티커는 떼 둬야지.


이 집에서는 라가 생각하는 것만이 진실이다.












"드디어 말!"


"축하합니다."


잘했으니까 오늘 저녁에 칵테일을 살짝 얼려 드리지요.


안주는 미코테식 고기산적이랑 버섯산적이랑... 단 것으로는 무화과 바바루아를...


재료목록을 생각하느라고 입으로 중얼중얼 말하고 있는데 손이 꼬옥 잡혔다.


페드의 손이 아니고 라의 손이.


마치 자기 손이 잡힌 것마냥 펄쩍 뛰고 페드는 라의 손을 불타는 것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라의 손을 잡은 것은 림사 로민사의 작은 꼬마아이.


어디서 구르다가 왔는지 바짓단에는 풀물이 들어 있고 넘어져 구른 상처 따위가 있고 손바닥에는 꽃이 있다.


꽃.


하얀색, 급하게 왔는지 꽃잎이 몇 장 떨어져 있고 손에 너무 꽉 쥐였던 탓에 줄기가 곧 구부러질 것 같은, 꽃.


꼬마는 그 꽃을 내밀고 있었다.


"라!...씨!"


"..."


이 꼬마는 뭘 하려고 하는 걸까.


내려다보는 눈빛이 흉흉해지는데도 꼬마는 여전히 라만 쳐다보고 있다.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예쁘고, 천사같아! 요! 결혼! 해주세요!"


뭐라고.


노려보는 눈빛이 더 살벌해지더니, 페드는 어디론가 성큼성큼 가서 꽃다발 커다란 것을 가지고 왔다.


똑같은 하얀 꽃이지만 훨씬 송이도 크고, 급하게 다듬어온 가지를 직접 짠 베로 한 바퀴 묶은 것을.


"그거, 숨은 자원 아닌가요?"


"나는 전부, 다 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얼핏 점잔 빼는 듯한 목소리로 꽃을 내밀자 라는 꼬마 앞에 허리를 숙였다.


"나는 이미 저 사람이랑 살고 있거든, 그러니까 결혼은 할 수 없어."


페드는 그것 보라는 듯한 표정을 아이 쪽으로 한껏 지었다가 라 쪽으로 돌아서며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싹 지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라의 꼬리는 기분좋게 살랑였다.


"기분 좋아 보이네요."


"역시 나는 예쁘고 섹시해"


그런 말이라면 이미 하루에 다섯 번씩 해주고 있는데.


역시 좀 더 자주 해야겠지.


'그리고 역시'


페드는 마악 아파트 문을 열려고 하는 라 쪽으로 허리를 숙여서 안아들었다.


"새벽 쪽으로 말 해두십시오. 내일부터 당분간은 또 못 나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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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마틴/오메가버스] Mine 4

2018. 1. 29. 13:43 | Posted by 호랑이!!!

 

가는 길은 멀어 기차를 타야 했다.

 

널찍한 시트의 한 쪽에는 티엔과 가방, 다른 쪽에는 마틴과 하랑이 앉아서 이따끔 창밖을 보거나 가져온 과자를 뜯거나 하던 중 티엔은 가방을 뒤져 무언가를 꺼냈다.

 

가는 길에 이걸 다 외워라. 틈틈이 시험 볼 테니 앞 장부터 읽어.”

 

뭐어? 이걸 다? 많다고!”

 

어차피 가는 길에 할 일도 없지 않나.”

 

하랑은 티엔이 손수 만든 영단어 한 묶음을 건네자 노골적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마틴 형- 도와줘-”

 

하랑이 마틴의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대자 이번에는 티엔의 미간이 콱 찡그려진다.

 

이하랑, 공부를 하면 당장 네 생활이 편해진다.”

 

그치만 이거 많은걸? 이 중에서 당장 쓰지 않는 단어도 많고. 쓰는 거라고 해도 기차 타고 가는 시간이 얼마나 된다고 이걸 다 외우래?”

 

촌음을 아껴서 공부를 하질 못할망정 많다고 투정이냐.”

 

그치만그치만그치만! 나 과자 먹고 싶고! 촌음을 아껴서 놀고 싶고!”

 

힘을 얻겠다던 녀석이 공부도 안 하고 뭘 한단 거냐.”

 

정 사부는 바보야! 정티엔 멍청이!

 

마틴은 하랑의 마음의 소리를 듣다가 웃고 말았다.

 

티엔 정.”

 

그렇게 운을 떼자마자 하랑에게서 내 편 들어줄 거지!’라는 강렬한 소리가 들려와 한 번 더 웃고.

 

물론 막아줄 생각이었지만 조금 짓궂게 굴고 싶어진다.

 

티엔 정이 준 단어는 몇 개인가요?”

 

“100개다.”

 

단어 하나 외우는 데 1분이면, 가는 데는 다섯 시간이니까 300개를 가져왔어야죠.”

 

마틴 형!? 너무해!”

 

하하, 농담이에요.”

 

펄쩍 뛰는 하랑을 당겨 다시 앉히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과자도 먹여서 살살 달래주고 하는데도 입이 댓발이나 나와 있다.

 

저 삐죽하게 튀어나온 입은 마음에도 없는 행동이지만 거기 또 넘어가서 마틴은 티엔과 이야기해서 가는 데 50, 오는 데 50개로 나누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하랑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헤헤 웃으며 마틴의 팔을 꼭 잡았고.

 

티엔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하랑을 쳐다본다.

 

독심술이 없어도 알 것처럼 뻔한 행동이라니 저 인간도 꽤나 인간답군요.

 

마틴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과자를 들어 하랑의 입에다 물려주었다.

 

하랑은 그 과자를 받아 깨물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과자를 와작와작 깨물어 급하게 삼켰다.

 

안 그래요.”

 

나 아직 말 안 했는데.”

 

말 안 해도 아니까 천천히 먹어요.”

 

티엔이 건네는 물을 마시고, 하랑은 입을 열었다.

 

알파들이 오메가 향을 맡아서 구분하는 게 아니야?”

 

그럴 리가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오메가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형은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 알겠지만...”

 

사람이 항상 자기 성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걸요. 게다가 좀 프라이빗 하지 않나요?”

 

남의 생각을 허락도 없이 읽어대면서 프라이버시를 따지는군.”

 

당신 참-”

 

무례한, 이라고 말하려다 마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파도 러트 기간이 오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향을 맡을 수 없잖아요.”

 

나 그거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데, 어때?”

 

어린애한테는 자극이 세다.”

 

마틴은 그 말에 고개를 홱 들었다.

 

어린애? 어린애? 어린애애애애?

 

나 애 아니라니까.”

 

하랑을 걱정 좀 했다고 애 취급이라느니 실례라느니 하던 인간이?!

 

옆에서 물 한 병을 다 마신 하랑은 물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오겠노라며 쏙 사라졌다.

 

“...당신 지금 하랑을 애 취급 한 건가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당신 아주 제멋대로라고 마틴이 말하는 그 시각, 하랑은 병을 쓰레기통에 넣고, 그 김에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벽에는 안내 문구와 버튼이 플라스틱 덮개에 덮여 있었다.

 

보자... 만약에...? 당신의... suddenly... 그 날... 버튼을?”

 

다시 객실에 돌아오자마자 하랑은 단어장을 뒤적였다.

 

웬 일이냐.”

 

화장실에 sudden이라는 단어에 -ly가 붙은 단어가 있었어.”

 

화장실에?”

 

만약 당신의 소중한 그 날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거.”

 

갑자기 히트나 러트가 올 때 눌러주면 억제제를 가지고 베타 직원들이 도와주러 간다는 말이예요.”

 

히트나 러트 같은 말은 안 적혀 있었는걸.”

 

마틴은 회중시계를 만지작거리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히트사이클이나 러트에 대해서는... 그냥 말하면... 조금, 부적절하다는 느낌이 있어서... 그럴거예요, 아마.”

 

영국인이라서 그런가보지.”

 

단어장에서 sudden을 찾아낸 하랑은 그게 뒤의 50개에 들어가자 이미 뒤의 sudden을 외웠으니 오늘은 앞의 49개만 외울 거라고 티엔에게 엄포를 놓았고, 그 말에 티엔은 이마를 감싸고 마틴은 소리죽여 웃었다.

 

그럼 앞쪽 49개를 어서 외우도록 해라.”

 

-.”

 

하랑은 단어장을 팔락팔락 넘기다가 무언가가 생각나자, 딴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 푹 빠졌다.

 

그러고 보니.

 

영국에 온 첫 날에.

 

선착장에 있던 수많은 그 사람들.

 

이하랑, 또 딴 생각하는 거냐.”

 

아냐 아냐, 제대로 외우고 있다고!”

 

[티엔하랑마틴?/알파오메가] Mine 3.5

2018. 1. 12. 08:31 | Posted by 호랑이!!!


티엔 정, 저 좀 보죠.”

 

티엔은 누가 부르는지를 확인하더니 하랑에게 5분 휴식이라고 말했다.

 

하랑은 수건으로 땀을 닦다가 누가 티엔에게 찾아왔는지를 보더니 물통을 들고 달려왔다.

 

, 마틴 형! ...하아, 하아...! 형 안녕...! 웬일이야?”

 

마틴이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자 하랑은 가까이까지 다가왔음에도 팔을 흔들었다.

 

격한 환영은 고맙지만, 숨부터 고르고, 물도 좀 마시고 해요. 형은 티엔 정이랑 어른의 대화를 나누고 올 테니까.”

 

“..., , 헤엑.. 애 아닌데.”

 

하랑,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면 이따 정권만 두 배로 해도 되겠군.”

 

아니, 아니거든! 쉴 거거든!”

 

하랑이 벤치로 쪼르르 가자 마틴은 티엔에게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더니 하랑에게 말하는 것이 들리지 않을만한 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지, 챌피.”

 

낼모레에 티엔 정 당신하고 저, 하랑이 같이 임무 나가는 것 때문입니다.”

 

빠질 건가?”

 

아쉽게도 아니예요.”

 

마틴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고는 알다시피 우리 사이가 그렇게 살갑지는 않지요라고 운을 떼었다.

 

임무에 나가서도 우리가 싸우면 하랑이 불안해 할 테니까 그 때만큼은 서로 충분한 협력을 하고, 친하지 않더라도 이는 드러내지 말자고 이야기하러 온 겁니다.”

 

하랑이 불안해하기는, 릭 톰슨도 그러더니 저 녀석을 애 취급 하는 건가.”

 

마틴은 그 말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티엔 정, 하랑은 아직 열일곱입니다.”

 

그만하면 다 큰 거지. 공성전에 여섯 살 아이도 나오는 판국에 열일곱이 뭐가 어리다는 거냐.”

 

여섯 살도 열일곱도 아직 어려요. 불가피하게 참가하게 되었다고 해도 아직 어린 이상 어른인 우리가 불안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 주어야 한다는 말이예요.”

 

이 정신 나간 인간 같으니.

 

마틴이 팔짱을 끼자 이번에는 티엔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하는 말이지만, 릭 톰슨보다 각오를 하고 전장에 들어온 아이다. 여느 어른 만큼은 어떤 일이든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있어. 그렇게 배려해주는 것 자체가 실례다.”

 

그래서, 가는 날에도 계속 사이 나쁘게 굴겠다고요?”

 

마틴은 대놓고 얼굴을 찡그렸고 티엔은 하랑 쪽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합의는 하도록 하지.”

 

티엔은 한 마디 하고 하랑 쪽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노려보던 마틴은 얼마 안 있어 하랑이 왜 나한테 성질이야, 정티엔!’이라고 생각하는 소리를 듣고는 웃어버렸다.

 

티엔 정, 저 사람은 또 하랑에게 심하게 대할 테니 자신은 미리 이것저것 준비를 해 두는 게 좋겠다.

 

예를 들면 차가운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주스라던가.

 

땀을 식혀줄 부채라던가.

 

씻고 나왔을 때 머리를 빗어준다고 할까.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벨져/마틴] 도도새님 썰을 보고

2018. 1. 10. 03:11 | Posted by 호랑이!!!

그럼 이것으로 오늘 회의는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벨져는 회의록 정리랑 프린트 정리 좀 해줘. 혼자서는 무리니까... 보자...”

 

마틴은 회장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왠지 벨져랑 마틴은 전혀 안 친해진단 말이지, 마틴은 좋은 애인데!’

 

그러는 회장이야말로 좋은 사람이란 말이지.

 

마틴, 좀 도와줄래?”

 

그렇지만 친해지지 않는 이유는 좀 다른 것 같다.

 

도움 따위 필요 없다.”

 

도움을 줄 상대가 자신이라는 것에 칼같이 잘라내는 저 말을 보라.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반 안에서 학생들의 머릿속에서는 비슷비슷한 말들이 떠올랐고 한 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아마도 이 정도일 것이다.

 

둘째홀든 정말 마틴 싫어하나보다...’

 

그리고 몇 가지 더 건져내 보자면 이렇다.

 

인사할 때 손도 안 잡으려고 했지

 

도움은 죽어도 안 받으려고 하고

 

그래서 이글 도와주러 가니까 뒤에서 엄청 노려보던데

 

마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거 그러니까 전부 오해라구요.

 

그렇지만 벨져가 싫어할테니 그게 오해라고 자신이 해명할 수도 없다.

 

그래도 그거 혼자서 하기는 힘들 테니까요. 제가 남을게요.”

 

좋아, 그럼 해산!”

 

회장이 그렇게 선언하자 사람들은 제각기 가방을 싸서 밖으로 나갔다.

 

벨져는 회장의 뒤통수를 째려보다가 마틴이 다가오자 고개를 돌렸다.

 

나 하나면 되니 너는 집에 가도 좋다.”

 

일 시키기 싫으니까 가라

 

보기도 차갑고 듣기도 차갑지만 이대로 순순히 가버리기에는 책상 위에 놓인 종이가 산더미같이 많다.

 

그렇지만 그냥 앉아서 돕겠다고 하기에는 쫓겨났던 경험도 있고.

 

다행스럽게도 마틴은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지도 알고 있었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목소리 톤은 조금 낮게, 시선은 아래로.

 

제가 방해가 되나요?”

 

그건 아니다!”

 

그럼, 짐일까요?”

 

그렇지 않다!”

 

그럼...”

 

도와라!”

 

옳지.

 

마틴은 종이와 호치케스를 들었다.

 

돕겠습니다!”

 

평소와 똑같은 냉랭한 얼굴 아래에서, 마틴은 아뿔싸, 하고 놀라는 얼굴을 보아 버렸다.

 

내심 웃으면서 종이를 정리하는데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고 이글이 들어왔다.

 

안녕! 귀여운 이글이 왔습니다!”

 

벨져의 몸도 마음도 냉점으로 내려가는 것도 보인다.

 

가라.”

 

거 무슨 섭한 말씀~ 벨져 형이 매일매일 마틴한테 딱딱하게 구니까 착한 동생인 내가 둘 사이를 봄날처럼 포근~하게 만들어주려고 온 거 아니겠어?”

 

저도 왔습니다.”

 

까미유 데샹, 너는 왜...”

 

까미유의 뒤에서 한 사람이 더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들어온다.

 

바레타로군.”

 

그 뒤로 토마스가 지나가고 하랑이 지나가고 루시에 티엔이 뒤를 잇는다.

 

한 사람이 들어오면 그 사람의 뒤를 이어 한 사람이 더 들어오고 그럴수록 교실은 더 소란스러워 진다.

 

해야 하는 일에는 손도 대지 못 했는데 벨져의 마음속만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이 보여서.

 

마틴은 웃었다.

 

뭐냐 챌피.”

 

그리고 이어.

 

벨져가 자신을 보고 하는 생각에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사람들은 저 사람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지!

 

 

[데빌버니/레더리]불지옥 냄비

2018. 1. 7. 18:40 | Posted by 호랑이!!!

레더리는 냄비를 들고 돌아왔다.

 

굳이 먹을 필요는 없다지만 이상한 곳에서 사치하는 걸 좋아하는 몽마가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추천해준 일이었다.

 

동양식 수프라고 했던가.

 

안에 들어간 재료는 일단 마늘이랑, 콩 소스라고 부르는 것이랑, , 먹을 수 있는 종류의 풀 한움큼 정도랑 생선.

 

생선 머리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이걸 정말 끓여도 되는 것일까?

 

불신 가득한 눈으로 레더리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그 위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냄비를 얹었다.

 

이 냄비가 무거운 것은 가게 주인이 레더리의 걸음을 보더니 갑자기 커다란 생선 토막을 하나 더 넣어준데다 사람을 불러 집 앞까지 들어준 덕분이겠지.

 

친절한 인간이로군, 상을 줘야겠어.

 

레더리는 냄비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까까지는 그냥 차갑던 빨간 수프가 부글부글 끓어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고 있자면 소리가

 

치익-’

 

소리가 난다.

 

보글보글, 치이익, 보글보글, 치이익, 부글부글부글부글.

 

소리가 달라졌는데?

 

눈을 떠 보니 거품이 뚜껑을 밀어낼 정도로 흘러넘치고 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숟가락을 가져와 거품을 떠냈지만 작은 찻숟가락으로는 역부족!

 

조금 더 큰 거... 조금 더 큰 게 필요해!

 

레더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찻숟가락보다는 커다랗고 거품도 떠낼 만한 도구를 찾아냈다.

 

그것을 들고 뒤를 돌아본 순간 레더리는 누군가와 마주쳤다.

 

넓적하고 얇은 얼굴에 눈은 비뚤게 달려서 그 위에 쓴 16세기 즈음의 가발도 떨어질 듯 걸려있는 광어.

 

얼룩덜룩한 껍질에 휘둥그런 눈, 커다란 입을 가진 우럭.

 

“...?”

 

베르데님!!!”

 

아무래도 저 냄비가 지옥 불구덩이랑 연결이 되어버렸나보다.

 

레더리는 손에 들린 구두 주걱을 내려다보다가 패들 스틱처럼 손바닥에 내리쳤다.

 

 

동양물

2017. 12. 17. 13:40 | Posted by 호랑이!!!

“...언제 오셨습니까?”

 

종이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A는 붓으로 글을 적다가 말고 고개를 들었다.

 

방금.”

 

납신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는데.”

 

내가 하지 말라 일렀다.”

 

A는 용포를 입은 B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가 다시 종이로 시선을 돌려 글을 적기 시작했다.

 

왕이 올 때마다 일손을 멈췄다가는 할당된 양의 반도 시간 내에는 못 할 터이다.

 

이놈, 무례하다.”

 

저 바쁘거든요.”

 

짐이 더 바쁘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가서 일을 하시지요.”

 

바깥으로 손짓하자 이제는 왕의 방문에도 익숙해진 시동이 차며 과자를 내어 왔다.

 

과자가 도착하자 A는 과일이 들어간 향 좋은 것부터 집었다.

 

오독오독 깨물면서 한 장을 다 쓰고 다음 것을 집어먹으면서 다음 장을 내놓는데 B의 손이 과자 접시로 가는 것을 발견했다.

 

안됩니다. 좀 기다리셔야지요.”

 

너 저번처럼 과자 한 접시를 다 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

 

아 들켰나.

 

A는 쳇, 혀를 차면서 차를 후후 불어 마셨다.

 

처음 만났을 때는 참 귀여웠는데.”

 

B가 투덜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A의 심정으로는 남는 것이 후회밖에 없었다.

 

고관대작이었다는 할아버지는 제가 태어날 즈음에 은퇴해서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지방으로 내려왔다.

 

아버지는 원래 출세에 뜻이 없었고, 한양에 가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며 한양이며 궁궐, 임금님에 대한 환상을 키워가면서 꾸역꾸역 공부를 해서 과거에 급제를 했다! 행복해했고!

 

지나치게 행복하고 감격해서는, 임금님이 고개를 들어 보라하던 그 한마디에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왕의 용안을 봐 버렸다.

 

그리고 왕은 그때부터 자기가 재미있다며 심심하면 찾아오게 되었다.

 

감동도 한두번이지, 이제와서는 왕이고 뭐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 뿐.

 

처음 뵈었던 당시라면 제가 많이 순진했지요.”

 

지금은 순진하지 않다 말이냐.”

 

생각보다 아버지의 기질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러냐, 거 안되었구나.”

 

다음 종이를 꺼내던 AB의 다음 말에 고개를 홱 들었다.

 

품계를 높여줄까 했는데.”

 

B는 동그랗게 커진 A의 눈에 웃음을 참느라 과자를 집어 깨물었다.

 

진짜입니까.”

 

왕은 함부로 농을 치지 않는다.”

 

AB의 잔에 차를 따라주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계속 B에게 따갑도록 꽂히고 있었다.

 

B는 상에 턱을 괴더니 A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니 아버지 말고 할아버지를 닮아서 오랫동안 내 옆에 있거라.”

 

동그랗게 눈을 뜬 A의 얼굴 앞으로 향긋한 차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B가 혹시 무슨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알아보려는 듯이, 눈조차 깜박이지 않고 빤히 본다.

 

한참이나 그러다가.

 

A가 입을 열었다.

 

저의 할아버지도 아십니까?”

 

“...아니 그게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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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더건/미론] 납치

2017. 12. 11. 22:19 | Posted by 호랑이!!!

미론은 널찍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눈을 떴다.

 

이렇게 푹신한 침대는 집 뛰쳐나오고는 누워보지 못했는데, 여기가 어디야?

 

어슴푸레하게 들어오는 빛은 희미한 윤곽만 보여줄 뿐이라 미론은 우선 방안을 살펴보기로 했다.

 

침대 옆에는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작은 창문이 하나고.

 

전방 3미터 좌측에 문이 하나.

 

우측에 벽이 있기는 하지만... 진짜 벽은 아니고 칸막이인 것 같군.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만져보자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는 있지만 부수려고 하면 부술 수 있을 것 같았다.

 

칸막이에 등을 붙이고 천천히 앞으로 가자 정면 벽에 붙은 커다랗고 반들반들한 것이 점점 가까워진다.

 

손으로 더듬어보자 널찍하고, 판판하고, 익숙하게 매끈매끈하다.

 

“TV...?”

 

그 오른쪽 아래, 벽에는 스위치가 두 개 붙어있다.

 

이게 무슨 스위치인지, 왜 여기 달려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지만 당장은 눌러도 괜찮으리라 판단하고 위의 것을 누르자 침대가 있는 쪽 불이 켜졌다.

 

딸깍, 아래쪽 스위치를 누르자 칸막이 너머에 불이 켜진다.

 

칸막이 너머에는 커다란 문이 하나 있었고 벽에는 작은... 우편물을 넣는 문 같은 것이 허리쯤 되는 위치에 뚫려 있다.

 

그 외에는 두세사람이 앉기 좋아 보이는 둥그런 식탁이 하나.

 

그리고 식탁의 크기에 비해 턱없이 적어보이는 의자가 하나.

 

미론은 커다란 문으로 다가갔다.

 

나무로 파도같은 무늬가 있는 틀을 만들기는 했지만 주 재료는 유리.

 

바짝 붙어 건너편을 보려고 애를 쓰니 무언가 반짝거리는 너른 것이 간신히 감지되었다.

 

저 반짝임은 물인데.

 

바다위에 있는 수상 가옥인지 뭔지인가.

 

설마 전 주교가 자신을 예뻐했다는 이유로 마약이나 주교에 대해 묻기 위해 납치했나?

 

미론은 품을 더듬었다.

 

가지고 다니던 핸드폰도 가져가다니, 제법 철저하군!

 

다시 침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아까는 보지 못했던 작은 탁자가 침대 옆에 있었다.

 

그 위에는 검고 둥근 기계가 하나, 또 리모컨이 하나.

 

미론은 리모컨을 들어 TV를 켰다.

 

누군가 녹화한 것 같은 영상이 준비되어 있었고 순간적으로 미론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X에 나오는 것 같아

 

역시 인형탈인가. 그것밖에 없겠지.

 

무슨 잔인한 선택지가 나오려나.

 

침을 꿀꺽 삼키고, 미론은 재생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크나트씨!?”

 

[잘잤니, 로니?]

 

크나트씨가 저 납치한거예요!?”

 

[내가 널 납치했단다]

 

납치했다고 말하지마! 납치했지만!

 

또 무슨 이상한 짓을 하는 겁니까?’

 

그렇게 산뜻한 표정이라니!

 

내가 나오는 섹시한 비디오 촬영. 같이 할래, 율리안?’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됐습니다

 

[...지금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왜 납치한 건데요!?”

 

[내가 널 납치한 이유는]

 

미리 녹화했을 것이 분명한 영상이건만 묘하게 대화가 된다.

 

역시 약인가? 카포의 명령?

 

어쩌면 크나트씨니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빼돌렸을지도 모르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중, 영상 속 크나트가 입을 열었다.

 

[밥을 좀 먹이려고란다]

 

미쳤어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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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14] 우리집 집사는 캣맘!

2017. 11. 19. 00:59 | Posted by 호랑이!!!

그럼 이번에도 잘 다녀와.”

 

거대한 키에 검은 피부와 검은 뿔은 날카롭고 얼굴에 돋아난 비늘 아래 눈빛은 중후하다.

 

그 눈빛만큼이나 날카로운 바늘이 달린 길쭉한 막대를 등에 지고.

 

그럼, 다녀오도록 하지.”

 

어부 집사 바리톤은 배웅을 받으며 길에 올랐다.

 

한 번 꺾고, 다시 쭉 직진, 아래로, 천천히 걸어내려오다가 바리톤은 누군가 반가운 얼굴들을 보고는 전력질주로 달려왔다.

 

치즈! 메기! 연어야! 아니 이건 또 처음보는 얼굴!”

 

하악-’

 

그러니까, 바리톤한테만 반가운 얼굴.

 

햇볕 아래서 낮잠을 자던 고양이들은 바리톤이 달려오던 말던 앞발을 핥아댔고 그나마 반응을 보여준 한 마리는 냅다 일어나 털을 세웠다.

 

저기요 바리톤, 그 커다란 덩치로 달려들면 애들이 겁먹는 다구요.”

 

비술서를 들고 있는 테너는 고양이들 사이에 앉더니 하악질을 하던 작은 녀석의 목덜미를 긁어주었다.

 

내가 고양이들한테 얼마나 인기 많은 줄 알아? 네가 아무리 같은 고양이라고 해도 나한테까지 하악질을 하는 그 녀석이...”

 

고르르륵~’

 

그래그래, 여기가 좋아? 내가 더 좋다고? , , 그래~”

 

테너는 보란 듯이 현란한 손짓으로 얼룩무늬 고양이의 턱을 긁어주었다.

 

고양이는 배를 보이고 뒤집어져서는 발을 바둥거렸다.

 

고양이들이란.”

 

테너는 제 거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바리톤이 입술을 삐쭉이자 웃음을 터뜨렸다.

 

배를 보이고 뒤집어져 있던 고양이는 테너가 손을 떼자 몇 번 앞발질을 하다가 다시 해 잘 드는 곳으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렇게 투덜거려 봤자-거든요, 아저씨?”

 

! 어딜 때리는 거냐!”

 

내가 작아서 손을 올려봐야 아저씨 엉덩이인데 어쩔 수 없잖아?”

 

바리톤은 건방지게 살랑거리는 검은 꼬리를 잡아당기고는 냅다 비공정으로 뛰어갔다.

 

 

 

 

 

 

 

 

- 춥구먼-.”

 

비공정에서 내리면 성도다.

 

요즈음은 다른 제도인가 뭔가가 발견되었다고 해서인지 그 곳으로 떠나는 모험가들이 사람 수를 맞춰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성도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모험가님 집사 수행하러 왔습니다.”

 

바리톤이 신분증명서를 내밀자 안내원은 신분증을 거의 보지도 않고 돌려주었다.

 

자주 보네.”

 

우리 집 모험가도 매일 일하는데 나도 일해야지.”

 

문을 지나 눈밭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걸어가고 다리도 하나 건너서 또 내려가다 보면 인간을 보고 좋아라 쫓아오는 거대한 마물들이 있다.

 

다음부터는 좀 안전한데만 골라서 다니던가 해야지.”

 

한참 쫓겨다니다 눈 쌓인 바위 뒤에서 숨을 고르자 저절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나온다.

 

얼마간이나 더 걷다 보면 조그맣게 얼지 않은 샘이 보이고 그 주위에는 또 옹기종기 앉아서 낚싯대를 드리운 집사들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바리톤을 알아보았는지 손을 흔들었다.

 

어이- 바 씨 왔어?”

 

루 씨도 여기 왔구만-”

 

아 조용히 좀 하라냐! 물고기 도망간다냥!”

 

미 씨도 잘 지냈는가?”

 

미 씨라고 불린 집사는 투덜거리면서도 낚싯대를 접었다.

 

그 발치에 있는 들통에는 물고기가 몇 마리나 잡혀 있었다.

 

오늘은 미씨가 좀 잡았는데?”

 

오늘 왠지 잘 잡혀!”

 

바리톤은 미코테와 루가딘 사이에 앉아서 커다란 병에 든 차를 한 잔씩 돌렸다.

 

숨만 쉬어도 하얗게 입김이 나오는 곳에서 따뜻한 차는 굴뚝처럼 모락모락 김이 뿜어져 나왔고 뜨거운 것을 잘 못 마신다는 미 씨도 불지 않고 홀짝 마셨다.

 

과자 먹을래? 우리 집 모험가가 만들어줬는데.”

 

루가딘 집사인 루 씨는 그 커다란 손에는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는 마도사 모양 쿠키를 꺼냈다.

 

그러자 질세라 미 씨도 주머니에서 말린 물고기를 꺼냈다.

 

미 씨네 모험가는 요리 못 하잖아? 웬 물고기야?”

 

매일매일 낚는 물고기를 조금씩 모아서 만들었다냐! 오늘 낚은 것 중에서도 산천어랑 빙어는 말릴 거다냐.”

 

들통을 힐끗 보자 그 안에는 산천어와 빙어만 바글바글했다.

 

그러면 모험가가 실망하지 않는가.”

 

저번에 물고기 낚았는데 다 먹어버렸다고 말하니까 잘 했다고 말했다냐.”

 

미 씨는 가끔이지만 비싸고 좋은 걸 잡아가니까.”

 

행운이 붙는 겨 행운이.”

 

바 씨, 나 차 한 잔만 더.”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낚시를 하다 보니 들통도 제법 찼다.

 

산천어, 빙어, 그리고 달그락거리는 게와 움직이는지 마는지 모를 성게.

 

미 씨와 루 씨는 먼저 가버렸고 바리톤만 털레털레 들통을 들고 비공정을 타러 왔다.

 

바 씨, 어때 오늘 많이 낚였어?”

 

이만하면 제법 낚였지.”

 

바리톤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산천어 한 마리를 꺼내 내밀었다.

 

날 추운데 기사단 사람들이랑 끓여먹던가.”

 

이슈가르드 사람이 춥다고 불평할 수는 없지! 늘 고마워.”

 

가장 바람이 덜 치는 자리에 앉아 비공정을 탔다가 내리자 뜨뜻한 다날란의 바람이 몸을 휘감았다.

 

이렇게 뜨거운 곳에서는 살 수 없다는 듯 들통 안이 요란해졌고, 바리톤은 비늘 돋은 손으로 들통을 토닥거리면서 걸었다.

 

많이 낚았겠다,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걷고 있는데 누군가 바지에 확 매달렸다.

 

! 치즈야!”

 

, 연어 너까지! 비늘, 비늘 조심...!”

 

메기! 아아악! 메기! 아야야 발톱!”

 

바리톤은 자그마한 생선을 들통에서 꺼냈으나 고양이들의 가차 없는 발길질만 거세어졌다.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산천어.

 

여전히 발길질은 가차 없다.

 

고양이들의 발톱은 바리톤이 가장 커다란 빙어를 꺼내고서야 사라졌다.

 

바리톤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빙어를 그 자리에서 해체해서 뼈를 발라주었다.

 

애옹

 

냐아

 

우우웅

 

“......그래, 이제 만족하냐.”

 

애앵!’

 

분명 처음에는 세 마리 뿐이었는데.

 

그 다음 한 마리를 꺼낼 때는 다섯 마리가 되었다가.

 

그 다음 다음으로 산천어를 꺼낼 때에는 열 마리가 되어 있었다.

 

다날란 고양이들은 다 여기 모여 있나.

 

바리톤은 통통한 살점에 제일 먼저 달려든 고양이를 알아보고는 소리를 질렀다.

 

너 나한테 하악질 한 그 녀석이지!”

 

므냐아-’

 

얼룩고양이는 바리톤의 다리에 몸을 한껏 부비면서 그릉그릉 소리를 냈다.

 

거기에 마음이 풀린 바리톤은 조금 더 큰 살점을 떼어서 그 고양이에게 내밀었다.

 

그걸 덥썩 받아무는 녀석의 목덜미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하악!!!’

 

그리고 한 대 얻어맞았다.

 

 

 

 

 

 

 

그렇게 물고기를 나눠주고 오는 길, 가벼워진 들통에는 달그락 달그락 게 소리만 난다.

 

검은 뿔인 자신과는 다르게 하얀 뿔을 가지고 있는 주인의 눈이 가벼운 들통을 한 번 보았다가 자신을 본다.

 

어쩐지,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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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스터+로키] 길쭉한 소파 방

2017. 11. 15. 01:27 | Posted by 호랑이!!!

잔인한 경기를 볼 생각에 흥분한 관중들이 투기장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좋아하는 챔피언의 탈을 쓰기도 하고, 얼굴에 색을 칠하거나 상징적인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즈음 가장 유행하는 것은 녹색이어서 둥글게 내려다보이는 관중석은 온통 초록 물결이었다.

 

번쩍이는 홀로그램 마스터가 나타나자 관중석에서는 비명과 환호소리가 높아졌고 마스터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들은 길쭉한 소파로도 모자라 방 여기저기에서 술잔을 들고 웃어댔다.

 

그리고 그 방 가장자리, 로키는 흥미롭다는 표정만은 얼굴 가득 띄운 채 서 있었다.

 

빌지스나입이 싸우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인간과 인간이 싸우는 건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챔피언이 나오고 검투사가 나오는 중에도 방 안의 사람들은 마냥 즐거워 보였다.

 

요즘은 어딜 가도 초록색이 보이더군요 마스터.”

 

역시 마스터에게 귀한 것들이 모이나 봅니다.”

 

흐뭇하시겠습니다.”

 

마스터가 자리에 앉자 사람들은 제각기 한 마디씩 찬사를 던졌고 그 중 누군가가 로키를 가리켰다.

 

이봐, ! 너도 챔피언 때문에 수트를 새로 맞춘 사람인가?”

 

순간 모두의 시선이 로키에게 돌아갔다.

 

충분히 그 눈길을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는 초록색 자락을 들어 펼쳤다.

 

사실은, 새로 맞춰야 하는 쪽이지.”

 

웃던 사람들은 마스터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일어나 비켰다.

 

이 쪽으로 꽂히듯이 다가오는 시선은 노골적이라 로키는 보지 않아도 마스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난 초록색이 싫거든.”

 

느리게 겉옷이 벗겨졌다.

 

어떻게 해야 더 우아하게 보일지, 더 시선을 사로잡을지 로키는 알고 있었고, 옷을 벗으며 가슴을 한껏 내밀자 시선이 따갑게까지 느껴졌다.

 

이 겉옷도 마음에 안 들고.”

 

소매를 조인 단추를 풀고 살짝 쓸어올리자 뼈가 도드라진 손목이 드러났고 옷의 여밈을 당기자 그 사이가 벌어졌다.

 

마악 사람을 하나 더 집어던진 것 때문에 바깥에서는 그렇게 큰 환호 소리가 나는데도 방안은 놀라울 만큼이나 조용해서, 어디선가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옷을 벗을 것처럼 잡았다가, 오히려 더 꽉 틀어쥔다.

 

이 자리에서 이게 마음에 들지 않기는 조금 부적절한 것 같군요.”

 

길쭉한 소파가 있는 이 방이 깨끗하게 비워지는데는 채 일 분도 걸리지 않았다.

 

로키가 마스터의 옆자리에 앉자 마스터는 옷깃을 쥔 로키의 손 위에 그의 손을 얹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로키.”

 

소파에 기대듯이 머리를 기울이자, 로키의 손 위에 마스터의 손이 얹혔다.

 

마스터, 이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그렇겠지.”

 

아직 조심스러운 척 눈만 움직여 마스터를 보면서 두드리듯 손가락을 튕겨 아래를 가리켰다.

 

바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물론이지.”

 

속옷도?”


마스터는 그 말에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로키가 웃었다.


옷자락에서 로키의 손이 떨어졌다.

 

그건 내가 마음에 안 드는걸.”

 

 

[크더건/율리안] 촉수물

2017. 10. 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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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힐러가 되었다

2017. 9. 20. 15:36 | Posted by 호랑이!!!

오늘도인가.

 

페드는 천구의를 돌리며 한숨을 쉬었다.

 

겨우 다섯 마리 정도의 몹을 데려와 놓고 피가 찰랑거리는 게 말이 되느냐.

 

어제 라랑 취해서 휘두른 술잔이 이것보다는 덜 찰랑거렸겠다.

 

비술서 후벼팔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천구의를 집어들자 보이기 시작한다.

 

시점의 변화란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들어 왔지만.

 

아니었다.

 

페드는 끊임없이 마법을 캐스팅하면서도 길잡이를 빤히 살펴보았다.

 

머리... 상의... 허리띠... 허리띠!!! 바지... 신발... 신발... 뭐 좋아... 귀걸이... 귀걸이!? 목걸이!? 목걸이!!! 팔찌! ...... 반지....!!!!’

 

저게 허리띠인가.

 

지나가던 새끼 커얼이 발톱갈이하는 곳에도 못 써먹을 너덜너덜한 저게 무슨 몸을 지켜주는가.

 

저게 목걸이인가.

 

괴물새가 깃털로 스치기만 해도 박살나서 목에 박힐 것 같은 저게 무슨 방어구인가.

 

저게 귀걸이인가.

 

덜렁덜렁 뛰어가다가 귀째로 끊어먹을 것 같은 저건 대체 왜 달고 있는가.

 

끊임없이 다쳐서 내가 힐을 끊임없이 퍼부어도 원래 체력 이상으로 회복되지도 않는데 왜 저 새새끼는 나를 보고 있나.

 

목숨줄만 붙여놓으면 된다는 의미인가?

 

할 수만 있으면 그 줄.

 

끊어먹고 싶다.

 

집에 가서... 얼린 칵테일 만들어야지... 무화과는 있고. 야크 우유도 냉장고에 있는 거 봤으니까 가는 길에 바나나만 사 가면 되겠다

 

길잡이님 혹시 악세서리 말입니다...”

 

?”

 

말 하고 있잖아!!! 말 하고 있잖아!!!

 

말 하는 도중에 중간보스한테 뭐 던지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바나나 한 송이 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봉투에 바나나를 소중하게 담아서 안고, 페드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 오늘 뭐 먹고 싶습니까? 안주 종류로 고르라면.”

 

도도 통구이! 라노시아 버전으로~”

 

그럼 가는 길에 도도 고기랑 속재료를 사서 가야겠구나.

 

오늘 던전 갔다 왔잖아요. 활 쓰는 건 좀 손에 익나요?”

 

!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아.”

 

웃는 모습을 보며 페드는 아파트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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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도서관

2017. 9. 14. 17:20 | Posted by 호랑이!!!

책이 빼곡하게 채워진 도서실이지만 한켠에는 빈 책꽂이가 창고에서처럼 쌓여 있고 투박한 철문은 닫혀 있는 곳.

 

사람의 물건은 있지만 사람은 오지 않는 곳.

 

그 곳이 A가 사는 곳이다.

 

이상하게도, A는 둥둥 떠서 천장에 발을 디디고 설 수도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두꺼운 책장도 없는 것처럼 통과할 수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이상하게도, 삐걱이는 저 철문만은 지나갈 수가 없었다.

 

 

 




아침이면 해 뜨는 것을 보고 저녁이면 해 지는 것을 보고, 창가의 새며 벌레가 집 짓는 것을 구경하던 어느 날. 도서관에 사람이 왔다.

 

A는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을 이용해 도서실의 이 쪽에서 저 쪽으로 날아가는 놀이를 하고 있다가 B가 들어오자 고개를 휙 돌렸다.

 

거의 몇 달만에 보는 새로운 사람은 밖이 많이 더운지 등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목덜미가 벌겋게 익어 있다.

 

그 모습을 보자 A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덥겠다!”

 

엄청나게 낯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저 쪽으로 날아가던 A는 에어컨 쪽으로 다시 총총 뛰어가 버튼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온 김에 바람 좀 쐬고 가! 물론 내 에어컨은 아니지만, 이거 여름마다 매일 켜주는 거거든. 여긴 사람도 잘 오지 않으니까 이렇게 혼자서 마음꺼어엇! 날아간다아아아아니야아니야!!! 날아가는거 아니야아악!!!”

 

B는 한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의자에 내려놓고는 책장 사이로 걸어가 책 한 권을 빼냈다.

 

Dangerous Places for traveler

 

가장 먼저 고른 것은 빼곡하게 글이 적힌 책.

 

AB의 어깨 너머에서 책을 보았다.

 

“Schoolboy French... I... I... 아이아이... 빨라, 나 다 못 읽었어! 조금만 천천히-... 더 천천히! 좋아, 그 정도는 되어야... 아아아아 다시 빨라지고 있잖아! 휘리릭 넘기지 마!”

 

...꽤나 부산스럽게.

 

물론 책을 읽지 않는다고 부산스럽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간만에 손님을 맞은 강아지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었으니까.

 

이것 봐! 여기 비둘기 둥지 있어! 여기 항상 알 낳는데, 새끼 까는 건 두어번 밖에 못 봤다? 그치만 알 엄청 작아서 만져보고 싶어. 손만 있으면 만져보고 싶은데 이상하게 나는 여기서 안 나가지더라?”

 

어라? 이거 뭐야? 이거 뭐야!? 전자 수첩? 크고 납작하다! 편할 것 같아! 아아 이거 핸드폰 렌즈 같은 거 달려있는데, 나 혹시 찍히려나? 요즘 전자수첩에는 카메라도 달려 있나보다!”

 

B는 읽어야 하는 책 목록을 확인하고는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목록에 있는 책 한 권, 없는 책 두 권을 골라 B는 문을 열고 나갔다.

 

아 뭐야, ? 너 가는거야? 벌써? 여기 시계는 없지만 엄청 금방인 거 같은데!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또 놀러와!”

 

철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닫히다가, 갑자기 열렸다.

 

문 뒤에서 있는 힘껏 손을 흔들던 A는 다음 말에 놀라 멈추었다.

 

B는 인상을 찡그렸다.

 

,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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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마틴?/알파오메가] Mine 3

2017. 9. 8. 16:21 | Posted by 호랑이!!!

1편

2편

 



어른스러움이란 뭘까.

 

하랑은 뛰어가는 아이를 멍하게 보며 생각했다.

 

정확히는 그 아이의 손에 들린 초콜릿 맛 우유를.

 

이럴 때 브루스 어르신이라면... 역시 우유가 아니라 고기를 먹어라! 라고 하려나.

 

릭 형씨는 나라별 초코 우유를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이거 하나에 연연하지 않을 거고.

 

티엔은 애당초 초코 우유를 고르지도 않겠지.

 

마틴 형씨는 왠지 다른 가게로 가서 우유를 찾아볼 것 같고...

 

...어라?

 

하랑은 빈 매대 앞에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가 그 옆의 딸기 맛 우유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마틴 형씨는 베타일까 오메가일까?

 

시리얼 코너에서 하랑은 손에 초코 우유를 든 아이를 발견했다.

 

이 애도 자기처럼 초코 우유에 초코 시리얼을 먹고 싶었나보다.

 

그래서 하랑은 마지막 남은 초콜릿 시리얼을 잽싸게 들어 올렸고, 아이와 눈이 마주치자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불쑥, 아까의 생각이 하랑의 마음속에 다시 나타났다.

 

어른스러움이란 뭘까.

 

플라스틱 바구니에 시리얼 박스를 담으면서 하랑은 결심했다.

 

앞으로는 어른의 여유라는 것을 좀 가져보기로.

 

이번에는 사탕 쪽으로 움직이는데 마악 모퉁이를 돌다가 하랑은 마틴과 마주쳤다.

 

마틴 형씨! 웬일이야?”

 

작은 병과 납작한 캔이 늘어선 앞에서 고민하던 마틴은 드물게도,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 살려고 그래?”

 

, , ... 저는요! ...러니까...!”

 

당황하는 앞에서, 아까까지 어른의 여유를 가지기로 했던 이하랑은 여유를 저버렸다.

 

헤어 제품은 왜? 왁스 바르게? 염색할거야? 난 형씨 지금 머리카락이 좋은데!”

 

마틴은 머리에 쓴 모자를 쥐어뜯듯이 움켜쥐고 내려 얼굴을 가렸다.

 

저도, 안다구요. 그러니까... 하나 사려구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 얼굴 새빨개진 거지?

 

마틴은 고개를 갸웃하는 하랑 앞에서 광고가 붙어있는 제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하랑은 작은 병을 하나 집어들고 태그에 적힌 설명을 더듬더듬 읽었다.

 

... 신의 머리털... 보들... 찰랑?”

 

다소 절망적인 심정으로 마틴이 말했다.

 

머릿결이라고 읽는 거예요.”

 

매일 티엔에게는 아둔하다 게으르다 마음에도 없는 타박을 듣고 있지만 하랑은 오히려 영민하다.

 

오히려 영악하다.

 

지금도 하랑은 그 팽팽 돌아가는 머리로 하나의 과거와 하나의 사실을 결합시켰고.

 

하나의 정답을 내놓았다.

 

전에-”

 

네 그거 맞아요.”

 

머리 만지게 해주겠다는 그거 때문에? 라고 말하기도 전에 마틴은 하랑의 입을 틀어막듯이 긍정해버렸고 하랑은 새삼 그의 능력이 편리하게 느껴졌다.

 

... 지켜도 그만-인 약속 때문에... 이런 것까지 사서 관, ...뭐더라, 관리? 관리! ...를 한다니 대단한데!’

 

좀 더 편하게 생각해도 읽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애써서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렇지만 스르륵- 하고 생각... 생각해버리면 못 읽을지도... 모르잖아

 

글쎄요. 누가 저한테 이렇게 대놓고 읽으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오히려 그냥 생각하는 쪽이 빠를지도요. 그보다 sssrrrkk이 뭐예요?”

 

감기 같은 거 걸려서 말 못할 때 편하겠다

 

그런 때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야 기쁘지만...”

 

착한 사람이네.

 

하랑은 티엔 옆에서 수련하는 동안 마틴이 대신 기합을 질러주는 것을 상상했다가 키득키득 웃었다.

 

마틴도 짧게 웃음소리를 냈다.

 

여하간 머리를 만지게 해주겠다는 말에 이렇게 관리까지 해서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겠다니 이것도 약간 완벽주의자 같은 걸까.

 

정티엔하고 닮았네.

 

“...”

 

그러고보니 전에 정티엔이 마틴 형은 주위에 인기가 많다고 했지, 이래서인가, 설렐 뻔 했네.

 

“.....”

 

...어라? 그러면 정티엔도 그 성질머리만 좀 고쳐먹으면 인기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형이나 정티엔이나 둘 다 잘 생겼고, 능력도 있으니까...

 

“.........”

 

마틴과 티엔의 공통점으로 생각이 넘어가려는 찰나에 소리가 크게 울렸다.

 

꼬르륵.

 

앗차 나 아직 아침 안 먹었지!”

 

어서 가서 아침식사 해요.”

 

, 나중에 봐-.”

 

방금까지 생각하던 것을 털어버리고 하랑은 총총 계산대로 갔다.

 

티엔 정이랑 닮았다라.

 

그 뒷모습을 보던 마틴은 방금까지 살까 말까 고민하던 병을 내려놓았다.

 

[1차 비엘/판타지] 반짝이는 사람 5화

2017. 8. 21. 22:36 | Posted by 호랑이!!!

 

“...그래서 머리가 그 모양 그 꼴이야?”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되었구나, ? 저녁식사 겸 스터디를 하러 모인 자리에서 루 란 교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

 

아직까지 머리를 그런 쥐 파먹은 꼴로 두면 어떻게 해요.”

 

더 자를까요, 페드 조교님?”

 

헛소리 마세요, 왕자님.”

 

교는 지팡이를 움직여 으깬 감자를 각자의 접시에 덜어놓았다.

 

그으래애, 머리카락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외교 관계도 성립하는 요즘 같은 때에, 머리를 더 잘라야겠어어?”

 

“...머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꼴을 하고 하루 종-일 돌아다녀서 지금 왕자님을 향하는 눈길이 정말...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그러면 아예 이러면 되에지이.”

 

그래 그래, 차라리 가발을 하나 사면 모를까, 라고 고개를 끄덕이던 영은 교의 말에 나눠주던 닭고기를 떨어뜨릴 뻔 했다.

 

아예 염색을 하자!”

 

원래 머리는 까만색이었으니까 이번에는 하얀색으로 어때, 예쁠 거야!

 

꼬시지 마, 영 교수님도 뭐라고 한 마디 해주세요. 저러다 순진한 왕자님이 악에 물든다구요오.”

 

페드는 나이프로 닭을 자르며 고개를 저었다.

 

너어, 아주 날 악의 축으로 몬다아-?”

 

맞잖아, 이 심연에서 기어나온 덩어리야.”

 

희귀한 욕을 쓰네요, 페드.”

 

그러자 교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페드의 갈색 머리카락을 손에 쥐었다.

 

넥투르식 욕이랍니다아-. 페드는 어릴 때 우리 부족에서 살았거든요-.”

 

넥투르 사람들의 영역 안에는 중요한 유적이 많이 있죠. 더군다나 라이비 사람이 넥투르 연맹으로 갔다니, 페드가 어쩌다 역사에 빠졌는지도 알 것 같네요.”

 

화기애애하게 말하며 다들 빵을 찢거나 주스를 컵에 따랐다.

 

그래서 교수님. 녹스 학생의 염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오-?”

 

영 필로이픈 교수는 약차에 설탕을 한 조각 떨어뜨리고는 스푼으로 휘휘 저으며 별 생각 없이 말했다.

 

젊을 때나 그런 걸 하죠. 나쁘지 않네요.”

 

그 말을 들은 교는 킬킬거렸고, 녹스는 더더욱 염색을 하지 않을 마음이 들었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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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 심부름을 마치고 재단으로 돌아가던 하랑은 이상한 직감에 뒤를 돌아보았다.


좁다란 골목길을 희뿌연 남폿등이 밝히고 그보다 밝은 달 한 덩이가 덩그러니.


별다를 것 없는 골목 길이라 다시 뒤를 돌았다가, 하랑은 누군가의 맨가슴에 코를 부딪혔다.


"악!"


"그간 잘 있었습니까?"


"아 좀! 평범하게 오면 안 돼!?"


"습관이라."


어깨를 으쓱하는 그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보기 좋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더는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었다.


루드빅은 하랑이 제 어깨 뒤를 넘겨다보는 것이 끝나기까지 기다렸다.


한참이나 손가락을 꼽아가며 이리 저리를 살펴보던 하랑은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섯."


"네에, 정답."


오늘도 참 잘했어요.


루드빅이 손을 내밀자 이하랑은 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또 이상한 거 주려는 건 아니지?"


"아니거든요. 날 뭘로 보는 겁니까."


전번에는 죽인 사람에게서 가져온 커프스 단추를 주려고 했으면서.


하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루드빅은 하랑의 손 위에다 은박지로 싼 초콜릿 두 알을 떨어뜨렸다.


"저번에 당신이 기념품은 가져오지 말래서 그 짓은 더 안한다구요."


그거 꽤 소소한 취미였는데.


"그러다 진짜 빛의 속도로 가."


그것도 원한령 때문에.


"방금 그 말은 꽤 재미있군요. 산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죽은 사람이 대수겠습니까."


유들유들하게 넘어가려는 이 사람을 불만스럽게 올려다보자 푹신한 앞발이 하랑의 어깨에 얹혔다.


「네가 걱정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알어. 그렇지만 저 형씨한테 붙은 령들이 정말 죄를 짓게 할 수는 없잖어."


「아무데나 신경쓰고 다녔다가는 가뜩이나 짧은 네 명줄이 더 짧아질거다」


"으음..."


잠시 하랑이가 그러는 것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루드빅은 하랑이 쳐다보는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네 옆에 있는 령하고 대화한 겁니까?"


령이라고 부르기에는 걸맞지 않지만 이 곳 언어에는 산군이라던가 하는 적절한 존경을 품은 말이 없었기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야 만다.


"내가 형씨 생각해서 말해주는 건데, 여름이라고 피서 가지 말고 위험한 짓 하지 말고..."


"당신 지금 누구한테 위험한 짓을 하지 말라고 하는지 알고는 있습니까?"


하지만 걱정받는 것은 나쁘지 않은 기분이군요.


루드빅은 말대로 해주겠다며 발을 옮겼다.


"나한테 빚진 겁니다."


"빚은 그쪽이 졌거든."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하랑이 말했다.


이미 빈 골목길에다 대고.


[청의 엑소시스트(시로X메피)] 가장 강한 것은

2017. 8. 6. 20:09 | Posted by 호랑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뭐라고 생각해?


메피스토에게 던져진 것은 흔하고 뻔한 질문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커다란 고릴라나 공룡, 기차와 비행기를 가져오고는 하는 그런 질문.


저 인간이 저런 질문도 하다니 어이가 없어서.


메피스토는 마악 다섯번째 줄을 쓰던 보고서를 덮었다.


벌써 늦은 시간이라 끓여둔 커피에서는 향긋한 향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시로는 멋대로 메피스토의 잔을 가져가 마셨다.


"당신네 어린애들이 물어보던가요? 시로가 제일 세다고 말했겠군요."


"그랬지."


그러다보니 너는 뭘 제일 강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어져서 말이야.


"역시 네 아버지냐?"


"웃기지 마세요. 그러는 시로야말로 사랑을 제일 강하다고 말할 겁니까?"


"사랑이라고 말해도 납득이 안 갈테니까."


그럼 이 세계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는 거대한 병기인가?


그럼 너를 호시탐탐 암살하려고 기회를 보는 사람들인가?


그럼 악랄하고 간사하기가 악마 보다도 더한 인간들인가?


그럼 


"당장은 시로네 어린애들이 제일 강한 것 같군요. '그' 시로를 이렇게 인간처럼 바꿔 놓고."


이것 봐요, 당신 손톱에 보라색 크레파스가 묻어 있는 것 알고 있었어요?


메피스토는 쓰다 만 보고서를 들었다.


지금까지 뭐라고 쓰고 있었더라?


앞서 썼던 다섯 줄은 한 줄로 바뀌어 있었다.


「그럼 시간인가?」


메피스토는 고개를 들었다.


아까까지 앞에서 불량한 자세로 앉아있던 후지모토는 없었다.


없어지고 있었다.


눈을 한 번 깜박일 때마다.


첫 번째는 후지모토 시로가 앉아있던 의자.


두 번째는 시로가 피우던 담배.


세 번째는 그에게 내밀었던 찻잔.


네 번째는 그 사람이 어지르던 흔적.


다섯 번째는.


...내가 누구를 찾고 있었지?









메피스토는 푹신한 침대에서 눈을 떴다.


후지모토 시로를 잊어버리는 꿈이라니 웃기지도 않는 악몽이다.


악마가 악몽이라니 일등석에서 보는 불쾌한 코미디와도 같은.


그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아침식사는 무엇으로 하겠습니까?"


보좌관이다.


"일식? 양식? 메피스토 스페셜?"


"...커피에 토스트."


"알겠습니다."


우산을 휘두르자 두꺼운 커튼이 걷히고 하얗게 느껴질만큼 밝은 빛이 쏟아졌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


어두운 밤 유령처럼 날아다니며 사람들 마음을 들쑤셔 놓고는, 아침이면 사라지는 것.


"...그것은 꿈."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한 것은 꿈속의, 이제는 꿈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낙엽님께

2017. 7. 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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